호주 멜번 빅토리아 국립대학교 (멜번저널.오마이뉴스)
전세계 243개 국 중 태권도를 하는 나라가 193개 국이며 태권도 수련 인구는 5500 만 명에 달한다. 태권도가 한국인들만의 스포츠가 아니라 전세계인이 즐기는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아는 사실.
특히 태권도 관련 모든 용어를 한국어로 하면서 국위 선양의 큰 몫을 하고 있는데, 막상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줄어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이런 현실에서 호주 멜번에 위치한 빅토리아 대학에 태권도 학과가 개설되어 벌써 제 2기 학생들이 입학해 주목을 끌고 있다.
1916년, 빅토리아 주정부의 자산으로 설립된 빅토리아 대학은 전문 스포츠 팀 및 올림픽 프로그램과의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많은 인재를 육성 배출하고 있다. 현재 11개 캠퍼스가 멜번 전역에 걸쳐 설립되어 있으며 3000명 이상의 교직원과 1만2000명의 유학생을 포함한 약 5만여명의 학생들이 함께 하면서 지속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 이런 빅토리아 대학에 태권도 학과가 개설된 것은 지난 2010 년 2월 부터이다.
빅토리아 대학은 스포츠 선수들이 다른 많은 잠재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시간 선수 생활을 한 뒤 이렇다 할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점과 생업이 연결되는 향후 진로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여 지도자 양성 등 다방면의 교육을 통해 선수들의 진로 다양성을 꾀하는 학습을 많이 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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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토리아주에 한국태권도를 심는 사람들왼쪽부터 김창석 품새.시범코치, 박형진 겨루기 코치, 박근만, 송호근 1,2기 주장 윤성원 매니저 |
ⓒ 나경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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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학과 경영학 학부 안에 포함된 태권도 학과는 한국을 제외한 영어권 나라에서는 유일하죠." 프로젝트 매니저 윤성원씨는 "비록 시작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것이 씨앗이 되어 한국 태권도를 더욱 세계화 시키고 나아가 스포츠 산업의 전반적인 경영과 포괄적인 지식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미래에 있을 다른 분야로의 진로 전환도 용이하도록 도와주는 학과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품새(시범) 지도를 맡고 있는 김창석 코치, 겨루기를 지도하는 박형진 코치은 모두 한국에서 줄곧 태권도에 몸 담아 왔다. 비록 그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길로의 결정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뜻 있는 일이라 생각되어 빅토리아 대학의 초청을 받아들이고 부임했다.
"세계적인 지도자를 배출하려면, 아무리 모든 용어가 한국어로 진행된다 해도 다른 여러가지를 갖춰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빅토리아 대학의 프러포즈를 받게 되었지요."
김창석 코치는 그래서 선뜻 새로운 세계로 발길을 옮기게 되었다면서 "이곳에서 무엇보다 즐겁게 운동하고 공부하는 제자들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 큰 기쁨"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2005년 터키 세계 태권도 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하고 수원 실업에서 '잘 나가는 선수'로 촉망 받다가 또 한 번 전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박형진 겨루기 담당 코치 역시 "지도자로서의 마음 보다는 학생들과 함께 또 한 번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즐거움이 있다"면서 "미래를 보고 세계적으로 가는 길을 향해 함께 간다는 마음으로 이곳에 온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1기 모집 당시 25명의 학생들이 신청을 했고 개개인의 사정으로 중도 포기하고 귀국한 학생들을 제외한 17 명의 학생들이 영어 코스를 마치고 스포츠 경영학 등 본과로 올라갔다. 곧이어 들어온 2기는 총 26명으로 현재 영어 코스를 밟고 있다. 박근만 1기 주장과 송호근 2기 주장 역시 아주 밝은 표정으로 자신들의 선택에 만족을 드러냈다.
이곳에 와서 즐기면서 하고 싶은 운동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것도 큰 성과라면서 여전히 태권도가 갖고 있는 완전에 가까운 예의를 지키면서 그러나 보다 풍성한 감정과 지식을 습득하게 되는 것이 즐겁다고 그들은 입을 모았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태권도 최소 3 단 이상을 보유한 학생들은, 영어코스를 공부하는데 있어서도 아주 탁월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운동선수들이라서 집중력이 남다른 것 같아요. 지금까지 공부를 하지 않았던 것이지 못했던 것은 아니라는 걸 확실히 보여주고 있지요.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누락되지 않고 한 번에 시험을 통과하는 쾌거를 보여 주네요."
윤성원 프로젝트 매니저와 코치들은 그래서 학생들에게 더 정성을 들이게 된다며 "이쁨 받을 일들을 한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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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토리아 대학 태권도학과 학생들 빅토리아 대학에서 태권도와 스포츠 관련학과를 이수중인 한국 학생들 |
ⓒ 나경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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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대학 스포츠 경기에 태권도 팀으로 참가해 한 명을 제외하고 전원이 우승을 해서 Sprots Team of the Year로 뽑히기도 한 빅토리아 대학의 태권도 학과는, 현재 한국 학생들로만 구성되어 있지만 내년 학기에는 대만.호주현지. 학생들이 입학 신청을 한 상태라서 2011년부터 는 급진적인 발전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또 2~3년 후 부터는 현지 학생들에게도 개방을 할 계획이다. 태권도 학과라고 하지만 보다 체계적인 지도자 양성 역시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이 학과에 입학한 학생들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스포츠 경영학, 생리학 등을 공부하게 된다.
빅토리아 대학이 자랑하는 ISEP 프로그램은 국제적인 엘리트 스포츠와 지식 교육을 통해 교육과 운동이 조화를 이루며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며 결국 스포츠 성과와 더불어 불투명한 미래가 아닌 보장 받은 스포츠 미래로 개인의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학교 측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한국 태권도 뿐 아니라 세계 스포츠 선수들의 다양한 예를 볼 때 공통적인 문제 중 하나가 은퇴 뒤의 불투명한 생활 보장 그리고 혹시 부상 등으로 따르게 되는 선수 생명의 단축 등이 있었다.
또 한 가지 운동에 매진해 성과를 올리다 보니 발전 폭이 좁고 엄청난 경쟁에 시달려야 하는 폐단도 생길 수밖에 없었던 것. 이것이 바로 수만 수십만의 운동선수들로는 개개인의 손실이고 나아가 세계 스포츠 산업의 손실이 될 수밖에 없었다.
빅토리아 대학에서는 이런 점을 감안하여 선수들이 충분히 즐기면서 운동을 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관련 학과를 공부함으로써 미래 선택 영역을 넓히고 또한 자신조차 미처 몰랐던 다른 재능까지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6월 18일 Moonee Valley 경마장 홀에서 열린 호주 태권도 시범 경기의 밤 행사에 특별 출연해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던 빅토리아 대 태권도 학과 학생들은, 모두 숨길 수 없는 밝은 표정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공부'와 '운동'에 대한 포부로 들떠있다.
"재밌어요" "우리 사진 잘 찍어 주세요" 한 마디 한 마디, 자신있게 소리치며 까르르 웃기도 잘 하는 '젊은 그들'은, 그러나 코치들과 주장들이 '자, 똑바로' '인사 드립시다' 별로 큰 소리도 아닌 지시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절도있는 모습으로 '의젓함'까지 함께 보여주기도 했다.
"종주국인 한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며 이제 시작하는 이 학과를 잘 정립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제 이 땅에 함께 하는 한국인으로서, 우리 태권도를 필요로 하는 행사에는 망설임 없이 달려가 도움을 드리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 일 네 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이런 것이 '한국인'으로 함께 하는 긍지이고 정이라고 믿으니까요."
스탭진들은 먼저 그렇게 협조 약속을 해 준다. 늦은 시간, 여전히 다시 '펄펄 날으며' 연습에 매진하는 그들에게서 또 한 번 한국인, 우리라서 좋다는 힘을 얻으며 아쉬운 헤어짐의 인사를 나눴다.
우리 역시 따뜻한 관심으로 이들을 지켜 보는 것, 그게 바로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나선 초겨울의 멜번. 그들의 넘치는 열기를 함께 했던 때문인가. 춥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