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스턴 처칠
시가와 절대 떨어져서 이야기할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처칠이다. 잠잘 때만 빼고 언제나 시가를 물고 있던 그는 그만큼 유명한 일화를 가장 많이 남기기도 했다. 처칠은 시가가 항상 옆에 있어야 안심을 했는데 2차 세계대전 중에는 혹시도 모를 독일 U보트의 공격으로 시가 수입로가 봉쇄 될 까봐 매년 5천 개의 시가를 한 번에 구해놓기도 했다. 또 처음으로 고공 비행기를 타게 됐을 때는 비행 중에도 시가를 피울 수 있도록 비행복과 마스크를 특별 주문할 정도였다. 그러나 시가 때문에 곤란을 겪은 적도 있다. 1945년 선거 때는 당시 전후의 어려운 경제 사정 때문에 일반 시민은 담배 배급을 받고 있는데도 처칠은 비싼 쿠바 시가를 피운다며 노동당이 그를 맹공격했던 것이다. 또 1947년에는 처칠이 노동당 위원들을 공격한 죄로 2년간 시가를 피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노동당 위원이 주장해 의회 투표까지 가는 해프닝을 벌였다. 그러나 노동당 의원들이 과반수 이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칠이 시가를 빼앗기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名煙名言 '몬티'라는 애칭으로 더욱 잘 알려진 몽고메리 자작이 하루는 다음과 같이 뽐냈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시가도 피지 않으며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그래서 나는 100%의 건강을 유지한다.'
자작의 이 잘난체를 묵과할 수 없었던 처칠, 맞받아친다. '나는 술을 아주 많이 마신다. 잠도 거의 자지 않으며 쉬지 않고 시가를 피운다. 그래서 나는 200%의 건강을 유지한다!' 그리고 그는 90세까지 장수했다.
존 F. 케네디
존 F.케네디가 특히 쿠바산 시가를 좋아했다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60년대 초반 쿠바의 소련 미사일 도입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한 끝에 쿠바에 경제 강화봉쇄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야말로 가장 열렬한 시가 애호가였다. 부친이었던 조 케네디의 도움으로 일찍부터 시가의 향을 즐길 수 있었던 그는 공식 석상에서나 사석에서 언제나 시가를 즐겨 피던 대통령이었다.
名煙名言 1961년 어는 날, 케네디 대통령은 비서인 피에르 샐링거를 급히 집무실로 호출한 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난 아주 많은 시가가 필요하네."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각하?"
"한 천 개정도. 내일 아침까지 시가가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서 구할 수 있는 대로 구해오게."
샐링거는 바로 나가 닥치는 대로 시가를 구해 다음 날 아침 백악관으로 출근했다. 다시 대통령으로부터 그를 찾는 긴급 호출이 있었다.
"어젯밤 얼마나 구했나?"
"각하, 아주 많이 구했습니다. 무려 만 천 개입니다."
그러자 케네디는 책상 서랍을 열더니 서류 한 장을 꺼내들었다.
"좋아, 충분한 시가를 구했으니 한 동안은 괜찮겠군. 이제 여기에 사인해도 되겠구만!"
그 서류는 쿠바 경제강화 봉쇄 정책에 관한 공문이었다.
프란츠 리스트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도 시가에 관한 여러 일화를 남긴 인물이다. 공연 때문에 여행을 오랫동안 해야 했던 그는 삼나무 상자에 시가를 가득 넣고 다녔다. 리스트는 노년에 수도원에 들어가 여생을 보냈는데, 당시 수도원은 흡연을 금지하고 있었다. 이를 참을 수 없었던 리스트는 수도원장에게 시가를 피게 해달라는 간청을 했지만 거절되자 교황을 찾아가 직접 부탁을 했고, 다행히 교황은 이를 허락한다. 속세에서 느끼는 기쁨이 천상의 기쁨으로 승화 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나…
名煙名言 "좋은 쿠바 시가는 이 세상의 야비함을 차단시켜주는 문이다."
새커리와 디킨스
영국의 대표적인 문호인 윌리엄 메이커피스 새커리와 찰스 디킨스는 절친한 친구사이이자 시가 애호가엿다. 특히 새커리는 시가가 없으면 글을 쓰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시가 광이었고, 디킨스 역시 시가를 좋아했지만 새커리 만큼 열렬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1897년 출시된 시가에 붙여진 이름은 새커리의 작품 <허영>이 아닌, 디킨스의 작품인 <피크위크 페이퍼스>의 주인공 이름인 "The Pickwick"이어서 후세에는 세커리보다 디킨스가 더욱 시가 광인 것으로 잘못 알려 지기도 했다.
名煙名言 사회의 어두운 뒷면에 관심이 많았던 디킨스가 하루는 한 병원을 찾았다. 그곳에서 귀머거리에 벙어리인 젊은 청년을 만났는데, 그는 무척 시가를 픽 싶어해서 디킨스는 자기 시가를 주며 가까스로 대화를 유도할 수 있었다. 그는 떠날 때 그 환자를 위해 써달라며 얼마간의 돈을 맡겨 두었다. 그 후 병원 관리인이 그 환자에게 디킨스가 와서 돈을 맡겼다는 사실을 인지시키려 했지만 그 환자는 디킨스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디킨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런, 차라리 시가 한 대만 주고 말 것을! 그랬다면 확실히 날 기억했을 텐데."
마크 트웨인
<톰 소여의 모험>의 작가인 마크 트웨인 역시 자신의 이름을 딴 시가가 있을 정도로 공인된 애연가였다. '마크 트웨인'이라는 시가 라벨에는 정면에 그의 얼굴이 그려져 있고 소설 속의 톰과 허클베리 핀이 그 옆에 각각 서있다. 트웨인은 하루에 평균 20대의 시가를 피웠는데 집필 시에는 5시간 동안 약 15대를 피웠으며 어떨 때는 그 이상을 피운다고 늘 자랑을 했던 골수 시가 맨이었다.
名煙名言 마크 트웨인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시가를 피웠다. 그 자신은 그 사실에 대해 별 걱정을 하지 않았지만 주위 동료와 가족들은 건강이 나빠질 까봐 늘 걱정이었다. 그러면 그는 늘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난 아주 적당히 시가를 피우고 있네. 한 번에 한 대밖에 피우지 않으니 말이네."
지그문트 프로이트
정신과 의사였던 프로이트 역시 시가 애호가 중 첫손 꼽히는 인물이다. 정신 분석학이라는 새로운 이론을 주창했던 그는 늘 시가와 함께 정신분석 연구를 했다. 동료들과 함께 이론을 정립하고 발전시킬 때 그의 연구실은 언제나 시가 연기호 가득해 저 속에서 사람이 과연 살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25세부터 시가를 피웠던 그는 시가를 피우므로써 자신의 능력을 더욱 증진시켰고, 자기 조절도 가능했다며 시가의 정신학적 효과를 주장했던 인물이다.
名煙名言 대단산 시가 애찬론자였던 프로이트는 그를 증명이라도 하듯 많은 명언을 남겼다. 그의 부인과 결혼하기 전 프로이트는 다음과 같은 로맨틱한(?) 연애(?) 편지를 썼다. "흡연은 키스할 대상이 없을 때 꼭 필요한 것이라오."
그리고 할리우드!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시가는 너무나도 완벽한 소품이었다. 많은 영화배우들과 감독들이 시가를 피웠는데, 오손 웰스, 알프레드 히치콕,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로저 무어, 빌 코스비, 피어스 브로스넌, 로버트 듀발, 로버트 드니로 등등.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재치있는 인물들이 많은 연예계인 만큼 그들이 남긴 재치있는 시가 예찬론도 많다.
名煙名言 "시가 피우는 주인공이나 악당들을 내 영화에 많이 등장시키는 건 내가 촬영장에서 마음대로 시가를 피우기 위함이지."-오손 웰스 (시나리오 작가, 영화 감독)
"내가 주치의의 충고를 받아들여 시가를 끊었다면 아마도 난 그 사람 장례식에 가지도 못하고 명을 달했을걸." - 조지 번스 (코미디언)
"담배를 피우는 건 나쁜 버릇이야. 그 나쁜 버릇을 고치려면 좋은 버릇을 키워야해. 바로 시가를 피우라고." - 잭 니콜슨 (영화배우)
세 남자와 시가
- 그 짗궃고도 각별한 애정
- 솔직히 보다 상류스러운 품위를 기대했었다. 작지만 힘이 느껴지는 대부의 모습이나 그도 아니면 '스팅'에서의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풍기던 매력이라도…
- 그래서 계획했던 모략 …흑백의 필름과 중후하게 떨어지는 블랙 벨벳의 배경, 턱시도등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들을 담아내 프레임은 너무나도 장난스런 짓궃음…그러나 어쩌랴…단 한 순간도 시가를 버리고는 살 수 없다는 이들을… 그 사랑을.
첫 만남, 대개의 남자들이 초면인 자리에서 보이는 머쓱한 행동 중에는 담배를 건네며 넌지시 의향을 묻는 것을 볼 수 있다. 간단한 인사가 끝났음에도 아음 이야기 거리를 찾지 못할 때, 담배는 조악하나마 그 어색함의 방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만큼은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올려진 시가가 아니다. 담배처럼 그렇게 손쉽게 권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애당초 이 날은 시가를 이야기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래서 초대된 세 명의 VIP. 그들 역시 시가를 보고 당황해 하는 촌부는 아니어야 했다. 국내에 시가를 수입 공급하고 있는 Pierre사의 피에르 코헨 아크닌과 코헨이 구해온 시가를 어디에선가 기쁘게 사고 피울 수 있는 겁 없는 샐러리맨, 도세훈(고에텍스 마케팅부). 그리고 이 두 남자의 중간쯤에서 둘 모두를 만나고 있는 레스토랑 시안의 젊은 주인 이상민. 그들의 만남은 서로의 통성명과 함께 시가를 고르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들 중에도 가장 많은 시가를 가졌음이 분명한 피에르 코헨이 그의 휴미도를 통째 들고 왔다. 나머지 구경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조심스럽게 보물 상자를 열었다. 음…시가 위를 가리키는 손가락들이 몇 번을 반복하며 지나간 다음에서야 세 남자는 각자의 손가락이 멈춘 곳에서부터 한 개피씩의 시가를 꺼내 들었다. 불을 붙여 그 향기를 피우기까지. 마치 무슨 종교 의식을 치르는 듯한 그들의 모습에 나는 대뜸 의문을 제기했다.
"이렇게 조심스러운 손놀림에서 얻을 수 있는 야릇함이 무엇인지 아세요? 여성들이 외출 준비를 막 끝냈을 때,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거울을 보며 최종 선택을 하는 단계가 있죠. 그날의 분위기나 기분에 가장 어울릴만한 향수를 고르는 것. 아주 잠깐의 고민이지만 외출이 즐거운 이들에게는 그 짧은 순간이 곧 행복일 겁니다. 더욱이 고심한 끝에 선택한 향수가 스스로 흡족하다면 그보다 기분 좋은 일도 없죠."
그래서 그들은 시가를 가볍게 여기는 이들을 보면 불쾌해진다. 어쩌다 친구가 하나 달라고 졸라도 그것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절대 순순히 내놓는 법이 없다. 셋 다 담배를 피웠던 경험은 없다. 지금까지도, 담배를 피우는 이들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그러나 시가를 알게 되고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부터 시가를 생각한다. 오늘은 언제 어떤 것을 피울까. 양치질을 하고 면도를 하는 동안에도 머리 속으로는 연신 그날의 스케줄을 체크하고 있다. 언제쯤 그 시간을 낼 수 있을지. 집을 나서기 전까지는 이미 결정을 내려야 한다. 만일 20분 정도 밖에 시간이 나지 않는 날이라면 조금은 강한 향의 짧은 시가를 챙겨 넣는다. 이들의 끽연량은 대개 식사 후 하루에 한 두 개피 정도다. 하지만 피에르의 경우 거기에 아침 시가가 덧붙여진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직 아무 것도 맛보지 않은, 그 상쾌한 입안 가득히 시가 향을 빨아들이는 것이다.
간혹 주위에서 진심으로 그들의 건간을 걱정하며 말리는 이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이들은 오히려 그 나약한 친구를 안심시키는 쪽이다. 시가를 생각하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들에게 그것이 자신들의 건강을 헤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설령 그것이 맞다해도, 그래서 그들이 생이 앞당겨 진다해도, 그들은 시가를 포기할 수 없다. 그들 중에는 여자보다도 시가를 더 많이 생각하는 이가 있나하면 섹스 다음으로 그것을 좋아하는 이도 있다. 친구들과의 자리에서 함께하는 시가를 좋아하는가 하면 철저히 혼자된 시간에 에스프레소와 함께하는 시가를 손꼽는 이도 있다. 또 한 사람은 아주 추운 겨울산 정상에서 뜨거운 음료와 함께 피웠던 시가를 잊지 못하고 있다.
조금의 지루함도 없이 애살맞게 이어지던 그들의 이야기. 누구라도 그 정겹고 즐거운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시가를 안다는 것은 참으로 부러운 일이 되고 만다.
출처 : 삐에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