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련 「국립대 살리기 전국교수대회」 성명서]
지금, 국립대학을 살려야 합니다.
결국 ‘사람’입니다. 지난 수십년 동안 돈과 성장, 효율과 경쟁을 좇으며 내달려온 대한민국의 우리 모두가 ‘세월호 참사’라는 커다란 희생을 치르면서 다시 한 번 확인한 엄중한 결론입니다. 그래서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생명과 안전, 배려와 공생을 지향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일입니다. ‘제대로 된 나라 만들기’를 위해 국가가 책임지는 공교육을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대한민국의 고등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 국립대학 교수들은, 지성의 전당이어야 하고 인재 양성의 산실이어야 하는 大學의 교수로서 과연 얼마나 제자리를 지켜왔는지 실로 아픈 마음으로 자문하며, ‘국립대학 살리기’를 통한 ‘공교육 바로 세우기’를 위해 아래와 같이 주장하고 호소합니다.
첫째, 국립대학을 국가가 책임져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고등교육 공교육비 총액은 OECD 평균의 70%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게다가 정부의 부담 비중은 20%대에 그쳐 OECD 평균인 60-70%대를 한참 밑돕니다. 1965년에 30%였던 국립대학의 비중은 매년 떨어져 2012년에는 14%까지 추락했습니다. 심지어 국립대학은 그 재정의 상당 부분을 법령의 근거도 없이 기성회비를 받아 메우다가 법원으로부터 반환하라는 판결을 받고서 파산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실정입니다. 한마디로 국가가 고등교육을 내팽겨쳐 온 것입니다. 이래서는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습니다.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한 대폭적이고 구체적인 고등교육 재정 마련이 지금 당장 필요합니다.
둘째, 국립대학을 통해 지역을 살려야 합니다. ‘수도권 일극 집중’이라는 대한민국의 ‘적폐’의 핵심에는 ‘교육의 지역간 불균형’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취직을 하려면 수도권 대학으로 가야 한다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지역에 더 이상 미래는 없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놀랍게도 ‘지방대 육성’을 내세우며 지역 국립대학의 정원을 축소하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한 예산을 무기로 ‘지방대 죽이기’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나아가야 할 방향은 그 반대편에 있습니다. 대다수가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국립대학을 확충하고 적극 지원하는 일이 지금 당장 필요합니다.
셋째, 국립대학의 자치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자치는 대학의 생명입니다. 획일적인 지시로 움직이는 대학은 결코 창조적인 인재를 길러낼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국립대학 교수들의 총장후보자 선정권을 집요하게 침해하고 있습니다.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권한을 막무가내로 말살하려고 합니다. ‘추첨’이 아닌 어떠한 방식도 안 된다며, 학칙과 규정은 물론이고 시행세칙까지 개정해서 보고하라고 채근합니다. 명백하게 잘못된 정부의 정책은 이미 모든 국립대학을 혼란과 파행으로 내몰아 국립대학의 역사를 수십년 후퇴시켜 놓았습니다. 대학의 자치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정부의 불법적인 행동은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넷째, 국립대학에 우수한 교수 인력을 유치해야 합니다. 우수한 교수 없이 우수한 인재가 배출될 수 없습니다. 우수한 교수 인력은 교수의 생명인 명예가 보장될 때 대학을 찾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국립대 교수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상호약탈식 연봉제’라는 제도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각자가 독립적인 전문영역을 가지고 있는 교수들을 획일적인 잣대로 줄 세우겠다고 합니다. 그 잣대를 금과옥조로 삼으며 동료의 연봉을 빼앗아 자신의 연봉을 늘리라고 합니다. 명백하게 잘못된 정부의 정책은 이미 대학의 연구와 교육에 심각한 왜곡을 가져와 국립대학을 퇴보의 나락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우수한 교수 인력을 대학으로 불러들이기는커녕 기존 교수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은 즉각 폐기되어야 합니다.
이에 우리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죽어가고 있는 대한민국 국립대학을 살려내야 한다는 교수들의 간절한 뜻을 모아 다시 한 번 주장하고 호소합니다.
一. 정부는 국립대학의 설립주체로서 국립대학의 재정을 책임져라.
一. 정부는 국립대학의 확충과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지역 살리기에 나서라.
一. 정부는 국립대학의 자치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총장후보자 선정권 침탈을 즉각 중단하라.
一. 정부는 국립대학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상호약탈식 연봉제’를 즉각 폐기하라.
一. 정부는 교육의 기회균등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기위해 국립대학을 육성하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라.
2014.6.13.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