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곧게 소리 길을 찾아 그 소리를 제대로 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소리 길에 밝으신 스승을 만나 터널같이 긴 어두운 수련과정을 겪으며, 때로는 땀과 눈물, 또 때로는 혹독한 비바람에 시달리며 그 소리를 익혀야 묵은 장 같은 깊은 맛이 우러나는 참 소리를 할 수 있습니다. 세간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큰 스승 김혜란 명창을 만나 비교적 젊은 나이에 묵은 장 같은 깊은 소리를 내는 참 소리꾼, 그가 바로 김보연입니다.
김보연의 이번 신작 앨범 ‘소리꾼의 꿈, 날개를 달다’는 몇 가지 측면에서 꽤 의미 깊은 음반(CD)입니다. 첫 번째는 인간문화재 고 안비취선생님의 뒤를 이은 김혜란 명창의 문하에서 소리의 법통을 제대로 익혀 끊고, 맺고, 잇고, 되새기고, 때로는 숨이 넘어갈듯 소리를 꺾어 애절함을 담아내는 경기소리의 참맛을 제대로 담아냈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연륜이 깊어도 올바른 소리 길을 찾지 못하면 설익은 풋과일 같은 떫은 소리만 하게 되는 것이 소리의 세계입니다. 그러나 김보연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비교적 젊은 나이에 제대로 곰삭은 참 소리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 과정이 결코 녹녹하지 않았음을 알기에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김보연은 소리 끈을 한 번도 놓지 않은 우리 시대의 젊은 참 소리꾼입니다. 부단히 소리에 매달리며 이론적인 공부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은 바지런한 소리꾼입니니다. 그녀가 걸어온 길 위에 남긴 족적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용인대학교 예술대학원 석사, 천안 전국민요경창대회 대상, 전주대사습 차상, 경기국악제 대통령상 수상 경력이 이를 잘 증명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김보연의 이번 신작 앨범이 오디오적으로도 정말 오랜만에 만난 온전한 우리소리 앨범이라는 사실입니다. 기존의 많은 국악 음반(CD)이 가지고 있는 오디오적인 한계 즉, 좁은 음폭 때문에 고음이나 저음이 불안정하거나 깨지는 문제와 저급한 발상으로 급조하여 만든 것 같은 서양관현악 반주의 우리소리 음반(CD)들과는 확실하게 차원이 다른 음반(CD)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소리는 역시 우리악기의 반주로 담아야 제대로 된 맛이 납니다.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으로는 결코 애끓는 우리소리를 받혀줄 수 없습니다. 아쟁, 해금, 피리, 가야금이 아니면 곰삭은 소리를 제대로 받아낼 수 없습니다. 질그릇처럼 투박한, 때로는 깨진 옹기 조각처럼 뚝뚝 끊어진 애달픈 우리네 민초들의 삶이 녹아있는 우리소리는 마른 국수를 자르듯 뚝뚝 끊어지는 장구 장단이 아니면 제대로 담아낼 수 없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김보연의 신작 음반(CD)은 앞으로 우리소리 음반(CD)이 어떻게 제작되어야하는지를 보여준 교과서 같은 음반(CD)입니다.
세 번째는 기존의 경기소리 음반(CD)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귀한 소리를 이번 신작 음반(CD)에 담아냈다는 사실입니다. 충남 태안 노젓는 소리, 경기 고양 산타령, 노로타령, 상사도야, 경북 영풍 상여소리 등 귀한 자료를 소릿골에 담아 우리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젊은 소리꾼들이 잊혀져가는 우리소리에 부단히 관심을 가지고 그 소리를 발굴하여 음반(CD)으로 남기지 않으면 우리들은 그 소리를 영영 잃어버리게 됩니다. 소리를 발굴하고 그 소리를 온전하게 복원하는 일은 힘들고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 곁에 김보연 처럼 묵묵히 노력하는 젊은 참 소리꾼이 있다면 온전하게 우리소리의 맥을 자자손손 이을 수 있지 않을까요?
김보연의 이번 음반(CD)은 인간문화재 고 안비취선생님, 김혜란 명창으로 이어진 뿌리 깊은 경기소리 거목의 계보가 김보연 명창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찰진 음반(CD)입니다.
(이 글은 2011년 8월 15일 우리음악연구회 홈 페이지에 올린 글임)
첫댓글 귀한 자료 올려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민요(民謠)는 말 그대로 민초들의 노래입니다.
따라서 민요에서 절대로 빠져서 안되는 게 바로
민초들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을 보듬고 그들의 한(恨)을 풀어줄 수 있는
깊은 울림의 소리를 낼 수 있어야한다는 것입니다.
젊은 소리꾼들 중 그저 기교와 흉내로 예쁘게만 소리하시는 분은 많지만
민초들의 시름을 달랠 수 있는
제대로 곰삭은 소리를 내시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김보연 선생님께서는 젊은 소리꾼들 중 명창의 계보를 이을 수 있는
몇 되지 않는 귀한 소리를 가지신 분입니다.
늘 노력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며
귀한 소리 잘 익히셔서 곰삭은 소리로 많은 분들의 애환(哀歡)을 달래주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