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작>
휴대폰
삼현여자고등학교 3학년 조인화
“인화야 문자는 어떻게 쓰는 거고?”
“여기서 이거 누르고 이렇게 아니 이거……”
엄지손 더듬거리며 엄마 아빤 씨름 씨름
배울 것도 없는데 그냥 하면 되는데
생각하고 있는데 날아온 문자 두통
‘엄마가 딸을 사랑해’, ‘아바도 사랑해’
스팸문자 사기전화 오는 줄만 알았지
이렇게 마음이 날아올 줄 몰랐어
가끔씩 심장을 조이는 따뜻한 단시조들
<차상작>
휴대폰
삼현여자고등학교 3학년 박예황
꺄르르 터뜨리는 손자의 이야기 속에
쭈그러진 할아비 얼굴 방긋 웃음 지었지만
어느새 자란 아이는 스스로를 닫았다
굳게 다문 입 아래 움직이는 손가락
할아비는 들을 수 없는 네모 속의 이야기
손자는 등을 돌리고 홀로서 자라갔다
조잘조잘 미소 머금은 목소리가 그리워
침침한 눈을 비벼 버튼을 꾸욱꾸욱
답 없는 신호음 따라 마음시린 할아비
딩동댕 소리방울 현란한 색의 향연
작디작은 네모 세상에 갈 수 없는 할아비에게
한 없이 그리워지는 손자의 어린 목소리
<차하작>
휴대폰
진주제일여자고등학교 3학년 김민정
밥상머리 잔소리에 0교시도 엎어져 잤다
― 공부는보허이야우리딸열고하자
지잉-징 작은 진동은 내 마음을 울렸다
목석같은 딸내미가 처음으로 전하는 말
― 화내서 미안해요
진짜로 사랑해
그날 난
좋은 보험에 들었다.
오늘도 열공! 아자!
<차하작>
휴대폰
진주고등학교 2학년 김남익
허리띠, 넥타이, 이름표, 통과
앞으로 열 걸음 왼쪽으로 여섯 걸음
내 자린 다섯 번째 줄 종 친다 앉아라
사시사철 엄동혹한 교실 속 분위기
역동하는 내 청춘은 자유를 외치지만
내 입은 가시나무마냥 부르르 떨뿐이다
매너모드 풀라는 휴대폰의 울음에
얼어붙은 내 입이 드디어 입을 연다
다음엔 분발하겠습니다 시간이 모자라요
<참방작>
휴대폰
삼현여자고등학교 1학년 우수빈
네모난 우체통이 가슴속에 담겨있다
문명의 밝은 햇살 마음을 비쳐오고
일상의 소중한 기억 하나 둘 쌓여간다
시간에 쫓기고 공간에 사로잡혀
녹슬어 버려진 감정의 조각들
따뜻한 체온 속에서 스르르 녹아갔다
귓속을 가득 메운 어머니의 목소리
여린 소녀 눈가를 촉촉이 적시고
틈틈이 간직한 사랑 메시지로 남았다
<참방작>
휴대폰
경남자영고등학교 3학년 백향주
수줍은 마음과 설렘을 담아서
사랑의 소식을 전해주는 우체부
그리운 당신에게로 가는 아름다운 마법의 문
우리의 소중한 기억들을 담고 있는
우리의 슬픔과 아픔을 담고 있는
소중한 우리들만의 특별한 이야기 책
우리의 달콤한 사랑의 속삭임
쌉싸름한 은밀한 우리들의 이야기
당신과 나만이 아는 비밀스런 통로
카페 게시글
진주시조 백일장
제8회 수상작품 올리기 고등부 (2009년 5월 23일 배영초등강당에서 실시)
신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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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2
09.11.0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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