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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신현호 [ 변호사(법률사무소 해울 대표) ] 발행일 2006.1.5 출전 법률신문
제목 의료소송 감정상의 문제점
1. 입증의 곤란성
의료소송이 어려운 것은 입증 때문이다. 인과관계나 과실과 같은 법률적인 문제 뿐 아니라 사실확정조차 쉽지 않다. 인과관계나 과실인정여부는 법원의 전권이지만 의학에 문외한이라는 이유로 의료전문가의 감정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 감정이 객관적이고 공정하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실무상 전문가집단의 일반적 현상인 ‘자기식구 감싸기(침묵의 공모현상)’으로 인해 의사에 대하여 옹호적인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있어 감정의 객관성을 어떻게 확보하는가가 가장 문제된다.
실제 의료소송실무에서는 감정절차 이외에 사실조회촉탁절차(조회의 촉탁절차)도 감정과 같은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는바, 이 글에서도 같이 다루도록 하겠다.
2. 감정 및 사실조회촉탁절차의 실무상 문제
가. 회신기간의 장기화
의료소송이 장기간 진행되는 이유가 바로 진료기록감정이나 사실조회회신이 늦어지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회신문을 작성하는 감정인이나 촉탁기관의 문제 이외에도 촉탁기관 행정기관(주로 원무과직원)의 행정상 실수나 업무과중으로 감정인에게 늦게 촉탁서를 전달하는 바람에 늦게 작성하는 경우도 있고, 회신서 작성 중 해외연수나 사직 등의 이유로 회신문 작성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
나. 회신거부 및 거부회신의 장기화
또 다른 문제로 진료기록감정이나 사실조회를 받은 기관에서 감정을 거부하고 반송하는 경우에도 그 기간이 상당히 길다는 점이다. 반송기관별로도 큰 차이를 보이는 바, 대한의협의 경우 산하단체에 다시 보냈다가 되돌려받는 과정에서 행정적인 처리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 의료감정 계량화의 곤란성 - 의료감정의 편향성, 불공정성 문제
감정 중 비교적 정확성과 객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신체감정도 감정인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고, 부검감정도 사인이 바뀔 수 있을 정도로 의료소송에서의 감정은 그 신빙성에 있어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실제 부검감정서중에는 간에 치명적인 니조랄을 복용후 사망한 만성간염환자에 대하여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하였다고 감정하였으나 후에 사실조회를 통하여 ‘진구성 심근경색’으로 사인을 바꾼 사례도 있다. 대법원 1999. 2. 12.선고 98다10472판결
3. 소송실무에서 감정이 불일치되는 사례
가. 감정결과가 다르게 회신된 사례
(1) 1, 2심의 진료기록감정이 다르게 회신된 예 (서울중앙지법 2001가합80056護/서울고등법원 2003나43157)
분만지체에 의한 주산기 가사 → 사망
■ 감정상의 문제
진료기록감정상 1심과 2심에서 사인에 대해 서로 다른 회신을 하였다.
▶ 1심 사인
문)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사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 이 환아의 경우 호흡성 산증 소견이 없고 오히려 호흡으로 산증을 교정하는 소견이 있어 가사로 인한 대사성 산증과는 맞지 않습니다. 특히 anion gap 33.3으로 상당히 증가된 소견은 가사 이외의 다른 원인 병변이 존재함을 시사하는 소견입니다.
▶ 2심 사인
문) 위 신생아가 호전되지 않고 결국 사망에 이른 원인은 무엇인지요
답) 본 환아는 신생아 가사로 인해 대사성 산증과 저산소성 허혈성 뇌증이 있었으며 또한 콩팥 등의 여러 장기에 저산소성 허혈성 손상을 받은 결과로 사망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2) 사실조회와 진료기록감정이 다르게 회신된 예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03가합1709)
전격성 간염에 의한 간부전으로 사망
■ 감정상의 문제
간이식술의 적정시기에 대해 사실조회와 진료기록감정회신상 다른 이견을 보였다.
▶ 사실조회회신
급성 간부전의 경우 간기능 악화로 인한 뇌부종이 진행되면 의식저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이게 되고 일정 정도 이상의 뇌압상승이 초래되면 뇌가 비가역적 손상을 받게 되므로 가능한 조기에 수술을 진행해야 함
▶ 진료기록감정회신
간부전 환자에서 간이식은 저명한 뇌부종이 있기 전에는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3) 신체감정과 진료기록감정이 다르게 회신된 예 (서울남부지법2003가합12490)
외상 후 중이염에 의한 난청
■ 감정상의 문제
난청 원인에 대해 신체감정의와 진료기록감정의는 이견을 보였으나 판결에서는 외상에 의한 난청으로 인용되었다.
▶ 신체감정회신
좌측 내이기능이 선택적으로 소실된 점으로 미루어 난청과 어지러움증은 사고(외상)로 인한 것으로 사료됨
▶ 진료기록감정회신
원인을 알 수 없는 돌발성난청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있다.
(4) 각 과별로 다르게 회신된 예 (1심/ 2심/ 3심 대법원2005도2582)
정맥류수술 및 혈관경화요법 후 구획증후군이 발생한 사건에서 그 유발원인이 정맥류 수술 후 탄력붕대를 잘못감아 구획증후군이 발생하였는지에 관한 문항에 관하여 혈관외과 진료기록감정회신에서는 ‘위 질문처럼 탄력붕대를 잘못 감아 구획증후군이 발생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오히려 환자가 붕대로 인한 통증을 호소하여 느슨하게 해 준 것이 부종을 야기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함’이라고 답한 반면, 정형외과 진료기록감정회신에서는 ‘극심한 통증을 일으킬 다른 원인이 없다면 탄력붕대를 잘못 감아 구획의 압력이 증가한 근육군의 압박감으로 인해 구획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증상으로 추정됩니다’라는 취지로 답하였다.
나. 같은 질문에 대하여 같은 의사가 전혀 다르게 회신한 예 (서울행정법원2004구합24271)
군 복무에 의한 습관성 탈구의 악화로 의병제대하여 국가유공자신청한 사례에 있어 견관절 탈구의 악화(수술할 정도로)된 사실과 군복무와의 인과관계에 대하여 대한의사협회회신과 국내의과대학병원 의사 회신이 다름, 또한 국내의과대학병원의 같은 의사가 세 번 모두 다른 회신을 하였다.
다. 감정의 불공정을 의심케 하는 임의·추가 회신(개인 소견 첨부) 예 (대전지방법원 충주지원 2003가합352)
동맥관개존증에 의한 사망에 대해 진료기록감정의는 ‘진료기록을 검토하면 누구나 쉽게 병사인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구조가 의학적인 사항까지 법률적인 구조를 통해서 판단하는 잘못된 시스템으로 인하여 이런 환자들이 변사처리되고 이로 인하여 사회역량을 불필요한 곳에 소모하는 과정을 겪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하여 사견이 개입된 회신을 하였다.
4. 감정의 불공정성 배제방안
가. 감정시기의 문제
의료소송은 사실확정이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전제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치료시기와 내용, 방법에 대해 환자입장과 의사입장이 첨예하게 다른 경우가 많다. 이때문에 진료기록감정이나 사실조회촉탁은 사실확정이 된 후에 하는 것이 합리적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집중심리제도가 도입되면서 변론준비절차에서 모든 증거방법을 한꺼번에 신청하도록 하고 있어, 쟁점이 정리된 다음에 감정을 신청하게 되면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 상대방으로부터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이라는 공격을 받게 되는 예가 흔하다.
나. 감정사항의 정리
소송실무상 의료전문지식이 부족하거나 쟁점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에는 당사자가 신청한 감정사항을 거의 그대로 채택하는 경우가 있으나, 법원은 진료기록감정신청서가 제출되면 상대방에게 의견을 물어 당사자가 제출한 감정 사항에 구속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정, 가감, 정리 등을 하여 감정사항을 정하여야 한다.
다. 진료기록감정과 사실조회의 분리 시행
진료기록감정과 사실조회가 위와 같이 구별되어야 하는 당위성은 의료소송에서 감정의 주체가 된 의사가 동료의사에 대하여 과실있는 처치를 한 경우에도 이를 지적하기를 주저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고안된 것인데, 소송실무를 보면 이러한 관행이 지켜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그 취지에 따라 두 가지 촉탁을 나누어 시행하는 방식이 정착된다면 감정회신문의 작성 및 송달되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 수 있어 감정의 객관성 제고와 소송기간 단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라. 감정촉탁의 복수화
계량화되었다는 신체감정도 감정의사에 따라 상당한 편차가 있는바, 의학적인 평가나 답변이 계량화될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 법원으로서는 같은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복수 이상의 감정기관에 감정시켜 다양한 의견을 듣고 법적인 평가를 하는 것이 감정의 불신을 희석시킬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 감정인지정
의료소송실무에서는 의사가 허위감정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기에 감정을 거부하기도 하고, 현실적으로도 법원이 의사인 감정인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면서까지 감정을 시키지 아니하므로 법원이 감정인지정을 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 감정촉탁절차를 밟게 된다. 이 경우에 감정을 하는 의사는 감정인선서를 하지 않고, 법원으로부터 사실관계나 감정사항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듣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용의 충실도나 책임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으므로 법원은 감정의 충실성,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서 복수의 감정인에게 감정인선서를 시킨 후 감정하게 하는 방법을 적극 고려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또한, 일부 지방법원의 경우 회신의 신속성을 위해 감정인을 그 지역의 의사나 의료기관으로 제한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데, 거리가 좀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이고 정확한 감정을 할 수 있는 기관이나 의사를 선정하여 감정을 보내는 것이 당사자가 후에 소송의 결과에 쉽게 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바. 감정증인소환절차의 활용
의료인을 감정인으로 지정하는 것도 어려운 현실에서 감정인을 다시 증인으로 소환하여 증언하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렇지만 감정인, 특히 감정촉탁절차에서의 감정서 작성인을 법원이 소환하여 증언을 듣는 것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큰 도움이 된다.
사. 의료판결의 공개와 판례평석
예를 들어 보라매병원판결이 우리나라 의료계의 퇴원관행은 물론 치료프로토콜을 많이 바꾸었을 정도로 의료소송의 판례는 다른 사건의 판례보다 규범적인 성격이 훨씬 강하다. 감정자료의 공정성이나 객관성은 판례평석을 통하여 제3의 의사에 의하여 비판받을 수 있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감정에 대하여 감정인도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감정서를 작성하는 간접적 견제수단이 될 수 있다.
아. 사적(私的) 감정의 지양
의료소송은 전문적이다보니 간혹 당사자가 제출한 자료 이외에 판사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의사(동창, 친인척, 클럽회원 등)에게 개인적으로 문의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경우가 있다. 같은 사실관계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판사가 개인적으로 감정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자. 조정위원의 사실상 감정영향의 배제
의료조정위원의 의견은 사실상 감정결과와 같은 영향을 법원에 대하여 미치기도 하는데, 이러한 경우 당사자 입장에서는 조정위원의 공개된 의견을 알 수 없어 반론의 기회를 사실상 박탈하게 됨으로써 법원의 심증형성이 배제되는 부작용이 있다. 따라서 조정위원의 조정결과는 소송법원칙에 따라 하나의 분쟁해결과정에 그쳐야 할 것이다.
차. 의사배상책임제도의 확대정착
의사배상책임제도는 감정인에게 ‘나의 감정으로 인하여 동료의사가 큰 손해를 부담할 수 있다’는 심리적 부담을 줄여주어 보다 공정한 감정을 할 수 있게 한다. 이때 영업용 자동차보험과 같이 보험료를 사회전체가 부담하게 하면 그 부담은 더 줄일 수 있다.
5. 마치며
의료소송과 같은 전문가소송에서 의학에 문외한인 판사에게 전문가성을 요구하게 되면 「근본적으로 편향을 가지는」 감정에 의존하게 되어 판결 역시 편향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너무 전문화되면 조금만 차원을 달리해도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전문화 못지않게 정보를 조직화하고 타자와의 공통분모를 넓혀가는 노력이 절실하다.
대법원 대법원 1999. 9. 3. 선고 99다10479
이 ‘의료사고의 경우에 있어서는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의료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입증을 하지 아니하는 이상, 의료상 과실과 그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는다.’고 한 대원칙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자료제공 : 法律新聞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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