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어머니 생신 날 아침 제가 미역국을 끓였었지요.
소고기를 참기름에 달달 볶다가 미역을 넣고 간장을 찿으니
친정어머니는 사기 그릇에 담아 놓은 간장을 주시더라구요.
그 간장을 조금 넣고 더 볶다가 그냥 생수를 붓고
팔팔 끓이다 다시 중불에서 은근히 끓인 후
마지막에 마늘만 넣고 간장으로 간만 맞추었는데
미역국이 그렇게 맛있더라는 겁니다.
가뜩이나 미역국 좋아하는 저 정말 정신 못차리게 먹었습니다. ^^*
그리고 그 간장으로 시금치를 무쳤는데 정말 기가 막히더라구요.
참기름 마늘 통깨 그 간장이 전부인데 너무 맛있는 거예요.
그래서 간장을 한 번 찍어 먹어봤는데
달콤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며 짭짜롬해도 맛있더라구요.
그냥 조선간장이 아닌듯 하여 제가 물었답니다.
"엄마 이게 무슨 간장이예요?"
"액젓이다~."
"저도 액젓 먹지만 액젓 같지 않은데요?"
"한가지 젓갈만 끓인게 아니제~ 조기젓 멸치젓 갈치젓을 섞어 끓이고 그 액젓에
밴댕이 말린것 넣고 한 번 더 끓여 받힌거제~."
음~역시!
어쩐지 맛이 틀리더라니!
말은 이렇게 쉽게 하시지만 몇 번이고 끓이고 달이고 했을게 분명합니다.
양심상 달라는 말은 못하겠고
일산 올라가면 적어도 두 가지 젓갈은 내게도 있으니
나도 만들고 말리라! 마음 먹었다지요.
하긴 그 젓갈도 친정어머니가 담가 보내주신거랍니다.
그냥 한가지 젓갈만 달랑 끓인 액젓하고
몇가지 젓갈을 끓여 달인데다 밴댕이 말린것까지 넣어 달였으니
그 맛이 깊고 오묘할 수 밖에요.
다 따라하진 않았어도 대충 흉내는 내기로 하고
엊그제부터 젓갈 달이기 돌입했습니다.
황석어 젓갈의 일부이지요.
살(몸통)은 발라서 무쳐 먹었는지라 다듬어 놓은 머리만 있네요.
미리 끓여서 받혀놓은 멸치액젓을(다시 끓일거라 말가랗게 안받혔다지요.)
황석어젓갈과 함께 섞어서 끓입니다.
작년 가을 부터 모아두었던거라 양이 제법 되네요.
팔팔 끓을때 다시 가스 불을 조절하여 더 끓여주는데
나중에는 가시만 남게 됩니다.
뚜껑을 반만 열고 계속 끓여줍니다.
이 때 나는 구수한 젓갈냄새에 온 집안이 난리가 아닙니다.
어렸을때는 이 냄새가 정말 싫었어요.
허구 헌 날 친정 어머니는 달이고 끓이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이리도 그립고 좋습니다.
한소큼 김이 나간 젓갈을 소쿠리 위에 면보를 깔고 받히기 시작합니다.
그럼 말가라니한 맛있는 액젓이 나온다지요.
다 받혀진 찌꺼기 입니다.
마음 같아선 한 번 더 끓이고 싶은데 그냥 버렸습니다.
계속 걸러냈더니 이렇게 양이 많아졌어요.
큰 젓갈통에 가득 담아놓고 김치 담글때 양념으로 쓰고
요것은 주방에 두고 나물 무칠때나 미역국 끓일때 간 맞출 양념으로 쓸겁니다.
그릇에 담아 놓으니 더 말가랗네요.
맛있어서 자꾸 찍어 먹게 되네요.
비록 갈치젓하고 밴댕이 말린것은 빠졌지만
역시 한가지만 끓인 액젓 맛하고 확실히 다릅니다.
앞으로 나물이나 국이 더 맛날거 같으니 어쩌면 좋아요~
꼬랑지글
젓갈을 끓이면 그 뒷정리 하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끈적거리죠. 찌거기도 장난이 아니죠.
수세미는 한 번 쓰고는 정말 못쓸정도로
이것 저것 많이 묻어납니다.
물론 키친타올로 일일이 닦아내고 그릇을 씻어내지만
비린내가 한 동안 나기도 하지요.
뭐하나 쉽게 얻어지는게 없지만
그래도 한 번 고생하고 나면 이렇게 맛있는
액젓을 보고 있노라면 든든하다는 겁니다.
나물 무칠때도 손쉽고 각종 국 끓일때도
육수니 뭐니 궂이 따로 국물을 안내도 맛있다는 겁니다.
혹시 집에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님이 담가서 보내주신 젓갈 있으신가요?
조금씩 한데 섞어 물은 조금만 붓고
맛난 양념액젓 한 번 만들어 보세요.
첫댓글 마마님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전통 우리 먹거리 대가이신 마마님 솜씨 과연 놀랄만 합니다
글 읽으면서 침만 꼴깍꼴깍... 우리 마님은 언제 이런 요리기술을 익혀서 나의 입을 즐겁게 해줄가나.... ^_^ 조흔 글과 그림 감사합니다.
구수한 젓갈냄새(꼬리꼬리할수도 있구) ㅋ가 코끗에 와 닿는 느낌이 듭니다. 마마님의 맛깔스런 설명때문에 팍팍 가슴에 와 닿습니다. ^^:
경빈마마가 드디어 황골농장까지 납시다니.. 바쁘신줄 알지만 자주 납시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