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 글짓기대회는 응모작이 일만 편이 넘는 대회로 학생들의 참가 열기가 매우 높다. 이번 호에서는 발명 글짓기대회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기 위한 발명 글쓰기의 요령을 함께 알아보도록 한다. 글짓기대회의 참가방법부터 발명 글짓기의 특성 등 꿈을 실현시키는 발명 글쓰기의 세계로 안내한다. 임길영/전북 이리동중학교 교사 |
올해로 23회째를 맞는 한국발명진흥회 주관의 전국 초.중학생 발명글짓기 .만화현상모집은 발명에 관한 유일한 글짓기대회로 명실상부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75년 시작할 당시만 해도 홍보가 되지 않아 응모작이 미미했지만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천편을 넘기 시작하였다. ’96년에 4,360편으로 증가하였고 ’98년에는 10,300편이라는 사상 초유의 응모수를 기록한 바 있어 본 대회에 대한 열기가 대단함을 입증해 주었다. 이는 ’97년부터 전국 시·도에 발명공작실을 확대 실시하고 각 시·도에서는 연간 3,000여명씩 학생들에게 발명교육을 실시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여러 번 소개하였지만 한국발명진흥회에서 주관하는 대회는 풍성한 장학금을 비롯하여 영구 보존되는 메달과 상장이 주어지고 입상자에게 2박 3일 간의 국내 여행을 보내 주는 등 다른 대회보다 학생과 지도교사에게 충분히 보상을 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매년 여름방학 동안 작품을 쓰고 9월말에 마감을 하였는데 올해부터는 7월 15일로 당겨져서 모두들 당황해 하고 있다. 조금만 미리 광고를 했더라면 이 원고가 미리 실려 다소나마 도움을 줄 수 있었으리라 예상된다. 아쉽지만 내년을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발명 글짓기에 대한 지도 방법을 소개한다. |
글짓기대회에 참가하려면 첫 번째, 개최요강을 숙독해야 한다 모든 대회는 개최하는 목적이 있다. 응모자는 작품을 구상하기 전에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 대회의 개최 요강이다. 무엇을 심어 주기 위하여 대회를 개최하는지 요강을 꼼꼼하게 읽어 핵심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본 대회는 ‘학생시절부터 발명에 관심을 가지고 발명을 생활화하게 함으로써 21세기 지식정보사회의 주역이 될 세계적인 발명가를 길러 낼 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실현이 되지 않아도 발명의 꿈을 나타내면 된다. 두 번째, 심사기준에 맞추어라 대회가 끝나면 수상 작품집이 발간된다. 대개의 경우 여기에는 심사평이 실려 있다. 출품자가 아무리 잘 썼다고 생각하여도 심사위원들이 생각하는 관점과 어긋나 있을 경우에는 좋은 상을 기대할 수 없다. 심사는 인간이 하며 심사위원 각자가 가진 심사의 척도가 있기 때문이다. 수상 작품집에 실린 심사평에는 심사기준이 제시되어 있다. 제22회(1998년)의 심사평에는 ‘출품한 학생의 상상력, 창의력, 사고력과 발명품에 대한 실용성 문제까지 생각하며 우열을 가렸다’라는 기준이 제시되어 있다. 이어서 대상 작품에 대한 심사기준 적용 사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초등 글짓기 대상으로 뽑힌 김세미 어린이의 「발판 자동 샤워기」는 샤워할 때 쓸 데 없이 물을 낭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생각으로 초등학생답게 고안한 발명 설계의 글이었다. 차분하게 써 내려간 글과 끝에 붙인 자신의 설계도가 설득력을 가져 좋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중등 글짓기 대상으로 뽑힌 손채익 군의 ‘나의 발명’은 「쓰기 편리한 압정」에 대한 아이디어가 훌륭하였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용도가 높다고 생각되었다. 이 학생은 학교 생활을 하면서 게시판에 수도 없이 붙였다 떼었다 하는 게시물에 쓰이는 압정을 사용할 때 불편했던 체험을 바탕으로 이와 같은 창의력을 창출해 낸 것이다. 작은 물품이지만 훌륭한 생각을 담고 있었다. 이와 같이 심사위원들이 보는 관점에 따라 작품의 순위는 결정되므로 심사기준에 맞는 글을 써야 한다. 셋째, 원고지법을 갖추어야 한다 글짓기의 기본은 어휘 구사력과 문장 구성력에 있다. 수없이 많은 단어나 토씨들을 골라 나열하여 자신의 생각을 보다 명확하고 감동을 줄 수 있도록 구성하는 일이다. 그런데 원고지에 쓰려면 일정한 규칙이 있다. 과학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은 과학적 사고력은 발달하였으나 언어적인 능력은 국어 선생님을 능가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모든 학생들에게 어려운 원고지 사용법이나 띄어쓰기를 국어 선생님들이 완벽하게 지도하지도 못한다. 따라서 작품의 아이디어는 학생이 찾아내고 과학적인 줄거리 구성은 과학선생님이 잡아 준 다음 문장력이나 원고지 사용법 등은 국어 선생님의 협조를 받아야 좋은 작품이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 원고지법이다. 전국대회의 심사위원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문학의 대가이다. 글쓰기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원고지법 자체가 틀렸다면 아예 읽어 보려고 하지도 않고 심사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가 있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글씨도 깨끗하게 써야 한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라든지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과 같이 글씨를 깨끗하게 잘 쓴 작품에 높은 점수를 주기 마련이다. 요즘에는 컴퓨터로 출력을 하여 맞춤법이나 원고지 사용법이 자동으로 교정되기도 하지만 믿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연필이나 볼펜으로 쓴 글과 컴퓨터로 출력한 글은 읽는 사람에게 주는 친근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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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 글짓기는 어떤 특징이 있나 발명 글짓기는 문학작품은 아니지만 문학성이 배제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과학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지녀야 하는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어렵다. 필자가 읽은 작품 중 파브르의 곤충기는 가장 위대한 과학논문이며 문학작품이다. 파브르는 섬세한 관찰력으로 한 편의 서정시를 방불케 하는 필치로 전20권을 썼다. 반면에 아인슈타인이나 뉴턴의 글은 감동을 줄 수 있는 글귀가 단 한 구절도 없고 관련 과학자가 아니면 누구도 읽으려 하지 않는다. 첫째, 발명의 요소가 핵심이다 무엇을 발명했는가,라는 결론이 중요하다. 발명하려는 마음을 심어 주는 것이 목적이지만 발명해서 좋은 발명품을 만들었다면 더 높이 평가받지 않겠는가! 평소 발명하는 생활을 했다면 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발명품을 만들면서 실패와 성공을 반복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국어시간에 글짓기를 잘하는 학생에게 발명글짓기를 써 보라고 한다. 글감을 찾지 못하고 허공에 뜬 발명의 상상을 어렴풋이 쓰게 된다. 몸으로 체험하지 못한 글이 감동을 줄 수 없고 좋은 작품이 될 수 없다. 반드시 글쓰는 재주가 없더라도 발명품을 만들어 본 학생에게 발명의 과정을 적어 보도록 한 다음 수정해야 감동을 줄 수 있다. 둘째, 동기가 중요하다 첫 인상은 영원히 기억으로 남는다. 발명의 동기가 절실한 필요나 엉뚱한 실수에서 시작되어야 읽는 사람은 호기심을 가지고 접하게 된다. 특히 학생 작품은 학생다운 실수나 아름다운 동기가 있어야 한다. 앞에서 소개한 「쓰기 편한 압정」의 동기는 게시판에 박았던 압정이 교실바닥에 떨어져 떨어진 압정을 밟아 굉장히 아팠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흔한 일이면서도 개선되지 않았으니 다음의 내용이 궁금하게 여겨진다. 과연 어떻게 압정을 고안하여 밟아도 침에 찔리지 않게 했을까? 동기가 강력할수록 성취욕은 커진다. 동기를 찾는 소재는 직접 경험이 소중하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장님에게 길을 인도하는 지팡이나 할아버지, 할머니가 앉기 편리한 의자 등과 같이 장애인이나 환자에 대한 배려나 노인과 웃어른을 모시기 위한 효심이 담긴 내용은 인성교육의 차원에서도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에 높이 평가 받는다. 그러나 컴퓨터 게임을 할 때 필요해서라든지, 인터넷을 하면서 불편한 점을 생각하여 발명했다면 흥미가 없어진다. 우선 심사위원들은 나이가 사십이나 오십 정도이기 때문에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쉽게 접할 수 없어 자신있게 추천할 수 없으므로 제외시켜야 한다. 꼭 써야 한다면 아주 쉽게 풀어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구성해야 한다. 셋째, 끈질긴 노력의 흔적을 보여라 에디슨은 2천번의 실험 끝에 백열전구의 필라멘트를 발명하였다. 발명의 포인트는 집념이다. 요즘 같이 아이들이나 어른들의 행동이 끓는 냄비와 같이 급변하는 시기에 사소한 압정을 발명하겠다고 8번이나 실패를 거듭하면서 만들었다니 심사위원이 아닌 우리들이 보아도 노력상은 주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발명을 하기 위해서는 물건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머리 속으로 생각하거나 그림으로 그려보면서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쓰기 편한 압정」을 발명한 학생은 글로써 나타낸 것이 8번이지 실제는 80번도 넘게 많은 구상을 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순서있게 정리해서 끊임없이 노력한 흔적을 보여야 한다. 서투른 그림이지만 설계도나 모형을 제시하고 사진을 곁들인다면 실감나는 자료가 되므로 플러스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참고로 그림을 그리는데 너무 잘 그리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초등학교 학생들도 컴퓨터로 그림을 잘 그리는 경우가 많아 심사위원은 교사가 그린 것으로 오해하기 쉽고, 필자의 경험으로도 연필로 그려 가며 지웠다가 다시 그리는 것이 편리하고 재미도 있다. 발명 글짓기대회는 입상된 글들을 다른 학생들이 읽어보면서 ‘발명이란 저런 과정을 거치면서 하는 것이구나’하며 배우고, ‘저렇게 쉬운 것이니 나도 할 수 있겠다’하는 자신감 등을 교육할 목적도 있으므로 과정의 소개는 꼭 들어가야 한다. 최소한 다섯 번 이상의 실패를 경험한 내용을 실어야 한다. 넷째, 재미가 있어야 한다 앞에서도 소개했지만 파브르의 곤충기는 누가 읽어도 재미가 있다. 지금까지 각종 학생발명품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비롯한 최우수상을 받은 학생이 발명 글짓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적이 없다. 물론 그 발명품을 소재로 하여 글을 쓰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내용이 흥미가 없거나 문학성이 부족해서일 것이다. 소설을 허구의 진실이라고 한다. 그럴 듯한 이야기를 꾸며낸 소설이나 연속극을 사람들은 가슴 조이며 읽고 본다. 발명 글짓기도 그럴 듯한 동기를 만들거나 발명 과정에 부모님과 가족들 또는 이웃과의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를 첨가해야 재미가 있다. 풍부한 상상력을 길러 주는 것이 창작활동이다. 발명 글짓기도 일종의 창작활동이므로 문학작품 구성의 단계인 기승전결(起承轉結)이 있어야 하고 클라이맥스를 멋지게 넘어갈 때 감동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과학적 원리를 도입해야 한다 국어선생님이 지도한 발명 글짓기는 문장은 아름다워도 뭔가 빠진 느낌이 든다. 이유는 과학의 원리를 모르기 때문에 글 속에 과학을 접목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글은 마치 김빠진 맥주나 데워진 사이다와 같다. 「쓰기 편한 압정」의 발명에서 클라이맥스는 무게중심이다. 압정이 바닥에 떨어지면 왜 침은 하늘을 향하여 눕게 되는가? 답은 무게중심이 머리부분에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머리를 가볍게 하고 침을 무겁게 한다면 침은 언제나 아래쪽을 향하여 눕게 되고 밟아도 발에 찔릴 염려가 없다. 이런 원리를 찾아내기 전에는 엉뚱하게도 침이 안 빠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여 여러 궁리를 하였다. ‘침을 나사못으로 조이면 빠지지 않겠지’, ‘침을 두 개 붙이면 되겠지’하며 궁리하다가 드디어는 압정의 머리부분이 무겁다는 근본 원리를 깨닫고 머리부분을 가볍게 하여 성공했다는 포인트가 있다. 과학의 원리를 모르면 발명은 쉽지 않다. 물론 우연의 발명도 있지만 그 발명자에게 과학적 지식이 없다면 그냥 지나쳐 버리고 말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페니실린을 발명한 플레밍의 행운을 들고 있지만 플레밍은 수십 년간 그 연구실에서 곰팡이만을 연구하였고, 6주 간의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 배양접시에 일어난 변화를 정확하게 발견하였으며 이 발견은 그 동안의 연구 결과로 얻어진 것이다. 결코 발명은 복권에 당첨되는 것과는 다르다. |
꿈의 실현은 발명 이집트 피라미드의 어느 방 안에는 아폴로 우주선의 조종실과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책을 본 적이 있다. 인간의 상상을 실현시키는 것이 발명이다. 이런 측면에서 발명 글짓기는 발명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모든 일이 이루지 않으면 안 될 어떤 목적을 두고 할 때는 피곤하고 스트레스도 받지만 부담감이 없다면 얼마나 홀가분한가!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발명 글짓기 지도를 하면서 학생들의 동기를 유발시키기 위하여 대상을 받은 학생에게 50만원의 장학금과 2박 3일 간의 여행이 주어지며, 선생님에게는 특허청장상을 준다는 소개를 하지만 꼭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입상하지 않아도 발명에 대하여 남보다 더 많이 알게 되었고 원고지 사용법이나 맞춤법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과정중심의 공부를 했으니 앞으로 수행평가를 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는 교육적 효과이다. 재삼 강조하지만 대회는 상대적이고, 심사위원의 관점에 따라 입선과 탈락이 결정된다. 먼저 교사부터 수긍하는 태도를 길러야 하고 학생을 긍정적으로 지도해야 한다. 발명 글짓기는 간절한 동기에서 시작하여 실패를 거듭하면서 과학적 원리를 도입하여 최후의 발명품을 완성하고 그 희열을 표현하면 된다. 그 속에 자연과 인간을 사랑하고 정성을 다하는 노력, 효심이나 가족 간의 화합, 친구 간의 우정을 조미료로 넣고 진지한 자세로 연구했다는 흔적이 나타나 있다면 높이 평가받을 것이다. 발명가일수록 아니 발명교육자일수록 문학작품을 많이 읽어야 한다. 과학자로서 우주와 자연을 관조하는 혜안이 있어야 하고, 세계명작을 읽고 한 편의 서정시를 쓸 수 있는 풍부한 인간성을 지닌 선생님이 되기를 기원하며 올 여름방학에도 독서 삼매경에 빠져 더위를 모두 잊고 지내길 바란다. |
’99년 제34회 발명의 날에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하기도 한 임길영 교사는 현재 전북 이리동중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학교발명교육협회전북지부 부회장을 맡아 학생발명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