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골당 혈행기 서
“험한 파도에 웃음을 싣고
물결 따라 덧없이 살아온 삶
한 잔 술에 웃음을 담아
모든 은원 깨끗이 잊고 살리라
산천초목도 따라 웃는 구나
뜬구름 같은 부귀영화 부질 없어라
소슬 바람에 미소 지으며
모든 근심 잊고 살리라
우리네 인생은 아름다운 것
욕심 없이 어우러져 웃고 살리라”
정초회의 영원한 회주 쌍살 박상익
회주가 불상의 사정으로 불참한 가운데, 6월의 서해 태양은 그 뜨거운 민 낯을 태안의 바다와 신진도에
내던지고 있었다.
마치 정초회 무림고수들의 뜨거운
마음의 온도와 같이….
“그대 정초회 고수들이여 이 밤을 찢어버리자. “
대낮부터
시작된 골프대회의 열기가 저녁 와다가 곁들인 주연장 및 당구대회장, 가무장으로 퍼지고 있었다.
낮시간에 벌러진 태안 골든베이
골프장에서의 회합은 서막에 불과할 뿐, 진정한 승부는 저녁 주흥이 끝난 후 당구장에서 이루어 지고 있었다.
어차피 골프나 당구나 짝대기 들고 공을 치는 동일한 운동인 것,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자존감, 정초회 내에서의 순위였다.
전국에 산재한 정초회의 최고수들이 1년에 한번 모여 그 동안 갈고 닦았던 무공을 겨루는 정초 무림대회는 천하의 강호고수들이 참가하기를 학수고대하는 전국 최상의 대회였다.
하지만
순수한 승부와는 별개로 치열한 자리 암투기 벌어지기도 하는 바, 박상익 정초회주의 부재를 탄 문석 대행과
조치원 혈마의 치열한 주도권 쟁탈전이 벌어져 자칫하면 정초영웅들의 균열이 일어날 수도 있는 위험성도 있었다.
이는 그간의
승부에서의 애증이 켜켜히 쌓아 온 갈등이 분출되는 과정이였다.
당구대회는
자칭 메이져라는 남원독검 김승훈, 낭주검 최형주, 대치혈마
조치원으로 구성한 1조와 냉면검 김형호, 독두검 문석, 억불검 노해균으로 하는 2조로 투 트랙으로 진행되었다.
나름의
승부의 세계에서는 잔뼈가 굵은 남원독검, 막수회 킬러로 이름이 쟁쟁한 대치혈마, 막수회의 정신적 지주로 본좌를 자처하는 낭주검의 대결은 정초회 최고수 들의 자존심을 건 한 판 승부였다.
하지만 2조는 막수회의 2인자로 군림하는 냉면검과 일명 문포로 불리우는 만년말좌
독두검, 듣보잡 당구로 메인 무대에서 한번도 기를 써 본 적이 없는 억불검으로 구성된 조로서 냉면검이
몸풀기 위한 유희장이였다.
1조의 승부는 큰 이변이 없는 내용이였다. 천적 혈마를 맞이한 막수지존 낭주검이 주간 골프대회의 부진을 만회하고자 기를
쓰고 온갖 묘수를 썼으나 상대방은 전혀 미동도 하지 않은체 싱거운 게임이 되 버리고 말았다. 남원독검
역시 죽을 힘을 다해 덤벼들었으나 혈마의 초식을 당해낼 수 없었다.
“에이…..”
“지랄…”
두 사람은
외마디 비명을 질러대며 무대를 퇴장해야 했다.
2조 역시 싱거운 승부가 예상됐다.
“억불검 너는 수비만 치중하기 바란다”
“어차피 승부는 나와 냉면검이니 쓸 데 없는 좋은 당구 줘서 판을 흐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간 막수회에서
말좌로 자리한 독두검이 억불검의 과거 무공을 생각하면서 주로 냉면검을 꺽어 이를 천하에 공표할 예정으로 억불검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 오만방자한
태도였다.
하지만
당구장은 태안읍에 있었고 다이는 정교하지 않았다. 공을 길게 늘어지고 예각으로 꺽이는 공은 없었다.
‘이거 시골이라 다이가 정교하지 않네…”
하지만
공은 둥글고 주어진 상황은 동일한 것, 편평한 운동장인데 무엇을 탓하랴.
예상대로
독두와 냉면이 치고 나갔고 중반 이후는 냉면검의 독주가 지속되었다. 독두의 필사적인 저항에도 불구하고
냉면의 리드가 지속되는 상황이였다.
“2년 만에 공을 치니 공이 잘 안 보인다.
가격 좀 내려 주라. 고수님들아!”
“우리의 세계는 평등하여 그런 것 없네”
“칠라믄 치고 아니면 빠지소”
냉정한
대화속에서 억불검의 아우성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허..아주…좀 치네…”
독두와
냉면의 격전 속에 종반전에 억불검이 공을 맟치기 시작하고 있었다.
냉면이
가장 먼저 마무리 가락쿠션에 들어 가고 의외로 억불검이 2등으로 가락쿠션 스테이지로 진입했다.
“어..이게 뭐지 ? “
독두가
약간 당황했지만 아직도 억불검를 우습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독두가 최후에 쌍방울 가락을 아슬아슬 놓차는 순간 억불검의 당구 큣대가 번뜩 빛났다.
천하의
고수들도 가격 잡기 어렵다는 롱다이 3쿠션이 작렬헀다.
“허..억..”
“요것이 뭐여..”
냉면과
독두의 입에서 비명이 튀어 나오고 있었다.
“아..ㅆㄱㅂ..”
순식간에
승부가 결정되고 말았다.
“하 하 하 …. “
“고수님들 잘 쳤네…:
10년만에 밀짚 모자를 쓴 채 밤 그림자처럼 표표히 나타나 독두검과 냉면검의 치명적인 약점인 뒷등짝을 긴 당구대로 찔러 버린 억불검 노해균은
허허한 웃음을 등뒤에 나며 놓은 체 태안 바다 밤 속으로 사라져 가버렸다.
“잘 쳤네…”
………………………………………………………
처절한
당구 승부 후에 마지막 남은 승부처는 숙소에서의 막장 하이로우 밖에 없었다.
하이로우판
옆에서 창밖에서는 초롱초롱한 여름 별들이 태안 골든베이의 밤하늘을 수 놓았고, 이 와중에 중원 무림무대로의
복귀를 구상하고 있는 안암논객 이근환의 고담준론이 그 옆에 자리 잡고 있었다.
고담준론은
억불검 노해균의 피씨 속에서 지속되었고, 미국에서 귀국한 석공거사 노상금과 안암논객 이근환등이 열광적인
감상평을 토해 내고 있었다.
“아 ㅆㄱㅂ… 왜 이리 WiFi가 연결이 잘 안돼…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네. “
화면에는 강호 최고무희들의 예능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가끔 이상한 장면도 섞여 있었다.
호남3취 김태호,윤영남,엄한종은
전날의 홍성역참에서 신진도까지 취생몽사 상태로 무림대회를 술대회로 변경시키면서 처음부터 옆에서 끝까지 응원하고 있었다.
“내년에는 좀 제 정신으로 이야기 좀 해 보세… 운전기사는 어디 갔는가? “
………………………………………………..
대전임변, 통풍거사, 남원독검, 대치혈마, 독두검, 냉면검, 반포상인 7인이 자웅을 겨룬 최후에 하이로우 혈전은 밤을 넘어 새벽까지 지속되었다.
“게평 야기하지 마라. 그 돈이면 남원까지 택시타고 갈란다.
“
역시나
새벽이 되어 승자는 나타나지 않고 패자만 나타난 하이로우 대회는 폐막이 되었고,아무도 승부는 모르는
채 아침 해장을 위해 모두들 신진도로 출발해야 했다.;
“골프, 당구, 카드에서 세번 만세를 부르다니…회비 못낸다.”
그 치욕적인
만세를 하루에 세번이나 부룬 냉면검의 장탄식이 태안을 넘어 서울까지 퍼져 나갔고,골프와 당구에서 아픈
추억을 남긴 채 이별을 아쉬워한 낭주검의 계획이 교통 혼잡으로 행담도에서 수포로 돌아갔다.
골프는
우승했으나 당구에서는 조 혈마에게 한칼 당해 더욱 아쉬운 남원독검의 처연한 뒷 모습을 보인 체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아쉬운 작별이였다.
천하의
진품이라던 해삼내장 ‘와다’가 싸디 싼 스텐 대접에 가득
넘쳐 나온 태안 저녁 해물식당이 정초 무림대회 빛 냈고..
회주대행
독두두검과 바다의 조 혈마의 신경전 끝에 간 신미도 아침 해장의 아귀지리탕은 천하 일미 였네.
골프 끝나고
목욕탕에서 온 털을 다 하얀 색으로 물 들이고 나온 독두검은 내년에는 검은색으로 변색해 오기를 바라며…
이번에도
끝까지 목욕탕에서도 가발을 벗지 않은 통풍거사와 밀집모자로 머리를 위장한 억불검, 다음에는 위장술을
풀기 바라며…
“내년에 또 보세 “
첫댓글 史官 김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