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그 어느 때보다 더 몸서리 쳐지도록 매섭던 올해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이 옴을 알리는 듯 정태수 열사님의 8번째 추모제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열사님을 가까이서 뵙는 시간이 다가옵니다.
저는 열사님을 직접 뵙지는 못했습니다. 열사님께서 돌아가신 뒤 두 해가 지난 2004년에 아마 처음 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운동이 뭔지도 모르고, 열사가 어떤 분인지도 모르던 시절이었습니다. 처음 접한 열사님의 모습은 막 활동을 시작한 저에게 큰 울림이었습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옳은 일임을 알고 많은 후배들에게 그 길로 이끌기 위해 돌아가시는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 하신 열사님을 뵈었습니다.
그렇게 뵙고 난 후에 알았습니다. 열사가 어떤 분인가를, 운동이 어떤 것인가를.... 이동권투쟁을 하며, 정립회관 민주화투쟁을 하며, 장애인청년학교에 참여하며, 그렇게 투쟁의 현장속에서 열사님께서 항상 저의 주위에서 가르쳐 주시고 격려하며 늘 함께하신다는 걸 알았습니다. 또 지금도, 앞으로도 선배님들의 이야기 속에, 투쟁하는 우리들의 보금자리인 천막 속에서, 동료들의 술잔 속에서 늘 함께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저의 활동 속에 열사님의 뜻을 다시 한 번 담아가기 위해 올해 삼일절에도 열사님을 뵈러갑니다.
정태수 열사님의 온화한 미소 속에서, 지난 겨울의 매섭던 날씨만큼이나 차갑게 휘몰아쳤던 장애인운동의 현실 앞에 힘들지만 잘 견뎌주었노라고, 다시 한 번 힘차게 투쟁하자고, 위로와 격려를 들으러갑니다.
아직도 멀기만한 장애해방의 길에 투쟁의 현장을 함께 지켜갈 수 있는 힘을 얻고 마음을 새로이 다잡으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