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공예에 녹아든 장인정신
안성가죽신 반유혜는 시집가는 새아씨 발에 맞춤이다.
안성 기름종이는 시집가는 새아씨의 빗집 만드는데 맞춤이다.
- 1925년 김태영의 『안성기략』중에서
조선 후기 안성장의 번성에 따라 여러 가지 공예문화가 같이 발달을 하였다.
대표적인 것이 백동연죽(담뱃대), 갖신(가죽신, 꽃신), 한지 그리고 안성맞춤으로 대표되는 유기이다.
백동연죽이란 대나무로 된 담뱃대의 잎담배를 담는 부분인 담배통이 백동으로 된 것을 말한다.
연죽은 담배통, 설대, 물부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담배통은 대통, 대꼬바리, 꼬불통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대나무로 만든 것을 통칭 ‘연죽’이라고 하는데 설대가 없거나 짧은 것을 ‘단죽 또는 곰방대’, 긴 것을
‘장죽’이라고 부른다.
안성이 백동연죽으로 유명한 이유는, 백동은 구리에 니켈을 합금한 유기 제조기술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유기 공업이 발달한 안성에서는 가장 어려운 공정인 담배통과 물부리를 직접 만들거나 이웃에
주문을 하여 조달하기가 쉬우므로 백동연죽이 발달할 수가 있었다.
이처럼 발달한 백동연죽도 일제강점기에 전매제가 시행되면서 잎담배를 금지하여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안성은 ‘갖신’으로도 유명한 지방인데, 갖신은 ‘가죽신’의 다른 말이다.
우리나라의 신발은 형태상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화(靴)’라고 하여 지금의 부츠처럼 목이 긴
신발을 말하고, 다른 하나는 목이 없는 신발로 ‘이(履)’라고 한다.
갖신은 가죽을 기름에 절여 제작되어 ‘유혜(油鞋)’라고도 하는데 기름종이로 만든 ‘이’를 ‘반유혜’라고 한다.
안성 갖신이 얼마나 유명한지 ‘안성 가신(갖신) 반저름(반유혜)은 시집가는 새아씨 발에 맞침이다’라는
속요가 생겨나고 ‘꽃신하면 안성 가서 구입하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다.
벽초 홍명희 선생의 소설 『임꺽정전』에 보면 임꺽정의 스승이신 갖바치 스님이 칠장사 주지로
있으면서 갖신을 만들었다고 하니 그 유명세를 짐작할 수 있겠다.
이러한 갖신도 일제강점기 고무신이 들어오고부터 사라지게 되었다.
보개면 기좌리는 옛날부터 한지로 유명한 고장이다.
196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이 마을 주민 대부분이 한지를 만들었으나 지금은 맥이 끊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기좌리에서 한지를 만든 것은 약 400년 정도 된다.
조선 시대 기좌리에서 만든 한지는 일 년에 2000만 장에 달하였으며, 여기서 만든 한지로 달력을
만들어 관상감에 공급을 하였다.
일제강점기에는 100여 가구 이상으로 조직된 한지조합을 구성하여 마분지를 만들었다.
마분지는 원래 중국에서 만든 것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기좌리에서 만들었다.
종이가 얇고 품질이 좋아 전국적으로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한지를 이용하여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었는데 그중에서도 유명한 것은 빗집(머리빗을 넣어두는
통)과 책(방각본), 투전 등이 있다.
그리하여 ‘안성유지(油紙; 기름종이)는 시집가는 새아씨의 빗집(梳入)감에 마침이라’고 하는 속요마저
생겨났다.
조선 시대 민간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간행한 인쇄물을 방각본이라고 하는데 안성은 ‘방각본’의
판각지로도 유명하다.
서울(경판), 전주(완판) 그리고 안성판이 방각본의 전국 3대 판각지로 꼽히는데, 안성판 방각본은 대부분
기좌리에서 만들었다.
기좌리에서는 한지를 생산하였기 때문에 자연히 방각본도 만들었으며, 안성판 방각본은 천자문,
동몽선습, 통감 등 학습 교재부터 춘향전, 홍길동전 같은 한글소설까지 여러 가지가 있다.
안성시 도기동(옛지명 도구머리)은 갓수선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도구머리에서 갓수선을 업으로 삼고 있던 장인들은 그 기술이 뛰어나다고 소문이 나서 한양으로
과거보러 가던 사람들이 해진 갓을 이곳에서 수선을 하였다.
갓을 고칠 때 조그맣게 해진 곳을 크게 구멍을 내어 감쪽같이 수선을 하였는데 이러한 기법을
‘트집’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크게 ‘트집 잡는’ 기법을 적용한 수선은 기술적으로는 좋았으나 수선비와 관련하여
손님들과 다툼이 벌어지곤 하였는데, 도기동 갓수선 장인은 한 푼도 양보 없이 다 받아냈다고 한다.
이로 인하여 조그만 문제를 크게 만드는 일을 ‘트집’잡는다고 하였으며, 대단치 않은 일이라도 트집
잘 잡는 사람을 일러 ‘도구머리 친구’라고 하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다.
- 출처 : 안성맞춤소식에서 따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