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한우본가 대표입니다.
과거 한우는 한국의 농촌에서 달구지를 몰고 쟁기를 끄는 등 농민들을 엄청난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준 농민의 친구였고 최후엔 자식들의 대학등록금이었습니다. 그렇게 불과 30년 전만 하더라도 노동을 많이 한 후 도축된 한우는 육질이 질겨 탕이나 찜 또는 국거리로나 먹을 수 있었습니다. 2011년 ‘뿌리깊은나무'라는 드라마에서 정기준이 세종대왕께 고기를 구워 바치는 장면은 허구입니다.
한편, 어린시절 서부영화를 보면 주로 카우보이들이 소떼와 목장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말을 몰았습니다. 그렇게 목숨을 걸고 길러낸 소가 남아돌자 세계대전으로 몰락한 유럽에 소를 비롯한 무기와 복구물자를 팔아 미국이 부강해졌고, 끝없는 대초원에서 재배되던 옥수수가 남아돌자 소에게 사료로 먹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근육에 지방이 끼인 마블링 고기가 생기고 19세기 초에 Premium, Choice 등 근육에 지방이 10%까지 쌓인 소고기가 시장에 출하되었습니다. 한국의 한우등급제(1++, 1+, 1, 2, 3, D)는 1993년 밀물처럼 한국시장에 몰려오던 미국산 소고기의 한우둔갑을 막기 위해 근내지방도를 현저히 높여 수입육과 차이가 나도록 하여 한우시장을 지킬 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미국소고기의 최상품 10%정도를 차지하는 Premium급을 한우등급제로 보면 1등급에서 2등급 사이 정도가 됩니다.
한국의 경제발전과 고기의 맛을 좌우하는 지방분포도가 높은 한우의 종자배양을 통해 소비가 급증하였고 한우가격 또한 상승하여 사육두수는 2002년 130만두이던 것이 2012년 320만두로 늘어났습니다. 그렇게 지난 30년 사이 한우농가가 막대한 부를 창출한 것도 사실입니다. 세계적으로도 소 사육이 늘어나 소를 신성시하는 인도마져 공장식 사육시스템에 뛰어들어 지금은 세계 13억 두의 소가 매일 10kg의 옥수수를 먹어치웁니다. 소고기 1kg을 얻기 위해 그 10배의 옥수수를 소비하는 상황에서 2012년 생산한 옥수수의 1/3이 바이오에탄올 생산에 투입되었으니 지구상의 곡물 중 가장 가격이 싸고 탄수화물이 가장 많던 옥수수가 부족하기 시작하고 가격이 급등 하였습니다. 이제 남아도는 옥수수는 없습니다. 1%의 옥수수도 자급하지 못하는 한국의 경우는 사태가 더욱 심각하여 요즘 도축장에서 도축되는 소의 등급이 많이 하락하였고 등급이 높은 소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가게를 찾아오시는 많은 분들이 소값이 하락하는데 왜 가격을 내리지 않는지 물어보십니다. 그것은 잘못 알고 계신겁니다. 사료값의 상승으로 인해 소값도 하락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등급이 높은 소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고기의 맛을 위해서는 근내지방도가 필수입니다. 그러나 근육내 지방은 몸에 해롭습니다. 특히 환경호르몬이 지방에 쌓이기 때문에 소의 지방을 과다하게 섭취하는 것은 건강에 많이 해롭습니다. 그리고 근내지방도가 20%에 달하는 1++등급은 건강한 소가 아닙니다. 어느 정도의 지방은 간에서 해독을 하지만 그 만큼의 지방이 들어간 소의 간은 횟간으로도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아주 심한 지방간이나 간경화 환자입니다. 등급이 높은 품종을 좋은 소라 인식하고 그런 종자를 배양하여 등급이 높게 나오는 소를 많이 만들어온 정부의 노력이 한편으론 유전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소의 유전자를 비슷한 소의 유전자와 섞어 환자소를 확산시켜 온 것도 맞습니다. 지난 10여년 도축장에 근무하면서 등급이 높은 소일수록 내장에 지방이 더 많고 버려지는 부산물의 대부분은 등급이 높은 소라는 것을 뼈저리게 목도하였습니다. 가장 건강하지 못한 소를 만들기 위해 가장 많은 사료를 가장 좁은 공간에서 강제로 먹이고 도축 후 가장 비싼 가격에 사먹게 하는 것이 한우의 유통과 소비패턴입니다.
세계적인 에너지난과 더불어 사료값의 상승은 더욱 심각해질 것입니다. 한국의 한우사육두수가 아직 320만두인 것에 비해 인구가 1억이 넘는 일본은 소의 사육두수를 190만두로 규제하는 것도 소사육이 점점 수익성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FTA로 인해 수입소의 반입도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도축장은 많은 소를 어떻게든 도축하여 수익을 창출하겠지만 한우사육농가나 소고기를 받아 판매하는 식육식당의 입장에선 향후 한우유통을 예측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한우본가는 2007년 2월 20일 창업 이후 한우곰거리판매와 한우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식육식당으로 성장해왔습니다. 한우의 맛을 좌우하는 등급 중에서 개업초기에는 무조건 1++, 1+등의 소만을 받아서 작업하고 판매해왔습니다. 그러나 고기에 대해 알아갈수록 등급이 높은 소가 건강한 소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화원을 석쇠로 바꾸면서는 지방이 많고 그을음이 많이 생기는 육질은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입맛에 길들여진 고객들에게 낮은 등급의 한우를 드릴 수는 없습니다. 도축과정에서 경직된 육질은 진공포장상태에서 숙성고(영상 1~4도)에서 보름정도 지나야 부드러워집니다. 한우본가는 1등급소를 도축하여 반드시 보름간의 숙성기간을 거친 후 지방을 최대한 제거하고 손님상에 올리는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건강하고 좋은 소를 맛있게 제공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믿고 찾아 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3년 1월 26일 한우본가 대표 김지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