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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 시집 <미장센>(작가마을) 출간 -사이펀의 시인들 2
◉출판사 서평
송진 시인이 새 시집 『미장센』을 들고 왔다. 이 시집은 우선 부피에 압도당한다. 최근의 대다수 시집들이 100~150쪽 미만인데, 미장센은 264쪽이나 된다. 또 하나의 압권은 시집을 펴들고 읽어내려 가면서 송진 시인의 주술사적 이미지에 다시 한 번 압도당한다. 현대시의 구성 요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이미지다. 이미지는 언어와 언어사이의 행간을 통해 전달되는 미세한 울림들인데, 이는 회화적 이미지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보통 시대를 앞서가는 천재들의 경우 “이게 뭐야?” 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강렬한 이미지를 던져주었다. 송진 시인의 4번 째 시집 『미장센』은 바로 그러한 현대시의 모든 이미지의 집합소이다. 시가 어렵고 재미없다고 느낀다면 당신은 독자의 자격을 상실한다. 보다 더 시의 맛을 느끼려는 독자라면 충분히 감내할 만큼 송진 시인의 이번 시집 『미장센』이 지닌 현대시 특유의 깊은 서정성은 독보적일 정도다.
이번 시집의 시들은 모두 114편이다. 물론 6부의 장시 「인간의 얼굴」까지 포함해서이다. 송진 시인의 이번 시집은 지난 3년여 간 쓴 1,000여 편의 시들 중에서 골라낸 수작들로 겨우 114편만 살려냈다. 살려냈다는 의미는 나머지 886편은 자신을 탄생시켜준 시인에게 제외 당했으니 사망선고를 받은 셈이다. 그만큼 이번 시집은 송진 시인의 치열성을 대변하는 시집에 다름 아니다. 시는 한두 편 읽을 때보다 한권의 시집으로 읽을 때 그 시인의 ‘시인’과 ‘시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한국시단에서도 보기 드문 지독한 시를 쓰는 시인으로 알려진 송진 시인은 『미장센』을 통해 세상을 향해 무엇을 이야기 하려고 하는지는 오로지 독자의 몫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한국문단에도 이 정도의 시를 쓰는 시인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어쩌면 현재의 독자보다 미래의 독자들이 더 많이 찾을지도 모르는 시집 『미장센』이 던져주는 울림이 너무 창창하다.
시집 『미장센』은 전체 6부로 구성되어있다. 마지막 6부는 32페이지에 달하는 장시이다. 요즘 현대시에서 보기 드문 장시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시집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집의 해설을 김백겸 시인이 꼼꼼한 시 읽기를 통해 유려하게 썼다는 것이다. 해설은 작품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쓸 수가 없다. 시와 해설을 다 읽고 난 독자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마치 맛난 성찬을 즐긴 기분이리라. ------------------------------------------------------------- ◉전문가 서평
흔히 말하는 ‘시적 진실’은 어려운 주제이다. 필자가 읽어본 이 주제에 대한 수많은 해석과 오독의 비평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동상이몽일 수 있으나 모두가 동의하는 한 가지 공통사항은 있으니 ‘시적 진실’이 없는 시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점이다. 시간이라는 불의 세례를 통과한 인류 문화 정신사에는 결국 살아남은 시와 죽은 시로 갈라진다. 개인적 견해에 불과하겠으나 송진 시인의 시가 긴 세월 속에서 살아남는다면 이 시편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송진 시인이 지금까지 갈고 닦은 화려한 이미지들을 문화일반이 동의하는 시적 진실에 얹는다면 송진 시인의 시적 영혼은 첨단패션의 미스 유니버스와 지혜의 여인 소피아sophia를 한 얼굴에 구비한 야누스에 이르지 않을까?
-김백겸(시인)
이 시집은 놀라움과 의문 덩어리이다. <미장센>이라는 제호만 해도 그렇다. 연극이나 영화에서 인물이나 카메라 앵글의 사전 계획을 뜻하는, 너무도 의외의 제호라서 첫 장을 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작품들은 더욱 그래 끝까지 읽었다. 예술사는 이런 작품들만 기억한다. 아무리 섬세하게 표현해도 누구나 하려는 말은 비슷하거니와, 생각하지 않고 들으면 그게 그거라서. 시인이 시전문지 «사이펀»의 발행에 동참하는 것도 이런 미학 때문일 것이다. 기발한 발상, 거침없는 화제, 수수께끼투성이의 화법…….
- 尹石山(시인ㆍ문학박사)
사람들이 현실 너머의 세계를 그려내기 위해 가루다, 용, 불사조, 디지몬, 포켓몬 등의 새로운 동물을 불러들이는 것처럼, 시인은 의식 너머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언어를 해체하고 다시 조합해 세상에 없던 문장과 의미를 길러낸다. “창자가 남기고 간 주름을 꺼내 호스에 덧”대 “관을 씨고 있”는 “할머니”(「벚꽃 바느질」 中)처럼, “뜬금없이 말복”이었다가 “뜬금없이 가을”(「뜬그멉씨와 말복씨」 中)로 넘어가는 계절처럼, 시인의 세계에서 삶과 죽음 그리고 시간과 공간은 언제든 그 팔다리를 바꿔 등장할 준비가 되어 있고, 파편화된 감정들은 서로 뒤섞여 또 다른 감정을 길러낼 수 있다. 이것은 의식과 무의식, 현실과 상상을 나눔으로써 좁아진 세계를 회복시키기 위한 시인의 피나는 노력이기도 하다. “언어들이 마술카드처럼 비밀스럽게 몸을 바꾸”(「해운대, 버석거림, 커피 그리고 케이크, 마술카드, 먹지 못하는 시체들 앞에서」 中)는 모습을 지켜보며, 시인은 새롭게 쌓고 또 무너뜨리는 일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이렇게 만들어낸 세계가 시집에 담겨 있다. 『미장센』을 읽어가는 동안 당신은 당신이 접어두었던, 잔인하면서 동시에 아름다운 세계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길상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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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송진은 부산에서 태어나 1999년 계간 《다층》 제1회 신인상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지옥에 다녀오다』, 『나만 몰랐나봐』, 『시체 분류법이』 있다. 현재는 계간 시전문지 <<사이펀>>에 책임편집을 맡고 있으며 금강경을 바탕으로 한 시 정신을 강조한 ‘시 창작실기’를 연재하고 있다.
filllove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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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 시집 미장센 자서
차례
제1부_ 협동조합의 날
피아니스트 네가 앉았다 간 자리 참 따듯하다 금박 우리 coffee 한 잔 같이 해요 닭, 보름 플레인 베이글 접시꽃 등꽃 너무 지나치게 느리지만 너무 지나치게 느리지 않게 누군가 내 옆에 누워 앓았다 귀 황령산 - 화상의 형식 빈부의 차 수실 달린 테이블보 분홍 패랭이꽃 접시에 담긴 호박고구마 3분의 2의 알몸, 반쯤 짓이겨진 딸기 그리고 스물 네 개의 포도알 보리심 나의 이름은 금기 - 화상의 형식 13 미장센 비의 속눈썹이 하늘로 당겨 올라갔다 생어그스틴에서 생맥주를 마시다 장마, 그 잎새의 탄력성 - 협동조합의 날 마지막 모성
제2부_ 부토리에르
이 순간이 너무 경건하여 소한小寒 부토니에르 공정무역 바나나 관습과 간섭 단옷날, 퇴마사는 양기의 관습에 따라 정중한 대화 오버핏 코트의 자성적 습관의 기록 햇볕을 쬘 권리 - 화상의 형식 2 파이, 두 갈래의 시간 두 갈래의 통닭 호리병 - 화상의 형식 5 가족 영어 선생 그대 중국어 실력은 나쁘지 않네 기다리면 버스는 나를 집으로 데려다주고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악보 팝니다 루비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입춘 다음 날 울지 못하는 시간들이 신발 앞에 서 있다 푸룻텔라요거트,양에게 민트폴로오리지날,씨가 쓴 월요일 오전의 편지 - 화상의 형식 9
제3부_ 인간을 위한 식탁
승급 슬픈 개복치 추분秋分 정월대보름 아무 것도 새롭지 않은 세상에서 살아가기 개들의 방문 2016, 우수雨水 2002년 6월 13일 보리차의 시간들 시월 거룩한 거위들의 행진 매화에게 사랑 시 한 편 읽겠습니다 거절의 방식 암울한 비 떼여노민 먼 나무 아래에서 인간을 위한 식탁 2 그의 얼굴은 바람 부는 모퉁이에 앉아있는 종이컵 같았다 메밀꽃 A
제4부_ 이후의 시간
건달바 입구에서 멀리 있을수록 진실에서 멀어진다 인간을 위한 식탁 1 이후의 시간 사후세계 건반소나타 5번 출구 초량 지하철 역 어리석은 의자는 폐기되었다 사물들 0-1-0-1-7 의견과 이견 커피여과지가 고양이를 걸러내는데 걸리는 시간을 알아본 시각장애인의 중얼거림 한 시 삼십 분 후 제모의 역사 벌개미취쑥부쟁이구절초 지네, 잘, 지내 해운대 모래사장에 누워있는 와펜 현상들 빗자루에 쓸려
제5부_ 파랑 나귀와 빨간 말
이명 난의 발톱 경우의 수 Gray Yang 생식기 셔틀콕 해운대, 버석거림, 커피 그리고 케이크, 마술카드, 먹지 못하는 시체들 앞에서 볼트 염을 하는 시간들 메리크리스마스 이브 배알 식칼 푸른 리본 멍게와 미나리 피의 일요일 벚꽃 바느질 별 어린이 보호구역 김순록 주무관 썰매를 타고 조제와 아리안타 시인 슈니 해머가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 뜬 날 봄, 우체국 붉은 넝쿨 장미와 검은 고양이와 하얀 자동차들이 말을 하기 시작한 그 즈음 자갈마당 재민이 밥 뜬그멉씨와 말복 씨 김치컵라면 열매 속의 열매나 나무속의 못이나 벌레 속의 벌레나 -납세자의 날 매미경 중도 파랑 나귀와 빨간 말
제6부_ 인간의 얼굴
인간의 얼굴 (장시)
해설: 이미지 바다를 오딧세이처럼 항해하다/김백겸 |
첫댓글 송진 선생님 네번째 시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박솔 시인님도 축하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선생님
시집 발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