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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지철의 교육나눔 원문보기 글쓴이: 교육자치
<김지철 칼럼>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에게 | |
“아쉬움과 회한이 남더라도 수능에서는 누구도 패자가 아님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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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오늘 새벽 쌀쌀한 바람 속에 한 번으로 인생의 큰 방향을 결정할지도 모르는 수능 고사장에 잰 걸음으로 들어가는 여러분들을 바라보며 못내 안쓰러웠다.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살아온 교육운동가로서, 부모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미안했다.
초중고 보통교육은 학과 성적보다는 이웃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 가치관과 평화와 생명에 대한 포부, 그리고 정의감에 기초한 용기와 관용의 함양을 더 중시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매일 야간자습이 끝나면 학원과 독서실을 전전하다가 새벽에 귀가하는 여러분을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었다.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또 있으랴. 사람은 서로 다른 개성과 소질을 갖고 태어난다. 여러분의 성격 유형과 소질과 적성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돕는 게 부모와 학교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요 역할이다.
하지만 필자의 30년 교단 경험으로 볼 때, 여러분은 아직까지도 자신의 정체성을 잘 모르고 살아왔다. 잠재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잘 모른다. 오직 시험 점수만이 관심사요, 진로와 진학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크게 잘못된 교육 현실이다.
진로를 상담하고 고민을 들어주는 전문상담교사와 전문사서들이 여럿 있고 제대로 된 도서관이 많다는 필리핀의 중고등학교 이야기를 들으면, 과연 어떤 나라의 경제 규모가 더 큰지 헷갈린다.
공교육과 입시제도가 이 지경인 것은 “내 자식만 명문대에 간다면, 교육개혁이야 굳이 내가 …”라고 했던 우리 기성세대의 가족 이기주의와 무관심 때문이라고 하겠다. 며칠 전부터 여러분은 오늘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하여 음식과 잠자는 것까지 세심히 신경 쓰며 시간을 보냈으리라. 이 시각, 시험 종료를 알리는 차임벨이 울리는 순간 아쉬움과 회한이 남지 않도록 손에 땀을 쥐며 답지 작성을 하고 있으리라.
여러분, 시험이 끝나면 부모님과 식구들에게 말과 행동으로 감사함을 표현하라. 그간 행여 여러분이 기분 상할까봐 내색도 못하고 늘 양보하며 희생해 오신 분들임을 기억하라. 두고두고 그 은혜에 보답하라.
여러분, 수능에서 누구도 패자가 아님을 명심하라. 오늘 밤 TV 앞에서 점수를 따져본 뒤 너무 주눅 들거나 점수에 연연하거나 비관하지 말라. 지켜보는 식구들도 어렵다.
특히 낮은 점수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하려는 수험생들에게 말한다. 여러분의 인생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오늘 몇 점 앞섰다고 꿈이 실현되는 것도, 몇 점 뒤졌다고 자아실현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인생은 길고 길다. 변화무쌍하다.
모의고사 때보다 낮은 점수가 나왔다고 해서 주저앉지 말라. 혼자 엉뚱한 결론을 내리고 집안 어른과 선생님들의 가슴에 대못 박는 일을 하지 말라. 결연히 시련에 맞서라.
현행 공교육과 대입 제도의 큰 틀을 개혁하여 먼 훗날 여러분의 자녀가 대학입시 때문에 고통 받고 힘들어하지 않는 '새로운 교육 복지' 국가를 만드는데 여러분도 팔 걷고 나서라.
[천안투데이] | |
입력 : 2009/11/12 김지철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