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 동의대(한의예) 논술고사 예시문제
※ 다음 글을 읽고 문제에 답하시오.
[가] 종의 정의에 대하여 오늘날 확정적인 것은 없다. 또한 종이나 품종은 모두 동식물의 다른 종류로 간주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종은 고정된 것인가? 린네가 처음 생각하는 것과 같이, 좁은 범위에서 종은 불변하는 것일까? 종은 아득한 옛날부터 동일성을 유지하여 왔는가, 그렇지 않으면 부단히 변화를 받아왔는가? 이것이 생물의 진화에 관한 문제의 핵심이다.(문장생략) 현재에 있어서는 종이 일정불변하고, 또 조상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범위에서도 일정불변한다고 하면, 현존하는 수많은 종은 진화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밖에 도리가 없다. 그러나 여기서 변이(變異)에 관한 증거가 다소라도 있을 경우에는, 우리들은 진화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야생 또는 재배, 사육하는 동식물 사이에서 변이의 현상을 뚜렷이 인정할 수 있다. 원예가는 화초, 야채, 사육가는 비둘기, 닭이나 가축에서 다른 품종이나 계통을 만들고 있다. 따라서 동식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 또는 상태를 변화시킴으로써 종에 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10년, 20년의 짧은 세월의 연구 관찰로는 그 단정을 내리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멘델은 재배식물의 변화성에 대하여 논하였다. 그는 식물의 대부분을 가지고 여러 잡종의 자손의 수리적인 접근을 시도하였다. 그 예로 완두콩에서 순계인 둥근 씨앗과 주름진 씨앗을 교배시키면 253개의 100% 둥근 씨앗이 얻어지지만 이들 잡종을 교배시키면 5,474는 둥근 콩이고, 1,850개는 주름진 콩이 얻어진다는 것이다. 이들의 비는 약 2.96:1이 된다. 멘델은 우리와는 다른 표시방법을 사용하였다. 그는 이형은 두 문자를 이용해 표시하였고, 동형은 하나의 문자를 사용하였다. 따라서 그가 A+2Aa+a로 표시하였다면, 우리는 AA+2Aa+aa로 표시할 수 있다. 즉, 이것은 수리에서 보이는 전개급수(展開級數)의 항(項)에 해당되고, 멘델은 이 결과를 토대로 어떤 일정한 법칙 밑에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므로 내외의 원인에 의해서 유전자, 또는 그 구성에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한, 종은 변화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나] 버틀란피는 본래 생물학자이지만 당시의 학계를 풍미했던(1920-30년대) 기계론(mechanism)과 생기론(vitalism)의 극한적 대결을 해결하기 위해 유기체개념에 착안하여 유기체의 통합성에 대한 사유를 발전시켰고 이에 기초하여 생물학에서의 체계(system 전체라는 의미임)에 관한 이론을 개발하였다. 처음에는 그의 조직호흡에 관한 연구와, 동물에서의 물질대사와 성장 사이의 관계에 관한 연구에 적용하였지만 차츰 시스템의 등종국성(等終局性, equifinality)에 착안하여 열역학, 사이버네틱스, 물리화학, 인간학, 심리학, 정신 병리학, 사회학, 역사학, 인류학 등에도 적용하여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음을 발견하고 일반체계이론을 완성하였다. 당시로서는 어쩌면 무모하리만치 보일 수 있는 전혀 엉뚱한 분야로의 적용을 가능케 했던 것은 그가 자연 및 사회에서의 여러 현상들이 궁극적으로는 유질동상 또는 동형(isomorphism)원리에 의해 동일한 방식으로 일어난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유질동상이란 본래 심리학에서 눈이 형태를 지각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로부터 도출된 개념인데 흔히 게슈탈트법칙으로 알려져 있으며 착시현상을 설명할 때 많이 이용된다. 여기서는 그의 저서인 <일반체계이론>을 인용하여 그의 사유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상이한 분야의 유사한 구조법칙이 존재하게 되면 좀 더 복잡하고 다루기 힘든 현상들에 대하여 더욱 간단하고 더 잘 알려진 모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일반체계이론은 방법론적으로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에로의 원리의 이전을 조정하고 자극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어야만 한다.”
“이것은 과학에 있어서 유추가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는가에 관한 정의를 요구한다.”
“특정한 일반원리는 체계의 성격과 무관하게 모든 체계에 적용될 수 있는 결과라 하겠다. 그리하여 전체성, 합, 기계화, 위계적 질서, 안정 상태에의 접근, 등종국성 등과 같은 원리들은 서로 크게 다른 학문분야들에서 나타날 수 있다. 상이한 영역에서 발견되는 유질동상은 일반체계원리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일반체계이론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 개념의 한계는 다른 한편으로 현상묘사에 있어 세 가지 종류 혹은 수준을 구분함으로써 지적될 수 있다. 첫째 유추가 있는데… 매우 불투명한 채로 남아있다. 둘째 수준은 상동성(相同性)이다. 논리적 상동성은 과학에 있어서의 유질동상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현상에 대한 올바른 사고와 실질적인 설명을 위한 교훈을 하나의 개념적 모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 세 번째 수준은 설명이다.”
“과학의 통일성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발견되는 법칙과 개념적인 틀의 상응성과 유질동상에서 제시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체계과학과 관련된 여러 분야의 이론들과, 이론이 완성되기까지의 사고과정 및 적용범주의 확대 등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유질동상이란 기본적으로 유비구조와 동일한데 그의 문맥에서 보면 특히 논리적 상동성에 대하여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애매하거나 피상적인 유추를 경계하고 각 요소에 관한 법칙이 현실적으로 동일한 경우를 찾아내어 하나의 모형을 타 분야에 적용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다] 유전병은 완두를 가지고 실험한 멘델의 유전법칙에 맞아떨어지는 형태도 있고, 성염색체와는 상관이 없는 상염색체의 우성과 열성형질의 발현 때문에 생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기서 멘델의 유전법칙을 충분히 따르고 있는 유전병은 외부에 나타나는 형질이 극단적이면서도 뚜렷하기 때문에 어느 유전자가 잘못된 것인지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검은 소변은 맨 처음 밝혀진 유전병의 징후였으며 지능이 발달하지 못한 사람들의 유전징후도 소변검사를 통해 밝혀냈다. 초기 유전학자들은 열정적으로 소변검사에 매달렸지만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유전병 외에는 밝혀낸 유전병이 거의 없었다.
유전자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살펴보려면 먼저 150여 년 전에 사실상 첫 번째 유전병으로 진단된 검은 소변병, 다시 말해서 알캅톤뇨증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1584년 의사인 아돌프 스크리보니우스는 시커먼 소변을 누는 소년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그 소년은 무척 건강했고 그 사건은 단순한 의학적 호기심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수세기가 흐른 후 1859년 칼 뵈데커는 수산화나트륨 같은 특정한 화학물질이 소변을 검게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검은 소변이 나오는 증상을 ‘알캅톤뇨증’이라 이름 붙였다.
1891년 월코우와 바우만은 소변이 검게 변하는 이유를 알아냈다. 바로 공기와 접촉하면 짙은 갈색이나 검은 색으로 변하는 알캅톤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현재 알캅톤은 호모겐티신산이라 부른다.
생화학적으로는 충분히 흥미로웠지만 1908년 영국의 의사 개로드(Garrod)가 이 질병의 생화학적인 측면에 관심을 갖기 전까지는 의학적으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몸 밖으로 배출되는 순간 검게 변하는 소변이 신기하기는 했지만 환자가 고통 받는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로드는 새롭게 재발견된 멘델의 법칙을 인간의 질병과 이상증세에 적용해 보기로 하였다. 그는 검은 소변을 누는 환자의 상태를 자세히 연구하기로 하고 검은 소변을 누는 환자뿐 아니라 환자의 가족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리하여 그는 가족사를 연구함으로써 결국 알캅톤뇨증이나 또 다른 선천적 대사 이상들이 유전적이라는 것을 추론하였다.
[문제] 무질서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자연현상으로부터 질서와 법칙을 발견해 가는 방법에 대해 요약하고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 답안지 작성 시 유의사항
① 원고지에 제목과 자신을 밝히는 내용을 쓰지 말 것.
② 어문규정과 원고지 사용법에 따라 1,400자 내외(±60자)로 쓸 것.
③ 제시문을 바탕으로 하여 한 편의 완성된 글이 되게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