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미세먼지/천상인
먼 곳에서도 훤히 보이던 교차로였는데,
문을 여닫는 신호등 눈치 보며 기어 내리기 시작했다.
오후가 되자,
고속 기어로 옮겨가지 못한 손이 머뭇거렸다.
확신할 수 없는 네 마음에 직진할 수 없어
골목 귀퉁이 서성거린 것처럼
도로 한가운데서 바닥이 된 고양이에게 건너편은
얼마나 먼 거리였을까?
한 치 앞도 모르면서 미래를 이야기했던 시절,
길의 끝에 전복되어 널브러진 죽음 모른 척 했을뿐
멀리 있다고 생각한 명예도 성취의 쾌감도 다 옹졸한
마음이 착각하여 만든 허상이란 걸 모르지 않았다.
꽉 막혀 나아가지 않는 자동차 대열, 답답해진 코
힘주어 풀어도 가래처럼 엉킨 고민 풀리지 않았다.
멀리 사는 며느리에게 가기로 했는데 또 깜박했다고
사모님에게 혼난 사장님, 가까웠으면 기억했을까?
들은 적 없다고 우기다 칼로 물 베기 한판 하셨단다.
뿌예지는 세월 따라 흐릿해지는 기억력
바둑은 멀리 내다보며 둔다지만, 일 년 후 잠깐 내릴
비 때문에 우산을 놓지 않는 오늘은 얼마나 고단할까?
하룻밤 꿈보다 못한 찰나의 영광을 위해
무수한 나날 견뎠다는 게 어처구니없었다.
수 갈래 생각이 교차하는 퇴근길
빨간불이 파란불로 몇 번이나 바뀌었는데
가로수 옆에 우두커니 선 문지기,
열쇠를 잃어버렸나? 한참 동안 잠긴 문 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