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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거탑] 이기원 - 시놉시스
Ⅰ. <하얀 거탑> 개요
1.원 작 : 山崎豊子(야마자키 도요코) <白い 巨塔>1969년. 新潮社.
2.기 획 :
3.극 본 : 이기원.
4.연 출 : 안판석.
5.형 식 : HD 20부작 미니시리즈.
6.방송시기 : 2007년 1월 ∼ 2007년 3월.
7.제 작 사 : 김종학프로덕션
8.방 송 사 : MBC
Ⅱ.원작 소개 및 기획 의도
1.원작자 및 원작 소개.
야마자키 도요코는 1924년 일본 오사카 출신으로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문예춘추’에 [운명의 사람] 집필에
정열을 불사르고 있는 현역 작가이다. 마이니치 신문의 기자 출신인 그녀는 철저한 취재를 통해 사실성이 뛰어난 작품들을
발표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일례로, 80년대 중반 [대지의 아들] 집필 시 아직 개방되기 전인 중국에 들어가
3년 동안 철저하게 취재를 한 일은 너무나 유명하다.
‘58년 [하나노렌]으로 대중문학의 신예들에게 수여되는 나오키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봇치]로 오사카 예술상을 받았다.
또한 ’62년과 ‘68년에는 [카몬]과 [하나엔]으로 부인공론 독자상을 수상했으며, ’91년에는 키쿠치 칸 상을 수상했고,
‘91년에는 [대지의 아들]로 문예춘추 독자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픽션과 논픽션을 절묘하게 섞는 작법으로,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날카롭게 드러낸 소설들을 써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녀의 작품들이 시대를 초월해 독자(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녀의 작품들이 나올 때마다 화제가 되고, 또한 꾸준히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진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이다.
본작 [하얀거탑]은 78년과 2003년, 두 번에 걸쳐 드라마로 만들어져 경이적인 시청율을 올렸다.
특히 03년에 후지 TV 개국 45주년 기념으로 총 21부작(1시즌 10부작, 2시즌 11부작)으로 제작되었고,
카라사와 토시아키와 에쿠치 요스케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었다.
가장 최근에는 ‘63년 작품 [여계가족(’05)]이 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했다.
2.기획의도
2천 년대에 들어선 한국 드라마, 특히 미니 시리즈는 분명 위기에 처해 있다.
전형적인 캐릭터와 개연성이 무시된 이야기, 남녀 주인공의 천편일률적인 ‘짝짓기 놀음’ 등에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어느 틈엔가 미니 시리즈는 그저 ‘시간 때우기’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80년대 후반에 똑같은 이유로 위기에 처했던 미국 드라마계의 재판(再版)이라 할 수 있다.
스타일의 복제에 급급하던 로맨틱 코미디가 더 이상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던 것.
하지만 90년대에 들어 이런 침체기를 역전시킨 드라마가 두 작품이 나왔는데, 바로 <E.R>과 <뉴욕경찰 24시 N.Y.P.D. Blue>였다.
드라마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린 이 두 드라마는 다큐를 보는 듯 생생한 현장감과 그 안에서 숨쉬는 인물들의 앙상블로
대중들을 다시 TV 앞으로 불러 들였다. 이 드라마들은 현재까지 10여년 넘게 장수하며 검증되고 있는 중이다.
이는 대중은 더 이상 가짜 이야기에 열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줌과 동시에 부진의 늪에 빠진 우리나라 TV 드라마를
구원해줄 유일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즉, 그것은 다름 아닌 ‘리얼한 직업의 세계’와 ‘살아있는 인간의 이야기’의 조합인 것이다.
<하얀 거탑 白い 巨塔>은 이러한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드라마다.
대학 병원을 배경으로 한 천재 의사의 야망을 향한 끝없는 질주와 그 종말을 그린 이 작품은,
의학계 이면을 현미경처럼 보여줌과 동시에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또한 궁극적으로 이 작품은 보는 이에게 ‘인간이란 무엇인가?’ 대한 화두를 던져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따라서 <하얀 거탑>은 트렌디 드라마가 판치는 작금의 상황에서 단순한 재미를 넘어 의미와 감동을 주고,
또한 시청률이란 보너스까지 안겨줄 가장 이상적인 기획일 것이다.
3.각색의 방향.
소설 <하얀 거탑>은 드라마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와 인물구성, 그리고 플롯이 탁월한 작품이다.
하지만 원작이 40년 전 일본 의학계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 드라마의 성패는 ‘2006년 한국 의학계로의 완벽한 치환’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령, 소설이 집필된 60년대 후반에는 위암의 진단과 수술이 최첨단 의학의 개가였으나,
현재는 자각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힘들고, 또한 발견된다 해도 치료가 힘든 췌장암이 현대 의학의 화두가 되고 있다.
따라서 이렇듯 첨단 의학의 사례로 각색을 하면서 원작이 가진 구조나 그에 따른 긴장감을 훼손하거나 잃지 않도록 할 것이다.
또한 한국 의료계와 사회의 현실을 적극 반영하여 리얼리티를 살릴 것이다.
예를 들면, 주인공의 장인이 산부인과 개업의로 부를 축적한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적 상황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왜냐하면, 생명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산부인과 같은 메이저과는 보험수가가 낮은데다, 심각한 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대학병원 외에는 거의 환자가 없어서 폐업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국적 상황에서 부를 축적하기에는 정형외과가 더 어울린다 할 수 있다.
그리고 원작의 후반부에 주인공이 학술원 회원이 되는 것으로 나오는데, 한국에서는 학술원 회원의 지위가 일본과는
전혀 다르기때문에 수정이 불가피하다. 일본에서 제작된 2003년판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암센터장이 되는것으로 설정되었는데,
우리가 제작하는 드라마에서는 인천의 송도 경제특구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병원이 대학과 함께 들어오고, 주인공이 그 곳의
외과 과장겸 정교수로 가는 것으로 설정한다. 그것이 세계 최고가 되고자 하는 주인공의 욕망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세부적인 변경에도 불구하고 ‘하얀 거탑’은 ‘하얀 거탑’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익스피어의 작품이 시대와 장소를 달리하여 끊임없이 베리에이션되더라도 세익스피어 작품일 수밖에 없듯이.
원작이 가진 향기와 테마는 고스란히 작품 안에 담기게 될 것이므로.
Ⅲ.주요 등장 인물
▶ 장준혁(김명민)
S대 의대 일반외과 부교수. 훤칠한 키에 강인한 인상의 소유자로 출세에 대한 욕망이 그 누구보다 강렬한 야심가.
간담도계암 및 췌장이식 수술로 의학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으며, 메스를 다루는 솜씨도 탁월하고,
발암이론 연구 분야에서도 저명한 학자.
직관적인 판단과 자신만만한 태도, 그리고 냉정한 성격 등이 그를 특징짓는 요건들이다.
때문에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심어주기도 하고, 특히 이주완 교수로부터 외과과장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게끔 하지만,
의사로서 그의 능력과 실력만큼은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그가 다른 의사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환자의 생명보다는 그가 가진 질병에 더 집착한다는 것이다.
즉,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질병의 케이스들을 만나고 그것을 정복하는데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외과의로서 최고를 꿈꾸는 그의 삶의 목표와 맞닿아 있다.
그가 그런 삶의 목표를 실현해 나가는 과정에서 첫 단계는 바로 일반외과 과장이 되는 것이었다. 그것은 국내 최고가 되는 일이고,
그것을 토대로 세계 최고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주완 교수가 후임을 자신의 모교에서 데려오려 하자
처음으로 자신의 인생의 걸림돌이 생긴다.
하지만 마치 악마에게 영혼을 판 욕망의 화신처럼 그는 목적을 위해 온갖 수단을 정당화하면서 앞으로 달려 나간다.
그래서 결국, 외과과장이 되어 의학인으로서 전성기를 구가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자신의 오만함으로 인해 의료사고를 부르고, 그 지난한 의료소송은 갈 길이 바쁜 그의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조금도 굴하지 않고, 위증을 거듭하면서도 욕망을 향한 질주는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암 전문의면서 암에 걸려 죽고 만다.
▶ 최도영(이선균)
S대 의대 소화기 내과 부교수며 장준혁의 동기 동창. 처음엔 기초의학의 병리학을 전공했으나, 병에 걸려 죽어가는 환자를
자기 손으로 치유하고 싶다는 생각에 임상 쪽으로 바꾸었다. 자상하고, 친절하고, 사려 깊다.
때문에 환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몸을 맡기고 싶은 그런 의사의 전형이다.
의사는 환자에게 있어서 가장 과학적인 존재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쉽게 병명을 단언하지 않고 확신이 들 때까지
의심의 의심을 거듭했다. 이는 직관적인 장준혁과는 분명 대치되는 부분이다. 때문에 그들은 늘 대립각을 세운다.
그는 지금 죽어가는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후에 있을 의사로서 불이익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장준혁은 그 불이익을 감수함으로 인해 더 많은 환자를 구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즉, 그는 의사로서 이상론을, 장준혁은 현실론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훌륭한 의사로 인정하는 사이다.
대학병원이라는 폐쇄적인 사회 속에서 그의 이런 태도는 끊임없이 도전을 받는다. 특히 내과의로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외과의 장준혁과 부딪히면서 회유도 당하고, 때론 병원 측으로부터 협박도 당하지만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꿋꿋하게 소신을 지켜나간다.
장준혁이 의료소송을 당했을 때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생각에 대학에서 쫓겨날 것을 각오하고 증언대에 선다.
결국, 이 일로 대학을 떠나 지방으로 가게 되지만 후회하거나 누굴 원망하지도 않고 현실을 받아들인다.
나중에 장준혁이 말기 암에 걸린 몸으로 찾아왔을 때 친구로서 또한 의사로서 그에게 최선을 다한다.
▶ 강희재 (김보경)
방사선과 의사. 섹시하면서도 실력 있는 장준혁의 애인. 유학을 다녀온 뒤 S대 병원 방사선과 의사가 되어 준혁을 만난다.
희재는 외과의가 되고 싶었으나 환자의 생명이 자신의 손에 달려 있다는 중압감 때문에 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냉철하고 과감한 수술의 천재, 준혁을 사랑한다. 하지만, 희재는 그를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위험하기에 스릴있고 과감한 사랑. 준혁을 사랑하기에 병원 내에서 준혁의 정보 창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재판에 휩쓸린 준혁을 돕는다. 하지만 준혁을 잘 알기에 야망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그의 위태로움도
누구보다 안타깝게 바라본다.
▶ 이윤진 (송선미)
이주완 교수의 딸. 소극적이며 온순해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강인함과 소신을 갖춘 외유내강 형이다.
어릴 적부터 보아온 의사 세계에 대한 염증으로, 의사에게 시집을 보내려는 부모에게 반항한다.
하지만 인술을 펼치는 학구파 의사 최도영을 만나게 되면서 그를 사모하게 된다. 그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이 있는 이혼남.
이성적으론 그러면 안 된다 생각하지만, 그럴수록 최도영에 대한 사랑은 점점 깊어만 간다.
최도영을 따라 권형근 가족의 재판을 돕게 되고, 결정적인 증인인 전직 간호사 유미라를 증언대에 세우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한다.
▶ 이주완
S대 외과 정교수. 위암 수술의 권위자. Y대 출신이다. 여유와 위엄이란 단어를 좋아하며, 어떤 경우에도 교수로서 위엄을
잃지 않는 것이 생활신조. 하지만 실제론 소심하고, 위선적인 일면을 갖고 있다. 정년퇴임을 앞두고,
유력한 정교수 후보인 장준혁을 배제하고 모교 후배인 노민국를 선택한다. 표면적으로 장준혁의 자질을 문제 삼지만,
그 밑바닥에는 자신을 능가해 버린 제자에 대한 질투가 깔려있었다. 본인 스스로가 정치나 권력 싸움에 소질이 없음을 알면서도
장준혁과 진흙탕 싸움을 불사한다. 그 결과, 장준혁에게 판정패를 당하고 쓸쓸하게 물러난다.
하지만 장준혁이 소송에 휘말리자 원고 측 편에 서서 다시금 장준혁과 장외 대결을 벌이며 그들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다.
하지만 장준혁이 말기 위암에 걸려 그에게 도움을 청하자 의사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메스를 든다.
▶ 우용길 (김창완)
S대 의대 진료부원장 겸 소화기 내과 과장. 하지만 본업인 의사보다는 관리자나 경영자의 모습이 그에게 더 잘 어울린다.
의대 내에서 실세 중의 실세로 통하는 그는 절대로 손해 볼 짓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명분을 그럴 듯하게 내세우길 즐기지만, 실제 행동은 꼼꼼하게 이해득실을 따져서 행동한다.
확실한 판단이 설 때까지 애매모호하게 행동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그의 의중을 알기가 쉽지 않다.
이런 처세술이 있었기에 비교적 어린 나이에 진료부원장이라는 지위가 가능했던 것이다.
애초에 이주완 교수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장준혁과 밀어주게 되는 것도 모두 그의 이런 처세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그는 언제라도 장준혁이 자신에게 해가 된다면 내칠 준비가 되어있다. 그게 바로 우용길이다.
▶ 우용길처
S대 의대 진료부원장 우용길의 처. 동시에 S대 교수부인회의 회장이다. S대 의대의 서열을 반영하듯이 우용길처도 우용길과 같이
부인회에서 회장을 맡고 있다. 강남의 귀부인 스타일이며, 부인회에서도 고품격의 보스처럼 행동한다.
남편인 우용길을 이용해서 S대 의대에도 무시 못할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주완의 처보다는 준혁의 처인 민수정과 더 잘 어울린다.
항상 S대 의대 진료부원장 부인으로써 품위와 품격을 지니고 다니는 전형적인 의사 사모님이다.
▶ 민수정 (임성언)
장준혁의 아내. 화려한 미모의 소유자로 허영기가 있다. 유치원에 다니는 딸이 있지만,
아직도 처녀 때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원하면 무엇이든 이루어지는 삶을 살았다.
장준혁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 그녀를 선택했듯이, 그녀 역시 꿈을 이루기 위해 그를 선택했다.
장준혁에게 사랑 받기를 포기한 대신, 그가 이루어 가는 지위를 함께 누리고 싶어 한다.
남편의 여자에 대해서 초월해 살고자 했지만, 강희재의 존재를 알게 되자 어쩔 수 없는 질투심에 사로잡힌다.
▶ 민원장 (민충식)
장준혁의 장인. 서울 압구정에 있는 유명한 정형외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일명 교통사고 전문병원이라 불리는 그곳에서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의술은 인술이 아니고 산술’이라 생각하는 장사꾼 같은 인물이다.
또한 오랜 동안 의사회 간부로 활약하며 인맥을 쌓아 마당발로 통한다. 이렇게 부와 명성을 얻은 그였지만,
그는 명문 의대 교수에 대해서는 우스꽝스러울 만큼 열등감과 선망을 갖고 있다.
때문에 사위를 통해 자신의 못 이룬 꿈을 이루려고 온갖 검은 거래를 서슴지 않는다.
▶ 오경환 (변희봉)
S 의대 병리학 교수. 학술원상을 받은 학자. 깡마른 체형의 날카로운 눈빛의 소유자로 한 눈에 봐도 깐깐해 보이는 스타일.
수입도 안 좋고, 대우도 좋지 않은 기초 의학에 평생을 바쳐왔다. 또한 그 동안 어느 파에도 속하지 않았고, 또한 타협도 하지 않는
대쪽 같은 삶을 살아왔다. 의사들은 그를 존경하기도 하지만, 워낙 융통성이 없는 터라 그를 부담스러워하기도 한다.
최도영에게 있어서 그는 정신적 지주라 할 수 있지만, 우용길이나 장준혁에게 있어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이다.
장준혁이 관련된 교수 투표에서나, 의료소송 증언에서 그의 원칙주의는 장준혁을 궁지에 몰아넣는다.
▶ 노민국 (차인표)
이주완이 추천한 교수 후보. 이주완의 Y대 후배로 하버드에서 학위를 받은 해외파 의사이다. 내성적이고 사교성이 없는 편이지만,
승부욕에 있어서만은 강한 사람이다. 또한 수술에 관해서는 장준혁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실력파이다.
또한 싸이언스지와 SCI 등재 논문을 다수 발표하는 등 여러모로 장준혁의 라이벌로서 S대 일반외과 과장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일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미혼이라는 이유로 이주완 부부의 사위감으로도 높은 점수를 받는다.
▶ 염동일 (기태영)
S대 병원 전임의. 의대 후배인 하은혜와 사귀고 있다. 장준혁과 비슷한 성장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장준혁을 존경하고,
그처럼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장준혁처럼 될 수 없는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나약하고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이다.
장준혁의 강요로 법정에서 위증을 하고 죄책감에 시달린다. 양심과 의사로서 미래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다가
결국엔 진실을 폭로한다. 군의관을 포기하고 KOICA(한국 국제협력단)에 지원하여 동남아 저개발국으로 의료 봉사를 떠난다.
▶ 하은혜 (이승민)
염동일의 의대 후배로 사귀는 사이. 현재 최도영 밑에서 전임의를 하고 있다.
톡톡 튀는 신세대답게 다분히 고루한 성격의 최도영과 말다툼을 벌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최도영의 생각과 소신에 수긍한다.
염동일이 소송 1심에서 위증을 하자 그에게 실망을 느껴 결별을 선언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결정을 내린 그를 이해하고, 그가 한국국제협력단 일원으로 봉사를 떠나자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 유필상
의사회 회장. 검은 거래, 커넥션 등에 능한 인물. 민원장과 돈독한 친분관계에 있다.
우용길과 동창관계로 같은 소화기 내과 교실 출신이며, 우용길이 의대학장이 될 때 막후에서 도움을 주었다.
민원장의 부탁을 받아, 우용길를 장준혁 편으로 끌어들이고, 또한 자신의 친분과 연줄을 이용하여 장준혁의 과장 임용을 돕는다.
그 댓가로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한다.
▶ 유미라
S대 병원 외과 병동 책임 간호사로 장준혁 과장 취임 후, 결혼과 함께 그만 두었다.
장준혁에게 폐생검을 진언한 염동일를 질책하는 것을 본 증인이다. 남편의 반대와 가정의 평화가 위협 받을까 두려워
이윤진의 끈질긴 설득에도 증언을 거부한다. 하지만 곤경에 처한 원고측에 대한 연민과 피고측의 방해 공작에 대한 혐오로 인해
만삭의 몸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증언석에 선다.
▶ 도건하
S의대 병원 전임의 3년차이자 의국장. 재치가 있고 눈치가 빨라 장준혁의 신뢰가 두텁다.
장준혁의 과장 임용을 위해 동분서주한 공로로 장준혁이 교수가 되자 전임강사로 승진한다.
나중에 장준혁이 의료 소송에 휘말렸을 때에도 그를 위해 재판정에서 거짓 증언도 서슴지 않는다.
▶ 장준혁 어머니
통영에서 민주와 살고 있다. 아들의 성공을 위해 희생적인 삶을 살아왔고, 성공한 현재에도 아들 근처에 얼씬하지 않는 것이
아들을 위한 길이라 믿고 있다. 그래서 아들이 매달 보내오는 생활비를 받는 것 외에는
민원장 집안에 폐 끼친다고 생각되는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
▶ 권형근
장준혁에게 말단부 췌장 암수술을 받고 사망함. 평화시장에서 제법 큰 의류 도매상점을 경영했으며,
계산이 정확하고 부지런한 사람으로 신망이 높았다.
▶ 형근 처 (이옥희)
권형근의 부인. 남편이 죽기까진 그저 평범한 주부였다. 남편 사후 장준혁의 오진을 밝혀내기 위한 소송을 전개하고,
쓰러져 가는 사업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남편의 사업은 완전히 망하고, 빚까지 떠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심 재판에서 패소하자 실의에 빠진다.
하지만 남편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 장준혁에게 사과를 받기 위해서 집념의 항소를 한다.
▶ 김훈
권형근 측 변호사. 서른이 넘어서 사시에 합격했고, 사업연수원을 졸업한 후 변호사로 개업했다.
집념이 강하고 정의감이 넘치지만, 비즈니스와 이재에 밝지 못해 소위 잘 나가는 변호사는 아니다.
원래 권형근 사건을 맡지 않으려 했지만, 그들의 딱한 사정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이런 사건에 사명감을 가지는 이유는 법은 약자를 보호할 수 있을 때 그 존재 가치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 고창길
장준혁 측 변호사. 수십 명의 변호사를 거느린 굴지의 로펌의 대표로 우용길과의 친분으로 장준혁의 변호를 직접 맡는다.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서울지방법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법조계의 원로로
승소율이 높은 변호사이기도 하다.
▶ 황태수
의료사고로 죽은 권형근과 비슷한 병으로 장준혁에게 수술을 받은 개인 사업가. 외모나 병명, 그리고 수술 후 증세 등이
권형근과 흡사하여 장준혁으로 하여금 권형근을 자꾸 떠오르게 만드는 악몽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Ⅳ.줄거리
제 1 ∼ 2부
S대 대학병원 컨퍼런스 룸에서 긴급회의가 열린다.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 도중 패혈증으로 쓰러져 생명이 위독하기 때문이다.
소화기 내과에서는 환자가 워낙 고령이고 기력이 없으니 내과적 처치로 치료하자고 한다.
이주완 교수 또한 수술의 어려움을 들어 실패했을 때의 병원이 입을 피해와 사회적 파장을 걱정하지만,
이미 환자의 동의까지 얻어놓은 장준혁을 말릴 수는 없었다.
장준혁은 모두가 말리는 수술임에도 불구하고 환상적인 수술솜씨를 뽐내며 수술에 성공한다.
장준혁의 수술은 그 대상이 국회의장이라는 특성 때문에 시시각각 TV로 중계가 되어 전 국민적인 화제가 되었다.
밀려드는 취재와 인터뷰, 방송출연 등을 응하는 장준혁을 보면서 이주완 교수는 불쾌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것은 대중적 인기에 영합해서 돈이나 벌려고 하는 의사들이나 하는 작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주완 교수는 정년퇴임을 앞두고 후임을 정해야 하는 입장에서 자신이 쌓아올린 S대학병원 일반외과의 명성과 권위를
장준혁에게 넘겨주고 싶지 않았다. 그는 표면적으론 장준혁이 의사로서 자질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실은 실력 면에서 자신을 능가해 버린 장준혁을 질투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짐작조차 못한 장준혁은 곧 다가올 과장직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고 내심 뿌듯해 하고 있었다.
이주완은 후임 교수 문제를 자신의 뜻대로 하기 위해 진료부원장인 우용길 교수와 상의를 한다.
의대의 실세인 우용길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이번 일의 성패가 달려있는 것이었다.
후임 교수를 다른 대학에서 데려왔으면 좋겠다고 하자, 우용길 교수는 장준혁을 탈락시키려 했다가 실패했을 경우,
퇴임 후 이주완의 행로에 지장이 있을 거라며 우려를 표시한다. 그러면서도 장준혁 보다 더 훌륭한 인재가 차기 교수가 온다면야
마다할 이유가 없는 거 아니냐고 말한다. 매사에 자신이 손해 볼 말을 하지 않는 우용길의 애매모호한 대답에
이주완은 절반의 승낙이라 생각하고, 후임자 물색 작업에 들어간다.
이런 움직임을 알게 된 장준혁은 배신감에 치를 떤다. 지난 몇 년간 이주완 교수 밑에 있으면서 논문작업을 비롯한 온갖
치다꺼리를 다하면서 일반외과 과장 하나만 바라고 달려왔다. 국내 최고의 자리를 의미하는 S대 일반외과 과장을 눈앞에 두고
이렇게 허망하게 버림받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장준혁을 의대 내에서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의사는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떤 라인에 속하지도 않고, 실력연마에게만 심혈을 기울여 왔던 것이었다.
그는 조직 사회에서는 실력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것을 처음으로 뼈저리게 깨달았다. 하는 수 없이 장준혁은 장인 민원장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 동안 사위를 사교계에 그렇게 끌어들이려 했었지만 장준혁은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해 왔었다.
자신의 이루지 못한 꿈을 사위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려는 민원장은 사위에게 외과 과장으로 만들어 줄 것을 약속한다.
민원장은 우용길 교수를 아군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기에 우용길의 동기동창인 의사회장 유필상을 끌어들인다.
그는 우용길이 진료부원장이 될 당시에 의사회와 동창회를 동원해 막후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이었다.
그가 장준혁을 돕겠다고 하자 장준혁은 새삼 한국에서 인맥이 가지는 거대한 힘을 느끼며 다시금 외과 과장이 될 꿈에 부푼다.
이러한 때 장준혁의 의대 동창이자 우용길 교수 밑에서 부교수로 있는 최도영이 찾아온다.
자신이 진찰한 환자가 위내시경 소견상 조기 췌장암이 아닐까하는 의심 때문이었다.
장준혁이 복부 CT로 검사해 보니 친구의 말대로 조기 췌장암이었다. 그것은 내시경 소견만으로는 진단해 내기 힘든 것으로
장준혁은 새삼 친구의 능력에 감탄을 한다.
조기 췌장암 환자는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케이스로 장준혁의 논문 완성을 앞당길 수 있는 좋은 사례였다.
장준혁은 환자에게 수술을 장담한다. 하지만 그 환자가 우용길이 만성 췌장염으로 오진한 환자라는 사실을 알고는 고민에 빠진다.
그 수술을 하는 것 자체가 우용길의 오진을 인정하는 일이었다. 대학병원에서 윗사람의 오진을 뒤집는 것을 금기시하는
전통이 있었다. 장준혁은 괜히 수술을 했다가 우용길에게 미움을 사게 되면, 일반외과 과장이 되는 걸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도영의 수술제안을 거절한다.
하지만 장준혁은 그 수술을 해야만 한다. 의사로서 어려운 수술에 도전해서 성공시키고 싶고,
또한 거기서 오는 희열을 맛보고 싶은 욕구... 그런 것이 장준혁은 그 누구보다 강했다.
게다가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 노민국으로 인해 불리해진 상황을 역전시킬 히든카드도 필요했다.
해서는 안되는 수술, 그렇지만 꼭 해야하는 수술... 결국 그는 결재를 받지 않아도 되는 긴급 수술이라는 편법을 쓰게 된다.
수술은 성공했고, 환자는 목숨을 건진다. 역시 장준혁이었다. 최도영은 그가 수술에 천재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준혁은 우용길 교수에게 밉보이지 말라는 유필상의 충고로 미술 애호가인 우용길을 화랑에서 우연을 가장해 접근한다.
하지만 우용길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오히려 장준혁은 한방 먹게 되는데....
장준혁은 우용길이 관심을 보였던 운보 김기창 화백의 산수화 한 점을 거금을 주고 장인 이름으로 보낸다.
다음 날, 우용길은 장준혁을 불러 그림에 대해서 묻는다. 장준혁은 미리 짜놓은 대로 의사회 간부인 장인이 의사회 일로
부탁드릴 것이 앞으로 많아서 성의표시를 한 거라 둘러댄다.
그러자 우용길은 갑자기 화제를 바꾸어 장준혁이 실행한 조기 췌장암 수술에 대해 추궁한다.
당황한 장준혁은 우용길 교수의 조기 췌장암 진단대로 수술을 잘했다며, 마치 오진 사실을 몰랐던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우용길은 노회한 사람이었다. 그는 그렇다면 굳이 긴급수술을 해야 할 이유는 뭐였냐고 장준혁의 허를 찔러버린다.
장준혁이 궁색한 변명을 하며 당황하자, 우용길은 그 그림을 잠시 맡아두고 있겠다고 말한다.
장준혁은 우용길에게 오진 문제와 뇌물공여라는 두 개의 약점을 잡힌 것이다. 이렇게 우용길은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었다.
한편, 장준혁이 곤경에 빠져있을 때 이주완의 후임교수 물색작업은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비밀리에 여러 명의 후보들을 추천받은 그는, 모교 Y대 출신으로 하버드에서 공부한 해외파 노민국에 주목한다.
학문적 성과도 뛰어나고, 인격적으로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장준혁보다 나으면 나았지 전혀 모자람이 없는 인물이었다.
이주완 교수는 노민국을 직접 만나보고 더욱 맘에 들었다. 게다가 그가 공부에 전념하느라 결혼을 못했다는 사실에,
자신의 딸 이윤진과 맺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주완 교수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장준혁은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준혁은 우선 최도영에게 오진 사건에 대해 자신이 우용길 교수에게 말한 대로 입을 맞춰줄 것을 부탁한다.
최도영은 의사의 올바른 치료행위가 교수의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 되어서는 안 된다며 그런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거절한다.
하지만 살아오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민원장은 우용길 교수를 의사회 세미나에 초청하여 성인병에 대해 강연을 부탁한다.
강연이 끝나자 민원장은 뒷풀이를 준비해 그 자리에 우용길의 친구이자 의사회장인 유필상을 동석시킨다.
민원장과 유필상은 의사회 차원에서 성인병 연구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것이며 우용길의 병원 내 지위 상승을 도울 것이라며
우용길을 구워 삼는다. 또한 민원장은 민준을 시켜 성의 표시로 케잌 상자를 건넨다.
이렇게 해서 장준혁 측은 우용길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한다.
제 3 ∼ 4 부
출세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준혁은 어머니가 꼼짝도 못한다는 동생 민주의 연락을 받는다.
민원장의 사위로 들어간 아들 준혁의 곁에 얼씬 대는 것을 꺼리던 어머니는 아들에게 알리지도 못하고 병을 키워온 것이다.
관절 재수술을 받아야하는 상황에서 준혁은 의사로서 장인 민원장의 실력을 알기에 자신의 병원으로 모셔오게 한다.
항상 어머니에게 차갑게 굴던 준혁이지만 자신의 어머니를 최고의 의사, 정형외과 과장 유정진에게 수술 받게 하고 싶다.
한편 정형외과 과장 유정진을 포섭한 이주완은 어머니의 수술로 무리수를 두는 준혁의 속내를 냉소한다.
이주완은 유정진이 과장이 될 때 도왔던 일로 유정진을 통해 오경환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나가려 한다.
한발 앞서 이사장에게도 추천이 아닌 공개 공모에 의한 선출 필요성을 납득시켜 놓는다.
만사형통이라 생각하던 이주완은 준혁을 내치는데 동의했던 우용길의 번복에 화가 난다.
장준혁은 의국장인 도건하를 자기 사람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필두로, 의국 직원들을 하나씩 함락시켜 나간다.
그들은 외부에서 교수가 오는 것보다 장준혁이 되는 것이 그들에게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알기에 기꺼이 장준혁의 편이 되어준다.
서로의 움직임들을 눈치 챈 장준혁과 이주완은, 결국 후임 과장 문제로 충돌하게 된다.
우선 장준혁이 외부에서 과장을 데려올 거라는 소문이 돈다며 진위여부를 묻는다. 이에 이주완은 헛소문이라 얼버무리면서도
만약 자신이 후임 교수로서 장준혁을 추천하지 못할 경우가 생긴다면 어떻게 할 거냐고 냉소를 짓는다.
장준혁은 이주완 교수가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고 생각했다. 장준혁은 이제 교수 임용문제에 있어서 이주완이 필요치 않은
상황이었다. 장준혁은 눈을 똑바로 뜨고는 순순히 당하고만 있지 않을 거라고 선전포고를 한다.
내과 펠로우 하은혜의 독단적 수술로 인해 병원은 발칵 뒤집힌다. 환자 남편의 난동으로 M&M컨퍼런스가 열리게 되고
준혁은 이일을 오경환 교수에게 잘 보일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 찾아간다. 정중한 부탁으로 오경환 교수에게 칭찬을 받은 준혁은
점수를 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경환은 말로만 생색내는 준혁 보다
결정적 순간에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후배의사를 감싼 최도영을 더 신임한다.
이때 뇌사자가 발생하고 병원은 장기 이식 시스템으로 급박하게 돌아간다.
장기 이식 수술자가 국내 굴지 기업인의 아내인데다 병원에서 처음 하는 간과 신장의 동시 이식수술이기 때문이다.
환자는 간 질환으로 간 기능을 상실하고 만성 신부전증으로 신장 기능을 잃어 암세포 전이를 차단하는 치료와 투석 요법으로
생명을 유지해 오고 있었다. 그녀는 현재 간과 신장을 동시에 이식 받지 못하면 두 달을 버틸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뇌사자가 장기를 기증하게 되어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수술은 간담도와 췌장 전문인 장준혁이 간이식을 맡고, 위와 신장 전문인 이주완 교수가 신장 이식을 맡아
함께 수술하기로 한다. 학회에 참석하려 온 해외인사들에 이식수술을 병원 홍보로 이용하려는 이사장까지 참관하게 된 이식수술.
이주완은 이 자리를 빌어 이사장과 병원 관계자들에게 노민국을 소개한다.
수술을 앞두고 이주완 교수는 현기증을 일으켜 쓰러지고 만다. 하지만 이는 이주완이 파놓은 계산된 함정이다.
이주완은 놀란 이사장에게 자기 대신 훌륭한 의사를 모셔와 수술을 맡겼으면 좋겠다며 노민국 교수를 추천한다.
순간, 우용길 교수는 이것이 이주완의 연극임을 알아차린다. 하지만 그 순간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준혁은 이주완이 쓰러졌단 말에 더 자신만만해하지만 막상 수술실에서 맞닥뜨린 상대는 맞수 노민국이다.
일순 당황하던 장준혁! 하지만 그는 점차 전투적인 모습으로 변한다.
제 5 ∼ 6 부
수술실에서 노민국을 만난 장준혁은 긴장을 한다. 이주완 교수의 연극을 모르는 노민국은 수술을 하는 의사로서 그 자리에
서 있었지만, 장준혁은 생존 게임의 장에 서 있는 것이었다.
그들은 뇌사자에게서 떼어낸 간과 신장을 면역거부반응이 비교적 덜 민감한 간을 먼저 이식했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 신장의 동시이식 광경을 지켜보는 가운데, 장준혁은 필요이상으로 긴장을 해서 실수를 하고 만다.
이 때문에 시간 단축을 할 수 없게 된 장준혁에 비해 노민국은 단 하나의 실수도 없이 깔끔하게 신장 이식을 마친다.
그들은 마치 오랜 동안 호흡을 맞춰온 콤비처럼 보통 20시간 정도 걸리는 수술을 12시간에 끝내 버린다.
이 수술은 고도의 정밀성을 요하는 수술로 B형 간염에 의한 간경화 및 만성 신부전증 등 복합적 질병 발생시
두 개의 장기를 동시에 이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수술 장면을 지켜본 많은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장준혁은 노민국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순간 노민국의 존재가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이런 일이 있은 후, 과장 임용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자 노민국의 이름이 수면위로 급부상하게 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었다.
의대 안은 세 개의 라인으로 나뉘어 있었다. 우용길의 주류 라인, 강윤식 교수의 혁신 라인, 그리고 기초의학 라인.
우용길 라인은 이미 장준혁을 지지하고 있었고, 강윤식 라인은 잘난 체하는 장준혁 대신, 조교수로 있다가
다른 대학 교수로 간 박민교를 불러들이자고 하고 있었다.
박민교는 장준혁의 선배로 그보다 먼저 이주완 교수 밑에서 부교수를 했던 인물이었다.
가장 많은 교수들이 포진한 오경환이 수장으로 있는 기초의학라인은 중립을 지키고 있었는데,
이주완이 이들의 표를 움직여서 노민국를 교수로 뽑으려 하고 있었다.
결국, 기초의학과 라인을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성패의 갈림길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초의학을 전공한 의사들은 임상의학을 전공한 의사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특히 장준혁처럼 튀는 행동을 하는 의사는 더더욱 그랬다.
임상 각과를 전공한 의사들에 비해 대우가 안 좋고 수입도 1/5 정도 밖에 안 되는 그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연구를 계속한다는 소명의식의 소유자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튀는 스타일인 장준혁이 좋게 보일 리 만무했다.
장준혁은 교수 임용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용길과 유필상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의사회와 동창회를 동원해
교수들을 압박하고 회유하는 우회전술을 써서 표를 모았다. 여기에 이주완이 자신이 키운 제자들을 내치고
외부에서 노민국 교수를 끌어오려 한다는 부정적인 여론까지 조성한다. 분위기는 점차 장준혁 쪽으로 쏠리고,
이런 분위기를 파악한 이주완 교수는 또 한번의 묘책을 생각해 낸다.
그리하여 투표 당일, 장준혁 측은 승리를 예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회의실에 31명의 교수가 모여 투표를 시작되려 할 때
이주완 교수가 갑자기 기권해 버린다. 장준혁과 박민교는 모두 자신의 제자로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없고,
또한 학문적 성과를 공평하게 따져서 노민국를 지지하고 싶어도 제자들을 버리고 투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은 기권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었다. 외양상으론 공정한 투표를 위해서 그런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노민국을 교묘하게 지지하는 발언이었다.
제 7 ∼ 8 부
이주완 교수의 의도적인 기권은 투표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투표 결과 장준혁이 12표, 노민국이 11표, 박민교가 7표를 얻었다. 이주완의 기권이 장준혁에게 가려던 표를 분산시킨 것이었다.
누구도 과반수인 16표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상위 두 사람인 장준혁과 노민국를 놓고 재투표를 하게 되었다.
이제 각 진영의 관건은 박민교를 밀었던 강윤식의 혁신 라인을 어떻게 끌어 안느냐였다.
우용길과 유필상은 강윤식에게 접근하여 정치적 협상을 한다. 그들에게 의대 차원에서 배려를 약속하고,
이권을 챙겨주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주완 측도 강윤식 교수의 학회 임원 진출을 돕겠다며 협상 카드를 제시한다.
한편, 의국장 도건하는 장준혁에 대한 충성심에서 노민국를 찾아가 후보 사퇴를 종용하겠다고 한다.
장준혁은 못 들은 체 하는 것으로 그들의 만용을 허락한다. 때로는 상식 밖의 행동이 효과를 보는 법이기 때문이었다.
도건하는 노민국을 찾아가 만일 그가 과장이 되면 의국원 전체가 절대로 협력하지 않을 거라고 엄포를 놓는다.
이에 교수자리에 회의를 느낀 노민국은 이주완에게 사퇴의사를 밝힌다. 하지만 더이상 물러설 데가 없는 이주완에 의해 거부된다.
이주완은 자신의 지도하에 놓여있는 의국장 도건하의 파렴치한 행위에 분노해 장준혁을 호되게 추궁한다.
하지만 장준혁은 시치미를 떼면서 오히려 이주완이 자신의 표를 깍기 위해 일부러 기권한 거 아니냐고 받아친다.
이주완은 만약 비겁한 방법으로 과장이 되면 외과학회 간부인 자신이 장준혁의 학계 진출을 저지하겠다는 뜻을 비추고,
이에 장준혁은 부끄러운 행동을 조금도 한 적이 없으며,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의 실력으로 교수에 선출될 거라 말한다.
하지만 우용길은 장준혁을 불러 도건하 일의 경솔함을 책망한다. 그 일 때문에 오경환 교수가 선거에 뛰어들게 되면,
장준혁은 교수가 되기 힘들 거라는 것이었다. 현재까지는 엄정중립을 지키고 있는 그였지만,
만약 그가 선거전에 나서 기초의학분야의 표를 움직인다면 장준혁은 패배의 쓴 잔을 마실 게 분명했다.
불안함을 느낀 장준혁은 최도영에게 도건하 사건에 대한 자신의 결백을 오경환 교수에게 해명해 달라고 부탁한다.
오경환 교수에게 신망이 두터운 그였지만, 장준혁이 정말 결백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거절한다.
다시 장준혁은 위기에 처하고, 교수 선거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다. 불안함을 느낀 장인 민원장은 유필상과 함께
오경환 교수를 매수하기로 한다. 민원장은 액수의 차이일 뿐 세상에 돈 가지고 안되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한 밤 중에 오경환 교수를 찾아가 거액의 돈 가방을 건넨다. 하지만 분노한 오경환 교수로부터 욕만 먹고 쫓겨나고 만다.
이 일을 전해들은 장준혁은 이제 교수가 되기는 다 틀렸다며 입술을 깨문다.
아니나 다를까 결선 투표일, 오경환는 투표를 진행하기 앞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대학 병원에서는 있을 수 없는 부정과 기만이 판을 치고 있지만, 그럴수록 엄정한 투표로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 우용길 교수를 비롯한 장준혁을 지지한 교수들의 안색이 변하고 만다.
제 9 ∼ 10 부
하지만 투표 결과는 장준혁 16표, 노민국 14표로 장준혁의 승리로 끝난다.
오경환 교수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장준혁이 이긴 것이었다.
드디어 장준혁은 외과 과장이라는 정교수 위치에 오른다. 하지만 이것은 그에게 있어서 시작에 불과했다.
비로소 날개를 펼 수 있는 위치에 오른 것뿐이었다. 때문에 장준혁은 새로운 명성을 향해 야심을 불태운다.
하지만 노민국을 밀었다가 패배를 한 이주완 교수는 쓸쓸하게 교직에서 물러난다.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의과대학 외과를 대표하는 의사로서 그가 처음 해야 할 일은 미국 명문 의대인 하버드 대학에서 주최하는
국제외과학회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정교수로서 이전과는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미국 보스톤에 있는 하버드대학은 그가 1년 동안 연수를 했던 곳이기도 했다.
그는 학회기간에 논문을 발표하고, 또한 췌장이식 수술을 시연해 보일 계획이었다.
국제외과학회 준비 때문에 여념이 없는 그에게 최도영이 찾아온다. 최근 소화가 잘 안되고, 쉽게 피로하며 상복부 통증이 있어
병원을 찾은 권형근이라는 환자 때문이었다. 최도영은 환자의 복부 초음파에서 췌장의 종괴가 의심되어 복부 CT를 촬영했는데,
간이나 다른 장기에 전이가 없는 조기 말단부 췌장암이 의심된다는 것이었다.
장준혁은 복부 CT를 보고 대번에 다른 장기로 전이가 없는 초기 말단부 췌장암이라 진단을 내린다.
그리고 곧바로 수술 스케줄을 잡아버린다. 하지만 권형근의 담당의인 염동일은 흉부 X-ray 사진을 보고는 폐에 나타난 음영에
의심을 품는다. 그래서 흉부단층촬영하고, 폐전이가 의심되니 폐 생검을 실시한 뒤 수술을 하자고 제안한다.
이에 장준혁은 말단부 췌장암은 폐로 전이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권형근이 어린 시절 결핵으로 치료받았던 병력을 들어
폐결핵의 옛 병소라고 묵살한다. 결핵은 치료하면 비활성화 되지만 그 병변은 평생 흉부 X-ray 사진에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최도영은 장준혁에게 역시 폐 생검을 제안한다. 어린 시절의 X-ray 사진이 있어서 지금과 비교해 보면
암의 폐전이인지 결핵의 병변인지 알 수 있지만, 어린 시절의 폐사진이 없는 상황에서 그것을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생검을 통해 세포를 봐야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학회 참석차 미국에 가야하는 장준혁은 그대로 수술을 강행한다. 장준혁은 국제외과학회 일도 일이었지만,
환자의 병에 대해 자신감에서 비롯된 확신이 있었던 것이다. 또한 진행이 빠른 췌장암의 경우 수술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기 때문에 올바른 조치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리고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러나 권형근은 수술 5일째부터 발열과 경미한 호흡곤란을 일으킨다. 염동일은 권형근태를 수시로 보고했지만,
장준혁은 한 번도 권형근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특진 환자가 아닌 일반 환자에게 그가 정성을 쏟을 리 만무했다.
환자가 점점 상태가 나빠지자 염동일은 그 흉부 음영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수술 7일째,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자 염동일은 장준혁에게 연락을 취한다. 장준혁은 자신을 위한 환송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염동일은 그에게 심부정맥 혈전증에 의한 폐색전증이 의심된다며, 폐 방사선 동위원소 스캔에 의한 진단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한다. 하지만 자기가 한 수술에 대해 확고한 믿음이 있었던 장준혁은 수술 후 생길 수 있는 폐렴일 뿐이라며
항생제를 처방한다. 하지만 권형근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는다.
자신이 진단했던 환자에 대한 궁금증으로 권형근을 찾았던 최도영도 환자의 상태에 대해 염동일과 같은 판단을 내린다.
최도영은 환자가 합병증이 의심되니 새로운 처방을 해달라고 하지만, 장준혁은 이를 무시해 버리고 미국 보스톤으로 떠나버린다.
장준혁이 출국한 다음 날, 권형근은 호흡곤란이 심해져 기도삽관을 하고 인공호흡기를 달게 된다.
최도영은 장준혁과 연락을 취하려 했으나, 학회 일에 정신이 팔려있는 그는 로밍된 핸드폰을 꺼버린다.
제 11 ∼ 12 부
장준혁은 췌장 이식 수술에 관한 독창적 시술법 강연은 학회에 커다란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전세계 외과의들이 보는 앞에서 기존의 췌장 절제수술을 변형시킨 새로운 수술방법으로 3시간 만에
조기 췌장암의 췌장 절제수술을 성공시킨다. 췌장암의 절제수술의 경우 췌도와 담도, 십이지장이 만나는 부위라서
수술이 매우 어렵고 통상 10시간의 수술시간이 소요되는데, 그는 획기적인 수술방식과 화려한 테크닉으로 3시간 만에
수술을 마친 것이다. 사람들은 그가 개발한 변형된 휘플 수술을 장준혁식 수술법(Jang’s Operation)이라고 부를 것을 제창하고,
그는 일약 국제 외과학회의 스타로 거듭나게 된다. 이에 하버드대학 연수시에 그의 은사였던 저명한 외과의사인
에드워드 교수로부터 교환교수로 와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장준혁은 드디어 자신이 성공가도 위에 확실하게 올라섰음을 느낀다.
하지만 권형근은 인공호흡기로 산소를 공급해줌에도 불구하고 혈중산소 포화도는 계속 떨어진다.
그러다 결국 수술 11일째 되던 날 극심한 고통 속에서 죽고 만다. 졸지에 가장을 잃은 권형근의 가족은 망연자실하고 만다.
최도영은 유족에게 정확한 사인을 알기 위해서 부검을 권유한다. 수술 후에 얼굴 한번 내비치지 않은 장준혁 때문에
남편이 죽었다고 생각한 아내는 부검 제의에 동의한다.
오경환 교수가 해부를 해서 ‘폐 색전증에 의한 호흡곤란이 원인’이라는 것을 밝혀낸다.
더불어 장준혁이 폐결핵의 오래된 병소로 치부했던 폐의 병소가 췌장암의 원격 전이된 병소임이 드러난다.
하지만 그것이 수술 전에 그런 것인지, 후에 전이 된 것인지는 육안적 소견으로는 밝혀내지 못했다.
권형근의 아내는 수술 후에 제대로 조치도 안 하고, 또한 처음 진단과는 전혀 다른 병명으로 권형근을 죽게 한
무책임한 장준혁을 고소하기로 한다. 그녀는 김훈 변호사를 찾아가지만 오진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한다.
하지만 유족의 억울한 사정을 들은 뒤 사명감을 느껴 변론을 수락한다.
한국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던 장준혁은 미국에서의 학술적 성과에 고무되어 귀국 비행기에 오른다. 하지만 공항에서 자신이 고소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간 쌓아올린 명예가 일거에 무너지는 충격을 느낀다.
제 13 ∼ 14 부
냉정을 되찾은 장준혁은 사태를 해결하러 우용길를 찾아간다. 이번 일로 병원의 신뢰도가 떨어질까봐 걱정하는 우용길은
장준혁과 거리를 두려고 한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장준혁의 말에
변호사계의 백전노장인 고창길을 소개한다. 우용길은 장준혁의 수술에 설혹 문제가 있었더라 하더라도
병원을 위해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고창길 변호사는 상대가 김훈이라면 해볼만 하다고 자신만만해 하면서도,
혹시라도 모르니 스텝들의 입단속을 잘하라고 주의를 준다.
장준혁은 ‘수술후 폐렴’이라는 진단에 따라 자신의 지시대로 행동한 염동일에게 환자의 증상에 항생제 약효가 없었다면
당연히 폐색전증과 같은 다른 합병증을 의심하고 조치를 취했어야 하지 않았냐며 오히려 야단을 친다.
염동일은 어이가 없었으나 그의 위압에 눌려 입을 열지 못한다.
그런 염동일에게 장준혁은 앞으로 자기 시키는 대로만 하면 모든 게 잘 해결될 거라고 말한다.
1심이 열린 재판정에 사건의 사회적 파장 때문에 의학 관계자와 기자 등 많은 사람들이 온다.
원고측과 피고측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자신들의 논리를 펼치고, 상대를 반박했다.
여러 명의 증인들이 증언을 했지만, 첫 공판에서 권형근를 부검했던 오경환만큼 중요한 증인은 없었다.
우용길은 병리학 교실에 대한 지원을 빌미로 유리한 증언을 해달라고 오경환에게 은근한 압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오경환는 진정한 명예란 한 인간의 죽음에 대해서 진실을 올바르게 밝히는 거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는 진술을 한다.
그는 수술 전에 검사 태만으로 ‘폐의 전이’를 보지 못하고 메스를 가했다면 임상의사로서 주의 의무가 결여돼 있다고 본다는 말로
장준혁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폐색전증은 불가항력이었으나 폐의 전이가 된 상태의 췌장암 수술은 의미가 없으며,
의미없는 수술의 합병증으로 폐색전증이 발생했으므로 결국 수술 자체가 환자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이는 장준혁이 검사 태만으로 폐의 전이를 몰라서 불필요한 수술로 환자를 죽게 했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이런 오경환의 증언으로 재판의 쟁점은 ‘폐의 전이된 병소가 확인됐을 경우, 수술을 하느냐 마느냐’가 된다.
이에 원고측 증인은 폐의 전이를 알았을 경우, 수술은 생명을 거는 도박에 비유하며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펼친다.
하지만 피고측 증인은 결핵의 옛병소가 거의 확실한 상태였기 때문에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 것이 옳았다고 주장하며 팽팽하게 맞선다.
이에 장준혁은 결핵의 옛 병소임을 확신했으나, 폐의 전이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고 위증을 한다.
즉, 폐의 전이가 아니라면 환자를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거란 판단에 수술을 했지만,
불행히도 폐의 전이가 있었기 때문에 환자가 죽었다는 것이었다.
장준혁은 자신의 말을 뒷받침할 증인으로 염동일를 내세운다. 염동일은 자신의 증언이 향후 자신의 장래와 직결된다는 사실에
내키지 않은 위증을 하고 만다. 그의 위증을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은 최도영 뿐이었다.
최도영은 증언 전에 우용길의 회유와 압력을 받는다. 진실을 증언하려면 자리를 내놓고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것을 걱정한 그의 아내도 그를 적극적으로 만류했다. 사실 그도 인간이었기에 잠시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법정에서 장준혁이 폐 전이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고 증언한다.
이렇게 양측의 감정인과 증인들의 증언이 엇갈리는 가운데, 재판장은 과연 장준혁의 수술 처치가 적절했는지를 알기 위해
법정 독자적으로 감정인을 선정한다.
법정에서 지정한 감정인은 흉부단층 촬영에서는 폐전이인지 결핵의 옛 병소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고,
환자는 폐색전증으로 사망하였으므로 장준혁의 수술 자체가 잘못되어 환자를 죽게 했다는 것은 성립되지 않음을 밝힌다.
이에 재판장은 장준혁이 수술후 폐렴으로 진단했지만, 환자는 폐색전증으로 사망한것이 오진이 아니냐는 날카로운질문을 던진다.
감정인은 부주의에 의한 오진이라기보다 경험상 판단의 착오에서 온 것이므로 오진이라 볼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다만, 수술 후 환자를 단 한 번도 진찰 하지 않은 장준혁의 태도에는 문제가 있었다며 유감을 표한다.
이에 장준혁은 가슴이 뜨끔함을 느낀다.
재판 결과는, 폐의 병소가 암의 전이인지 결핵의 옛 병소인지 알 수 없었던 상태에서 수술을 강행한 것이
환자를 죽게 한 것인지 아닌지 명확히 해명할 수 없기 때문에 장준혁에게 그 잘못을 물을 수 없다고 나온다.
제 15 ∼ 16 부
재판에서 이긴 장준혁은 승리에 도취된다. 그리고 다시금 그의 가슴 속에서는 꿈을 향한 열정을 꿈틀거린다.
그러한 때 하버드에서 인연을 맺었던 에드워드 교수가 그를 찾아온다.
인천의 경제특구로 예정된 송도에는 외국 병원들이 저마다 브랜치 병원을 세우려 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하버드 병원이 동북아 허브 병원을 표방하며 들어오려고 하고 있었다.
하버드는 병원만 들어오는 게 아니라 의대까지 같이 들어와 의료진 양성과 의료 서비스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고 있었다.
에드워드는 장준혁에게 하버드 의대의 교수직과 함께 병원의 외과 과장을 맡아달라고 제의한다.
장준혁은 췌장암 분야에서는 세계적 명성을 갖고 있었고, 또한 국내에서 대중적 인지도가 있기 때문에 적임자라는 것이었다.
장준혁은 꿈이 바로 앞까지 다가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꿈은 세계 최고의 의사가 되는 것이었다.
그는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며칠 후, 에드워드 교수는 장준혁에 대한 제의는 당분간 보류하기로 한다. 권형근의 가족이 항소를 했기 때문이었다.
에드워드 교수는 일단 사태를 지켜본 뒤 최종 결정을 하겠다고 한다.
장준혁은 가족들을 몰래 접촉해서 항소를 못하게 하려고 금전적인 협상을 제안한다. 이에 가족들은 실수를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를 요구한다. 하지만 의사로서 자존심이 그 누구보다 강한 장준혁이 잘못을 인정할 리 만무했다.
그는 자존심을 꺽지 않았고, 그래서 항소심이 진행되고 만다.
항소심의 쟁점은 수술 전에 검사를 소홀히 해서 문제가 발생했고,
그것 때문에 환자가 악화되어 죽었고, 또한 그 중심에는 오진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김훈 변호사는 폐쇄적인 의학계 내에서 자료를 모으고, 증인들을 찾아 항소준비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는 새로운 감정인을 구하는 한편, 1심에서 위증을 했던 염동일을 설득한다.
여린 심성의 염동일은 양심의 가책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 진실을 밝힐 수가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 김훈 변호사는 S대 의대병원의 책임 간호사로 일했던 유미라를 알게 된다.
그녀는 장준혁이 염동일의 의견을 무시했던 회진에 함께 있었던 인물이었다.
현재 퇴직하여 전업주부로 살아가고 있던 그녀는 복잡한 일에 말려들기 싫어 증언을 거부한다.
게다가 그녀는 어렵게 임신을 한 상태라 태아에게 지장이 있는 그 어떤 일도 하기가 싫었다.
항소심이 시작되자 원고 측과 피고 측은 또 다시 팽팽한 논리싸움을 전개한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 싸움은 사실 현대의학이 갖는
한계 안에서 쉽게 결론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건 자체가 첨단 의학의 화두를 담고 있어서 정답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김훈은 이번 항소심에서 상대를 이길 수 있는 길은, 장준혁의 위증을 밝혀내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가운데, 김훈은 천신만고 끝에 유미라를 법정 증인으로 세우게 된다. 이주완 교수의 딸인 이윤진의 끈질긴 설득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윤진는 최도영에 대한 관심과 사랑 때문에 재판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어느덧 사명감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사실을 증언하자 재판정이 술렁인다. 하지만 피고측 변호사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진술이기 때문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해서 위기를 넘긴다. 하지만 하루 빨리 하버드 병원으로 옮길 생각에 빠져있는 장준혁은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받는다.
이러한 때 장준혁은 어지러움을 동반한 구토 증세를 보이지만, 그는 그저 스트레스일 뿐이라고 자위한다.
제 17 ∼ 18 부
항소심이 진행되는 가운데, 장준혁은 인천 송도에 건설되는 하버드 병원의 외과과장과 외과교수로 내정된다.
이제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결과가 나오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고, 하버드 측에서 그를 내정했다는 것은 법정보다도 먼저
그의 손을 들어준 것이기 때문이었다. 장준혁은 동북아 의료 서비스의 중심이 될 병원에서 근무할 생각에 아프기는커녕
오히려 에너지가 넘쳐흘렀다. 이제 곧 의사로서 최고의 위치에 오르는 일도 시간 문제였다.
마지막 항소심의 증언석에서 장준혁은 자신이 내린 진단과 행한 시술 등은 모두 정당했다고 자신감에 찬 어조로 말한다.
또한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에 담당의인 염동일에게 충분한 지시를 했다며 책임을 떠넘긴다.
이에 방청석에 있던 염동일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장준혁의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소리를 친다.
이에 김훈 변호사는 재빨리 염동일를 재정증인으로 내세워 장준혁과 대질심문을 하게 만든다.
또한 그 동안 치밀하게 준비해 놓았던 염동일의 증언을 뒷받침할 자료를 제출한다.
장준혁은 궁지에 몰리고 만다. 하지만 그는 말도 안되는 모략이라고 받아친다.
항소심 법정에서는 원고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낸다. 장준혁은 폐의 전이소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의심조차 하지 않았음이 명백하고, 최도영과 염동일에게 폐생검 제안을 받았음에도 이를 무시했는데,
이는 의사로서 의무를 태만한 일이라는 것이었다.
항소심 결과를 듣는 자리에서 충격을 받은 장준혁은 소리를 지르다가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만다.
응급실로 실려간 장준혁은 정밀진단을 받게 되고, 그 결과 위암으로 판명이 난다.
그런 상황에서 에드워드 교수로부터 송도 하버드 병원의 외과 과장은 노민국으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장준혁은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충격을 받는다. 그는 항소심에서 패해 의사로서 명예에 먹칠을 했고,
또한 그로 인해 자신의 꿈이 좌절당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위암까지 얻게 되었고 말이다.
그는 이렇게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그는 즉시 상고를 준비한다.
하지만 위암으로 수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든다. 여태 남을 수술해 본 적은 있어도
자신이 수술대에 누워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에게 있어서 수술을 하는 의사에 대한 신뢰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그 자신이 뛰어난 의사인 장준혁이 자기 자신만큼 신뢰할 수 있는 의사는 없었다.
위암 분야에 있어서 유일하게 있다면, 그는 바로 이주완 교수였다.
하지만 그는 이주완 교수에게 차마 수술을 부탁할 수 없었다. 이런 고민을 최도영이 해결해 준다.
최도영은 장준혁의 위암 수술은 다른 위암 수술과는 달리 매우 까다로운 수술이기 때문에 최고의 집도의가 맡는 것이 좋겠다며
이주완 교수를 추천했던 것이다.
그리고 장준혁은 직접 부탁할 수 없는 처지를 생각해 자신이 직접 이주완을 찾아가 수술을 부탁한다.
이주완은 장준혁에 대한 감정으로만 본다면, 그가 위암으로 죽건 말건 모른 척해도 될 일이었다.
장준혁으로 인해 그의 은퇴에 오점을 남겼고, 또한 의료소송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원고측 편에 서서
장준혁과 다시금 대결을 했던 그가 아닌가.
그러나 아무리 장준혁이 그에게 있어서 철천지원수였다 하더라도 그가 환자로서 그 앞에 왔을 때 그는 의사일 뿐이었다.
그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장준혁의 수술을 맡기로 한다.
하지만 수술을 위해 장준혁의 몸을 절개해보니 치료가 불가능한 복강내 전이 상태였다.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이주완을 비롯한 그의 수술을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이주완은 수술을 포기하고, 절개 부분을 봉합하고 만다.
제 19 ∼ 20 부
장준혁이 치유불능의 위암이라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는다.
그들은 현재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있는 장준혁에게 또 한번의 쇼크를 주어선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장준혁에게 당분간 그 사실을 숨기고 수술에 성공했다고 연극을 하기로 한다.
장준혁은 수술이 성공했다는 사실에 안도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회복이 되지 않자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또한 병실에서 자신이 필요로 할 때 의료진들을 맘대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자신을 원망하며 죽어간 권형근과
자신이 봐주기를 간곡하게 바라던 권형근의 가족이 떠오르기도 했다.
장준혁을 속이는 일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암 전문의인 그가 자신의 병명과 그에 따른 증세가 일치하지 않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장준혁은 최도영을 찾아가 진실을 말하라고 하고,
최도영은 그가 치유가 불가능한 말기암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최도영이 사실을 말해준 이유는, 장준혁에게 적극적인 항암 치료를 하기 위해서였다.
설마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나자 장준혁은 하필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냐며 절규한다.
장준혁은 억울했다. 그는 최고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잃은 상황에서 신은 그의 마지막 남은
목숨까지 거두어 가려하는 것이었다. 그는 자기의 병을 부정하고 싶었다, 그리고 오진이기를 바라기도 했다.
하지만 암전문의인 그 자신을 속일 수는 없었다. 모든 것이 명명백백했다.
그는 억울했지만 자신의 죽음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했다. 그는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생각했다.
그가 죽기 전에 해결하고 싶은 것은 다름 아닌 대법원 상고였다. 그는 모든 것은 다 인정할 수 있어도 의사로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 허락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최도영이 항암제 투여를 권유했지만, 장준혁은 항암제 사용을 거부한다.
그는 외과의로서 암은 수술에 의해서만이 완치된다고 믿고있었다. 또한 그가 거부하는 이유는, 항암제를 쓰는 말기암 환자의 경우
단지 생명만 연장되는 게 아니라 가혹한 고통까지 연장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의 가치관에서 볼 때 그런 생명의 연장은 죽음과 다름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의연해 보이려고 노력했다.
장준혁은 고통 속에서 조용히 죽음을 맞이한다. 혼수상태에서 장준혁은 헛소리를 중얼대기도 했는데,
의료사고로 죽은 권형근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렇게 장준혁은 한창 정력적으로 일할 나이에, 외과의사로서 전성기의 위치에서 죽고 만다.
죽은 장준혁의 몸에서 두 통의 편지가 나온다. 하나는 권형근 사건에 대한 대법원 상고 이유서였는데,
그것은 재판에 대해서 승복하지 않고 끝까지 명예를 회복하려 했던 그의 의지표현이자 자존심이었다.
또 하나는 오경환 병리학 교수에게 보내는 자신의 시체에 대한 병리해부 의견서였다.
거기에는 암의 조기 발견 및 치료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신의 시신을 기증하며, 자기 자신이 암 치료에
제 일선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조기 발견을 못하고 암으로 죽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는 소견이 적혀있었다.
첫댓글 좋은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좋은자료 너무 감사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