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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소라만은 안 돼요. 제발!"
"그러니까 값을 후하게 주잖소"
소라는 태어났을 때부터 다른 사람의 손에 넘겨져 일본 도쿄에서 살게 되었다. 그런데 양부모는 소라의 건강이나 천부적인 재능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줄곧 일하는 법만 가르쳤다.
"엄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아유, 학교는 또 왜 가! 시끄럽게"
소라는 눈치가 빨라서 양부모가 자신을 귀찮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엄마, 체육복이 작아졌어요."
"그 정도면 좀더 입어도 괜찮아"
"학교 숙제가 있는데요 엄마..."
"좀 조용히 못해! 시끄럽잖니."
소라는 엄마가 자신에게 차갑게 내뱉은 한마디에 더 이상 말을 꺼내지 못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저 소란데 레나...."
"응, 소라야. 왜 걸었어?"
소라는 전화를 끊고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또 들려오는 엄마의 고함소리.
"이놈의 지지배. 또 나가요, 또!"
소라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랑곳하지 않고 문 밖으로 나갔다. 많이 들어보았던 고함소리이기 때문이다. 소라는 한걸음에 언덕을 뛰어 올라갔다. 그리곤 혼잣말을 했다.
"레나 개는 왜 이렇게 안 나와?"
갑자기 나무 뒤에서 레나가 뛰어나왔다.
"소라야, 깜짝 놀랐지?"
"나 지금 장난칠 기분 아니야"
"왜? 집에 무슨 일 있니?"
소라는 자기 부모님이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꼈던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레나 에게 말해 주었다.
"켁...그러니까 너네 엄마가 가짜?"
"내 생각엔 아마 그런 것 같아."
"설마, 말도 안 돼."
소라는 지구 어딘가에 꼭 진짜 부모님이 자신이 돌아볼 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믿었다. 소라가 레나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자 보이는 건 화난 양부모의 얼굴이었다.
"너 나쁜 애랑 어울려 다닌다며?"
"아니에요 아빠. 레나는...."
'엄마 얘기 다 들었다."
그 날 소라는 다리에 멍이 들 정도로 몽둥이를 맞고 지쳐 잠이 들었다. 그리고 밤에 잠시 눈을 떴을 때 들리는 엄마의 말소리.
"정말 괜히 데려왔나 봐요."
"주워온 아이는 역시 좀 그런가?"
"지금 돌려주면 그동안의 돈은 어떡해요?
"내 생각엔 파는 것이 좋을 거야."
소라는 토요일 오전 9시에 영국으로 출발하는 고기잡이배에 자신을 팔아 넘기려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오늘은 목요일이다. 3분만 더 있으면 12시이다. 벌써 금요일이 되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어유!! 어깨 좀 펴고 다녀라."
소라는 레나 에게 밤에 있었던 일을 다 얘기해 주었다.
"그게 정말이니 소라야?"
"난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그런 걸 피하는 방법이 있어."
"난 죽기라도 할거야. 말해 줘."
"가출하는 거야. 나도 시도는 했어."
"그런데 붙잡혔구나."
"겁도 없이 정문으로 나가려 했어."
"나 한번 해볼래. 죽기야 하겠어?"
레나는 용기 있는 소라의 말에 또 한번 놀랄 따름이었다.
"레나 너도 같이 갈래?"
"너 나보고 아주 죽으란 말이니?"
"난 그냥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또 한번 잡히면 어떡하라고...."
결국 말싸움 끝에 레나도 지겨운 고아원 생활을 벗어나기로 했고, 둘은 함께 탈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너 매일 방에 처박혀 있을 거니!!"
"죄송해요, 엄마."
소라는 필요한 물건을 하나씩 가방에 넣기 시작했다. 오늘은 금요일이다. 오늘밤까지 달아나지 않으면 나는 더 멀리 팔려가게 된다. 소라는 자신이 매일 달고 다니던 목걸이를 만져 보았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마지막으로 집을 떠날 때 엄마가 몰래 걸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일 편한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간식도 조금 넣었다. 물론 돈도 조금은 챙겨 넣었다.
"엄마. 아빠....안녕."
소라는 살금살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큰 소나무 아래에서 만나기로 한 레나를 기다렸다.
"소라야, 여기야. 여기!!"
"레나야!! 우리 빨리 도망가자."
"그래. 아침이 얼마 안 남았어."
한번도 가지 않은 학교 옆 담쟁이덩굴로 둘러싸인 길을 따라 오래도록 걸었다. 얼마쯤 갔을까? 중간쯤 와서 본 것은 "돌아가시오" 라는 팻말이었다.
"뭐야? 이런 건 입구에다 세워야 하는 거 아니니 소라야?"
레나가 투덜거렸다. 그 팻말을 무시하고 다시 둘이서 한참을 걸어가다 보니 부서진 다리가 나왔다. 중간에 몇 년간 썩은 듯한 밧줄이 매달려 있었다. 12살의 소녀 둘이서 지나가기엔 너무 많은 위험이 따랐다.
"소라야, 우리 그냥 돌아가자."
소라는 용기를 내어 밧줄에 한 발을 내디뎠다. 밧줄은 보기엔 아주 튼튼했다.
"레나야, 됐어. 건너도 될 거야."
"소라야....그래도 난 무서워."
"내가 같이 가잖아. 뭐가 무서워?"
두 소녀가 낡은 밧줄에 발을 내디뎠을 때는 밧줄이 낡을 대로 낡아 있었다. 그런데 하늘도 감동했던 것일까? 두 소녀가 다 건널 때까지 밧줄은 끊어지지 않았다.
"지금쯤이면 우릴 찾고 있을 걸?"
"그런데 우리 지금 어디로 가니?"
레나는 궁금증 반, 투정 반이 섞인 목소리로 소라에게 물었다.
"나도 몰라. 학교 뒤에 이런 숲이 있는 줄은 나도 잘 몰랐어."
실제로 소라네 학교는 나무가 많아서 공기가 아주 좋았다. 하지만 아무도 학교 뒤편에 숲이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한참을 걷고, 또 걸었다.
"아직도 더 가야 되는 거니?"
레나는 숨이 차 헉헉대며 말했다. 레나는 몸이 약하다. 자꾸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는 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레나야, 그럼 우리 여기서 쉬자."
"와∼저기 동굴이 있어. 빨리 와."
둘은 소라가 가져온 간식을 먹으며 그 동굴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이봐! 일어나!"
"우우....뭐야? 레나 너니?"
"남의 집에서 이게 뭐야?"
"헉! 너는 숲 속에서 살아?"
"후딱 일어나서 치우지 못할까!"
"이....이건 말로만 듣던 타잔?!"
갑자기 나타나서 소라를 놀라게 하는 이 소년의 정체는 타잔이 아니라 동굴을 집 대신으로 사용하고 있는 고아 소년 "태식"이었다.
"이게 사람 말을 먹어! 일어나!!"
"헉! 뭐야? 어쩌라고 (ㅠ.ㅠ)"
"지금부터 청소를 한다. 실시!!"
자세히 봤더니 자기보다 키가 작다는 점을 발견한 소라 양. 나이가 어리다는 것을 알아챘다. 끓어오르는 분노....
"땅꼬마!! 너 어디서 반말이야!!"
먼저 화를 낸 것은 버섯을 따서 들어오던 레나 였다. 오오∼살았다.
"뭐야? 난 "태식" 이라고.....요......"
"시끄러워! 차렷, 열중 셧! 차열,..."
레나가 하는 말이라면 껌벅 죽는(ㅡㅡ;)
"소라야, 너 얘한테 쪼는 거야?"
"「정곡」 설마...내가 얘한테...."
같이 버섯을 먹으면서 얘기를 나눠보니 태식이도 같이 가자는 결정이 내려졌다. 남자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우리들이다. 태식이는 우선 힘세니까 좋고, 글구 불쌍하니까...
"아아아악∼이 숲 너무 지겨워. "
"레나야....다른 방법이 없잖아. 걷는 것말고는...."
"야! 땅꼬마, 넌 길을 알지?"
계속되는 레나의 협박에 태식은 괜히 열 받아 돌을 던졌다. 그 돌이 날아가서 부딪혔다.
[풍덩] 머시라? 풍덩??
"오∼예스! 잘했어 태식...."
오늘따라 레나가 너무 무섭게 보인다. 그렇게 셋이서 강을 따라 내려간다. 그런데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는 태식이와 헤어져야 할 일이 생겼다.
"너 혹시 태식이 맞니?"
"야, 이상한 사람은 그냥 피해. 아니면 무시해 버리던가."
"우리 태식이. 태식아, 엄마야."
"엄마∼∼∼∼!!! (ToT)"
태식이의 어머니는 레나와 소라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는 몇 번이나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 할 쪽은 오히려 소라 쪽 이었는데 말이다.
"레나야, 우리도 인사해야지."
"그게 아니고....나 태식이가 너무 부러워"
"레나야....니 맘 다 알아."
태식이와 이별을 하고 다시금 먼 길을 떠나는 소라와 레나. 밤이 다 되어 간다. 잘 곳을 찾아야 하는데 소라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어림도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텐트라도 가져올 걸 그랬어."
"우리 부탁해 볼까?"
소라는 꼭 엄마를 찾겠다는 굳은 의지가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주어서 무슨 일이든지 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나보고 구걸을 하라고??"
"날 보고 따라해 레나야."
소라는 열심히 레나를 설득했다.
"저기....하룻밤만 재워주시면 안 되요?"
"어유∼재수 없어. 웬 거지래?"
갈 곳이 없는 소라와 레나는 하는 수 없이 "노숙"을 하기로 했다.
"에고오오∼∼늦잠 자니까 좋타."
"소라야, 우리 이 여행 그만두자."
"그래도 여기까지 왔잖아."
소라는 레나를 설득해 보려고 했으나 고집불통인 레나는 말을 듣지 않았다.
"레...레나야, 어디 가?!"
레나는 알 수 없는 길을 계속해서 뛰어 갔다. 이건 무슨 느낌일까? 그때만큼은 소라도 레나를 잡을 수가 없었다. 소라는 혼자라도 여행을 계속 해 나가기로 굳게 결심했다.
"레나가 없으니까 너무 심심하다."
소라는 지금 무엇보다도 밥을 먹고 싶었다. 어제 점심 때 태식이 아줌마가 사 주신 음식말고는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쓰레기 같은 녀석, 죽어라!"
갑자기 들려오는 고함 소리에 소라는 깜짝 놀라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할 짓이 없어서 도둑질을 해??"
"너는 경찰서 맛 좀 봐야 돼."
소라는 왠지 모르게 당하는 사람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욕설을 맞고 서있는 아이를 감싸주었다.
"제 동생이에요, 용서해 주세요."
그 아이는 뜻밖이라는 듯이 자신을 구해 준 소라를 쳐다보았다.
"네가 이 녀석 누나라고?"
"네. 한번만 와주세요 아주머니."
"그래, 이번 한번 만이다."
"또 그러면 국물도 없을 줄 알아."
소라는 아이를 데리고 황급히 그 자리를 빠져 나왔다. 그리고 아이에게 이것저것을 묻기 시작했다.
"너는 이름이 뭐니?"
"누나가 알아서 뭐하게?"
"꼬마야, 그러지 말고. (--++)"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검은색 눈을 가진 그 꼬마는 내가 아무리 많은 질문을 해도 여전히 퉁명스럽게 귀찮아하는 듯이 대답할 뿐이었다.
"그럼 너 남자니? 여자니?"
"너 바보 아냐?"
그렇다! 그 꼬마는 "켄"이라는 아이로 그 마을에서는 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유명한 아이였다. 그리고 그 꼬마가 입은 옷에는 이름과 나이 및 여러 가지 자세한 사항이 적혀 있었다.
"뭬야? 누나한테 바....바보라니!!"
"진짜 되게 시끄럽구만."
열 받은 소라. 켄을 뒤로하고 다시 제 갈 길을 가는데 켄이 소라를 따라오는 것이었다.
"뭐야? 넌 왜 따라와?"
"남이사. 내가 너 따라가는 걸로 보였냐?"
"익....저 나뿐 녀석 같으니...(ㅠㅠ)"
한참을 가는데 비가 쏟아졌다.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소나기"인 것 같은데 그 비는 도통 그칠 줄을 몰랐다. 켄은 어느 가게 안으로 "쏙" 들어갔다.
"나도 들어가야지∼♥"
'야, 넌 다른 데 들어가면 되잖아."
그 순간 소라의 눈에 보인 것은 켄이 먹고 있는 따끈한 라면이었다.
"헤....맛있겠다....맛있겠다아아......"
"먹고 싶냐?"
"니가 준다면야....(ㅠ.ㅠ)"
결국 돈은 다 켄이 내고 소라는 라면과 김밥, 떡볶이를 먹어 치웠다.
"캬∼맛있다. 너, 진짜 고마웠어."
"좋기도 하겠다. 이런 나쁜...."
"넌 돈이 많아서 좋겠다 켄."
그런데 뒤쪽에 따라오고 있어야 할 켄은 아무데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 나오지 마. 누가 너랑 같이 가고 싶댔니?"
소라는 계속해서 길을 떠났다.
"엇! 저건 배....배닷!!"
소라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항구까지 걸어왔던 것이다. 소라네 집에서 항구까지는 약 45마일이나 된다. 소라는 자신에게 스스로 감격하며 배에 숨어들었다.
"젠장할....돈이 다 떨어지다니......"
궁시렁거리며 배에 올라탈 때 그만 발이 미끄러지고 말았다.
"아유∼이 물 때문이야. 근데 안 아프다. 혹시 내가 초능력자??"
"야! 빨리 못 내려와??"
"사....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나도 숨어 들어가려고 했는데...."
"저도 그러다가 미끄러졌어요."
"야, 니 얼굴이나 좀 보자."
"케...케엔?"
소라 눈에는 켄이 엄청나게 예뻐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 무섭고, 힘이 들었기 때문에 여에서 지켜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 나쁜 녀석아. 어디 갔었어!"
소라는 참고있던 울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금새 울음을 그치고 켄과 함께 배 위에 올라탔다.
"음냐리....음냐........"
"말 좀 붙여 볼려고 했는데 자네..."
켄은 배 멀미가 심하다며 자기가 찍어둔 감자 상자 뒤에 누워 잤다. 지금 둘은 야채 실에 숨어 있는 것이다.
"이 녀석, 자는 건 이쁘단 말야."
소라는 장난기가 발동하여 켄의 머리카락을 하나 뽑아들었다. 쟈스민 향기가 코 끝에 느껴졌다.
"여기 누구 있어요?"
"헉....식당 주인이다! 숨어야 해."
"쥐새낀가 보네. (--) 나도 참....."
아줌마가 간 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는 소라양. 그런데 이런 황당한 일이....
"야."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켄이 깨어나 소라를 부른 것 뿐 인데 그 목소리에 놀라 버린 것이다.
"여기 누구 있어요?"
굿 타이밍! 결국은 식당 주인 아줌마에게 들키고야 말았다.
"켄.....이제 우리 상어밥 되는 거야?"
"내가 어째서 너랑 만나게 됐는지..."
다행히도 그 둘은 그 배의 승객에게 구출(?)되어 그 승객의 비서로 한평생을 살겠다고 약속했다.
"케에에에엔.....어쩔 려고 그래?"
켄은 대답없이 소라를 끌고 그냥 바닷 속으로 뛰어 들었다.
"이봐, 너 갑자기 무슨 짓이야!"
"킥....재밌잖아."
이 자식은 정신병자 아니면 날 괴롭힐려고 안달이 난 녀석이라고 소라는 마음 속으로 깊이 생각했다.
"저거, 저거 좀 봐."
"무인도인가? 왠 섬이래냐?"
그들이 발견한 것은 사람 없는 무인도였다. 예전에 이 무인도에 갇혔던 사람이 있었는지 불을 피운 흔적이 조금 남아 있었다.
"이런 데는 있고 싶지 않아."
"이런....잘 곳이 없는 걸??"
"그래! 기분 전환으로 수영하자."
"이게 미쳤나? 옷 젖으면...."
"수영 할 거지 켄?"
소라의 간절한 눈빛에 켄도 승낙했다.
"푸하∼켄 재미없어. 하지 마."
"나만 재밌으면 됐지. 킥..."
켄은 소라의 머리를 자꾸 물 속에다 처넣고 있었다. 그것도 가끔씩만 숨쉴 틈을 주면서 말이다.
"너 내가 죽으면 책임 질 거야?"
"그러니까 숨쉴 틈을 주잖아."
"나 나갈거야. 너 혼자 놀던지."
"바....보 아냐?"
소라는 짐짓 화난 듯이 물가로 걸어갔다.
"엇, 머...먹을 거다∼♥"
"허걱! 야∼그거 독버섯이야."
켄은 소라를 향해 뛰어오다가 그만 돌멩이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켄∼∼!! 괜찮아? (ㅠ.ㅠ)
"너같음 괜찮겠냐...??"
소라는 켄을 치료해 준 후 잠이 들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케엔∼좋은 아침∼!!"
"좋기도 하겠다. (--) 여자 애들이란...."
"여기서 뭘 하면서 지낼까?"
"우선 섬을 한바퀴 돌아보자."
"난 다리 아파서 싫은데에....(--)"
"말꼬리 잡고 끌어내리자 마."
"넌 어린 게 계속 반말이야!"
대개 이런 날은 여자인 소라가 먼저 사과를 하곤 했다.
"뭐야? 나랑 말 안 한다며??"
"괜찮아, 괜찮아∼∼(^^)"
"괜찮긴 뭐가 괜찮아!!"
"남자가 소심하기는...(--)"
그 때 배가 섬에 들어왔다.
"헛! 한국 가는 배다."
"이 섬보다야 낫겠지. 나도 갈래."
그렇게 한국에 가는 배에 올라탄 두 사람. 이번엔 숨지 않아도 된다.
"음∼맘씨 좋은 사람들∼"
"나 잘 거니까 말시키지 마."
"이잉....아침인데두?"
"난 저혈압이란 말야."
"흐흐....약점 발견!!"
"뭐가?"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윽....시끄러."
"식사 무료 제공한대. 빨리 와."
소라의 목적은 엄마·아빠를 찾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일들을 모두 까맣게 잊어버린 듯 싶다.
"와∼햄이다, 햄∼햄 좋아, 햄∼햄∼"
"이해할 수 없는 녀석(--)"
"켄! 다리 떨지 마!"
"니 일이나 잘 해."
"켄! 편식하지 마!"
"[뚜득] 너나 잘 해."
"켄! 맛있게 좀 먹어. 깨작깨작....그게 뭐야?"
정말 이럴 때는 우리들이라도 화를 안 내고는 못 견딘다.
"꺄∼잘 먹었다∼"
"저런....인간도 있나봐....(--ㆀ)"
그렇다. 소라는 도저히 인간이라고는 볼 수 없는 속도로 여러 음식들을 나오기 무섭게 먹어치워 버렸던 것이다.
"저기요, 웨이터 아저씨."
"왜죠, 꼬마 아가씨??"
"제 방은 어디에요?"
"일행 분과 같은 방을 쓰십니다."
그 말에 경악하는 소라양.
"쿠구구구구궁..."
"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세상에 바다에서 구조한 사람에게 이토록 친절하게 대해 주는 배가 있을까? 하지만 같이 한 방을 쓰게 된다는 말에 놀라는 두 사람이다. 웨이터가 안내해준 방은 켄에게서 나는 것과 똑같은 라벤더 향이 나는 방이었다.
"그럼 편한 밤 되십시오...."
"으아악∼이 냄새 때문에 난 숨이 막혀버릴 것 같아∼∼!!"
"왜 발광하고 그러냐?"
"니가 숨을 쉬어 보라구 켄."
"난 좋기만 하구만 뭘."
"침대도 1인용 침대잖아아∼"
"(--)넌 수련회도 안 가봤냐?? 쯧쯧...."
돈이 없었던 게 아니라 새엄마가 괜히 안 보내준 소라양. 신세 참 처량하다.
"니가 오늘 쇼파에서 자, 켄!"
"좁아서 싫은데?"
"그럼 넓은 바닥에서 자던가!!"
"생명의 은인에게 그딴 소릴 하냐?"
"누가 은인인데에에∼!!"
"너 그러니까 꼭 "슈렉" 같아."
"야!! 너 진짜 내손에 죽을래?"
열 받은 소라. 어렸을 때부터 자존심이 강하고, 싸움도 잘해서 지금은 남자 둘쯤은 쓰러뜨릴 수 있다. 그래도 친하게 지내온 친구라서....퍽!
"내가 많이 참는다."
켄의 배를 주먹으로 강타한 후, 소라는 유유히 방을 나갔다. 켄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던 소라. 아는 것은 그저 이름과 나이 뿐이다. 소라가 나가자 켄은 그대로 침대에 무너지듯이 쓰러졌다. 그리곤 곧바로 잠이 들었다. 그 무렵 소라는 열을 식히고 방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잘못한 거 같아. 내 주먹이 얼마나 센데...."
"쿨....."
"내가 침대에서 잘려고 했는데...."
"하∼암 잘 잤다."
"어, 저기....켄!"
"나갔다 올게."
"다리 걸어서 넘어뜨리기..."
"[꽈당] 이...봐....여자애가 힘도 세네."
"아까는 내가 미안했어!!"
"뭐가?"
"삐친 거잖아."
"내가 뭘 어쨌는데?"
"아까부터 게속 웃지도 않고 화만 냈잖아!!"
"킥....그거였냐?"
갑자기 허파에 바람이라도 들어갔는지 마구 웃는 켄. 그런 켄의 모습에 다행이라는 듯이 웃는 소라양. 퍽....(ㆍㆍ|||)
"너, 또 때렸어!!"
"그건 이 소라님을 약올림 죄야."
"졸릴텐데 가서 자."
"아....아침인데?"
이럴 때는 시골에서 아침을 알리는 닭을 모두 잡아다 닭구이를 해먹고 싶다.
"히잉....졸려 죽겠구만."
"육지가 보여. 저기가 한국인가봐."
"켄, 너 아직 돈 남았니?"
"기념품은 안돼."
"그게 아니구...."
"먹을 거 사먹는 것도 나중에 해."
"너 옷 좀 사입으라구."
"그런 것까지 신경쓸 필요 없어."
요즘엔 켄이 항상 밝은 얼굴이다. 소라는 한국에서는 꼭 엄마를 찾을 것이라 믿고 계속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가 둘은 어느 큰 나무 아래서 쉬게 되었다.
"여기 경치 참 좋다. 그치?"
"배 고프지 않아?"
"그러고 보니까 조금 배고파."
"이거 너 먹어."
언제 샀는지 켄은 곰돌이 모양 과자를 소라에게 내밀었다.
"먹으려니까 좀 불쌍하다."
"과잔데 뭐가 불쌍해?"
"내가 깨물면 곰돌이가 아플 거야."
"괜찮으니까 먹어.(--)"
"고마워. 바삭바삭....아삭....까드드득(?)"
"넌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게 뭐야?"
"먹는 거, 보석, 꽃, 게임.....줄줄줄줄줄....."
"그런 거 말고 사람 말야, 사람."
"내 친구 레나가 제일 좋아. 그리구 어딘가에 살아계실 부모님도. 너는?"
"나중에 말해 줄게."
"내 얘기는 다 듣구서...(--ㆀ)"
"일어나자. 소라 네 부모님 찾아보자."
소라는 켄과 함께 마을로 내려갔다. 켄이 가진 돈으로 식사 한 끼 정도는 할 수 있었으므로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서 먹을 준비를 했다. 그 때 메뉴판을 보려고 고개를 돌린 소라의 눈에 비친 것은 미아를 찾는 광고였다. 어릴 때 자신의 모습과 아주 흡사했다.
"저거 너 아니냐?"
"아줌마, 이 광고 언제 붙었어요?"
"한달 쯤 전에. 그건 왜 묻니?"
"아녜요. 켄, 가자."
"나 영양실조 걸리시겠다. 밥 좀...."
"나중에 올게요 아줌마."
"493-5248로 전화 해."
"내가 왜 그곳으로 전화를 해?"
켄은 밥을 못 먹어서 그런지 화내는 것도 별로 무섭지가 않았다.
"그럼 돈 좀 줘 봐."
"으이구....맡겨 놨냐? 정말...."
"결번이라는데? 그 집으로 가보자."
"ding dong....아무도 안 계시잖아."
"이럴 리가 없는데....이럴리가......으아아아앙∼∼!!"
"그러니까 내가 말했지. 차라리 밥을 먹자구. 날 죽여라, 죽여."
"누구세요? 초인종 소리가...."
"우리 엄마 좀 불러주세요. 엄마!!"
"이게 웬 소란이냐?"
"엄....마? 엄마예요??"
"웬 거지가 와서 소란이로구나."
"엄마, 저 소라예요, 소라."
"소....라? 소라야!!"
오랜만에 보는 엄마의 얼굴이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반가웠다.
"이게 무슨 꼴이니? 어서 들어와."
"엄마, 제 친구예요.(^^)"
"우리 소라 친구 사귀었구나?"
"네, 들어가자. 와∼집 되게 크다."
"엄마가 소라 생각하면서 돈 많이 벌었어. 그런데 이제야 나타나다니...."
"난 가볼게."
"들어왔다 가 켄."
소라가 말려도 들어가지 않겠다는 켄. 하지만 소라는 전에 레나와 헤어진 것만으로도 이별의 고통을 충분히 느꼈다고 생각했다.
"소라야, 들어가서 씻고, 옷 입자."
그렇게 켄을 뒤로하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방에 들어가서 옷을 입은 후, 식사를 하러 나왔다. 소라에게 딸린 시녀들만 해도 무려 30명이나 되었다.
"다음날부터 학교에 갈 거야."
"고마워요 엄마(*^^*)"
"마님, 누가 찾아왔는데유?"
"제가 나갈게요 엄마."
"소....라니? 물 좀.....줘 소라야......."
"레나? 어쩌다 이렇게 됐어??"
"들어가서 얘기해 줄게."
소라는 레나가 그동안 했던 고생을 다 듣고 나서 레나가 참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군다나 레나는 지금 갈 곳 없는 고아 신세이다. 자신이 같이 도망쳐 나오자고 하지 않았어도 레나가 이 꼴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 다시 고아원으로 돌아갈까?"
"아니, 너 나랑 같이 살자."
"하지만 난 돈이 문제가 되잖아."
"과일 좀 먹어보렴 레나야."
"엄마, 부탁이 있어요."
"소라가 말하는 것은 다 들어줄게."
"우리 레나랑 같이 살아요."
회사에 계시는 아버지께 전화를 드려서 물어보았더니 괜찮다고 하셨다. 앞으로 레나는 소라네 정식 가족이 된 것이다.
"엄마라고 해보렴 레나야."
"엄.....마.......엄마∼!!"
레나는 내일부터 소라와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호적엔 아빠가 오시면서 올려놓는다고 말씀하셨다.
"레나야, 잘 자."
"너무 기대돼 소라야."
"내일 학교 생활이?"
"아니. 너희 집에서 새 인생을 시작하게 될 내 앞날을 말하는 거야.(^^)"
다음 날, 학교로 걸어갈 때였다. 레나와 소라가 잡담을 하면서 길을 걸어갔다.
"어? 저 애는.....켄이랑 닮았어."
"뭐야? 켄이 누군데??"
"나랑 같이 여행을 했던 애야."
"다른 사람이면 어쩌려고 그래 너."
그렇게 그 소년이 차를 타고 가는 걸보고 나서야 계속 길을 갔다.
"다른 사람이라도 불러볼 걸 그랬어."
"아니겠지. 며칠 전에 떠났다며."
"반 배정 표 저기 있다, 가자 레나야."
"꺄∼우리 같은 반이야."
6학년 2반에 처음 들어간 그 순간 소라에게 떠오른 것이 있었다.
"레나야, 나 교복 입기 싫어."
"나도 마찬가지야 소라야."
새학기로 올라갈 때라 그런지 아는 애가 하나도 없었던 소라와 레나. 그런데 교복까지 온통 다 검은색이었던 것이다. 거기에 머리에는 거추장스러운 리본까지 교복에 포함되었다. 소라의 단발머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왕 리본인 반면 레나의 긴 생 머리에는 아주 잘 어울렸다. 검은 치마, 스타킹, 윗옷까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정말 촌스러웠다.
"쳇, 남자애들 교복은 멋있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남자애들이 쫙 빼 입은 까만 교복이 소라와 레나 눈엔 참 부럽게 보였다. 그때였다.
"야!!"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킥....그럴 줄 알고 미리 이어폰 꼈다."
"소라 너 아는 사람이니??"
"누구야!! 이 소라님을 놀래키는 자식이!!"
"기억력이 안 좋은 앤가 보네."
소라를 놀라게 한 사람은 완전히 귀공자가 되어서 돌아온 켄 이었다.
"켄? 너도 이 학교 다녀?"
"아, 여행 같이 했다던....그 사람?"
"설마 했더니 진짜 너잖아?"
"켄 너, 같은 반은 아니겠지??(--++)"
"왜? 싫은가??"
"당연하지, 이 (버터+느끼남)아!!"
"난 좋은데...아, 네 친구냐?"
"레나야, 가자. 상대하지 마. 진짜 이상한 녀석이야."
소라가 교실로 들어가서 자기 소개를 한 뒤에 자리에 가 앉았다.
"선생님, 저 짝이 없는데요?"
"조금 있으면 올 거야."
"레나야, 넌 짝이 누구야?"
"되게 순해. 나보고 글쎄 앞으로 잘 모신다고 하는 거 있지."
첫 시간은 개학 첫날이므로 그냥 뛰어 놀기로 했다. 그것도 밖에 나가서이다.
"자, 애들아 잠깐만."
"선생님, 안 나갈 거예요?"
"소라 짝이 올 때까지 기다리자."
"늦어서....죄송합니다."
"왔네. 다행이다, 안 오는 줄 알았어."
소라의 짝은 소라가 싫어하든 좋아하든 켄이 되고 말았다.
"왜 늦은 거야 너!!"
"킥....궁금해? 나중에 말해줄게."
"남자는 축구, 여자는 피구를 해요."
"레나야, 나 일찍 공 맞을게."
"그럼 우리가 불리하잖아."
"양쪽으로 공주고 받기 하자구. 그러면 더 피구하기가 쉬워 질 거야."
뙤약볕에서 열심히 피구를 하는 소라. 잠시 공을 넘겨주고 남자애들이 축구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켄은 소라가 보고있는 그 순간에도 2골이나 넣고 즐거워하고 있었다.
"더울 것 같은데 저런 게 좋나?"
"소라야, 공 간다. 잘 받어."
소라네 팀은 아깝게도 무승부로 끝나고 말았다.
"니가 인간이야?"
"우리 팀 뭐냐? 12대 1로 지다니."
"켄은 친구가 많나보네."
교실로 들어갔을 땐 이미 땀으로 샤워를 한 듯한 소라였다.
"아주 땀 범벅이 됐네."
"이 목소리는?? 익, 이 악마 같은 녀석."
켄은 태연하게 소라를 쳐다보았다.
"넌 나보다 나이가 어리잖아."
"이 학교 교감이 내 외삼촌이야."
"우리 학교 교감 선생님....(ㅜ.ㅜ)"
그 대 몰려온 켄의 친구들. 소라는 아랑곳하지 않고 켄 하고 얘기를 한다.
"너를 우리학교 짱으로 임명한다."
"축구를 잘한다고 다 짱 되나?"
그런데 그 중 한 인간이 정말 소라를 열받게 하는 말을 했다.
"야, 니네 둘이 좋아하냐?"
하지만 상대는 자기보다 힘도 세 보이고, 키도 큰 근육질(?) 남학생이었다. 언제 왔는지 레나는 연방 소라를 위로했고, 소라는 얼굴만 빨개진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소라가 볼 때에는 켄이 덤벼도 한번에 나가떨어질 것 같았다. 열 받아도 꾹 참고 있는데 그 남학생은 더욱 더 소라를 놀려댔다.
"집들이는 언제 할거냐?"
"아이 이름은 뭐로 정했어??"
너무하다고 생각했는지 다른 남학생들이 말리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무서운 남학생은 파리 떼를 쫓듯이 친구들을 하나씩 밀쳐내고 소라를 계속 놀렸다. 친구가 밀쳐내고 소라를 게속 놀렸다. 친구가 생긴 것도 다 힘으로 굴복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소라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것도 첫날인데 친구들 앞에서 운 것이다.
"신부가 우는데 가만히 있나?"
소라가 보기에도 켄은 너무 태연했다. 그래도 자존심이 있는 남자라면 뭐라고 한 마디 하기라도 했을 것이다.
"야, 신부! 계속 울 거냐? 쯧쯧...."
그때였다. 켄이 그 남학생에게 달려든 것이었다. 몇몇의 남학생은 패를 나눠서 응원을 하기도 했다. 책상 주위로 피가 튈 때는 교실이 떠나가라고 소리를 질러대는 여학생도 몇몇쯤 있었다.
"쬐끄만 게 어디서 대들어!!"
"무시하지 마."
결과는 켄의 승리였다. 그 남학생은 코피가 나고, 얼굴 군데군데에 멍이 들어 있었다. 게다가 많이 지친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싸움이 끝난 것은 순전히 다 나 덕분이었다.(^^)
"켄, 싸우지 마....난 니가 더 무서워."
그 남학생은 아까 말한 대로 반쯤 죽어있는 상태로 친구들에 의해서 양호실로 실려갔다. 마지막으로 켄이 남긴 말.
"수업 끝나고 다시 붙어."
켄도 심하진 않았지만 입가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원래 말을 잘 안 하는 녀석이지만 이쯤 되면 나도 인사는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말했다.
"저기....고마워, 켄."
"이거 알아? 난 남의 도움이나 받으려고 하는 공주병 말기가 제일 싫어. 너도 마찬가지야."
소라는 레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켄이 저러는 게 더 싫단 말야."
소라는 그래도 양심은 있는 아이였다.
"미안해, 다음부턴 내 스스로 할게."
"46095;어. 지난 일이니까 그만 해."
점심 시간이 되었다. 점심 시간은 대충 이렇게 해석하면 된다. 소라가 좋아하는 시간, 켄이 싫어하는 시간. 이렇게다.
"햄이랑 우유? 먹을만한 게 없네."
"햄이다∼햄 좋아∼ 햄, 햄∼!!"
"먹을려면 입 아픈데....고민고민........."
"켄, 안 먹어? 맛있어."
"저런 나쁜.....너 같으면 먹을 수 있겠냐? 이게 누구 때문인데!!"
"그럼 내가 먹어도 되지?"
"아야야....너 장난하냐? 안돼!!"
"많이 아퍼? 너도 참 어린애다."
"학교에선 나이 어린 거 들키면......"
"어쩌자구 걔한테 달려들었어?"
"난 이유 없이 여자 울리는 것도 싫어하거든."
"야, 피나. 피!! 손수건, 손수건!!"
소라는 가져오지도 않는 손수건을 찾느라고 30분이나 허둥댔다.(ㅡㅡ)
"됐어. 이런 일 자주 있으니까...."
"양호실 갈래? 밴드라도 붙이자."
"있다 또 붙을건데도?"
소라는 그 말 한 마디에 꽤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 때 선생님께서 소라에게 더 충격받는 말을 하셨다.
"오늘 수업 끝났어요.(^^)a"
켄은 알 수 없는 미소를 띄우며 양호실 쪽으로 걸어갔다. 소라는 자기가 말리려는 생각에 켄을 따라갔다.
"켄, 그냥 집으로 돌아가자. 응?"
"나오지 않는 걸 보니 도망이군."
"야! 담 넘지 말랬잖아!!"
결국 어떻게 쫓아간 건지 만나서 또 싸우게 되었다. 결국엔 그 남학생이 소라에게 길에서 절까지 하고서 싸움이 끝났다. 그런데 이번 싸움으로 앞으로 소라양의 학교 생활이 조금 복잡해지고 말았다.
"아유∼켄 너 내일 죽었어!!"
집 앞마당에서 애완용 고양이와 함께 놀고있는 소라와 레나. 그 때 집 앞으로 켄이 지나가는 것을 본 소라. 문을 열어놓고 켄을 쫓아갔다.
"야∼ 거기서!! 거기 못 서!!"
"누군가 했네. 언제부터 쫓아왔어?"
"소라야!! 지금 생각난 건데...(ㅜ.ㅜ)"
"뭐∼어어어!!"
레나의 귓속말을 듣고 켄을 마구 흔들어대는 변한 소라.
"고양이!! 고양이 좀 찾아 줘.'
"고...양...이...(--ㆀ) 저리 떨어져!! (ToT)
"하얀색이구, 아주 귀한 거란 말야."
"싫어. 난 고양이 알레르기 있어."
소라는 갑자기 미소를 띄었다. 소라의 흰 고양이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와∼ 우리 야옹이 착하네∼"
"여자애가 무슨 고양이야 징그럽게...싫어!!"
"얘가 얼마나 귀여운데 그래?"
"저리 치워. 무섭다구."
소라의 고양이는 애교를 부리듯이 켄의 목 위로 뛰어 올라갔다.
"쓰다듬어 줘. 좋아 하잖아."
"동물 같은 건...정말 싫어!!"
다음 날, 소라는 엄마에게 졸라서 고양이를 햄스터로 바꿔 집채로 학교에 들고왔다. 그리고 햄스터를 책상 위에 꺼내 놓았다.
"소라야, 너 이러면 켄이 싫어하지 않을까?"
"쥐 종류니까 작고 이쁘잖아. 켄도 이런 동물은 좋아할 거야."
"헉!! 저런 취미가 있을 줄이야."
"Hi∼!! 고양이 만진 손 씻었지?"
"응!! 켄, 이거 봐. 햄스턴데 이쁘지? 귀엽지? 사랑스럽지??"
"쥐...쥐새끼다∼∼!!"
"아냐. 햄스터라구. 어때? 이뻐?"
"왜 이런 걸 학교까지 가지고 와!!"
"켄은 왜 동물을 싫어해?"
"몰라도 돼. 어린애는..."
그 때 햄스터가 켄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떼...떼줘!! 놓으란 말야!!"
소라는 그 날 집에 가면서 켄에게 그런 장난 따위는 하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 했다. 오늘따라 더 무겁다고 느껴지는 소라의 가방. 이 때 들려오는 반가운 소리.
"야, 잠깐만. 같이가아∼∼!!"
"레나? 쳇, 뭐야...켄 너야?"
본의 아니게 같이 가게 된 소라 양. 남자아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소라. 켄네 집은 굉장히 부자라던데...
"켄, 나 오늘 너희 집 같이 가도 돼?"
"니가 좋아하는 꽃 꽃말을 말해주면."
"아카시아 꽃!! 근데 꽃말이 뭔지 생각이 안 나."
"다음 기회에∼ 그것도 기억 못 해? 바보...바보...바보.....!!"
"씨이...넌 얼마나 잘 알어? 너도 기억 못하지? 아카시아 꽃 꽃말이 얼마나 어려운데."
"날 기억해 주세요. 그거야."
"이번엔 내가 할래."
"진짜 너희 집 가도 돼?"
"니가 좋아하는 꽃과 꽃말!!"
"은방울 꽃. 꽃말은 나는 당신의 것."
소라는 어째서 이 녀석이 꽃말을 맞췄는가에 대해서 절규했다.
"그래, 오던가!! 이익...나쁜 놈"
"집에서 햄스터 많이 키워?"
"아니, 데리고 온 거 한 마리만."
드디어 소라네 집에 도착한 두 사람.
"야, 잠깐!! 너 성이 타케노우치 맞아?"
"난 한자 잘 몰라.(^^;)"
"엄마∼저예요. 소라!! 문 좀 열어 주세요!!"
10분이 지나도록 문을 안 열어주시는 엄마. 웬일인지 하인들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열어! 열란 말야!! [쾅쾅쾅]!!"
"야, 됐어. 오늘은 그냥 갈게. 내가 너 이럴 줄 알았다."
"나도 같이 가. 추워 죽겠다구."
"우리 집은 안 돼. 반대야. 반대!! 넌 분명히 집에 가면 동생하고 짝이 맞아서..."
뛴다고 해도 소라의 달리기를 이길 수 없는 켄. 협박도 안 통한다. 자신 있는 공부가 지금은 도움도 안 된다.
"크크...날 버려두고 가진 않겠지?"
살기를 느낀 켄. 다치기 전에 같이 가기로 했다.
"Yes∼집 되게 넓다 켄∼"
"이런 C...여기서 기다려."
"CB 걸면 P본다. 그냥 있어(--^)"
"Ding Dong∼♪ 나야 오빠∼"
"그래. 방에 들어가 있어라.(--)"
"엇!! 여자친구야? 엄마가 학교가면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했는데∼했는데∼"
"아냐!! 맞기 싫으면 들어가. 너 얘 가고 나면 반쯤 죽을 줄 알아."
"켄, 동생이야?"
"오빠같이 무뚝뚝한 사람에게 여자친구가 생기다니....참 세상 오래살고 볼일이야."
이 때 켄에게는 굉장한 인내심이 필요했다. 하지만 계속 종알거리는 동생.
"오빠, 코코 돌아왔어?"
"코코가 누군데? 동생이니?"
"아니, 오빠가 기르던 새 이름..."
"소라 너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다."
"난 더 있고 싶은데? 코코가 누군지도 알고싶고.."
"아냐. 지금쯤 부모님도 돌아오셨을 거야. 빨리 집에가서 기다려."
소라는 투덜대면서 집 밖으로 나왔다. 그 때 빠른 속도로 흰 차 한 대가 달려 왔다. 소라는 곧장 앞을 보면서 걸어갔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달려오던 차를 보지 못했다.
"야, 잠깐만!!"
소라가 뒤돌아서 켄의 집을 향해 네 발자국쯤 걷자 소라 뒤로 흰 차가 빠르게 지나갔다.
"헉!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너는 정말 구제불능이다. 6학년이나 되어 가지고 네 앞일도 못하냐?"
"히잉....미안해. 조심조심해서 다닐게."
"손은 그렇게 늘어뜨리라고 있는 게 아냐. 어깨는 쭉 펴고, 고개는 들고!!"
"잠깐, 잠깐만. 이제 됐어?"
"그렇게 하니까 좀 봐 줄만 하군."
"내일 학교에서 보자 켄∼by"
다음날 아침 학교에 자전거를 타고 가던 소라. 확실히 말하자면 레나가 태워주는 거였지만...운동 신경이 둔해서 아직까지 자전거도 혼자 못 탄다. 잘하는 거라면 달리기 뿐. 그런데 레나의 자전거를 지나쳐 가는 BMW란 외제차가 있었다. 전봇대에 부딪힐 뻔 한 걸 간신히 피한 레나. 그 차는 얼마쯤 가다가 멈춰섰고, 이어서 화난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찍가서 영어공부 해야 되요. 김 기사, 좀 빨리 고쳐 봐요!!"
"됐어요. 그냥 걸어갈게요."
차에서 내린 것은 소라 또래의 여학생이었다. 소라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그 아이가 6학년 2반에 새로 온 전학생이라는 점이었다. 외국에서 살다온 것 같은 그 아이의 이름은 유미.
"유미는 어디에 앉고 싶니?"
"저기 두 번째 줄의 켄이란 애 옆에요."
"빈자리가 많은데도?"
"쟤가 자리를 옮기면 되잖아요. 전 그곳에 앉고 싶어요."
첫날부터 소라에게 도전을 해온 유미는 소라의 절친한 친구 레나와도 친하게 지내 소라와의 우정을 끊어 갔다. 또 유행하는 음악 CD나 유명 스타 사인을 받아와서 아이들의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유미의 집에 가거나 방과 후 같이 노는 아이들 중에서도 소라는 꼭 빠지게 되었다. 그 반에서 유미는 어느덧 대장 노릇을 하게 되었다. 반에서는 대장 노릇을 하는 유미가 켄 앞에선 쥐 죽은 것처럼 조용했다. 유미는 켄의 관심을 끌려고 난리였다. 너무 지나친 정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켄은 유미를 싫어하는 눈치였지만 유미는 켄을 이성적인 친구로 생각하는 듯 했다.
"켄, 나 오늘 핀 샀다∼예쁘지?"
"응....(--)"
"나보고 이쁘대∼∼!!"
그것도 잠시동안. 유미는 또다시 외국의 이름 있는 학교로 전학가게 되었다. 평소 유미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아무도 인사하지 않았다.
"잘 가. 메일 보내고."
외모가 예쁜 유미에게 걸려든 걸까? 켄이 같이 지내더니 돌아버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아이들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소라는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화가 났다. 단지 유미에게 작별인사를 한 것뿐인데 말이다.
"소라는 다시 자리 옮기세요."
"쳇....궁시렁궁시렁....저 나쁜 놈..."
"야! 타케노우치 소라!"
"흥, 켄 너랑은 말 안 할거야."
"질투하는 거야? 여자애들이란 다 똑같다니까...."
"소라야, 나가자. 하마터면 너 왕따로 찍힐 뻔 했어. 유미 걔는 하여간...."
한참만에 돌아온 소라는 아까와는 달리 기분이 아주 좋아보였다.
"니가 나 화나게 했으니까 같이 가자."
"뭘? 지금 도전하는 거냐?"
"여름방학도 거의 다 됐으니까 나랑 놀러갔다 오자구."
이중인격자가 아닌 이상 몇 분만에 이렇게 사람이 변할 수 있을까? 만약 거절한다면 며칠간 당해야 할 것이다. 여자의 질투는 무섭다.(T_T)
"호텔안의 모든 서비스가 공짜래."
"그런데 왜 하필 나냐고? 레나도 있고, 선생님에다가 너희 부모님..."
"남자친구랑 같이 오라고 써 있어."
"어째서? 돈은? 입을 옷은??"
"괜찮아.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정말 대책이 안 선다. 이 소라라는 아이는 말이다.
"내일까지 김포 공항 앞으로 나와."
내일이되고...약속시간이 되었다. 켄은 오지 않고, 다른 참가자들이 비행기에 오르는 것을 걱정스레 보고만 있는 소라.
"야, 정말 이 비행기를 타야만 하는 거냐?"
"왔다!! 빨리 타. 우리만 출발 시간에 늦었단 말야."
비행기가 뜨는 동안에도 켄은 계속 울상이었다. 어린애처럼...(--^)
"저∼기 밑에 좀 봐봐 켄."
"싫어. 난 고소공포증이 있단 말야."
그렇게 가까스로 호텔에 도착해서 방 3개를 빌리려고 했는데 방은 1개밖에 빌릴 수가 없었다. 그것도 무척 좋은 방이다.
"야∼너랑 같이 자다니, 이건 최악이야."
"이번엔 부엌도 있어서 좋은 걸?"
"와아아아, 음식재료+햄도 있어."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침대가 2층침대라는 기쁜 사실이었다.
"난 살게 있어서 잠시 나갔다올게."
매점까지 달린 호화스러운 호텔. 몇 시간 후에 소라가 사온 것은 딸기 푸딩이었다. 요즘 다이어트중인 켄은 먹을 리가 없고, 설마 혼자서 다 먹으려는 생각??
"하나만 주라."
"내가 목숨걸고 사온 딸기 푸딩이야. 넌 다이어트 하잖아."
"냠...우에엑, 너무 달잖아∼!!"
"우엥∼내 푸딩이..."
"밥을 먹어 차라리. 이런 거 먹으면 일주일에 1킬로그램씩 쪄 버린다구."
"내가 밥할게. TV보고 있어."
"욱...단무지가 달아. 김은 식초 맛이..."
"맛있잖아? 빨리 먹어. 음식 남기면 죄 받는 거 알지?"
"아∼악!! 차라리 굶을래. 맛도 없고, 쓰고, 달고..."
"내일은 호텔에서 영화를 보여준다는데 보자. 어차피 공짜잖아."
"내가 미쳤....아니다. 가자.(--)"
"7주일 정도 있을 거니까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7....7주일...?? 몰라!! 잘 거야."
"니가 위에서 자라. 적어도 남자니까 떨어져도 나보다 맷집은 좋겠지."
"나 고소공포증 있다고 미리 말했잖아."
"쿨...켄, 잘자. 돼지꿈 꿔(--)"
다음날 아침 영화 시간에 늦어버린 두 사람. 원인은 삐져서 식초 김에다가 밥을 마구마구 싸먹는 켄 때문이었다.
"난 좀 깨끗하게 빨려고 한 건데 그 안에 돈이 들어있는지 몰랐지."
"나 이번 달 그 용돈 없으면 안 되는데..."
소라의 켄 달래는 방법으로 첫 번째로 생각했던 것은 무시하기> 였다. 그러나 소라를 본체만체하는 켄. 두 번째 방법은 협박하기. 대책 없이 이 방법을 선택한 소라. 이것이 마지막으로 해보는 거다!! 눈 딱 감고 협박하는 타케노우치양.
"너 자꾸 그러면 가만있지 않아. 옷장 속에 뱀을 넣든지, 음식에다 독을 타던지 할거야."
"나가자. 으이구...장난이었어(^^)"
"쿠헐...너 요새는 안 맞았지!!"
"영화구경 말고 다른 거라도 하자. 내가 좋은 곳을 알아."
한참을 할 일없이 걷고, 또 걸었다. 호텔 바깥에 있는 것은 시퍼런 바다, 그리고 5살짜리 어린애들이나 할 법한 유치한 유아용 게임.
"우잉...이게 뭐야? 재미없어∼"
"이 호텔이 맞긴 맞는 거야 너?? 난 덤으로 따라온 거니까 더 불쌍하네."
"엄청 재밌다고 했었단 말야."
"널 믿었던 내가 바보지.(--)"
"방에 들어가서 뭐라도 먹자. 내가 할게."
"니가 하는 음식은 다 맛이 없는데? 내가 할게."
"그럼 시켜 먹을까?"
"오늘따라 왜이리 친절한 거냐?"
"그거야 내가 오자고 했으니까...미안해서."
"시켜먹으면 돈 드니까 내가 만들게."
"남자가 한 요리면 정성이 없는 걸. 그리고 내가 한 것보다 맛도 없을 거고."
"잔말말고 가서 햄이나 사와. 너 햄 좋아하니까."
"헤헷, 딸기 푸딩도 사올게∼"
음식 재료를 사 가지고 돌아온 소라. 앞치마를 두르고 불고기를 만드는 켄. 식탁은 반쯤 휘황찬란한 음식으로 덮여 있었다. 소라가 꿈꾸던 최고의 식탁을 이곳에서 볼 수 있을 줄이야.
"켄, 햄 사왔어. 여기다 놔둘게."
요리할 때는 진지해지는 켄. 이유는 칼이 무서워서라는데...몇 분 후, 식사시간을 알리는 말.
"TV 그만 보고 밥 먹어."
"햄 국, 햄 구이, 햄 튀김...아아∼"
"햄이 그렇게 좋냐?"
남은 식탁의 반은 거의 다 햄 요리로 가득 차 있었다. 소라가 사온 햄보다 더 많은 햄을 사용한 듯한 켄군 실력.
"요리 진짜 잘한다. 앞으로도 부탁해"
쿠헐헐...이렇게 뻔뻔스러울 수가 있나? 앞으로도 계속해서 음식 준비를 한다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켄 자신만의 생각. 참 오늘 준비하는 데 힘들었다.
"이 음식을 다 언제 만들었어?"
"이상한 음식 생각하면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
"어쨌거나 고마워(^^)"
"처음이야. 고맙다는 말 듣는 건."
"잘 먹었다. 나 먼저 씻어도 돼?"
"어허!! 설거지 할 사람이 어딜 가려고 그러시나?"
켄 먼저 씻기로 했다는...고급 호텔이라 화장실과 욕실이 따로 있다. 그 욕실로 욕조에서 문까지 1m나 된다는 초 고급 호텔이었다. 피로가 한꺼번에 풀려버리는 켄. 그만 욕조에서 잠이 들어 버렸다.
"우∼추워. 문 좀 닫아 줘."
욕조에 있는 시계(방수)로 10시임을 알아버린 켄. 지금까지 설거지를 하고 있을 소라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회상)
"내가 나올 때까지 설거지하고 있어."
"앗, 너무해. 그릇 깨면 어떡하라고 그래!!"
"그럼 수고해." (회상 끝)
설마 아무리 바보라 해도 2시간이나 설거지를 할 바보는 없다.
"타케노우치, 설거지 다 했어??"
"켄∼(ㅜoㅜ) 유리에 베었어."
"뭐?? 어떻게 넌 잘 하는 게 하나도 없냐??"
"그릇도 붙이고, 나도 할 만큼 했어. 그릇 깨면 니가 더 화낼 게 분명하니까."
"그릇을 붙여? 참...그런 건 붙여도 쓸 수도 없어."
"으앙∼ 넌 왜 이렇게 오래 씻어? 까마귀들이 너한테 친구하자고 하겠다."
"미안해. 베인 곳이 어디야?"
"손바닥 하고, 손등 사이. 아파."
붕대를 감아주면서 켄은 내내 뭐라고 중얼거렸다. 붕대를 다 감아주고 나서 켄은 뭐라고 궁시렁대더니 냉장고에서 술 한 박스를 꺼내 왔다. 언제 사왔는지도 모르는 소라. 단지 켄이 또 삐진 거라고 느낄 뿐이었다.
"술 마시지 마. 넌 아직 미성년자잖아."
막무가내로 술 한 모금을 들이키는 화난 켄. 그란 단 한 모금을 마시자마자 그대로 식탁위에 쓰러져 버렸다.
"쿠헐...한 모금에 뻗다니...(--)"
"음냐냐...소라 너 술 마시면 안돼..."
"지금 술 마시고 뻗은 건 너잖아."
다음 날 아침 또다시 휘황찬란한 식탁이 차려졌다.
"우...머리아파. 너 술 다 어쨌어? 그거 비싼 건데 다 버린 건 아냐?"
"어, 그거 내가 다 마셨는데? 맛은 괜찮더라."
"뭐?? 머리 아프거나 하지 않아?"
"앞으론 술 같은 거 마시지 마."
소라는 확실히 켄에게 있어서 놀라운 존재였다. 어떻게 여자가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실 수 있을까? 소라가 자놓은 예정표에 따르면 오늘 일정을 호텔 내부에 있는 수영장에 가기로 되어있다. 호텔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소라가 원한(게임방, 식당) 등이 있어서 소라는 아주 행복했다. 밥을 다 먹고 역시나 자신이 설거지를 할 줄 알고 남아있는 그릇들을 치우는 소라.
"내가 할 테니까 거기 놔 둬."
어제 다쳤기 때문에 그런가? 왠 일로 자기가 설거지를 하겠단 건지... 그러나 끝은 불행했다. 켄이 깨먹은 그릇 값을 물어주게 된 소라. 불쌍하다고 해야할지...
"이 C...(^^) 수영장이나 가자."
"나 수영복 안 갖고 왔는데?"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온통 검정 색으로 도배를 한 것 같은 인간. 그래도 여기에서 포기해 버릴 소라가 아니기에 끝까지 켄을 수영장까지 끌고 왔다. 탈의실에서 소라가 갈아입고 나온 것은...오리발, 물안경, 튜브, 겉옷 등이었다.
"니가 무슨 이야? 튜브라니!! 튜브가 뭐야, 튜브가??"
"나 물에 빠지면 책임 질 거야?"
약 3시간동안 지치도록 수영하는 소라. 이건 인간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켄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6시경에 소라가 물에서 나왔다. 아직 더 놀고싶은 것 같은 눈초리 였다.
"더 놀래, 놀래, 놀래, 놀래∼!!"
"그럼 따라와. 여기, 다 왔어."
켄이 소라를 데리고 간 곳은 나이트. 소라를 데리고 유유히 자리에 가 앉았다. 아무도 그들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들이 나이보다 키가 컸기 때문인지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다. (++)
"나가서 몸 좀 풀고 올게. 기다려."
이것이 바로 조명발인가? 불량소년(-ㅡo) 같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보기에는 춤을 잘 추는 것 같았다. 10분만에 분위기를 잡고, 사람들이 모두 지켜보는 앞에서 춤을 추었다.
"후아∼ 힘들다. 너도 갔다 와."
"난 춤 못 춘단 말야. 싫어. 창피만 당할 거야."
"수영장 같이 가 줬잖아. 그러니까 너도 내가 해 달라는 대로 해 줘야지."
나가서 춤을 추긴 췄는데...이게 웬일? 소라의 특기인 통 아저씨 춤을 추는 것이 아닌가? 하는 수 없이 켄이 소라를 끌고 집으로 돌아갔다.
"호텔에 더 있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너 얼굴 다 봤잖아. 쪽팔려 죽겠구만...(T_T)
방학은 뒹굴 대다가 끝나 버리고 어느덧 중학교에 올라가게 되었다. 그런데 중학교에 올라가면서부터 켄을 만날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소라는 어른이 되었다. 친구들과 어릴때의 추억이 담긴 그 호텔에 놀러갔다. 나이트에 간 소라. 그곳에서 켄과 닮은 한 사람을 보았다.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푸른빛이 도는 검은 눈동자를 가진 그 사람.
"혹시...켄 아니니?"
"난 그 애 친군데...?"
우연히 만나게 된 켄의 친구. 혹시나 해서 켄의 행방을 물어보았다.
"켄이 어디서 지내는지 알아?"
"미국에 양자로 가게 되었대."
소라는 다시한 번 물어 보았다.
"미국 어디서 살고 있는지 아니? 알면 나한테 좀 말해 줄래?"
친구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소라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일어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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