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잘린 도마뱀 전문
[글 이규경 / 그림 김애란((김유경으로 개명))]
따뜻한 봄이에요.
햇빛은 반짝반짝, 바람은 살랑살랑
들판엔 예쁜 꽃들이 피었어요.
도마뱀 한 마리가 즐거운 봄나들이를 나왔어요.
"야! 경치 좋다."
신이 나서 폴짝 뛰던 도마뱀은 발이 미끄러지면서
바위틈에 꼬리가 끼어 예쁜 꼬리 반쪽이 잘려나갔어요.
"앗! 내 꼬리"
도마뱀은 떨어진 자신의 꼬리를 주워들고
눈물을 글썽였어요.
"남들이 예쁘다고 칭찬하던 꼬린데 이게 뭐람"
도마뱀은 떨어진 꼬리를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았어요.
하지만 다시 붙일 순 없었어요.
도마뱀은 떨어진 꼬리를 들고 터벅터벅 길을 걸었어요.
길가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있어요.
예쁜 나비들도 팔랑팔랑 날고 있어요.
그러나 도마뱀은 그것들을 쳐다보지 않았어요.
떨어진 자기의 꼬리만 들여다봤어요.
새들이 날아와 짹짹거렸어요.
그래도 도마뱀은 자기의 꼬리만 들여다봤어요.
다른 도마뱀들은 꽃구경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꽃 냄새를 맡기도 하고 꽃밭에 드러누워
노래를 부르기도 했어요.
꼬리 잘린 도마뱀은 즐겁게 노는 다른 도마뱀들을 보자
자신이 부끄러워졌어요.
"다른 도마뱀들은 저렇게 꽃구경을 하는데
나는 잘린 내 꼬리만 보고있다니.”
"그래 잘린 꼬리는 잘린 꼬리야
잘린 꼬리를 다시 붙일 순 없어"
도마뱀은 쥐고 있던 자신의
꼬리를 내던졌어요.
그리고는 쌩긋 웃으며 말했어요.
"잘린 꼬리에선 또 새 꼬리가 날거야.
잘린 꼬리 때문에 아름다운 꽃을
보지 못한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꼬리 잘린 도마뱀은 즐거운 생각을 가지고
예쁜 꽃들을 구경했어요.
팔랑팔랑 나는 나비도 구경했어요.
짹짹 새소리가 아름답게 들렸어요.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이 향기롭게 느껴졌어요.
"아 행복해"
꼬리 잘린 도마뱀은 꽃과 나비와 바람과
새 소리에 흠뻑 취했어요.
행복한 봄나들이였어요.
꾸러기 철학동화 전집중 =꼬리잘린 도마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