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수가 <교양으로…>를 비롯해 지난 책들을 통해 주장하는 바는 한결같다.
“건축은 ‘생활환경을 돌보는 섬세한 정성’이어야 하고 한국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자연스럽게 녹인 것이어야 하지만, 한국 현실은 여기에서 한참 멀다”는 것이다.
문제점에 대한 생각은 항상 머릿속에 응축돼 있던 바라, 책은 “편지 쓰듯 술술 써서 한 달밖에 안 걸렸다”고 한다.
지금 한국 건축계의 “한쪽 극단에는 건축을 물질로만 파악하고 집을 돈 버는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망가진 현실”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외국 이론가들의 책이나 만지작거리고 있는 죽은 학문”이 있을 뿐이다. 설계시장의 99%는 부동산을 낀 새도시와 고층 오피스 빌딩, 재개발과 소비시설들이며 그 반대쪽 극단에는 외국 건축가나 모방하면서 예술 타령하는 건축가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가 이번 책에서 본격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한국 건축을 점령한 서구 대형 설계사무소 문제, 건축계의 디자인 표절, 소비자를 비정상적으로 흥분시키는 소비시설이 점령한 도시 건축 문제다. 건축 설계 시장이 열린 뒤 구두나 가방처럼 건축도 명품을 좇던 ‘재벌가 회장님’들이 앞장서서 서구의 대형 설계사무소를 반겼다. 다음에는 외환위기 뒤 물량 중심의 건축 공세로 경제 파탄의 재발을 막고자 했던 정치권이 가세했다. 대단위 재개발, 새도시 개발 등 대규모 개발을 감당할 수 있는 외국의 대형 설계사무소 진출은 각광받았다.
도심은 백화점과 상업 소비시설이 점령했다. 미국이 대공황 이후 소비 진작을 위해 프랑스 공예장식 전통을 빌려와 만들었던 아르데코를 더 자극적·장식적으로 각색한 네오 아르데코 양식이 소비 상업주의의 세계화 물결을 타고 백화점, 쇼핑몰, 프랜차이즈 외식업소 등에 깔렸다.
고층 오피스 빌딩을 짓든 백화점을 짓든, 한국의 설계사무소는 서구 설계사무소의 뒤치다꺼리 하기에 바빠졌다. 예술을 한다는 건축가들은 외국의 최신 경향을 모방하는 데 급급하다. 이 교수는 “스페인 월간 건축잡지 <엘 크로키> 열 권 정도를 들고 파주 출판단지를 한 바퀴 돌면 건축물의 모방 원작을 90% 이상 책에서 찾아낼 수 있다”고 단언한다.
한국의 건축 현실에 대해 한참 비판을 쏟아낸 그는 마을과 구멍가게, 재래시장과 한국적 장식, 능선과 개천을 살려 한국식 ‘박물관 도시’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우리 일상에서도 미켈란젤로나 가우디의 명품 건축을 보며 느끼는 것과 똑같은 즐거움을 주는 건축 환경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사람들이 건축, 집을 돈벌이의 수단이 아니라 가치를 실현하는 대상으로 봐야겠죠.”
첫댓글 진짜 책 많이 읽어야되는데... 요즘 브하카페페인하느라~~ 책 읽을 시간이 읍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