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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어머니나무’신앙과 한식맞이굿 - 장장식*1)
[요약]
필자는 2001년 4월 5일 셀렝게 아이막 토진나르스 아부개 뎁섹에 있는 어머니나무를 답사하고, 그곳에서 연행된 박수 뱜바도르지의 한식맞이굿과 신자들의 신앙행위를 관찰.조사했다. 이 굿은 전통적인 굿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 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몇 가지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띤 굿이다.
첫째, 그 동안 금지되어 신앙행위가 중단되었던 어머니나무신앙이 민주화 이후 공식적으로 복권되었음을 뜻한다.
둘째, 중국의 세시 명절인 한식이 지닌 ‘만물이 생동하는 날’이라는 의미를 담아 열린 굿판이라는 점에서 ‘한식맞 이굿’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어머니나무는 인칭인 ‘어머니’로 부를 정도로 신앙성이 강한 곳이며, 이에 대한 경외심이 어느 곳보다 높다 는 점이다.
넷째, 어머니나무를 둘러싸고 생성.유포되는 담론의 주지는 곧 어머니신앙에 대한 신앙심의 표시인 동시에 어머니신앙을 확대하고 재생산하는 구실을 한다.
필자는 본격적인 논의 차원은 아니지만 어머니나무와 굿판의 현장을 기술하면서 단절된 전통의 현대적 복원과 관련된 담론들을 검토해 보았다. 이러한 기초 작업을 통해 몽골 무속에 대한 연구가 더욱 치밀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 핵심어(key words):어머니나무, 어머니나무신앙, 황무당, 흑무당, 봄맞이굿, 한식맞이 굿, 옹고드, 하닥, 헌물(獻物)
Ⅰ. 머리말
막연한 추측이지만 다민족 국가인 몽골은 북방 샤머니즘의 보고처럼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 몽골에서 무당을 만나고 무당의 굿을 참관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멀게 는 라마교의 강한 영향을 받았으며, 가까이는 사회주의를 겪으면서 지속적인 탄압을 받아 전승의 단절을 가져왔거나 제 모습을 잃었기 때문이다.
국가의례를 관장하던 나라 무당 대신에 라마(승려) 중용 정책을 편 코빌라이 칸 이후 黃敎(15세기 복드 종홉에 의해 개혁.창시된 티베트 불교의 한 종파)를 몽골의 공식적인 종교로 삼은 아부다이 싸잉 왕의 시대를 거치면서 몽골의 무교는 흑무당과 황무당으로 나누어진다.
黃巫堂은 황교의 교리를 수용하고 불교의 신격을 받아들인 무당을 말하며, 黑巫堂은 불교의 세계관을 거부하고 몽골 고유의 사상을 지속시켜온 무당을 가리킨다. 흑무당의 처지에서 볼 때, 이러한 역사적 과정은 무속이 억압되는 결과를 가져왔다.1) 몽골 무속의 수난은 이에 그 치지 않고 1921년 사회주의 정권 수립 이후 더욱 거세어져 무속행위를 금지하는 한편 무당 들을 체포.숙청하며 巫具들이 불태워지는 비운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무속은 더욱더 침체되 고 전승의 맥이 끊어지면서 몇몇 무당의 秘儀로 명맥을 유지했다.
이 글에서 다루게 될 내용은 ‘어머니나무신앙’을 관찰한 보고문이다. 어머니나무는 몽골 북 부 지방인 셀렝게 아이막(아이막은 우리 나라의 道에 해당하는 행정단위이다.)에 소재한 수 목인데, 셀렝게 아이막의 몽골인들은 이 나무를 지극 정성으로 숭배하고 특정한 날에 의례 를 행한다. 궁극적으로 어머니나무에 대한 신앙행위이기 때문에 ‘어머니나무신앙’이라 부를 수 있는데, 祭日이 한식날이고, 무당이 참여해서 굿을 한다는 점이 주목거리다. 어머니나무 를 모시고 무당이 참여해서 굿을 한다는 것은 일찍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좀더 적극적으 로 가치를 부여한다면, 한식날에 어머니나무를 모시는 굿을 한다는 점에서 ‘한식맞이굿’ 또
는 ‘봄맞이굿’이라 부를 수 있고, 어머니나무신앙의 복원과 더불어 새로운 굿판이 열렸다는 점에서 전통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의 창출 행위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무당이 적극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1990년 종교의 자유화 이후 공식적으로 어머니나무신 앙과 무속이 복권되었음을 뜻하며, 무당이 사회구성원의 한 핵을 담당하는 옛 모습을 회복 하고 있음을 가리킨다. 이런 점에서 무속신앙을 비롯한 전통관행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몽골 의 현황은 문화 변동을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된다.
이 글은 관찰 보고의 기본 성격을 충실히 하기 위해 어머니나무의 유래와 어머니나무 신앙 관행을 중심으로 기술하면서 필요에 따라 관찰자의 직관을 섞어가며 현장감을 살리고자 한 다. 이는 단절된 전통이 어떻게 복원되고 있으며, 현대 몽골인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살필 수 있는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조사 일시
.1차 조사(현장조사):2001년 4월 5일(한식)
.2차 조사(신당조사):2001년 4월 17일, 뱜바도르지 신당(울란바타르 소재)
. 조사 장소:셀렝게 아이막 토진나르스 아부개 뎁섹.울란바타르 시
. 조사 단원
.장장식(몽골국립대 외국어문학대학 한국학과) 외 3인
.엔 멘드.데 얼지바트(몽골국립대 외국어문학대학 한국학과 대학원생):사진 촬영과 무가
정리
.양혜숙(몽골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석사과정 유학생) :행사 내용 메모
. 조사 내용:어머니나무신앙 현장과 굿 내용
Ⅱ. ‘어머니나무’의 명칭과 내력
어머니나무는 몽골어로 에지 모드라 하는데, ‘아브개 모드(아낙네 나무)’ 또는 ‘오드강 모드(무 녀나무)’ 등으로 칭한다. 오드강 모드라는 명칭에서 오드강 모드를 ‘무녀’가 아니라 오드 모드 즉 버드나무와 관련지어 설명하기도 한다.2) 오드강 모드라 칭해지면서 경배의 대상이 되는 <나 1) 전경욱.장장식, .동몽골 보리야드 족의 샤머니즘., .몽골의 무속과 민속.(서울: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민속 학연구소, 2001), 168~169쪽.몽골의 ‘어머니나무’신앙과 한식맞이굿 3 >무들은 주로 강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 뿌리는 주변의 작은 나무들과 얽혀있다고 한다. 그래 서 이 중심이 되는 나무가 죽게 되면 다른 나무들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한다. 물론 버드나 무는 무속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 매개물인데, 오드강 모드에 대한 남다른 견해라 생각된다.
셀렝게 아이막 사람들은 백년 전부터 어머니나무로 모셔왔다고 한다. 현재의 나무는 세번째 로 모신 나무인데, 첫번째 나무는 오르홍 강가에 고목으로 쓰러져 있다. 1970년대 미신타파 를 내세운 셀렝게 아이막 수후바타르 시의 혁명당 위원장인 군가도르지의 명령에 따라 죄수 두 사람이 동원되어 어머니나무를 불태우고 잘라버렸다.
두번째 나무는 현재의 나무 옆에 쓰러져 있는 것인데, 저절로 고사(枯死)했다. 세번째 나무 는 3년 전에 산불이 나서 타 죽었으나 꼿꼿한 자세로 서있으며, 여전히 어머니나무로 모시 고 있다. 살아있는 나무를 새어머니나무로 모시기 위해 현재의 위치에서 동북쪽으로 약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적송을 골라 푸른색 하닥(신이나 어른에게 바치는 禮布)을 매놓았다. 세번째 나무와 네번째 나무를 어머니와 아이의 탯줄처럼 연결시켜 모시는 의식을 할 예정인데, 2001년 중 가장 길한 날로 생각되는 10월 4일을 택일해 놓았다.
1. 어머니나무의 신령
신목(神木)인 어머니나무는 시베리아 적송이다. 이 지역은 소나무가 많은 지역이며, 소나무 지대의 남방한계선 최남단에 해당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소나무는 늘 푸른 색이고, 치병 능 력이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신목으로 섬겨진다.
어머니나무에는 ‘구르덴 옹고드’를 가진 사브닥(대지신, 토지신)이 깃들어 있다. 구르덴이란 신과 인간을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람(승려)을 가리킨다. ‘초이진’과 같은데, 구르텐 이 한 수 위다. 구르덴은 적장의 심장이나 머리를 베어내어 나오는 피로 아군의 깃발을 적 시게 하여 아군의 사기를 높이는 일을 하기도 한다.
흉년이나 전염병 및 큰 사고가 일어났을 때 구르덴 람이 이곳에 와서 푸렙(오치르와 삼각형 칼이 결합된 佛具)으로 사브닥을 때려서 기운을 눌러주기도 한다. 이는 불교적 관점에서 본 제보자 고톱3)의 제보 내용과 해석이다.
2. 어머니나무의 본풀이
어머니나무에 대한 내력담 두 가지가 전해오고 있다. 내력담은 言衆의 신앙적 인식이 전설 (또는 신화)을 형성하고 다양한 담론의 형태로 전승되는 구비물이다. 우리 식으로 ‘본풀이’ 라 할 수 있는데, 굿판에서 구술되는 무가로 정착된 상태도 아니고 민중들 사이에서 어머니 나무의 시원에 대해 합의를 갖지 못한 상태이다. 다만 천신의 다툼이나 역사인물[칭기스 칸 과 딸]의 불화를 계기로 나무에 신격이 깃든다는 공통성을 보여준다.
2) 몽골사회과학원 어문학연구소장인 헤. 삼필덴데브와의 면담(2001년 4월 8일, 구비문학연구자) 내용.
3) 제보자:고톱(다르항올 아이막의 점성학연구센타, 신도협회장, 남, 9937~9456.9937~9544)
첫째 이야기:아가르라는 大天神이 있었다. 그에게 13명의 자식이 있었는데, 막내아들을 오트공 텡게르(막내 하 늘신)라 불렀고, 막내아들의 누이는 오드강(무녀 하늘신)이라 불렀다. 아버지 아가르가 죽은 뒤 막내아들과 누이는 서 로 다투었다. 오드강 텡게르는 동쪽으로 가서 셀렝게 아이막의 아브개 뎁섹(마누라가 앉은 자리.터)에 있는 어머니 나무가 되었다. 막내아들은 누이와는 반대 방향인 서쪽 자브항 아이막으로 가서 오트공 텡게르 산이 되었다.
4) 둘째 이야기:나이만 부족의 알탄샤개라는 사람이 칭기스 칸의 공주와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 알탄샤개가 칭기스 칸의 공주를 아내로 맞이하고자 했으나 칭기스 칸이 허락하지 않았다.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둘은 보르항 할동을 떠 나 셀렝게 쪽으로 도망쳤다. 화가 난 칭기스 칸은 도망간 두 사람과 그들을 도와준 사람 모두를 죽이라고 명령했다. 명령을 받은 군사들이 공주를 뒤쫓아가 셀렝게 아이막의 ‘아브개 뎁섹’이라는 곳에서 공주를 잡아 죽여버렸다. 여기 서 죽은 공주는 오드강 나무가 되고 말았다.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군사들 앞에 말을 탄 공주가 다시 나타났다. 군 사들은 다시 쫓아가 공주를 잡아 목을 베었다. 그러자 공주의 몸에서 솟아난 피는 샘물이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오 힌딘 오보니 볼락(소녀 고개의 샘물)’이다. 돌아가는 군사가 ‘다얀 데르흐’라는 곳에 이르렀을 때 또 말을 탄 공주가 나타나자, 군사들은 다시 공주를 잡아 죽였다. 칭기스 칸은 비록 죄를 지어 죽은 공주지만 그녀가 하늘의 피를 받아 태어난 신성한 혈통이므로 공주가 죽임을 당한 곳마다 제사를 지내주고 신성시하라고 명령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머니나무를 위하고, 샘물에 제사를 지내주는 한편 다얀데르흐에 다얀데르흐사를 지어 공주의 원혼을 달래주었다.5)
Ⅲ. 《어머니나무》에 대한 인식과 담론
여러 가지 전설적 담론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나무에 대한 인식은 개개인의 신앙적 차이만큼 다르다. 어머니나무에 대한 개인적 성향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이 신앙이 일 정 기간 금기시되었던 굴절의 결과이기도 하다. 여기에서는 어머니나무에 대한 제보자들의 인식을 열거하고 의례의 양태를 기술하고자 한다.
어머니나무 굿판에서 몇몇의 학자들을 비롯하여 무당 및 일반 제보자를 만날 수 있었고, 시 간을 내어 인터뷰를 하였다. 먼저 굿판에서 만난 역사학자 이. 초오돌(헙스걸 출신)의 견해 를 들어보자.
신앙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 ‘에지 모드’는 현재는 승려도 제를 올리고 무당이 굿을 하는 동안에는 옆에서 불경을 읽어 준다. 그러나 원래는 무당이 굿을 주재하는 당나무로서 다분히 무속적 성격을 지닌 무속신앙의 대상이다. 그러 므로 승려나 무당이 똑같이 ‘에지 모드’를 경배하긴 하나 독경이나 굿은 별도로 행한다. ‘에지 모드’는 고유명사이며, ‘오드강 모드’는 무속신앙의 대상이 되는 나무의 일반명사이다. 이 나무에 하닥이나 얀다르를 바친다. 하닥(хадаг)은 불교적 성격을 내포한 매개물로서 비단재이며, 얀다르(яндар)는 평소에 아껴 쓰던 물건의 천조각이다. 이 둘은 모두 신앙의 대상인 오드강 모드에 매달기도 한다.
초오돌의 진술은 짧기는 하지만 매우 유용한 정보를 전하고 있다. 우선 어머니나무가 당나 무의 성격을 지닌 나무로 무속신앙의 대상이었다는 점이다. 둘째는 어머니나무라는 명칭이 4) 제보자:이.초오돌(셀렝게 아이막 수흐바타르 시 황색 5층 건물 10동 25호, 역사학.민속학자) 5) 제보자:바보오(셀렝게 아이막의 아카데미 소속 학자, 남, 나이 육십여 세). 이와는 달리 다음과 같이 전승되 는 내력담도 있으나 사실 여부는 정확하지 않다. “칭기스 칸이 나이만 부의 부장인 보요로크의 딸을 카톤으로 맞으려 하였으나 보요로크는 거절하였다. 이에 칭기스 칸은 몰래 그의 딸을 납치하였다. 그 뒤를 나이만 부의 군사들이 좇았다. 이윽고 오르홍 강변에 이르러 검으로 공주를 치려하자 공주는 나무로 변하였다. 이 나무가 바로 ‘아브가이 모드(아낙네 나무)’이다.”
몽골의 ‘어머니나무’신앙과 한식맞이굿 5
오드강 모드의 범주 속에서 설명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진술에 의하면, 필자가 참여 조사 한 당일 승려들이 독경을 하고 신자에게 祈福.發願해 주었는데, 이는 오늘에 와서 새로 형성 된 관행이라는 것이다. 종교의 자유화가 이루어지면서 이전의 관행을 단순히 복원시킨 것이 아니라 승려의 참여가 병행되는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굿판에서 마주친 수후바타리 시 지역민 데. 람짭(남, 1937년생)의 증언은 미세하나 마 상반된다. 신앙행위를 지켜온 현지주민과 관찰자인 학자 간의 차이일는지 모르지만 어머 니나무의 신앙 형태가 달랐음을 짐작할 수 있다.
14∼15세(1950∼1951)일 때 제2나무에 경배했었다. 제1나무는 1920년대부터 제를 올렸으며, 화재로 전소하여 현재 는 그루터기만 남았다. 이 나무에 승려나 무당 모두 제를 올렸었다. 10여 년 전에 사망한 박수 롭상동고르는 제1나무 에 굿을 행하기 시작한 인물이다. 이 날 현지 무당은 참가하지 않은 듯하다[이후 초오돌선생과 대면시 지역무당이라 는 이가 나타났다고 하나 만날 수 없었다.].
우선 어머니나무 신앙의 시기를 1920년대로 증언하고 있고, 의례를 무당과 승려의 구분 없 이 두루 담당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붙박이로 어머니나무를 신앙하는 무당이 존재했다는 점 이다. 특히 후자는 오늘의 굿을 이해하는 중요한 사항이다. 롭상동고르의 사망 이후 지역 무당이 제의를 관장한 듯한데, 타지의 무당(울란바타르에 거주하는 박수 뱜바도르지)이 초 빙되어 굿을 관장한다는 것은 무당의 위상이 변모했거나 현지 무당이 예전의 종교적 위상을 잃어버린 데서 기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탓이다.
몽골 무속을 심도 있게 연구하고 현지 답사를 수년 동안 해온 오. 푸렙은 좀더 구체적으로 연대기적 증언과 더불어 전설적 담론을 첨가해주었다.6) 이 ‘에지 모드’는 적어도 17세기 때부터 셀렝게 인들의 신앙의 대상이 되고 있다. 1980년 중반에 인민혁명당의 고위직에 있던 군가도르지(1990년까지 재임한 몽골국의 최초 총리)은 지역민들의 경배의 대상이 되고 있던 에지 모드를 없애라고 군에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에 지 모드는 지역 군인들에게조차도 신앙의 대상이었기에 감히 명령에 선뜻 응할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고민을 하다가 죄수 2명에게 이 ‘에지 모드 말살’ 임무를 맡겼다. 도끼 로 이 신앙의 나무를 찍어 쓰러뜨릴 때에 한 명은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다른 죄수 는 “명령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도끼질을 하니 자신을 원망하지 말고, 부디 굽어 살펴주십 사.” 하고 빌었다고 한다. 두 죄수는 나무를 쓰러뜨린 뒤 오르홍 강변을 따라 뻗어있는 철 길을 걸어서 수흐바타르 시로 향했다. 그런데 그만 달려오는 열차에 치여서 한 명은 죽었다 하는데, 그 사망자는 바로 에지 모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도끼질을 한 죄수였다고 한다.
근거가 무엇인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제보자는 어머니나무 신앙의 시발을 17세기로 적시하 고 있다. 지금까지의 면담자 중에서 오. 푸렙은 어머니나무의 연원을 가장 길게 잡은 셈이 다. 아울러 나무를 자르게된 배경과 함께 두 죄수에 얽힌 전설적 담론을 들려주고 있다. 물 론 이는 사실일 수 있고, 우연한 사고에 덧붙여진 수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이야기가 어머니나무의 신성성과 영험성을 강조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현대적 복원 6) 2001년 4월 7일, 제보자 오 푸렙(남, 70세, 무속학자)의 집을 방문하여 면담함.의 의미를 애써 강조하는 구실을 한다는 점이다.
이름 밝히기를 꺼려하는 한 제보자의 신앙적 경험은 이 나무를 이해하는 데 보탬이 된다. 무명씨는 어머니나무를 둘러싼 개인적 경험과 생각을 들려주었다. 평소에 와서도 기원하는데, 학생인 경우 시험을 잘 보게 해달라고 빌기 위해 쌀이나 아르츠(향의 일종), 성냥 등 비교적 값이 싼 것을 준비해서 바친다. 되도록 절을 많이 하고, 성냥개비를 많이 꽂으면 소원이 더 잘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어머니나무는 여러 나무가 있는 곳에서 가장 높고 우람한 나무를 정하여 신성하게 여기는 것이며, 오드강나무는 나무가 전혀 없는 곳에서 외로 동떨어져 있는 한 그루의 나무를 가리킨다. 주로 남쪽 경사면에 있다. ‘어머니’는 ‘존경한다.’ 는 의미에서 붙인 관용어이다.
나름대로 치밀한 종교적인 해석을 덧붙였는데, 이 점은 몽골 민속을 조사할 때마다 느끼는 점이기도 하다. 엘리아데의 말처럼 ‘종교인’에 근접한 종교적 삶을 사는 까닭일 것이다. 게다가 어머니나무와 무당 나무를 변별해서 설명함으로써 조사 지역의 어머니나무에 대한 위상을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Ⅳ. 봄맞이굿의 연행 현장
어머니나무 앞에는 갖가지 음식과 술, 고기들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제물들을 바치고 치성을 드린다. 어머니나무를 찾아온 일반 신도는 물론이고 굿을 주관하는 무당 역시 여러 가지 제물을 배설한다. 어머니나무 앞에 제물을 진설하고 굿을 하는 과정과 함께 어머니나무 근 처에서 독경을 하며 신자들에게 祈福해 주는 장면 등을 순차적으로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물론 이러한 언급은 어머니나무를 둘러싼 역동적인 굿판을 묘사하고자 함이다.
1. 어머니나무에 바치는 일반인의 제물들
㈀ 어머니나무에는 보통 다섯 가지 제물을 바친다. 이를테면 벽돌차.우유.소금.우유기름.호지 르(습지대에서 만들어지는 소금)인데, 이들은 몽골 음식 중 가장 소중한 식품(재료)이며, 이를 ‘타반 탄삭 이데[五珍味]’라 부른다.
㈁ 고기류:삶은 양고기의 우측 어깨전체 또는 우측 날개죽지고기와 우측 갈비뼈 4대를 특 별히 마련한다.
㈂ 술 9잔과 우유 9잔 및 향, 쌀 종류(좁쌀과 멥쌀)
㈃ 1m 정도의 청색 하닥과 녹색 하닥. 이들은 각각 하늘과 땅을 상징한다.
㈄ 목발:어머니나무 앞에 있는 작은 나무가 있는데, 그 앞에 수많은 목발들이 놓여져 있다. 이는 다리를 다쳤거나 다리가 아픈 사람이 병이 나은 뒤에 고마움의 표현으로 바친 것들이다. 어머니나무가 병을 낫게 해주었다는 생각이다. 일반적으로 어워나 무당나무에 보이 는 목발도 이와 마찬가지다. 몽골의 ‘어머니나무’신앙과 한식맞이굿 7 어머니나무에 바쳐진 푸른 하닥이 줄줄이 감겨 있다.
㈅ 말머리[馬頭]:말달리기에 출전했던 말이나 평소 자기가 아끼던 말이 죽었을 때 말머리 를 잘라서 어워나 오드강 나무 또는 높은 언덕에 올려놓는다. 이것은 사랑하는 말을 아무 데나 버릴 수가 없기 때문에 소중하고 신성한 곳에 올려놓은 것이다.
㈆ 나무 틈새에 꽂은 성냥개비:성냥개비는 불을 상징하는데, 이는 각 가정의 불을 바치는 것이다. 불은 가장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바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을 바쳐야 하는데, 이것들이 없으면 성냥개비를 바친다. 성냥개비의 황이 드러나도록 성냥개비의 손잡이를 나무틈새에 일렬로 꽂으면서 소원을 말하면(남이 듣지 못하게 해야 한다. 남이 소원의 내용을 들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루어진다.
2. 박수 뱜바도르지의 제삿상 차림
어머니나무의 굿을 치제한 뱜바도르지는 하늘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박수이며, 아시아 여러 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인물(홉드 아이막에서 출생했고, 현재 울란바타르에서 무업을 하고 있다.)이기 때문에 이번 행사에 이. 초오돌 선생의 초대를 받았다. 뱜바도르지는 1999년 6월 22일~24일 터부 아이막 봄바팅 암(울란바타르 시에서 동남쪽으로 약 20㎞에 위치)에서 열린 해맞이대제에서도 4명의 무당과 공동으로 굿을 主祭한 경력이 있다. 박수 뱜바도르지의 굿상은 어머니나무의 동남쪽에 제삿상을 다음과 같이 차렸다.
㈀ 제삿상 위에 동경과 검은색 깃발(술드)을 놓았다. 술드에는 뱜바도르지의 옹고드가 실려 있다.
㈁ 타브긴 이데(그릇에 담은 음식이라는 뜻으로 설날이나 잔치 때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마련한 음식이다.):빵.각설탕.유제품들이다.
㈂ 양고기
㈃ 아홉 잔의 술과 아홉 잔의 우유:아홉 잔의 작은 술잔에 술과 우유룰 각각 따라 놓고 이를 쟁반 위에 놓았다.
3. 뱜바도르지의 굿과 무가
박수 뱜바도르지는 ‘에지 모드’를 중심으로 동쪽에서 굿을 시작하여 시계방향으로 나무를 돌며 굿을 진행했다. 나무를 바라보고 굿을 하는데, 동서남북 각 방향에서 잠시 멈추고 북을 두드리며 무가를 불렀다. 무가의 내용이 신을 부르고 신에게 여러 가지 사항을 비는 것으로 보아 어머니나무를 통해 봄을 맞아 복을 받고 한해가 무탈하기를 바라는 굿이라 할 수 있다. 굿은 약 40여 분 정도 진행되었고, 굿의 말미에 청중의 성원을 요구하며 ‘호래- 호래 -’를 외치자, 청중들도 따라서 ‘호래- 호래-’라 외쳤다. 박수가 무가를 마치고 나무 앞에 무릎을 끓고 절을 하자 청중들도 따라서 절을 하고 ‘에지 모드’를 향해 유제품과 술을 던져 흩뿌렸다.
어머니나무에 굿의 까닭을 아뢰고 있는 박수 뱜바도르지 무릎을 꿇고 앉아 신을 부르는 박수 뱜바도르지 뱜바도르지가 부른 무가는 대체적으로 녹취가 가능했는데, 일부는 판독이 불가능하거나 해독상 이상이 있었다. 하늘신.조상신.신령을 비롯하여 수신.토지신 등 자연신격과 개신령.뱀신령 등 수많은 신격들을 초빙하며, 한편으로 ‘모든 재앙을 물리쳐주시고 福德을 내려주기’를 빌었다. 신격에 대한 본풀이는 없고 수식어가 붙은 신명을 열거한 다음 기원했다. 일부 신 격 내지 神名7)은 몽골의 무속학자나 언어학자도 해독하지 못했으며, 무당 역시 2차 방문 때 질문을 했으나 ‘빙의 상태에서 구술한 것이라 그 내용을 모른다.’고 답변했다. 몽골 사람 들은 이러한 어휘들은 神語로 간주하며 그 뜻을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머니나무의 신격에 대한 칭송이 자주 등장하며, ‘에 하이르항, 훌륭하신 무녀어머니’라는 말로 반복하였다. 여기서 무녀어머니는 어머니나무에 깃든 신격을 가리키는 말이다. 또 ‘8억 개의 가지를 가진 소나무 자리에 계신 어머니’라 말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나무라는 자연물 을 극대화하여 신격을 드러내고 있다. 7) “훌륭한 게승신들이여 훌륭한 촐락탕신들이여…푸른 하늘신 후셀텡고드여 소같은 구름망토를 입은 누무룩퉁 구드여”에서 ‘게승.촐락탕.후셀텡고드.누무룩퉁구드’와 같은 신격의 정확한 의미나 성격을 전혀 알 수 없었다.
몽골의 ‘어머니나무’신앙과 한식맞이굿 9
하늘을 향해 신을 부르고 있는 박수 뱜바도르지
뱜바도르지는 북면이 한쪽만이 있는 전통적인 샤먼북을 들었다. 북 뒤쪽에는 십자 형태의 나무로 북을 지탱하도록 만들었는데, 십자를 손잡이 삼아 왼손으로 쥐고 오른손에 북채를 쥐고 북을 두들겼다. 손잡이에는 하닥과 옹고드(신령)를 상징하는 얼굴 조각상이 매달려 있다. 이 북은 20년 전에 만든 것이다. 뱜바도르지는 늑대를 숭배하기 때문에 늑대 가죽을 써 서 북을 만들었다. 무당마다 숭배하는 동물이 다른데, 북을 만들 때 자기가 숭배하는 동물 의 가죽으로 만든다. 손잡이와 북테는 벼락 맞은 나무로 만든 것이다. 대개 낙엽송이나 소나무를 쓴다. 북을 치는 북채를 오롬보(olombo, 채찍)라 하는데, 이 역시 벼락 맞은 나무로 만들었다.8) 북채로 북을 잘게 치거나 매우 빠르게 치기도 하는데, 보통은 4박자의 리듬으로 친다. 북의 뒷면으로 얼굴을 덮고 치기도 했다. 이러한 때는 신격이나 신명을 불러 무당의 몸에 들어오도록 하는 경우인데, 북을 잘게 치면서 무가를 부르다가 마침내 입신 상태가 되면 쓰러지기도 한다.
무당의 춤사위는 매우 동적이다. 격렬한 跳舞는 하지 않으며 좌우로 몸을 흔들거나 북을 얼굴에 쓰고 굽은 자세로 흔들기도 하며, 간혹 땅에 엎드려서 몸을 흔들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는 입신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동작이다. 어머니나무를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북을 치고 무가를 부르다가 동.서.남.북 각 방위에 멈춰서서 청신하였다.
4. 제삿상 앞에 몰려든 신자들
굿이 끝난 다음 뱜바도르지가 제삿상 앞에 앉자 사람들이 제삿상 앞으로 몰려들었다. 뱜바도르지는 오롭(orob)으로 고개를 숙인 사람의 머리를 살짝 쳐주며 축복해 주었다. 또 상 위 8) 뱜바도르지가 사용하는 북면에는 역 卍자를 비롯하여 해와 달, 사슴과 산양, 굿을 하는 무당과 무릎을 꿇고 불을 예배하는 두 사람 등 여러 가지 그림이 그려져 있다. 상단에 그려진 해와 달은 태양.달.별을 가리킨다. 북면의 왼쪽에 그려진 역으로 된 卍자는 하스 무늬라 하는데, '영원한 활동‘ 또는 ’이 세상은 영원한 움직임이 다.‘라는 뜻을 가리킨다. 하단에는 왼쪽을 향해 달려가는 사슴이 그려져 있는데, 이 사슴은 무당이 굿을 할 때 타고 가는, 일종의 탈것(vehicle)이다. 무당이 굿을 하는 도중 천계 여행을 하거나 옹고드와 함께 이동을 해야 할 때, 북에 그려진 이 사슴을 타고 간다. 오른쪽에는 산양이 그려져 있다. 산양은 서몽골 무당의 북에 반드시 그려지는 동물인데, 이것을 보고 그 무당이 알타이 지방의 무당임을 알 수 있다. 북면의 중앙에 불이 있고, 그 아래에는 두 사람이 무릎을 꿇고 경배하는 모습과 위에는 무당이 북을 들고 있는 모습이 덧그려져 있다. 이는 불을 신성시하는 서몽골의 풍습을 나타낸 것이다.
에 놓인 제물을 하나씩 집어던졌는데, 사람들은 이를 받으려고 아우성이었다. 무당이 준 제물을 먹으면, 복이 온다고 생각한다. 나중에는 제삿상에 놓인 제물을 앞다투어 가져갔는데, 이는 ‘반드시 가족과 나누어먹어야 한다.’고 한다. 한국의 飮福 관행이나 복떡 내지 명떡 나누기와 상통하는 음식나누기라 하겠다.
5. 굿판에 참여한 신자들의 신앙행위
굿판에 참여한 신자들은 단순히 굿을 구경하는 태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어떤 이는 말을 타고 오기도 하고 자동차를 타고 오지만 대체로 가족 단위로 참여한다. 혹은 먼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걸어오기도 한다. 그만큼 간절한 염원을 안고 어머니나무를 찾는다고 하겠다.
어머니나무에 받칠 헌물을 들고 굿을 참관하는 신도들
굿판에 도착하자마자 준비한 헌물과 하닥을 바치면서 발원한다. 술과 우유 및 쌀 또는 좁쌀을 뿌리면서 어머니나무를 시계방향으로 繞旋하는데, 다른 사람의 머리 위로 뿌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술과 우유 및 쌀 세례를 받을지라도 언짢아하지 않는다. 각자의 발원과 치성에 열중할 따름이다. 대중들이 서로 밀고 당기는 바람에 요선하는 흐름이 엉킬 수도 있지만 오른쪽으로 도는 흐름은 결코 깨지지 않는다. 요선이 끝난 신자들은 어머니나무를 원형으로 둘러싸고 안거나 선다. 앞사람은 앉고 뒷사람은 자연스럽게 선다.
신자들은 굿판을 주시하면서 무당의 행위를 주목하고, 무당의 굿 행위에 맞춰 발원한다. 어머니 나무에 바치는 헌물 중 최상의 것이 아홉 잔의 술과 아홉 잔의 우유인데, 굿이 끝나면 어머니나무를 향해 고수레한다. 굿이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술과 우유를 놓은 쟁반을 들고 있는데,9) ‘호래- 호래’라는 구호가 있을 때마다 시계방향으로 쟁반을 돌린다. 굿에 적극 동참하며 발원한다는 뜻이다. 쟁반을 들지 않은 사람은 왼손 위에 오른손을 놓고 앞으로 뻗친 채 시계방 향으로 돌린다.
9) 탁자를 준비한 사람은 탁자 위에 쟁반을 놓고 쟁반 위에 아홉 잔의 술과 아홉 잔의 우유를 놓았다. 굿이 끝나면 이를 어머니나무에 뿌리며[바치며] 발원한다.
몽골의 ‘어머니나무’신앙과 한식맞이굿 11
한 노인이 무당의 북에 머리를 대고 절을 하기 위해 뛰쳐나왔다.
굿이 끝난 다음 뱜바도르지의 제상에 헌물을 바치려는 신자들
다음은 굿판에 참여한 신자들의 일반적인 신앙행위를 열거한 것이다.
㈀ 시작하기 전 하닥을 나무에 매단다. 준비한 음식을 바치기도 하고, 좁쌀과 쌀을 계속 뿌 리기도 한다.
㈁ 좁쌀, 쌀, 잔돈, 우유, 과자, 술, 향가루(아르츠) 등을 바친다. 특히 좁쌀과 쌀을 나무를 향해 흩뿌리는데, 쌀알 한 알이 만 개로 번성하라는 뜻이다. 우유와 술을 숟가락과 잔으로 뿌리는데, 나무를 향해서 뿌리기는 하지만 사람들 머리 위로 마구 날린다.
㈂ 굿이 진행되는 동안에 미리 준비한 음식과 아홉 잔의 우유, 아홉 잔의 술을 쟁반 위에 담아 두 손으로 들고 있다.
㈃ 굿이 끝나자 부처에게 절을 하듯(절하는 나무, 무르겔링 모드) 어머니나무에 머리를 대고 발원을 한다.
㈄ 에지 모드를 향해 술이나 우유를 뿌리고, 유제품을 던진다. 에지 모드에 다가가 손이나 이마를 대고서 기원한다. 그리고 띠별로 자신에 맞는 방향을 향해 경배한다. 띠별로 절하는 방향이 다른데, 이 역시 해마다 다르다.
2001년 현재 각 띠의 절하는 방향은 다음과 같다.
동:토끼띠 남:말띠 서남:양띠
서:닭띠 서북:호랑이, 용띠 동북:원숭이.소띠10)
굿이 끝난 뒤 승려들에게 복을 구하는 신자들
굿이 진행되는 내내 두 손을 벌려 들고 복을 받으려는 신자들 6. 라마(승려)의 참여
10) 쥐, 뱀, 개, 돼지띠가 절하는 방향을 확인하지 못했다.
‘에지 모드’제를 행하기 전에 다르항에서 온 승려 3명이 불화와 향로 등을 서북방향에 차리고 있었다. 향을 들이마시거나 경을 읽어 줄 것을 주문하는 일반참례자들이 많았다. 승려는 다르항 소재 게첼 도르잘람寺 소속의 바트빌렉.엥흐투멘.소욜에르덴이었다. 이들은 부귀를 상징하는 ‘바양 남스랑’ 佛畵를 뒤편에 걸어두고 그 앞에 앉거나 서서 신자들을 위해 독경 을 하면서 축복해 주고 향을 피워 향불을 쐬게 했으며, 聖水를 신자의 손바닥에 따라주어 마시게 했다. 이들은 한식일과 관련지어 이 행사에 5~6년 전부터 참석하고 있으며, 13시 30분이 제사 시간이라고 했다.
Ⅴ. 어머니나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어머니나무와 비교적 거리를 둔 나무에서도 이와 유사한 신앙행위들이 벌어지고 있다. 뱜바 도르지의 굿판이 전체를 상대로 한 기원의례라 한다면, 이들 행위는 개별적인 장소에서 개 별적으로 벌어지는 신앙행위라 하겠다. 물론 주변의 일들이 어머니나무와는 무관한 듯 보이 나 어머니나무를 참관한 사람들이 또다시 참여한다는 점에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어머니나무에서 동북향으로 약 100m에 위치한 우람한 소나무를 향해 구트겐 자릉 하과수 렌이라는 박수가 굿을 행하였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인이 살풀이를 하려고 울란바타르 시에서 개인적으로 하과수렌 박수를 대동하고 와서 굿을 하는 것이라 한다. 그 여인은 소나 무 아래에 준비한 제물로 굿상을 차린 뒤 박수의 말대로 10권 정도의 불경을 어깨와 팔에 이거나 들고서 나무를 남>서>북>동향의 시계방향으로 돌았다. 5분 후에 향내를 맡았다.
박수 하과수렌이 본디의 어머니나무가 아닌 새로운 나무를 선택해서 의례를 한 것은 의뢰자 가 자기의 마음이 깃들 나무를 직접 선택해 지시했기 때문이다. 의례자는 자기의 죄나 걱정거리를 멀리하고 하늘, 땅, 강 등의 자연신에게 경배를 올렸다. 그리고 의뢰자가 선택한 나 무는 의뢰자의 가계에서 대대로 경배하며 모시게 된다. 이때 무당은 하늘과 나무,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날 에지 모드 제와는 따로 함께 온 울란바타르의 의뢰자 와 셀렝게 아이막 수흐바타르 시 행정부를 위해 각각 굿을 행했다고 한다.11) 이와 달리 기타 다른 나무에 대해서도 경배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울란바타르에서 온 이 여인이 모신 당나무에서 남쪽으로 약 10m미터에 위치한 더 큰 소나무에 사람들이 마치 에진 모드 대하듯이 계속하여 하닥을 매고 다가가 기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에진 모드 서북쪽에 고사한 두 그루의 나무가 있는데, 밑둥이 썩어 금새라도 넘어질 듯한 데, 이 나무에도 하닥을 가득 걸고 나무 밑둥 가까이에 제물을 쌓아 두었으며, 갈라진 틈새 에는 성냥개비를 일렬로 가득 꽃아 두었다. 사람들은 이 나무에 성냥개비를 꽂거나 머리를 나무에 대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발원했다. 아울러 나무를 시계방향으로 3번 요선하며 합장 했는데, 통상 어머니나무에 대해 하듯이 그렇게 똑같이 했다.
몽골 무속을 관찰하는 동안 푸른 색을 가진 천이 항상 존재한다. 하닥이라 불리는 禮布인 데, 이는 본디 ‘옷을 입혀준다.’는 의미을 지녔다. 원래 얀다르를 바쳤으나 불교 전래 이후 하닥으로 바뀌었다. 얀다르란 아버지의 허리띠.어린아이의 포대기끈.부모의 옷에서 떼어난 11) 제보자:하과수렌 박수(헙스걸 아이막 출신으로 울란바타르 시에 거주, 남, 60여 세, 9637~ 6962).
몽골의 ‘어머니나무’신앙과 한식맞이굿 13
새로 모실 어머니나무
옷조각 등과 같이 소중한 물건을 가리킨다.12)
하닥의 푸른색은 하늘을 상징하고, 초록색은 땅을 상징한다.
그러나 아무런 의미 없는 나무 밑에서 술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고 가다가 하닥을 걸어두기도 한다. 이는 나무를 존경 하는 뜻에서다. 그 뒤 다른 사람이 지나가다가 하닥이 매어져 있는 것을 보고 그 나무에 하닥을 매어 존경을 표하기도 한다.
이런 하닥을 어머니나무 가지에 매달거나 몸체에 묶기도 하 지만 헌물을 하닥에 싸서 바치기도 한다. 벽돌차 세 웅큼.소금 아홉 웅큼을 집어 하닥 끝자락에 싸서 묶어가지고 와서 어머니나무에 걸어 바친다. 집에서 벽돌차와 소금을 쌀 때, 자기의 간절한 소원을 빈다.
어머니나무에 바쳐진 푸른 하닥이 얼마나 많은지 멀리서보 면 푸른색 천으로 휘감아 놓은 듯하다. 어떤 사람은 어머니 나무의 가지에 하닥을 맨 다음 길게 늘여뜨려 놓기도 하고, 나무의 밑둥치나 뿌리를 하닥으로 둘둘 말아 놓았다. 늦게 祭場에 도착한 사람은 남이 늘여뜨린 하닥에 다시 매어 놓기도한다. 이름하여 ‘하닥의 나무’라 할 수 있는데, 어머니나무에서만 보이는 특이한 광경은 아
니다. 어워(돌무지 서낭당)나 무당나무에도 이러한 신앙관행은 널리 행해지기 때문이다.
Ⅵ. 마무리
필자는 2001년 4월 5일 셀렝게 아이막 토진나르스 아부개 뎁섹에 있는 어머니나무를 답사 하고 그곳에서 연행된 박수 뱜바도르지의 한식맞이굿과 신자들의 신앙행위를 관찰.조사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답사 내용을 중심으로 어머니나무의 명칭과 유래를 비롯하여 어머니나 무에 대한 몽골인의 인식을 살펴보고, 어머니나무에 대한 의례 현황을 두루 기술했다. 물론 이는 조사한 바를 첨삭 없이 그대로 기술한 것인데, 몽골 무속 전반에 대한 인식에 부족한 면이 있기 때문에 치밀한 분석까지 이르지 못했다.
지금까지 보고한 것 중 중요한 점을 되짚어 보면서 결론으로 갈음하고자 한다. 어머니나무 에서 벌어진 굿은 전통적인 굿은 비록 아니지만 몇 가지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띤 굿이다.
첫째, 그 동안 금지되어 신앙행위가 중단되었던 어머니나무신앙이 민주화 이후 공식적으로 복권되었음을 뜻한다.
둘째, 금지되었던 샤먼 신앙 역시 허용되면서 샤먼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새로 열린 굿판 이라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몽골 전통 신앙은 역동적으로 복구되고 있고, 민중들의 호응도 역시 활기차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몽골의 巫俗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이 된다.
셋째, 중국의 세시 명절인 한식이 지닌 ‘만물이 생동하는 날’이라는 의미를 담아 열린 굿판 12) 제보자:이 초오돌 교수. 이라는 점에서 ‘한식맞이굿’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어머니나무는 인칭인 ‘어머니’로 부를 정도로 신앙성이 강한 곳이며, 이에 대한 경외심이 어느 곳보다 높다는 점이다. 일견 ‘어머니’에 대한 몽골인의 심성이 깊고 남다름을 엿 볼 수 있는 신앙 현장이다. 몽골인은 대지와 물의 주인을 ‘에투겐(etugen)’이라 부르는 전통이 있는데, 이 말은 ‘어머니.어머니의 배[腹].어머니의 자궁’을 뜻하는 말에서 비롯되었다. 대지와 물의 중요성을 ‘어머니’에 견주어서 표현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어머니나무는 그 유래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대지를 숭배하는 관념과 함께 전통적인 樹木信仰에 그 뿌리고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섯째, 어머니나무를 둘러싸고 생성.유포되는 담론의 주지는 신성 및 영험과 관련된 것들이다. 이것은 곧 어머니신앙에 대한 신앙심의 표시인 동시에 어머니신앙을 확대하고 재생산하는 데 이바지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필자는 본격적인 논의 차원은 아니지만 어머니나무와 굿판이 갖는 의미를 기술하면서 단절된 전통의 현대적 복원과 관련된 담론들을 검토해 보았다. 이러한 기초 작업을 통해 몽골 무속에 대한 연구가 더욱 치밀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투우 아이막에 소재한 ‘어머니바위신앙’13)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학계에 제출할 예정인데, 이를 통해 몽골의 ‘어머 니신앙’에 대한 논의를 구체화하고자 한다. 끝으로 굿에서 불린 무가를 녹취.번역하여 학회에 보고하고자 한다.
13) 어머니바위는 울란바타르에서 남쪽으로 약 80여 ㎞ 떨어진 투우 아이막에 있는데, 이 바위에 찾아가서 자기의 소원을 빌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한다. 어머니바위를 한 번 찾은 사람은 해마다 1번씩 3년 동안 찾아가 서 빌어야 한다. 몽골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바위이다.몽골의 ‘어머니나무’신앙과 한식맞이굿 15
※ [부록] 뱜바도르지의 무가
허쉬 허쉬 허쉬 / 에 하이르항이여 에 하이르항이여 보호해주시는 하늘신들이여 / 조상들의 / 영혼이여, 신령이시여
굽어살피고 보호해주시며 / 자비를 베푸소서 / 에 하이르항 祭壇을 가진 노욘 산14) / 숭배의 대상인 노롭반자드15) 수호신… /열 제단을 지닌 호르마스트 하늘신이여 /오르홍 강 셀렝게 강 어힝딘 고개의 / 매우 사나운 수신과 토지신들이여
회색의 개16) 신령들이여 / 알록달록한 뱀17) 신령들이여 굽어살피고 보호해주시며 / 자비를 베푸소서 /에 하이르항 / 훌륭하신 무녀어머니여 / 모든 재앙을 물리쳐주시고 / 福德을 내리소서 /분깃을 늘려주시고 / 장수와 복덕을 내리소서/에 하이르항 / 아쉬
푸른 하늘신 아버지여 / 대지신 어머니여 / ……구원하시고 / 도와주소서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 바위 같이 넓은 갈색비단을 / 박음질하여 앉아서 부릅니다 /52개의 술이 달린 북채를 잡고 / 앉아서 부릅니다 /산 같은 넓은 갈색비단을 놓고 / 앉아서 부릅니다 /독사 81마리로 / 흔들며 앉아서 부릅니다 /88개의 …을 / 잘게 흔들며 앉아서 부릅니다 /쉿쉿 용왕들의 소리를 내며 / 앉아서 부릅니다 /독수리가 앉은 자세로 / 수그리고 앉아서 부릅니다 /송골매가 앉은 자세로 / 곧게 앉아서 부릅니다
아쉬(북을 북채로 치면서 아래로부터 / 위로 올리면서 마구 흔든다) /아버지 왕이시여 어머니 왕비시여 / 하늘신 아버지시여
에 하이르항이여 / 훌륭하신 무녀어머니여 /8억 명의 친구를 가진 / 나르슨 뎁섹의 어머니여 /굽어살피고 보호해주시며 / 자비를 베푸소서 /아쉬 /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아버지 왕이시여 어머니 왕비시여 /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아쉬 / ………… / 순금 빛살의 하늘신들이여 / 훌륭한 게승신들이여 / 훌륭한 촐락탕신들이 여/ 에 하이르항 / 하늘신 아버지시여 / 기댈 수 있는 네 개의 큰 산들이여 /구원하시고 / 福德을 내리소서 / 오르홍 강 셀렝게 강 오힝딘 고개의 / 매우 사나운 수신과 /토지신들이여
14) 남고비에 있는 산 이름. ‘귀족 산’이라 번역할 수 있는데, 이 때의 노욘은 신령을 가리킨다.
15) 칭기스 칸 시대부터 굿을 할 때 불렀던 신목(神木) 또는 신목의 신령을 가리킨다. 무당의 무가는 일정하지 않은데, 굿을 하는 장소에 따라 해당 지역의 신성한 신목이나 신령을 부르며 굿을 한다.
16) 본디 늑대를 가리키는 말인데, 여기서는 그 이름을 휘(諱)하여 ‘개’라 불렀다. 신령의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 없기 때문에 ‘개’를 비롯하여 늑대를 낮추어 부르는 ‘보해’ 또는 ‘들짐승’ 등으로 바꿔 부르기도 한다.
17) 무당의 무복에 매달린 긴 띠, 이를 ‘뱀’이라 함.
회색의 개 신령들이여 / 알록달록한 뱀 신령들이여 / 하늘신 호르마스트 경배받을 신성한이여
하늘신 호르마스트 거룩한 제단이여 / 제단을 가진 노욘 산 / 신성한 노롭반자드 수호신 /훌륭한 무녀어머니여
구원하시고 도와주소서 / 秘方과 치료법을 보여주시고 /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소원 성취하게 하시고 / 사악한 것을 물리쳐주소서
산신과 수신의 위험과 / 재앙을 물리쳐주시고 / 복덕을 내리소서
에 하이르항 / 구구 81개의 주술을 겁니다 / 구구 81개의 주술을 겁니다
에 하이르항 / 아버지 왕이시여 어머니 왕비시여 / 구원하시고 도와주소서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 허쉬 아쉬 / 나의 등은 황금갑옷으로 …… / 나의 가슴은 ……
하늘신이여 이것입니다 / 아쉬 / 에 하이르항
산신과 수신의 위험과 / 재앙을 물리쳐주시고 / 피 심장을 지닌 / 붉은 중생들을 / 도와주시
고 구원하소서 / 비방과 치료법을 보여주소서
허쉬 허쉬 허쉬 / 에 하이르항 / 허쉬
길일(吉日)을 가려서 기다리고 / 구원하시며 / 비방과 치료법을 보여주소서
에 하이르항 / 훌륭한 무녀어머니여
에 하이르항 / 8억 개의 가지를 가진 / 나르슨 뎁섹의 어머니여
에 하이르항 / 오늘 하신 말씀이 / 내일은 이루어지소서
에 하이르항 / 내일 하실 말씀이 / 오늘 이루어지소서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 ▲오른쪽 왼쪽의 박수들이여 / ……모셔진 하늘신이여 / ▲왼쪽
오른쪽의 박수들이여
굿을 하며 오신 하늘신이여 / 에 하이르항 / 닥쳐올 위험을 물리쳐주시고 / 비방과 치료법을 보여주시며
도와주소서 / 구원하시고 / 장수와 복덕을 내리소서 /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 항
▲다얀 하늘신을 지켜 주는 / ▲온순한 하늘신을 용서해 주는 / 좋은 치료법을 주소서 / 에 하이르항
도와주시고 구원하소서 / 에 하이르항 / 제단을 가진 노욘 산 / 신성한 노롭반자드 수호신
………… / 호르마스트 하늘신의 거룩한 제단이여 / 경배 받을 성스런 이여
에 하이르항 / 오르홍 강 셀렝게 강 어힝딘 고개의 / 매우 사나운 수신과 토지신들이여
회색빛 개 신령들이여 / 알록달록한 뱀 신령들이여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북을 흔들며) / 구원하소서
에 하이르항 / 알타이 항가이에서 자라난 / 풍부한 녹색 향내를 맡고
푸른 항가이에서 자라난 / 청녹색의 향내를 맡습니다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 ……………
푸른 수신 말 신령들이 정복한 / …………… / 붉은 수신 말 신령들이여
에 하이르항 / 아버지 왕이시여 어머니 왕비시여 / 훌륭한 무녀어머니여
닥쳐올 위험을 물리쳐 주시고 / 은덕을 베푸시며 / 장수와 복덕을 내리소서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 좋은 것은 당신의 명예이고 / 허쉬
나쁜 것은 당신의 ▲끈입니다
몽골의 ‘어머니나무’신앙과 한식맞이굿 17
허쉬(북을 흔들면서)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구원하시고 / 백성들을 도와주소서 /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 좌정하셔서 얀다르를 용납해주소서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 이 사람들이 발원하는 모든 것을 / 도와주시고 / 일들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 말없는 수신에게 아뢰고 / 진실과 거짓을 가려주겠노라
에 하이르항 / 말없는 수신에게 아뢰고 / 말한 것을 가려주겠노라
에 하이르항 / 구원해주시고 / 도와주소서
에 하이르항 / 아버지 왕이여 어머니 왕비여 용납하소서
훌륭한 무녀어머니여 / 비방과 치료법을 보여주시고 / 도와주소서
에 하이르항 / 아쉬 오쉬(북을 흔들면서)
푸른 하늘신 ▲소원 신령들이여 / 솜같은 구름 ▲망또 신령들이여
▲…주문하여… / ▲하늘을 …촐락탕고드여
에 하이르항 / 아버지 왕이시여 어머니 왕비시여
푸른 하늘신 아버지시여 / 대지신 어머니시여
에 하이르항 / 회색빛 개 신령들이여 / 알록달록한 뱀 신령들이여
에 하이르항 / 구원하시고 도와주소서 / 비방과 치료법을 일러주소서
에 하이르항 / 전생의 무녀는 어디에 있습니까?
허쉬 (북을 흔들면서) / ▲내세로 이어지는 것은 우리들이네
허쉬 / 에 하이르항 / 하늘신 아버지여 구원해주시고 / 소원을 이루어지게 하시며
기운과 힘을 더하여 하소서 / 장수와 복덕을 내려주시고 / 분깃을 늘려주소서
허쉬 허쉬 (북을 흔들면서) / 에 하이르항 / 아버지 왕이시여 어머니 왕비시여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 이 땅의 주인들이여 / 공중의 일곱 가지 신령이여
이 세상의 수신과 지신이여 / 산신 수신들이여 / 구원하시고 도와주소서
아버지 왕이시여 어머니 왕비시여 / 용서해주소서
허쉬(6번 반복, 북을 흔들면서) /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구구 81개의 수신을 높이며 / 구구 81개의 주술을 겁니다.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 다가올 위험을 물리쳐주시고 / 구원해 주시며 도와주소서
오르홍 강 셀렝게 강 어힝딘 고개의 / 매우 사나운 수신과 토지신들이여
회색빛 개 신령들이여 / 알록달록한 뱀 신령들이여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북을 흔들며) / 구원해 주소서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 허쉬 (북을 흔들면서)
▲외계의…… / 외국……묻게 하고
아버지 어머니의 하늘신께 / ▲구원해 주소서
에 하이르항 / 무녀어머니시여 / 도와주시고 비방과 치료법을 보여주소서
에 하이르항 / 친자식이 지핀 불을 / 만년 동안 전해온 / ▲머리카락이 희어지는 것을 보고
/ ▲당신의 사랑이노라
에 하이르항 / 도와주시고 구원해주시며 / 비방과 치료법을 보여주소서
에 하이르항 / 허쉬 허쉬 /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 좋은 방향의 하늘신이여
밝은 방향의 ▲(주인)다야르여 / 자기의 하늘신을 용납하고
남의 하늘신을 보고 가는 / 왕의 운을 가진 수호신이여
구원해주시고 / 비방과 치료법을 보여주소서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 아버지 왕이시여 어머니 왕비시여
에 하이르항 / ▲최상층에 있는 다섯 신들의 / 별이 있는 하늘에 절을 합니다
에 하이르항 / ▲중층에 있는 흰색 신들을 / 누구에게라도 말하지 않고 / 똑같이 나누어 가
졌습니다
이 세상의 수많은 수신과 지신이여 / ▲13 항가이의 / 수신과 지신께 경배합니다
에 하이르항 / 훌륭한 무녀어머니시여 / 구원해주시고 도와주소서
여기에 모인 사람들에게 / 하는 일들이 이루어지게 하시고
모든 장애를 거두어 주시며 / 분깃을 늘려주시고 / 장수와 복덕을 내리시며 / 장애를 물리
쳐주소서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 행운이 깃든 곳에 / 비방과 치료법을 내리시고
힘이 필요한 곳에 / 힘을 주소서
에 하이르항 / 에 하이르항 / 에 하이르항 / 에 하이르항 / 에 하이르항 / 에 하이르항
아버지 왕이시여 어머니 왕비시여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 날랜 뱀의 채찍 신령들이여 / 뜨거운 돌의 심장 신령들이여 / 청동 돌의 심장 신령들이여
에 하이르항 / 도와주시고 / 비방과 치료법을 내리소서
에 하이르항 / 아버지 왕이여 어머니 왕비여 용서해주소서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허쉬 (6번 반복, 북을 치면서)
에 하이르항 / 소중한 聖體에게 아뢰고 / 장수를 빌어주겠노라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 신성한 성체에게 아뢰고 / 분깃을 늘려주겠노라
에 하이르항 / 보호해 주는 하늘신에게 아뢰고 / 굽어살피고 / 보호하고 사랑하도록 하겠노라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 말 없는 수신에게 아뢰고 / 진실과 거짓을 가려주겠노라
에 하이르항 / 말 없는 수신에게 아뢰고 / 말한 것을 가려주겠노라
에 하이르항 / 구원해 주시고 도와주시며 / 비방과 치료법을 내리소서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 장수와 복덕을 내리소서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에 하이르항 / 솜 같은 구름 망또 신령들이여
푸른 하늘신 信者 신령들이여 / 복덕을 주시고 / 오래 살게 하소서
국가의 상징이여 용서하소서(호래를 외치라고 말하자)
호래- 호래- 호래-
(관중들은 하늘을 향해 펼친 왼손 위에 오른손을 올려놓은 채 시계방향으로 돌리면서 외친다.)
무녀어머니시여 / 호래- / 오르홍 강 셀렝게 강 어힝딘 고개의 / 매우 사나운 수신과 토지 신들이여
회색빛 개 신령들이여 / 알록달록한 뱀 신령들이여 / 구원해주시고 도와주소서
호래- / 복덕을 내려주시고 / 장수와 복덕을 내려주소서
호래- / 8억 명의 친구를 가진 / 나슨 뎁섹의 어머니시여
복덕을 내려주시고 / 오래 살게 하소서
몽골의 ‘어머니나무’신앙과 한식맞이굿 19
호래- 호래- 호래- 호래- / 숭배의 대상인 노욘 산 / 제단을 가진 노롭반자드 수호신 / 훌
륭한 무녀어머니시여
구원해주시고 도와주시며 / 장수와 복덕을 내려주소서
호래- / 복덕을 주소서 / 호래- / 모든 일을 이루어지게 하소서
호래- / 산신과 수신의 위험을 물리쳐 주시고 / 복덕을 내리소서
에 하이르항 / 내년 이 때까지 / 이 많은 사람들을 평안케 하시고 / 온 가족이 화평케 하소서
장수와 복덕을 내리시고 / 장애를 물리쳐주소서 / 힘을 소생케 하시고 /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호래-(5번 반복, 무릎을 꿇고 앉아서) / 모두들 절을 합시다 / 곡물을 받칩시다-
허쉬(북을 흔든다)
<범 례>
… :녹취 불가
▲ :의미 불통
/ :운율을 살리기 위한 分節임.
Mongolian Belief of the “Mother Tree”
and Gut for Hansik
Jang, Jang-Sik
I visited the “Mother Tree” in Sellenge Aimag Tojinnars Abgai Debseg on April 5,
2001 and conducted a fieldwork on the religious activities of gut(shamanistic ritual)
for Hansik(“Cold Food” day) performed by a shaman called Byambadorji. In this
article, I examined the understanding of Mongolians concerning the “Mother Tree”
as well as its name and history based on the fieldwork and described its rituals. Of
course, I included what I observed in the research as it was. I was not able to
analyze it elaborately since I might not know well about Mongolian folklore as a
whole.
I would like to summarize the main points of what I found. Even though, it is not
quite sure whether gut for the “Mother Tree” is related to the traditional gut, it is
very import!ant in following aspects.
Firstly, the belief of the “Mother Tree” which had been interrupted was formally
restored after the democratization in 1990.
Secondly, shamans who had been prohibited were allowed to participate actively in
gut rituals.
Thirdly, it can be called gut for the “Mother Tree” considering the meaning of
Hansik, one of the Chinese seasonal festive days, on which everything is fresh and
vivid.
Fourthly, as the tree is called mother, their faith is very strong and the tree is
heavily respected more than any other things. Considering the increasing number of
objects for belief due to the restoration of once closed temples, worship for this
place by unexpectedly large number of people means the deep and peculiar
disposition of Mongolians toward mother. Traditionally, Mongolians have called the
master of earth and water ‘etugen’. Of course, it came from the words signifying
mother, the abdomen of mother, or the womb of mother. The import!ance of earth
and water was represented by comparing them with mother. In this respect, in spite
of its unclear origin, the “Mother Tree” is rooted in the conception of worshipping
earth and belief for trees.
Fifthly, the gist of discourse created and distributed concerning the “Mother Tree”
is related to sacredness and divinity. It indicates the expression! of faith toward the
“Mother Tree” and will contribute to the expansion and reproduction of its belief.
Though my discussion is not complete, I tried to review discourse concerning the
contemporary restoration of disrupted tradition by describing the meanings of the
몽골의 ‘어머니나무’신앙과 한식맞이굿 21
“Mother Tree” and gut. On the basis of this basic work, the research on the
Mongolian folklore will be conducted more elaborately. Also, I intend to report a
belief on the “Mother Tree” located in Tuv Aimag, in which I can make concrete
analysis on the belief of the “Mother Tree”.
출처 :구구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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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punu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