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 (1일차)
(2012년 12월 18일~2012년 12월 25일 / 세계일주여행 530~537일차)
필리핀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전군과 함께 대만 여행을 다녀 왔습니다. 12월 방학 하자마자 세부 오슬롭에 있는 진스 다이브 리조트에서 2박 3일간 다이빙을 신나게 즐기고 나서 클락으로 돌아온 지 이틀만에 타이페이로 날라갔습니다.
클락과 대만은 무척 가까워서 비행기표가 가끔씩은 천페소(27,000원)도 안되는 가격에 나올 때가 있는데요... 우리는 좀 비싸게 끊어서 왕복 10만원 정도에 다녀왔네요. 최근에 에어 아시아가 클락-타이페이 노선을 열어서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이전에 이미 세부퍼시픽으로 마닐라-타이페이 표를 끊어 놓은 관계로 마닐라까지 가야 했네요.
아무튼 중략 생략하고..(여행기를 오래 안쓰다보니 너무 게을러 진 듯 하네요) 12월 18일 자정이 넘어서야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공항에서 멀리 떨어진 시내로 들어가는 마지막 버스가 새벽 1시에 끊어진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짐 찾을게 없으므로 최대한 빨리 출입국 검사대를 통과해서 공항에 1개 남아있는 환전소에서 환전을 했습니다. 대만에서는 공항 환전이 더 이익입니다. 시내에는 환전소도 많이 없고 은행에서 환전할 경우 환전 수수료를 제법 많이 뗍니다. 200달러 바꾸니 5,690 대만달러("대만위안"으로도 부르더군요)를 내 주는군요.
이제 재빨리 공항 1층(도착층은 2층입니다)으로 내려가서 버스표를 끊고 1시에 딱 맞추어서 마지막 버스에 올랐습니다. 버스비는1인당 90달러군요. 정말 숨막히는 버스 잡아타기였습니다.
우리가 가려는 송산(Songshan)기차역까지 가는 버스는 없고 그나마 타이페이 중앙역까지 가는 버스만 남아 있더군요. 버스에 올라타고 타이페이 여행의 첫발을 내 딛습니다. 정신없이 자느라 어느새 도착했는지도 모르게 타이페이 중앙역에 도착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서 바로 앞에 있는 택시에 올랐습니다. 미리 준비해 간 게스트 하우스 주소를 보여주었더니 친절한 기사 아저씨가 골목 구석구석 헤메다니면서 게스트 하우스 입구에 세워줍니다. 정말 친절하시네요. 같은 중국말을 쓰지만 역시 중국과는 다른 별세계같은 느낌입니다. 택시비는 250달러가 나왔네요.
우리가 타이페이에서 묵기로 한 숙소는 송산역에서 걸어서 3분밖에 안걸리는 거리에 있는 'The Meeting Place'라는 게스트하우스입니다. Hostelbookers에서 고생스럽게 찾아서 예약을 한 곳인데 여러모로 참 괜찮았습니다. 우선 지하철 역(Houshanpi역)은 걸어서10분 정도 거리에 있지만 사통팔달 어디든 잘 연결되는 송산 기차역이 바로 옆에 있고요.. 그리고 타이페이에서 두번째로 크다는 야시장 Raohe 야시장이 바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습니다. 게다가 10bed 도미토리 하룻밤 가격이 350TD(13,000원)로 정말 착하지요.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거의 새벽 3시, 다행히 초인종을 누르니 누군가 나옵니다. 체크인을 하기에는 너무 늦은(혹은 이른) 시간이라우리는 아침까지 커다란 거실의 소파에서 밤을 지새기로 합니다. 밤이면 사람들이 모여서 영화도 보고 이야기도 하고 맥주도 마시는커다란 홀입니다. 여기는 가격이 싼 탓에 학생들이나 장기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입니다.
아침까지 한숨 자고 일어나 미리 예약한 이틀분 방값을 내고 체크인을 했습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빈 침대가 없어 일단 짐을 맡기고 시내구경을 나갔습니다. 첫 목적지는 지하철 파란색 라인에 있는 용산사. 이틀간 지하철, 버스를 마음대로 탈 수 있는 Tai Pass를 310TD에 구입하고요.. 용산사로 고고~
지하철에서 내려서 아케이드를 쭉 따라가면 중국식과 베트남식을 혼합한 듯한 작은 사찰이 도시 중간에 갑자기 등장합니다.
그다지 볼 것은 많이 없었지만 지붕 장식이 참 예뻤습니다.
용산사에서 나와서 번화가라고 하는 시먼을 거쳐 타이페이 중앙역까지 지하철 역 2개 정도 되는 거리를 걸었습니다. 카메라 관련 상점이 쭉 늘어서 있는 신기한 길도 지나구요~
타이페이 중앙역사 앞에서 한 컷. 아직까지 고풍스러운 건물양식을 유지하고 있네요.
여기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예류(Yehliu)국립공원에 갔다오기로 합니다. 버스 정류장 찾는데 좀 헤맸습니다만... 기차역을 등지고오른쪽편에 버스터미널이 있습니다. 거기서 국광버스 1815번(96TD - Taipass 사용 불가)를 타면 1시간 정도 지나 예류 입구에 내려줍니다.
버스 내린 곳에서 10분 정도 걸어내려가면 예류 입구가 나옵니다. 입장권(50TD)을 사고 공원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다른 세계에 온듯한 신기한 해상 절경이 펼쳐집니다. 오래전 가 보았던 터키의 카파도키아 버섯 바위들을 보는 듯 한데 이건 바닷물에 풍화되어 만들어 진 것이니 형성과정은 조금 다를 듯 하네요.
어떤 것들은 사람들이 만져서 아랫 부분이 많이 닳기도 하고 좀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이더군요. 우리나라로 치면 공익요원 같은 친구들이 지키고 서 있기는 합니다.
함께 갔던 전군과 함께 한 컷.
예류에서 시간을 보낸 후 조금 늦었지만 버스를 타고 단수이에 가 보기로 합니다. 예류 앞에서 단수이로 바로 가는 버스가 있습니다(버스 번호는 기억이 안나네요). 차비는 90TD이고 1시간 이상 걸립니다. 바다를 오른쪽으로 두고 해안 경치를 감상하면서 갈 수있습니다. 이렇게 타이페이 시내에서 예류를 거처 단수이까지 간 후 단수이에서 전철을 타고 돌아오면 시계 반대 방향으로 타이페이 북서쪽을 일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너무 늑장을 부린 것 같네요. 단수이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지고 난 후였습니다. 사람들이 일몰을 보러 간다고하는 곳인데... 쩝. 해안을 따라 난 상점들도 벌써 슬슬 문닫을 준비를 하는 곳도 있고요..
그냥 근처 시장에서 군것질도 하고 이것 저것 슬슬 걸어다니면서 구경했습니다.
단수이에서 지하철 빨간 라인을 타고 Shilin역 다음인 Jiantan역에 내리면 타이페이에서 가장 크다는 스린 야시장이 나옵니다. 우리나라 동대문같이 옷파는 곳도 많고 각종 먹거리들이 정말 많더군요. 우리 전군은 먹거리를 지나가질 못하고 대여섯가지 길거리 음식들을 열심히 시식하셨습니다. 저도 덕분에 군것질로 저녁을 떄웠네요.
좀 재미있는 건 우리나라에선 이제 거의 사라지고 시골 장터에서나 볼 법한 각종 게임 부스들(풍선 터트려서 상품타기 등등...)이정말 많더군요. 아이들이나 연인들도 꽤나 하고 말이죠. 전군 열심히 구경하고 있네요...
그나저나... 필리핀에서 까만 여자들만 구경하던 우리들은 대만 여자들이 왜 일케 이쁘냐면서 주변 구경보다는 지나가는 여자들 구경에 푹~빠진채 첫날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여행 끝날 때까지 계속 되어서 급기야는 대만에 중국어 어학연수를 오자는지경으로까지 발전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