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2013.06.12.수(흐림)
길:견내량-시래산-거치-개금치-백암산-대봉산-산방산-보현사
거리 및 시간:맵소스 약16.5km(지맥12km, 비지맥4km) gps;약15km, 8시간 30분
누구랑:수요지맥회
거제1.gpx
오늘은 거제지맥을 시작하는 날이다.
비가 온다고 해서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비는 아침에 그쳤다. 다만 오늘 아침까지 내린 비로 지맥길에 우거진 잡초와 잡목이 빗방울을 한껏 머금었다. 지나갈 때마다 샤워기를 튼 것처럼 물이 쏟아진다. 30분정도만 걸어도 금방 옷은 소나기를 맞은 듯 흠뻑 젖는다. 스패츠도 소용없다. 금방 등산화 속에서는 개구리 우는 소리가 난다. 양말을 아마 다섯 번은 짜서 신었지 싶다. 짤 때마다 물이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한 홉은 나온다. 등산화를 거꾸로 드니 거기서도 한 홉은 나오고....나중에는 발바닥이 물렁물렁해진 느낌이다.
하루 종일 안개 속을 걸으니 조망은 전혀 없다.
방향 감각도 없다. 그냥 간간히 붙어 있는 선답자의 표지기를 따라 갈 뿐이다.
네비게이션이 나오고 길치 운전자가 더 많아졌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침반과 지도 한 장만 있으면 어디든 찾아 다녀야 하는데, gps를 가지고 다니면서부터는 나침반과 지도를 거의 보지 않고 gps에 너무 의존하는 좋지 않은 버릇이 생겼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무엇인가 한 가지 잊은 듯하더니 gps에 거제지맥 트랙을 입력하는 것을 잊어 버리고 그냥 갔다. 그러니 gps는 거의 무용지물이 되었다.
예습도 안 한데다가 gps도 소용 없게 되었으니, 이제까지의 산행 경험의 감으로 길을 찾아 간다만 어찌 영 불안불안하다.
그래도 알바 없이, 아무 사고 없이 산행을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실은 고생을 해봐야 다음에는 준비도 철저히 하고 예습도 하고 그러는데.....
오늘은 새로 만나는 분들이 많다.
처음 보는 얼굴 네 분 모두 산처럼 넉넉한 모습이다. 산행 실력도 상당한 듯하다.
내 성격이 좀 별나서 사람을 금방 사귀지 못한다.
말들은 잘 안해도 모두 산이 좋아서 만난 인연이니 이심전심으로 금방 통하리라 믿는다.
몇 년 전에 '비원-산방산-대봉산-옥산치-백암산-큰옥산치(팔골재)'까지 산행을 한 적이 있다.
가 본 길이지만, 이번에는 거꾸로 진행하는데다 짙은 안개와 구름때문에 지형을 파악하기가 어렵고 방향이 헷갈린다.
특히 백암산을 오르는 막바지에 동쪽으로 가고 있는데 느낌은 방향을 틀어서 남서쪽으로 가는 것같다.
백암산 정상에 도착하니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이대장님이 거꾸로 올라와서 산방산쪽(남쪽) 방향으로 표지기를 달아 놓았다.
바로 옆쪽(왼쪽)으로 꺾어서 내려가는 길이 또 있다. 우리가 다음 구간에서 가야할 큰옥산치(팔골재)로 가는 길이다. 몇 년 전에 지난 길인데 왠 일인지 낯설다. 동쪽으로 가는 느낌이 아니고 남쪽으로 빠지는 길 같다.
그래서 이 길은 팔골재로 가는 길이 아니라고 제법 자신있게 말했다.
처음 와본 사람들은 대부분 이 길이 지맥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두번 째 왔다는 내가 아니라고 큰소리치니 다른 사람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참으로 어이없는 실수요, 실례를 했다. 지면을 통해서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
이것도 나잇살을 먹은 탓인지 아무튼 총기가 흐려진 탓인가 보다.(나보다 훨씬 선배이신 최회장님 앞에서 나이 먹었단 얘기를 해서 죄송)
주요 지점 통과 시간

실제로 걸은 트랙과 거제지맥(동서) 트랙 위성 사진으로 보기

하늘색:거제지맥(동서) 트랙
붉은색:실제로 걸은 트랙
주요 지점의 고도 및 거리표

사진은 몇 장 찍은 것이 있어서 올리지만 다른 분의 훌륭한 사진에 비하면 보잘것 없다. 올리기가 민망하다.




여기서 50m정도 뒤로(능선에 올라서 좌로)가야 시래산 정상 표지판과 삼각점을 본다.
좋은 길로 질러가는 바람에 시래산 정상 표지판과 삼각점을 그냥 지나쳤다.

못보고 지나친 시래산 정상의 표지판(농부님이 보인다 무척 반갑다)

여기가 시래산인가 하고 생각했다. (예습도 제대로 하지 않고, 좋은 길로 질러갈 생각만 하니...)
여기서 좌측으로 꺾어서 잠시 떨어지면 임도다.

멧돼지 길같은 8부능선 북쪽 비탈을 타고 다시 임도로 나왔다. 둔덕기성을 조금 지나왔다. 되돌아 가서 구경하고 오기로 한다.





434봉, 무인감시 초소가 있다. 여기서 좌측으로 꺾는다.

산꼭데기에 정상석 같은 것이 있기에 가보니 자기 조상을 자랑하는 비다.


여기서 조금 내려서면 거치다. 거치에서 점심을 먹고 간다. 개금치까지는 임도가 함께 간다.


개금치다. 우측으로 조금 내려가면 철망 울타리가 빈 곳이 있다.

요리 넘어 들어간다

백암산이다. 여기서 우리는 지맥을 버리고 산방산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지맥은 좌측, 산방산은 우측길


작은 옥산치

몇 년 전에 없었던 정자가 대봉산에 생겼다. 길도 임도 처럼 좋다.



산방산 정상 바로 아래에서 보현사쪽으로 내려간다.










안개가 조금 걷히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