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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달라진 세태만큼 점집도 새로운 트랜드로 젊은층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우중충한 이미지를 벗고 밝고 산뜻한 인테리어로 신세대를유혹하고 있다. 요즘 달라진 점집의 모습과 신세대의 고민의 모습을 담아보았다.
<> 전문화 지향, 해외 유학파까지 포진
서울시 압구정동의 한참 잘나가는 신세대 점집에는 예사롭지 않은 젊은이들이 모니터 앞에 앉아서 상담을 하고 있었다. 외견으로만 보면 벤처기업의 사무실 모습과 다른 것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상담을 하는 사람도 중년의 아주머니가 아니라 양복을 차려입은 젊은 직장인. 그의 고민은 적금을 깨서 집어 넣은 산업의 주가가 도통 움직일 줄을 몰라서였다.
머리를 질끈 묶은 점술인은 한참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불쑥 한마디를 던진다.
“기술적 반등이 있을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오르내리는 장세가 지속되다가 3월 이후에 주가가 오를 겁니다. 지금은 기다리셔야 겠어요.”
점술인의 말투는 영락없는 애널리스트(증권분석가)의 그것이었다.
점집이 세대와 함께 급격한 변모를 거듭하고 있다. 인테리어에서도 밝고세련된 모습일 뿐 아니라 현대인들이 고민하고 있는 각종 문제들을 상담해주는 고민상담소 같은 모습이다. 게다가 박사학위소지자는 물론 해외 유학파까지 점술인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 90년대 초반의 사주카페에서 요즘은 기업형으로 변모
그 대표적인 예가 사주카페다. 카페에서 차도 마시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심심풀이 삼아 사주도 볼 수 있는 사주카페는 이제는 웬만한 중소도시에는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
9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영세한 점술집들이 연합을 하거나 자본이 있는 유학파들이 실력파 점술인들을 고용해 만든 기업형의 점집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신촌이나 압구정동에 위치한 점술집들. 지난 95년 초반부터 시작하여 하나 둘씩 늘어난 압구정 점술집들은 이제 20여 개를 헤아리게 됐으며 종래의 칙칙한 모습 대신 세련된 인테리어로 신세대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세대가 흐르면서 점술집을 찾는 이들의 고민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주로자녀문제나 부부문제가 단골 메뉴였지만 이제는 성형, 주가흐름, 소송문제에서 성적 정체성문제까지 다양하다.
각광받는 보험중계사에서 역술인이 된 권순금씨는 “요즘에 상담을 하러오는 이들의 관심이 하도 다양해서 역술인들도 공부를 하지 않으면 제대로 상담을 할수 없을 정도”라며 “하리수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자신의 성적정체성이 남자가 맞는지 여자가 맞는지 알려 달라는 일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외모가 무기인 세대가 되면서 성형에 대해 물어보는 이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압구정동을 찾는 사람들의 70%는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자들이다. 이들의 관심사 1순위는 대부분 남자 문제이거나 성형수술에관한 문제라고 한다. 성형수술의 성공여부와 어디를 고쳐야 관상이 좋아져 운명이 바뀔지 알고 싶어하는 이유에서다.
운세를 보러 온 윤모씨(26세)는 “코 성형수술을 앞두고 있다. 성형 후의 모습 사진을 보여주고 내 운명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했다”며 고민을털어 놓았다.
젊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은 신세대 점술원 ‘점술왕국’의 이정민 부장은 “성형뿐 아니라 유학을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묻는 사람, 남자와의 사랑문제를 묻는 것이 주류를 이룬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사상유례가 없는 취업전쟁을 겪다보니 젊은이들의 관심사도 취업문제로 많이 쏠리고 있다고 한다. 점술갤러리의 박봉화씨는 “대학생 손님들의 50% 이상은 취업문제로 온다”며 “예전에는 어떤 직종으로 취업하는 것이 유리하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아예 자신이 취업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을 정도여서 취업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고민은 바로 자녀의 대학진학문제. 요즘은 대부분의 대학들이 수시모집으로 신입생을 뽑고 있어 1년 열 두달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이 곳에는 현재 ‘인터넷 114 상가안내’에만 15곳이 등록되어 있을 정도로 성업 중이고 인터넷으로도 정보를 제공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지금은 완전히 거품이 빠진 상태라고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의 벤처기업들이 몰려 있는 강남 테헤란로 근처의 점집들은 대낮에도 양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직장인들이 찾아와 자신의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느냐며 고민을 상담해 온다고 한다.
<> 관상 수상의 동양점에서
타로나 집시점으로 관심 변해
점하면 생각나는 관상이나 수상, 사주 등의 동양역리학적인 점들이 지금까지 이어져온 보편적인 점술 행위라면 요즘에는 동양 점술 이외에도 타로카드나 트럼프점, 집시점, 엽전이나 동전을 이용한 점, 주사위점, 매화역수나 화학이수 같은 점들이 신세대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타로카드의 기원은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이집트에서 유럽으로 전래되어 약간의 변형이 이루어진 것 같다. 총 78장으로 이중 22장은 메이저, 나머지는 마이너로 나뉜다.
타로가 교육용에서 점술용으로 전환된 것에는 15세기 집시들의 영향이 매우 컸으며 이에 집시들이 보는 카드점은 타로카드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알고 있을 정도가 되었다.
트럼프점은 우리가 흔히 치는 포카드용 카드로 그날의 행운을 측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1의 경우 행운과 성공을 암시하는 카드로 “굉장한찬스가 찾아오거나 반가운 소식이 온다”고 한다. ♥2의 경우 “희망이 이루어집니다”는 숨은 뜻이 있다.
젊은이들이 즐겨찾는 점집은 주로 압구정동에 있는 점술의 새로운 메카로 불리는 곳으로 업소당 하루 100만원이 넘는 수입을 올릴 정도로 성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점집들이 기업화되면서 점을 이용한 이벤트 회사까지 생겨났다.
대학로에 위치한 이 전문점술이벤트 회사는 세계 각국의 점술관련도구를판매할 뿐만 아니라 동서양의 점을 결합하여 문화의 퓨전화를 모토로 한이색적인 점술종합회사다. 2000년 2월에 개설한 이 회사는 오프라인의 한계를 극복하여 상담자의 운세를 메일로 관리하기도 한다.(www.saju-jum.co.kr,www.esaju.com)
상담자 중에서 좋은 궁합을 찾아 만남도 주선하는 이벤트도 병행하며 Best of Best 사주를 선정해 행운의 인형도 선물하고 있다. 월·일별로 테마를 정하여 꽃점, 별자리점 등 여러 점도 제공한다.
시대가 바뀌고 트랜드가 변하고 있지만 사람들에게 미래의 일은 여전히 알고싶은 미지의 영역이다. 사주나 운세를 믿을지 여부는 각자의 세계관에 달린 문제겠지만 이런 것에 지나치게 의지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삶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가게 된다는 전문가들의 충고는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 점집을 찾는 연예인들출연운에 관심...드라마 선택 점치기도
연예인들도 자신의 출연운이나 일상적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점집을 자주 찾아 다닌다고 한다. 연예인도 사람인 이상 점집을 찾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아무래도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관심사와는 다른 부분을 알고 싶어한다. 얼마 전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했던 A씨도 탤런트B양과의 충격적인 결별 이후 유명 역술인을 찾아가 자신의 여자 운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 역술인은 A씨의 운세를 풀어본 후 “여자와 명예를 쫓아다닐 사주를 타고났다”며 “여자 때문에 크게 한번 손해본다”고 말했다고 한다.
남자다운 카리스마로 유명한 영화배우 L모씨의 고민은 의외로 자신의 소심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소심한 성격으로 인해 자주 손해를 보는 데 향후에는 어떨 것 같느냐는 것이 상담의 내용이었다는 것.
대개의 연예인들은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자신의 출연운이나 출연하고 있는 작품이 뜰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게 마련이다. 영화배우이자 탤런트인 중견배우 C씨도 드라마에 출연하기 전에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자신이 종래 펼쳐왔던 연기와는 느낌이 다르고 다른 방송사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에서도 그녀의 출연을 내심 원하고 있었던 상태였기 때문.
고민을 거듭하던 그녀는 드라마 출연 전에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점술왕국(www.fortunekindom.co.kr)을 찾았다. 역술인은 C씨의 관상을 보고 그녀가 끼가 넘치는 만큼 중후한 드라마 보다는 자유롭고 활달한 역이 어울린다고 말했다. C씨도 역술인이 말한 드라마를 선택했으며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호평을 듣고 있다. 신세대 여배우들도 점집을 찾기는 마찬가지다. 브라운관을 동분서주하는 개그우맨 P양, 모 시트콤에서 활약한 H양 등 젊은 연예인들이 자주 점집을 찾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