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0일 수요일
새천년 건강체조
날씨가 구름이 끼어 있어 중간활동시간에 활동하기 좋다.
새천년 건강체조를 하고 있어 늘 그랬듯이 구령대 정종두 선생님이 체조하는 옆에 서서 아이들을 관찰하였다. 날씨 덕분인지 대체로 활기차게 체조를 한다. 못하는 아이들을 발견하는 것보다 잘하는 아이들을 찾아내기로 하였다. 1학년 아이들이 잘한다. 유치원들은 웃긴다. 4학년들은 늘어졌다. 6학년은 게으름을 부린다.
오늘의 체조왕 열심히 한 학생 1학년 정현종, 즐겁게 한 학생 2학년 장예정, 정확하게 한 학생 5학년 곽현욱, 눈을 부릅뜨고 한 학생 1학년 성동훈, 웃기게 한 학생 유치원 쌍둥이 중 하나, 이건 팔 흔드는 것이 아니라 춤을 춘다.
7월 12일 금요일
점심시간에
아이들이 편을 갈라 축구를 한다. 바람은 시원하게 불지만, 뙤약볕이 상당히 뜨겁다.
가만히 세어 보니 18명이다. 3학년부터 6학년 남학생은 모두 모인 모양이다. 우리 학교만이 있는 풍경이다.
양쪽 골키퍼는 뚱뚱이 진태와 살살이 진수다. 윤진수는 골문을 지키지 않고 운동장 가운데까지 나와 있다. 동편에는 모자를 거꾸로 쓴 임수민이가 주장인지 줄기차게 공을 몰고 서쪽으로 파고 든다. 프리킥을 차는데 공발이 제법 세다. 그걸 어깨런닝차림으로 키 큰 형들 사이를 누비며 다니던 화성이가 잡는다. 꼬마가 드리볼하는 기술이 제법이다. 그러나 골문을 지키고 있던 화진이에게 빼앗긴다. 서쪽편은 키큰 정삼이가 골리앗처럼 휘젓고 다닌다. 볼살도 굉장히 세다. 코너킥을 차는데 골문 위로 날아간다. 어른처럼 센 볼이다. 그리고 안경잽이 화진이도 서쪽 편이다. 언제 바꾸었는지 윤진수와 골키퍼자리를 바꾸더니 페닐틱밖에까지 나와 공을 잡는다. 저건 엉터리인데 나는 멀리서 고함을 쳐주었다.
또 서쪽에는 높이 공중볼을 띄우는 하늘색상의를 입은 옥선수도 잘찬다. 정삼이와 옥선수 그리고 화진이가 삼각편대로 공격을 주도한다. 그러나 번번히 막히고 한 골도 내지 못한다. 반대로 동쪽에는 검은바지를 입은 성환이, 날쌘돌이 현욱이가 수민이를 돕고 있다. 아직도 다리가 아픈지 줄무늬를 입은 태환이는 다리를 끌며 따라다니고, 꼬맹이 정우는 가만히 서 있다가 공이 오면 다부지게 공을 차 낸다. 서쪽공격수 경현이가 빈 골문을 향하여 쇄도하다가 골키퍼 진태가 내차는 공에 급소를 맞아 운동장에 나뒹굴어진다. 평소 바람이 불어도 날아갈 것 같은 인호, 오늘은 옅은하늘색 상의를 입고 공을 제법 잘찬다. 수비를 하고 있는데 오는 쪽쪽 걷어낸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느림보 희태는 수민이의 마크맨이지만 따라다니기만 할 뿐 수민이 공을 빼앗지는 못한다. 큰 노란모자를 쓰고 있는 호성이는 아예 놀고 있는 것 같다. 같이 놀고 있던 동현이는 공이 오자 빠르게 걷어낸다. 초록색 상의를 입은 기운이도 열심히 차고, 빨간색 상의를 입은 주환이도 열심이다. 그러나 덩치큰 녀석들 사이에 빛을 내지 못한다. 점심시간이 다 될 때까지 양편 다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영대영 비겼다. 재미있어서 현관에 걸상까지 갖다놓고 보았다. 아이들이 공차는 모습만 봐도 즐겁다.
7월 18일 목요일
승부차기
오늘 점심 시간에도 편을 갈라 공을 찼는지 남학생들이 벌겋게 된 채 골 문앞에 모여 있다. 비겨서 이제 승부차기를 할 모양이다. 호기심이 일어 지켜봤다.
한편은 옥선수, 곽현욱, 유진수, 백성환, 김동현이고, 또 다른 편은 이정삼, 임수민, 유화성, 백인호, 하나는 누군지 모른다.
먼저 옥선수가 키커였고, 키퍼는 정삼이다. 공을 놓고 몇걸음 뒤로 간 선수는 힘차게 공을 찼다. 하지만 공은 옆골문을 맞히며 튕겨 나온다. 선수는 머리를 감싸 쥔다. 이번에는 바뀌어 정삼이가 키커고, 현욱이가 키퍼다. 정삼이는 문제없이 그물이 철렁하게 공을 차 넣었다. 골키퍼는 폼도 잡지 못하고 서서 공을 놓친다. 다음은 현욱이가 키커고 정삼이가 키퍼다. 이상하게 현욱이도 옆골문대를 맞히고 튕겨나온다. 다음은 현욱이가 다시 키퍼고 수민이가 차는데 아주 세차게 공을 차 넣어 2:0이 된다. 세번 째 키커는 진수다. 이번에도 못 차 넣을 거라고 보고 있는데 오른쪽 골문을 향하여 날렵하게 차 넣는다. 아이들이 일제히 탄성이 오른다. 조그만 녀석이 장승처럼 뻣대고 선 정삼이를 제치고 골을 성공시키다니! 나도 놀라서 입이 벌어졌다. 이제 2:1이 되었다. 다음으로 나선 유화성이는 공을 잡아먹을 듯이 쏜살같이 달려오더니 진작 공을 넘어서버리고 차지 못한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일렁인다. 재차 시도해도 골을 넣지 못하고 만다. 저쪽 골대 맞고 튕겨서 이쪽 골대 맞고 밖으로 흘러나온다. 공도 화성이 닮아 어지럽게 군다. 그 다음으로 나선 성환이도 못넣고, 인호도 넣지 못했다. 마지막 키커로 나선 동현이 공은 훨씬 골문 밖으로 날아가 아이들이 야유섞인 말들이 나온다. 승부가 결정되고 아이들은 각기 교실로 우우 몰려간다. 그중 반은 즐겁고 행복한 표정이고 반은 아쉽고, 불만의 표정을 짓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