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염집 아낙만 봄몸살을 앓는 것은 아니다. 냉동고가 무색한 삭풍에 웅크렸던 라이더의 드라이브 본능도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솔직히 안전운행만 지킨다면, 스쿠터는 자동차와 자전거의 장점만을 뽑아놓은 최고의 여행기술이자 도구. 자동차 자전거 심지어 도보로도 엄두내기 버거운 풍경의 실핏줄을 원없이 드나들 수 있다. 여행지가 식상해졌다면 여행방법을 바꿔 볼 일이다. 스쿠터로 즐기는 부산과 근교 여행지를 부정기적으로 싣는다.
- 차·자전거 못가는 길 어렵잖게 접근
- 온몸으로 만끽하는 봄바람·풍경
- 한적한 시골길 드라이브 재미 솔솔
- 김해천문대 탁트인 야경 환상적
겨우내 처박아놓은 스쿠터가 탈이 났다. 얼마 타지도 않았는데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된 것. 결국 자동차 배터리에서 동력을 끌어와 시동을 건 뒤 인근 오토바이 정비소에서 새 배터리로 갈았다. 용불용설, 세상 만물을 관장하는 법칙이다.
사실 뭐든지 추천코스란 게 있기 마련이다. 걷기 좋은 길, 드라이브하기 좋은 도로, 자전거 산책길 등등. 근데 스쿠터 타기 좋은 코스는 뚜렷이 없다. 울산 간절곶으로 이어진 해안도로가 그나마 라이더 사이에서 유일하게 알려진 코스다. 눈밭에 길을 내는 심정으로 지도를 펼쳤다. 너무 가까워서 혹은 친근해서 눈길받지 못한 곳. 봄향기 물씬한 양산시 물금과 원동을 지나 밀양의 삼랑진과 김해를 거쳐 부산으로 돌아오는 순환형 코스를 잡았다. 부산 근교에서 봄맞이 드라이브 길로는 으뜸인 1022번 지방도로를 탄다. 대략 120㎞. 배기량에 따라 기름값으로 5000~7000원가량 든다.
봄햇살이 옅은 구름에 가려 맑지도 흐리지도 않은 지난 토요일. 화명신도시를 빠져나오니 인적도 풍경도 시골 분위기로 확 달라졌다. 호포지하철역에서 경부선 철길을 따라 좌회전. 길가에 벚나무가 2㎞ 가까이 심어져 있지만 그다지 곱지 않다. 물금역을 지나면 바로 오봉산을 가로지르는 1022번 지방도로에 본격적으로 오른다. 발 아래로 도시와 마을이 몰려 있는 낙동강이 한눈에 담긴다. 얼핏 보면 강이 아닌 거대한 호수를 낀 호반도시 같다. 산중턱 도로에서 아래쪽 샛길로 한참을 빠졌다. 용화사의 석조여래좌상을 보기 위해서다. 용화사는 널따란 마당에 대웅전, 산신각 그리고 승방만 갖춘 자그마한 암자. 1471년에 창건되었다고는 하나 확실치는 않다. 법당 안에 모셔진 돌부처가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석조여래좌상. 보물 제491호로 지정된 문화재다. 철길 바로 옆에 절집이 있으니 산길에서 어지간히 내려왔다. 길이 원체 가팔라 차량 접근이 쉽지 않고 자전거나 도보로는 엄두가 안난다. 스쿠터만 접근이 가능한 사찰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혹시 스님의 교통수단도….
낙동강 전경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임경대를 지나면 요산 김정한의 중편소설 '수라도'의 배경이 된 화제리다. 소설 속 마을과 실제 마을풍경이 정확히 들어맞는 살아 있는 문학현장이다. 일제시대 우리 민족의 수난사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수라도는 '싸움이 그치지 않은 세계'를 뜻하는 불가의 아수라도의 다른 명칭. 산으로 빙 둘러싸여 더없이 아늑하고 한가로운 촌마을이다. 이런 정취라면 누구라도 한번쯤 문학 속에 녹여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길 법 하다. 화제천을 가로막은 둑길 위에서 마을사람들이 쑥을 캐는 모습이 정겹다.
구불구불한 토곡산을 넘어 원동에 닿을 쯤, 구름을 비집고 여린 봄볕이 스쿠터 위로 내려앉았다. 햇살을 튕기는 낙동강 수면이 보석을 깔아 놓은 듯 눈부시다. 강변 옆으로 덜컹거리며 스쳐가는 열차들. 이런 수채화 풍경 뒤로 환한 꽃길이 펼쳐졌다. 말 그대로 금상첨화다. 곳곳에서 피어오른 매화꽃이 바람결에 날린다.
사실 뭐든지 추천코스란 게 있기 마련이다. 걷기 좋은 길, 드라이브하기 좋은 도로, 자전거 산책길 등등. 근데 스쿠터 타기 좋은 코스는 뚜렷이 없다. 울산 간절곶으로 이어진 해안도로가 그나마 라이더 사이에서 유일하게 알려진 코스다. 눈밭에 길을 내는 심정으로 지도를 펼쳤다. 너무 가까워서 혹은 친근해서 눈길받지 못한 곳. 봄향기 물씬한 양산시 물금과 원동을 지나 밀양의 삼랑진과 김해를 거쳐 부산으로 돌아오는 순환형 코스를 잡았다. 부산 근교에서 봄맞이 드라이브 길로는 으뜸인 1022번 지방도로를 탄다. 대략 120㎞. 배기량에 따라 기름값으로 5000~7000원가량 든다.
봄햇살이 옅은 구름에 가려 맑지도 흐리지도 않은 지난 토요일. 화명신도시를 빠져나오니 인적도 풍경도 시골 분위기로 확 달라졌다. 호포지하철역에서 경부선 철길을 따라 좌회전. 길가에 벚나무가 2㎞ 가까이 심어져 있지만 그다지 곱지 않다. 물금역을 지나면 바로 오봉산을 가로지르는 1022번 지방도로에 본격적으로 오른다. 발 아래로 도시와 마을이 몰려 있는 낙동강이 한눈에 담긴다. 얼핏 보면 강이 아닌 거대한 호수를 낀 호반도시 같다. 산중턱 도로에서 아래쪽 샛길로 한참을 빠졌다. 용화사의 석조여래좌상을 보기 위해서다. 용화사는 널따란 마당에 대웅전, 산신각 그리고 승방만 갖춘 자그마한 암자. 1471년에 창건되었다고는 하나 확실치는 않다. 법당 안에 모셔진 돌부처가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석조여래좌상. 보물 제491호로 지정된 문화재다. 철길 바로 옆에 절집이 있으니 산길에서 어지간히 내려왔다. 길이 원체 가팔라 차량 접근이 쉽지 않고 자전거나 도보로는 엄두가 안난다. 스쿠터만 접근이 가능한 사찰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혹시 스님의 교통수단도….
낙동강 전경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임경대를 지나면 요산 김정한의 중편소설 '수라도'의 배경이 된 화제리다. 소설 속 마을과 실제 마을풍경이 정확히 들어맞는 살아 있는 문학현장이다. 일제시대 우리 민족의 수난사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수라도는 '싸움이 그치지 않은 세계'를 뜻하는 불가의 아수라도의 다른 명칭. 산으로 빙 둘러싸여 더없이 아늑하고 한가로운 촌마을이다. 이런 정취라면 누구라도 한번쯤 문학 속에 녹여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길 법 하다. 화제천을 가로막은 둑길 위에서 마을사람들이 쑥을 캐는 모습이 정겹다.
구불구불한 토곡산을 넘어 원동에 닿을 쯤, 구름을 비집고 여린 봄볕이 스쿠터 위로 내려앉았다. 햇살을 튕기는 낙동강 수면이 보석을 깔아 놓은 듯 눈부시다. 강변 옆으로 덜컹거리며 스쳐가는 열차들. 이런 수채화 풍경 뒤로 환한 꽃길이 펼쳐졌다. 말 그대로 금상첨화다. 곳곳에서 피어오른 매화꽃이 바람결에 날린다.
사실 뭐든지 추천코스란 게 있기 마련이다. 걷기 좋은 길, 드라이브하기 좋은 도로, 자전거 산책길 등등. 근데 스쿠터 타기 좋은 코스는 뚜렷이 없다. 울산 간절곶으로 이어진 해안도로가 그나마 라이더 사이에서 유일하게 알려진 코스다. 눈밭에 길을 내는 심정으로 지도를 펼쳤다. 너무 가까워서 혹은 친근해서 눈길받지 못한 곳. 봄향기 물씬한 양산시 물금과 원동을 지나 밀양의 삼랑진과 김해를 거쳐 부산으로 돌아오는 순환형 코스를 잡았다. 부산 근교에서 봄맞이 드라이브 길로는 으뜸인 1022번 지방도로를 탄다. 대략 120㎞. 배기량에 따라 기름값으로 5000~7000원가량 든다.
봄햇살이 옅은 구름에 가려 맑지도 흐리지도 않은 지난 토요일. 화명신도시를 빠져나오니 인적도 풍경도 시골 분위기로 확 달라졌다. 호포지하철역에서 경부선 철길을 따라 좌회전. 길가에 벚나무가 2㎞ 가까이 심어져 있지만 그다지 곱지 않다. 물금역을 지나면 바로 오봉산을 가로지르는 1022번 지방도로에 본격적으로 오른다. 발 아래로 도시와 마을이 몰려 있는 낙동강이 한눈에 담긴다. 얼핏 보면 강이 아닌 거대한 호수를 낀 호반도시 같다. 산중턱 도로에서 아래쪽 샛길로 한참을 빠졌다. 용화사의 석조여래좌상을 보기 위해서다. 용화사는 널따란 마당에 대웅전, 산신각 그리고 승방만 갖춘 자그마한 암자. 1471년에 창건되었다고는 하나 확실치는 않다. 법당 안에 모셔진 돌부처가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석조여래좌상. 보물 제491호로 지정된 문화재다. 철길 바로 옆에 절집이 있으니 산길에서 어지간히 내려왔다. 길이 원체 가팔라 차량 접근이 쉽지 않고 자전거나 도보로는 엄두가 안난다. 스쿠터만 접근이 가능한 사찰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혹시 스님의 교통수단도….
낙동강 전경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임경대를 지나면 요산 김정한의 중편소설 '수라도'의 배경이 된 화제리다. 소설 속 마을과 실제 마을풍경이 정확히 들어맞는 살아 있는 문학현장이다. 일제시대 우리 민족의 수난사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수라도는 '싸움이 그치지 않은 세계'를 뜻하는 불가의 아수라도의 다른 명칭. 산으로 빙 둘러싸여 더없이 아늑하고 한가로운 촌마을이다. 이런 정취라면 누구라도 한번쯤 문학 속에 녹여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길 법 하다. 화제천을 가로막은 둑길 위에서 마을사람들이 쑥을 캐는 모습이 정겹다.
구불구불한 토곡산을 넘어 원동에 닿을 쯤, 구름을 비집고 여린 봄볕이 스쿠터 위로 내려앉았다. 햇살을 튕기는 낙동강 수면이 보석을 깔아 놓은 듯 눈부시다. 강변 옆으로 덜컹거리며 스쳐가는 열차들. 이런 수채화 풍경 뒤로 환한 꽃길이 펼쳐졌다. 말 그대로 금상첨화다. 곳곳에서 피어오른 매화꽃이 바람결에 날린다.
원동역 조금 못 미쳐 삼정지마을과 순매원이 가장 서정적인 매화 명소다. 도도하게 흐르는 낙동강과 레일 위를 달리는 열차를 배경으로 꽃향기가 그윽하게 퍼진다. 삼정지마을엔 사슴목장도 2개나 있다. 하지만 매화는 피기가 무섭게 지는 대표적인 봄꽃, 이미 끝물이 역력하다. 꽃만 놓고 본다면 봄이 저만치 달아난 느낌이다.
내친 김에 1022번 지방도로에서 벗어나 원동역에서 배내골 방면으로 8㎞ 떨어진 영포마을로 향했다. 원동면 최고의 매화 천국이다. 마을 고샅길을 따라 산기슭을 거슬러 갈수록 온통 하얀 매화 이불을 뒤집어 썼다. 매화길만 어림잡아 2㎞에 달한다. 영포마을은 150가구 모두가 매실을 재배하는 대표적인 매실마을. 작목반에 등록된 40가구에서 한 해 생산되는 매실이 26만 ㎏에 이른다고 한다. 영포마을 인근 신흥사도 매화밭에 빠진 운치 깊은 사찰. 웬만한 학교 운동장보다 큰 자갈마당 뒤로 우뚝 선 법당 건물이 보물 제1120호로 지정된 대광전이다. 대학 학사모를 얹어 놓은 듯한 맞배지붕의 조선 중기 목조기와다. 건축에 무지렁이가 봐도 독특하고 흥미롭다.
왔던 길을 거슬러 삼랑진으로 여정을 재촉했다. 습지를 덮은 올록볼록한 연초록 관목들이 잿빛 갈대숲과 뒤섞여 열대우림을 축소해 놓은 것 같다. 시야가 좁은 자동차 시트에 앉았더라면 모르고 지나쳤을 풍경이다.
실타래 엉킨 듯한 굽이길. 양산의 3대 명산인 천태산의 왼편을 휘감아 오른다. 나사 못을 도는 듯한 드라이브 재미가 쏠쏠하다. 까마득하게 보이는 발 아래가 밀양의 삼랑진. 양수 발전소를 지나자 길가에 딸기를 내다파는 행상들이 하나둘 눈에 띈다. 딸기의 시배지 삼랑진에 왔음을 알리는 인간 이정표다. 삼랑진농협에 따르면 딸기가 우리땅에 처음 전해진 것은 1943년 삼랑진금융조합의 어느 임원이 일본에서 딸기모종 10여 포기를 가져 온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웃 농가에서 알음알음 재배되다가 1954년 이후 전국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고. 3월 28~29일 이틀간 삼랑진딸기축제가 열린다.
대도시와 달리 시간도 마음도 한 박자 느려지는 평화로운 시골마을. 덩달아 스쿠터 속도도 더뎌지는가 싶더니 '퍽' 소리를 내며 주유소 코 앞에서 멈췄다. 기름이 떨어졌다. 산 중턱이 아니어서 천만다행이다. 기름을 넣는데 주유소 여주인이 인근 만어사의 미스터리 한 토막을 들려준다. 믿거나 말거나다.
"오늘 만어사를 안갔습니까. 근데 법당 앞에 돌덩어리가 하나 있는데 그게 그냥 들면 번쩍번쩍 들리는데,
어찌된 일인지 마음 속에 욕심을 품으면 요지부동인기라…. 참말로, 신기합니다. 삼랑진이 고향인데 저도 그런 경험은 처음입니다. 거짓말 아니라니깐. 우리 로터리클럽 회원 90명이 돌아가면서 시도했다니까요. 참, 5000원 어치 넣는다고 하셨죠?"
만어사까진 왕복 20㎞.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지만 일정이 빠듯해 포기했다.
그 유명한 삼랑진철교 앞에 섰다. 영화 촬영지로도 곧잘 등장할 만큼 유서 깊다. 1943년 철로로 개통되었다가 재건축을 통해 1964년부터 인도와 차도로 쓰이고 있다. 세 갈래 물길이 하나로 합쳐진다는 뜻의 삼랑진(三浪津). 철교 중간에서 실제 낙동강과 밀양강이 합수돼 유장하게 흐르는 세 줄기 물길을 확인할 수 있다.
철교를 건너면 김해다. 거대한 병풍처럼 길 앞에 버티고 앉은 무척산의 풍광이 위압적이다. 평소 김해에서 삼랑진 방면으로 거슬러 올 때는 보이지 않던 비경이다. 김해시 야경을 보기 위해 분성산 꼭대기 김해천문대에 올랐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원래는 주차장에서 천문대까지 600m가량은 걸어 올라야 하지만, 스쿠터에겐 정상까지 통행특권(?)이 주어진다. 해발 382m. 김해시 일원은 물론 저멀리 김해평야의 지평선 너머까지 시선이 닿는다. 헉헉대며 산꼭대기까지 올라 온 산악자전거 마니아들. 강철체력이 놀라울 뿐이다. 스쿠터와 자전거, 목표는 같아도 수단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이미 어둑해진 하늘. 도심 불빛의 색감이 짙어지면서 빗방울이 조금씩 흩날리기 시작한다. 자동차와 달리 스쿠터는 비와는 상극. 서둘러 귀가길을 재촉했다. 스쿠터가 마냥 유리한 것만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