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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무비=김영창 기자] “자넨 누군가?” “당신의 유령입니다.” 왠 선문답인가 싶을 게다. 하지만 영화 <유령작가>의 두 사람은 정말 그런 관계다.
산 채로 타인의 유령이 된 자가 있다. 여기서는 대필작가의 별칭이다. 심지어 영화 속에서 그는 변변한 이름으로 불리지도 않는다. 그에게 전 영국 수상의 자서전을 대신 집필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그의 전임 작가가 의문의 죽음을 맞은 것이다. 의문은 의심을 낳고, 의심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 위험이 도처에서 그를 엄습해 온다.
<유령작가>는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정통 정치 스릴러다. 소재의 선정성과 폭력과 액션의 난무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말의 긴장감을 증거 삼아 스릴러라고 주장하는 동종의 작품들과 다른 경지에 이른다.
의문사 뒤에 웅크린 정치 음모란 소재는 클래식하기 이를 데 없고, 괜한 무리수와 과욕으로 안달 내는 법도 없다. 긴장감은 찰나에 소용된 후 휘발되지 않고 켜켜히 쌓여 응당의 무게를 만든다. 마지막에 심어 놓은 둔중한 반전까지 방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대사는 정갈하며 유머 또한 경박스럽지 않다.
그런데 영화가 짐짓 흥미로워지기 시작하는 순간이 있다. 그것은 영화 말미에 또 다른 ‘유령’의 존재가 밝혀지는 대목이다. 진실을 파헤치려는 유령 작가의 고군분투가 마침내 폭로의 문턱에 성공적으로 다다랐을 때, 뜻밖에도 또 다른 유령이 본색을 드러내 간담을 서늘케 만든다. 대의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통째로 저당잡힌 ‘진짜’ 유령이 거기 서 있다.
이 품격과 차원이 다른 스릴러에서 거장의 손길을 느꼈다면 제대로 짚은 것이다. <유령작가>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게 올해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안겼다. 감독의 전작 중에 <피아니스트>의 휴머니즘보다 <차이나타운>의 광기 서린 무드에 마음을 뺏기는 관객에게 더 없이 반가운 작품이다.
<유령작가>는 로버트 해리스의 소설 ‘유령(The Ghost)’이 원작이다. 이완 맥그리거, 피어스 브로스넌이 각각 유령작가와 전 영국 수상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또한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만다’로 잘 알려진 킴 캐트럴이 수상의 비서로 등장한 점도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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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유령작가'의 한 장면 © 독서신문 |
스릴러라고 하면 범죄 영화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살인자가 등장하고 의문스런 살인 사건의 발생과 잡히지 않은 진범 등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스릴러 영화의 소재다. 하지만 ‘유령 작가’는 다르다. 유명인들의 책을 대필 해주는 작가를 소재로 잡았다는 점에서도 특별하지만 서서히 빠져드는 긴장감도 관객에게 독특한 느낌을 선사한다. 영화 초반, 주인공인 유령 작가가 아담 랭의 대필을 결정하고 돌아가는 길에 당하는 갑작스런 소매치기 사건에서부터 스릴은 시작된다. 전임자가 남긴 단서를 발견하고 의문을 풀기위해 주변 사람들을 만나는 순간순간이 최고조의 긴장감을 위해 달려가는 것이다. 이 영화는 이야기를 한 순간에 극적으로 치닫게 하지는 않는다. 스토리가 빠르게 전개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서서히 가슴을 뛰게 만들면서 조금씩 미스터리를 풀어나간다. 아담 랭의 자서전이 출판되면서 이야기는 끝을 향해 가는 듯 하지만 자서전에 남은 의문점과 마지막까지 방심할 수 없게 만드는 결말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들고 완벽한 정통 스릴러를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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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인공 이완 맥그리거와 피어스 브로스넌의 입증된 연기력도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 ‘아일랜드’ ‘천사와 악마’를 통해 지적인 모습과 카리스마를 선보였던 이완 맥그리거는 이번 영화를 통해 무덤덤하면서도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유령 작가 역을 개성 있게 소화해 냈다. 영화 ‘007 시리즈’ ‘맘마미아’ 등에서 젠틀하고 남자다운 매력을 보였던 피어스 브로스넌는 그 동안 보여줬던 중후한 매력에 당차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더했다. 그는 음모에 싸인 듯한 비밀스러움과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선보이면서 극중 맡았던 전 영국 수상으로 완벽히 분했다. |
감독은 허용하지 않는다. 그는 주인공 혹은 등장인물 중 어느 누구에게도 지나친 몰입을 요구하지 않는 길을 택한다. 히치콕의 영화들을 연상하게 하는, 묘한 불안감을 야기하는 기괴한 음악과 더불어 시작하는 영화는 분명 소설과는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 될 것임을 분명히 알리며 빠르게 몰아간다. 마치 빨리 감기 버튼을 누른 채 재생되는 영화처럼 휙휙 지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이 그랬듯 영화 역시 주요 사건으로 진입하기까지는 30분에 가까운 시간이 소비된다. 그때까지 어떤 감정도 생각도, 감상은 더더욱 허락하지 않은 채 영화는 책장을 넘기듯 앞으로 나아간다. 주인공(이완 맥그리거)은 전 영국 수상 아담 랭(피어스 브로스넌)의 회고록의 대필 작가가 되고, 국제형사재판소는 CIA에 영국 시민의 불법체포와 고문을 승인했다는 이유로 아담의 수사를 시작한다. 예상대로 원작에서도 중요하지 않았던 도입부는 간략하게 압축되는데 그런데도 시간을 잡아먹는 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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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과 편집은 경제성을 최우선 목표로 삼은 듯 매우 간결하다. 하루 동안 다 찍은 듯 세트나 미장센은 산만하고 조잡스런 느낌마저 든다. 모든 신들은 최소한의 커트 안에서 해결되는 극도의 축약을 보여준다. 감정의 깊이나 서스펜스를 빚어내기 위해 쇼트를 나누고 공들여 편집하거나 시간을 들이는 건 절대 없다. 가령 등장인물들은 서로 만나고 얼른 속사포 같은 대사를 주고받고 웃을 새도 없이 지나치거나 다음 장면으로 점프해버리는 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많은 정보와 대사를 쏟아내야 하는 내용상 과연 효과적인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날카로운 유머와 중요한 단서들은 빛을 발하지 못하고 묻히고 만다. 묘하게 어색하고 흥분된 연기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지만 야릇한 불안감을 낳기는 한다. 결국 주인공 유령작가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의 존재감은 상당히 희미해지고, 서스펜스는 1시간 20분 뒤로 미뤄진다.
원작을 읽으며 조금 부족했던 영국과 미국의 관계, 그리고 테러에 대한 공포와 반전 사이의 불편한 동거, 테러와의 전쟁을 이끈 전 수상과 부인, 정부 사이의 관계에 대한 더욱 극적이고 풍부한 묘사가 가능할 것임을 기대했다. 특히 전 수상 아담 랭과 조력자인 아내 루스(올리비아 윌리암스)에 대한 짧지만 심도 있는 묘사는 영화에서 더욱 효과적일 것이기에 간절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담 랭은 거의 보이지 않고 루스조차도 캐릭터를 잘 잡아내지 못한 느낌이다. 외모와 분위기로 볼 때 올리비아 윌리암스는 원작의 루스와 90% 이상의 일치를 보이지만, 루스는 훨씬 더 차갑고 도도하며 매력적이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령 작가>에는 거부할 수 없는 압도적인 매력이 있다. 원작과 많이 다른 분위기의 영화를 향한 당혹감과 실망을 멈추고 나면 자연스레 영화에 빠져들게 된다. 사실 내용은 간단한 것이니 음모니 진실이니 반전이니 하는 것들을 내려놓고 나면 후반부의 근사한 서스펜스를 즐길 수 있다. 빠르게 돌린 듯 건성으로 보이는 기계적 재현도 가랑비에 옷 젖듯 익숙해져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후반 1시간만으로도 <유령 작가>는 충분히 훌륭하다. 소설을 읽고 나름대로 상상했던 세계와 가까운 것인가 아닌가는 별개의 문제다. 영화는 원작에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싱겁게 처리하는 대신, 더 짜릿한 클라이맥스를 준비해뒀다. 쪽지를 건네는 손과 손이 어찌나 길게 이어지는지 다가올 쾌감의 순간에 대한 기대로 마음이 조급하다가도, 끝나지 말고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도 근사한 마지막 한방이다.▲ 영화 '유령작가'의 한 장면 © 독서신문
고스트라이터. 유명인의 ‘유령’노릇을 하는, 일명 대필 작가. 의뢰인과 계약을 맺은 그들에게는 불문율이 있다. 절대로 자신을 드러내지 말 것. 대신 그들은 의뢰인에게 바란다. 진실을 얘기해 줄 것. 의뢰인이 자신을 보기 좋게 포장하면 할수록, 유령작가는 그 속을 풀어보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그 엇갈린 지점에서 <유령작가>의 스릴감이 유영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령작가>는 장르영화로서의 쾌감에 충실히 복무하는 수작이다. 동시에 현 국제정세를 은유와 상징으로 절묘하게 풀어낸 정치극이기도하다. 정치는 쇼인가? 덫인가? 먹고 먹히는 정글인가? 그것도 아니면 기득권에 의해 조정되어지는 음모의 장인가? 그것에 의문을 던지는 이는 문제적 감독이자 거장인 로만 폴란스키다. 영화는 작가 로버트 해리스의 소설 ‘The Ghost’를 원작으로 한다.
전(前) 영국 총리 아담 랭(피어스 브로스넌)의 회고록을 대필하던 작가가 익사채로 발견된다. 경찰은 작가의 죽음을 자살로 판명하고 사건을 마무리 한다. 그의 후임으로 회고록을 맡게 된 유령작가(이완 맥그리거)는 랭이 있는 미국의 섬으로 간다. 마침 임기 중 랭이 테러리스트 용의자를 미국 CIA에 불법으로 넘겨주었다는 스캔들이 터지고, 사건의 배후에 두 나라간의 모종의 거래가 있었음을 직감한 유령작가는 전임자의 죽음에도 음모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유령작가>는 굉장히 클래식하고, 보수적이면서 장르적 문법에 충실한 영화다. 새로운 테크닉도, (요즘 유행하는)그 흔한 장르의 형식 파괴도 없다. 대신 영화는 인간의 의심과 불안한 심리에서 공포감을 끌어올리고, 사건을 촘촘하게 엮어 관객들의 조바심을 낚는다. 탁월한 심리 묘사로 서스펜스를 제공한 히치콕이 연상되는 순간이다. 아날로그적인 방법이 현란한 CG보다 더 신선할 수 있음을 영화는 역설한다.
사운드의 사용도 깔끔하다. 여기에서 사운드라는 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배경음악이나 효과음보다 광범위하다. 영화는 단순한 파도 소리만으로, 자동차에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만으로, 방문 밖으로 조그맣게 들리는 발걸음 소리만으로도 긴장감을 습자지처럼 빨아들인다. 여기에서 언어로는 쉽게 정의 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묘한 분위기들이 자란다. 느릿느릿한 호흡 속에서도 지루함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한정된 시간과 한정된 공간을 리듬감 있게 분할하고 효율적으로 쪼개낸 연출의 힘이다.
<유령작가>는 영화 외적인 이유로도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이다. 일단 아담 랭. 원작 소설이 출간됐을 때부터 언론은 랭이 영국의 전 총리인 토니 블레어를 모델로 했다고 추측했다. 친미 정책에서부터 이라크 관련 자료 조작 사건 등이 토니 블레어의 행적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원작 소설가는 “NO!”라며 선을 그었지만, 폴란스키의 생각은 다른듯 하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미국 장교를 실재 전 국무부장관이었던 콘돌리자 라이스를 빼다 박은 배우를 ‘굳이’ 캐스팅 한 걸 보면 말이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폴란스키가 날리는 이 의미심장한 유머는 ‘미필적 고의’의 냄새가 짙다.
섬에 갇혀 밖으로 빠져 나갈 수 없는 극 중 유령작가의 처지가 현재 가택 연금중인 폴란스키의 신세와 비슷한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1977년 미성년자 모델 성폭행 혐의로 재판 중 도망, 유럽에서 도피생활을 하던 폴란스키는 지난해 취리히영화제 공로상 수상을 위해 입국하던 중 체포된 바 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영화는 최근 각종 음모론으로 시끄러운 우리에게도 논란의 여지를 던진다. 북한, 천안함, 미국과 한국의 공조, 의문으로 남은 (빌어먹을)1번인지 1호인지… 다행히(?) 이 영화는 우리의 영진위가 아닌, 베를린으로 갔기에, ‘빵점’ 대신 (베를린국제영화제)감독상을 받았다.(무비스트)by 루시드레인
인테넷 여기저기에 있는 <유령작가>리뷰를 모아 보았습니다
좋아하는 장르영화라 몸살기를 누르고 20여명 종도 앉아있는 피카디리에서
큰 화면과 멋진 영화배우들의 표정을 실컷 즐기고 왔습니다
줄거리나 내용은 위글을 읽으면서 천천히 이해해 보려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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