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성옥이 무대로 돌아왔다. 하마터면 영영 잊어버릴 뻔한 김성옥의 얼굴을 우리는 극장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반가운 일이요 고마운 일이다. 연극인으로 무대를 떠나는 사람은 하나의 '탕아'다.
1972년. 아마 <헨리 8세와 그의 여인들>이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그 공연 이후 그는 인기의 절정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이 아까운 명배우의 행방이 궁금했으나 연극계 주변에는 그림자도 얼른거리지 않았다. 연극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의 실종을 분하게 여겼다. 어느 무대를 찾아도 없는 이 부재자를 원망했다.
그래도 그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은 기다렸다. 바다로 나간 뒤 돌아오지 않는 배를 기다리듯 기다렸다. 그는 결코 난파할 배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마침내 그가 나타났다. 목포시립극단에!
-----김성우 「명우 김성옥의 귀환」중에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그의 작품 <말테의 수기>에서 세상을 떠돌다가 지치고 외로워져서 고향을 찾아오는 인생 과객의 모습을 서정적 아름다움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내 모습이 그럴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나는 배우입니다. 명문을 쓸 힘이 없는 나는 명문을 베끼듯 남의 글을 외워서 노래하듯 표현하는 일에 평생을 살아온 샘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의 한발 뒤가 항상 내가 서 있는 위치입니다.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 나오는 블라듸미르처럼 영원히 고도를 기다리는 역할이 내가 맡은 역입니다. 영원한 블라듸미르입니다.
오늘도 나는 「목포시립극단」의 깃발 뒷자리에 앉아 '고향은 참 좋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목포시립연극단예술감독 김성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