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막걸리집은 전통적으로 인심 후하기로 둘째가라면 서운한 곳이다. 안주를 따로 시킬필요 없이 막걸리만 한 주전자 시키면, 이런 저런 안주가 상 위를 그득 채우는 시스템. 전국에 이런 데 또 있으면 귀뜸 바란다.
이런 막걸리집은 7~80년대에 전성기를 구가했으나 90년대 살짝 한풀 꺾여주셨다가, 90년대 말 IMF가 터지면서 다시한번 각광받기 시작했다. 동부시장, 한옥마을 주변, 전북대 앞 등등 전주 시내 곳곳에 막걸리 집 없는 곳 없지만, 그 중 삼천동 막걸리 골목은 전주 지자체에서 아예 시 차원으로 밀어주는 곳이라고 한다.
얼추 약 200m 되는 골목이 온통 막걸리 집이다. 이 골목 막걸리집 그 어느곳에 들어가도 영업 방식은 대충 다 똑같다. 막걸리 한 주전자에 만원. 한 주전자에는 막걸리 세 통이 들어간다. 지방 곳곳 특산 막걸리들이 많지만, 전주 막걸리는 그 어느 지방에도 지지 않을 만큼 맛있다. 단맛이 적고 대신 깊은 감칠맛이 있다.
막걸리는 시키면 안주가 나온다. 따로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한상이 좌르륵 깔린다. 각종 해물과 찌개, 나물 등등 열댓가지 안주가 나온다. 타 지방에서라면 안주 만으로도 이만원은 받아야 될 듯 싶은데, 전주에서는 이게 일종의 기본안주다. 중하 삶은 것도, 민물새우탕도, 부침개도, 두부김치도, 걍 호쾌하게 기본으로 깔려 버린다.
이게 끝이냐. 그것도 아니다. 일단 모든 안주는 기본적으로 다 리필이 가능하다. 게다가 한 주전자를 다 마시고 하나를 더 시키지? 그러면 또다시 새로운 안주가 나온다. 아예 새로운 안주로 판을 싹 갈아주는 집도 있고, 스페셜 안주를 내어주는 집도 있다. 취재 당시 나왔던 스페셜 안주는 전라도 지방에서는 비싸고 귀한음식으로 통하는 삼합(김치, 홍어, 수육)이었다. 이정도 되면 호연지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저기 나란히 놓인 삼합이 보이시는가.
전주 막걸리집에 갈 때 유의사항 하나. 한잔 할 거라고 해서 밥을 먼저 먹고 가는 것은 좋지 않다. 위 확장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하여간 전주 사람들 이렇게 먹고 살 찐 사람 별로 없는 거 보면 신기하기만 하다. 본 취재의 대상이 되었던 용진집에서는 소주를 한병에 삼천원에 팔고 있는데, 그 삼천원짜리 소주만 한 병 시켜도 기본 안주 다 깔아준다고 한다. 본 기자, 전주가 두렵다.
첫댓글 입맛 땡기네.봄날 한번 댕겨와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