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 안.
한 남자, 옷을 갈아입고 있다. 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메고 있다. 거울에 비친 모습.
얼굴은 안보이고 넥타이를 메고 있는 상반신만 보인다. 이때까지 남자의 얼굴은
묘사되지 않는다.
# 우체국 앞
한적한 거리의 우체국. 우체국 간판이 보이는 우체국 입구.
# 우체국 안
우체국의 문이 열린다. 우체국으로 들어가는 사람의 시점으로 표현.
우체국엘 들어가면 몇 몇 여직원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점차 거리가 좁혀진다.
그리고 그 여직원들의 시선이 입구쪽으로 몰린다.
다시 좀더 가까운 거리로 그 여직원중 한 명이 밝은 미소를 띈다.
향목:(동전을 내밀며) 우표 한 장 주세요.
그의 손과 동전만 묘사.
다시 향목의 상반신과 얼굴이 묘사. 약간의 집중선. 깔끔하나, 소박하고 착한 이미지.
채화, 약간의 미소를 띄며 우표를 건넨다. 채화, 예쁘고 밝고 청순한 이미지.
향목, 바로 앞에서 우표를 풀로 붙이고는 다시 입구쪽으로 나간다.
향목이 나가자 여직원 수근댄다.
여직원 1: 저 소설가 아저씨 정말 이상한 것 같지 않아? 매일 우체국엘 와서 우표 한
장씩 사는데 그냥 한꺼번에 사서 동네 우체통에 붙이면 될걸..
여직원 2: 분명 채화한테 흑심이 있어서 그럴거야. 몇 달 전 원고 부친다고 몇 번 와서
채화를 보더니 그 이후로 알 수 없는 편지를 들고 와서 매일 우표를 사가잖아.
채화:(쑥스러운 미소) 얘는..
여직원 1: 글쎄.. 내가 편지봉투의 주소를 여러 번 보니 주소가 늘 똑같던데 아무래도
여자한테 보내는 편지일걸.
여직원 2:(미심쩍은 표정) 나도 자주 봤는데 주소는 있고 이름은 안 적힌걸 보면 뭔가
수상해. 그리고 발신자 주소는 아예 없잔아.
채화, 우체국 입구 쪽을 바라보며 약간은 의미심장한 표정, 약간의 미소.
# 우체국 앞
우체통이 있고 백향목이 우체통에 편지를 집어 넣는다. 우체통과 향목만 묘사, 배경은
없이 커다란 부분을 하얀 여백으로 처리. 스톱 모션. 정적 느낌. 공허함.
# 향목 집 마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마당을 청소하던 아줌마 보임. 아줌마, 향목을 발견하더니 편지
한 통을 건넨다.
아줌마: (편지를 건네며)총각, 자 편지.
아줌마 손과 편지 클로즈업. 편지봉투엔 발신자 주소는 없고 수신자 주소만 있으며
수신자의 이름은 안적혀있다. 약간의 집중선.
향목:(편지를 받으며) 아.. 네.
아줌마:(다시 마당을 청소하며)우찌 맨날 편지가 오누? 숨겨논 애인인감?
향목:(머쓱하게 웃으며)아, 아닙니다.
향목, 편지를 들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 방 안
편지를 개봉하지도 않은채 앉은뱅이 책상 밑으로 있는 종이 상자 같은데 넣는다.
종이 상자 안에는 개봉되지 않은 편지가 수북히 쌓여있다. 클로즈업.
향목, 윗도리를 벗고 넥타이를 풀고 앉은뱅이 책상 앞에 앉는다.
문득, 책상 위의 작은 액자를 손에 든다. 액자 클로즈업.
액자에는 향목과 다른 남자, 다른 여자 이렇게 세 명이 밝게 웃음을 짓고 있다.
액자를 보고 있는 향목, 진지하면서도 미소가 섞인 표정.
액자를 내리 놓고 잠시후 원고지와 팬을 든다.
향목의 작업에 열중하는 뒷모습 묘사. 향목의 뒷모습, 앉은뱅이 책상, 약간 위의 창문이
묘사. 똑같은 그림으로 반복된 다음 컷에는 책상 주위로 원고지 쓰레기 추가, 라면을
먹은 듯한 젓가락 꽂힌 냄비 추가, 창밖이 어둡다.
# 00문화사 건물 앞.
건물에는 00문화사라 적혀 있다. 얼마후 향목이 건물에서 나온다.
향목, 돈봉투로 보이는 약간 두툼한 봉투를 안주머니에 집어넣는다.
향목, 잠시 무슨 생각에 골똘한 듯한 표정.
향목, 잠시 후 길가의 공중전화 박스로 간다. 무언가의 대화를 하고 있다.
향목: 응, 그래 오늘 저녁에 집앞에서 보지.
다시 향목이 있는 공중전화 박스를 아주 멀리서 묘사. 낙엽이 간간이 바람에 이는 한적한
길거리. 허탈함.
# 우체국 안
여직원들의 담소를 나누는 모습. 다시 거리가 좁혀지면서 여직원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향목:(채화에게 동전을 건네며) 우표 한 장 주세요.
채화, 미소를 띄며 우표를 건넨다.
여직원 1: (장난기 어린듯한 미소) 저기, 백향목씨, 어디다 매일 그렇게 편지를 보내세요?
혹시 애인한테?
향목:(쑥스러운 미소) 아, 아뇨. 그..냥.. 친구한테..
여직원 2: 혹시 채화보러 매일 오는거 아니에요?
채화, 쑥스러운 표정으로 여직원 2의 옆구리를 쿡 찌른다.
향목:(도둑이 제발 저린 듯한 난처한 웃음) 아.. 닌데...
향목, 얼른 우표를 집어들고 입구쪽으로 달아나듯이 발을 옮긴다.
여직원 1,2, 향목이 나가자 재밌다는 표정으로 웃는다.
채화, 턱을 괴고 의미심장한 미소로 바라본다. 채화의 얼굴묘사.
여직원 2:(채화를 툭 건드리며, 익살스런 표정)너도 저 소설가 맘에 드나 보지?
채화:(턱을 괴인 손을 풀고 머쓱해 하며)얘는 무슨...
여직원 1: 왜? 이렇게 매일같이 오니 뭐 정들만도 하지. 게다가 너 원래 저런 스타일이
너의 이상형이었잖아. 착하고 순수해 보이는 남자..
여직원 1, '꺄르르'하며 웃는다. 여직원 2, 따라서 웃는다.
채화, 얼굴이 붉어진다.
# 동네 앞 포장마차.
밤에 불을 밝힌 포장마차가 있는 모습.
# 포장마차 안.
소주잔에 소주를 붓고 있다. 소주와 소주잔 묘사.
향목과 친구의 모습. 액자에 있던 그 남자이다. 세련되고 인텔리한 남자 모습.
강석:(향목에게 소주를 따라주며) 그나마 고료가 괜찮던 연재소설을 중단한다니,
어떻게 된거야?
향목:(소주잔을 향해 아래로 쳐다보며 약간의 미소) 독자들의 반응이 영 시원찮대.
내가 쓴 글이 원래 좀 그렇잖아.
향목, 소주를 마시고. '후' 하고 약한 한숨.
강석:(약간 안스러운 듯한 미소)하긴 요즘의 독자들이 너처럼 고리타분한 글을 이해할리
없지. 그나저나 이젠 어떻게 할거야.
향목:고향에 내려가야지 뭐. 아버지가 요즘 좀 편찮으셔서 서점에 잘 못 나오신다니 내가
서점을 맡을까 해.
강석:그럼 나머지 글들은?
향목: 방세도 밀렸고, 시간적 여유도 생겼으니 그냥 고향에 내려가서 서점일 하면서 할까해.
강석, 소주를 한 잔 들이킨다.
강석:(다시 향목에게 소주를 받으며) 그건 그렇고.. 우체국에 있는 그.. 채화란 아가씨는
어떻게 되는거야?
향목:(씁슬한 미소) 어떻게 되긴. 그냥 그걸로 끝이지.
강석:(안스러운 미소)너.. 답답할 만큼 순진한 그 성격 여전하구나. 일 년 전에도 니가 나한테
얘기만 꺼냈더라도 사실 장미는...
향목:(말을 가로 막으며)아냐, 됐어.
향목, 소주를 들이킨다.
향목:(강석을 보며, 약간의 미소) 장미.. 행복하지?..
강석:(약간의 미소)으.. 응
향목, 무언가를 생각하는 표정.
#(옛 회상) 카페 안.
카페 안에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두 남녀가 앉아있다. 왼쪽 남자는 향목, 오른쪽 여자는 액자
속에 있던 여자.
향목:(점퍼 주머니에 손을 넣고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며) 오늘 나한테 할 말 있다며? 실은 나도
장미 너한테 할 말이 있어서 연락하려던 참이었는데.
장미:그래? 무슨?
향목:(계속 무언가를 만지작 거리며, 미소) 아니, 니가 연락했으니 먼저 말해봐.
향목, 테이블 밑으로 점퍼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슬그머니 꺼내는데 반지 케이스이다.
장미:실은.. 오늘 강석이가 나한테 프로포즈 했어.
향목, 갑자기 머리에 망치를 맞은 듯한 놀라는 얼굴.
반지를 든 향목의 손이 가볍게 떨린다. 손 클로즈업.
이하 장미의 대사중 향목의 손만 묘사.
장미:미안해. 너의 맘을 전혀 모르는 건 아니지만..
향목의 손이 힘없이 풀어진다.
장미:하지만.. 나한테 아무런 표현이 없던 너의 무심함 보다는 석이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내겐 필요했어.
향목의 손에서 반지 케이스가 떨어지면서 바닥에 닿은 후 반지가 튕겨져 나온다. 장미의
대사때부터 향목의 손 주위를 여러 컷으로 모션 처리. 마지막 컷에선 바닥의 반지 클로즈업.
# (다시 현재) 향목 집
향목의 집 앞. 평화로운 아침의 모습.
# 방 안.
향목 옷을 말끔하게 갈아 입은채 품에서 전날 00문화사에서 받은 듯한 봉투를 꺼낸다.
봉투를 꺼내어 열어본다. 만원 짜리 지폐가 30여장쯤 들어있다.
# 귀금속점 앞
00당 이라는 귀금속점의 간판이 보인다. 잠시후 샾에서 향목이 뭔가를 들고 나온다.
# 우체국 안
채화 앞에 손이 들여 내미어 진다. 포장된 반지 케이스이다.
향목의 손과 케이스 클로즈업, 약간의 집중선.
채화, 약간 놀란 표정.
향목:빠른 등기로 보낼려고요..
채화:(조금은 얼떨떨한 표정)네, 이리주세요.
채화, 케이스의 무게를 달아본다.
채화:(우표와 빠른 등기 스티카를 건네며)450원입니다.
향목, 동전을 내고는 우표와 스티커를 붙이고 다시 채화에게 건넨다.
향목, 입구쪽으로 나간다. 그 모습을 여직원들이 쳐다본다. 향목이 나간후 여직원들,
탄성을 지른다.
여직원 2: (놀란 표정으로) 꺄아- 이거 반지케이스 아냐?
여직원 1: (부산하게) 거봐, 좋아하는 여자가 따로 있다고 했잖아.
채화, 약간 시무룩한 표정 반 놀란 표정 반.
여직원 2: (약간 짓궂은 표정) 채화야 어떻해? 너의 이상형이 물 건너 간 듯하니..
채화:(애써 정색을 하는 듯한)얘는.. 내가 언제?
여직원 1: (여직원 2를 보며) 그래, 사실.. 채화랑 소설가 아저씨랑 따로 만난 사이도 아니고,
그냥 매일 우체국엘 온다고 괜히 우리가 연결 지어 생각했지 뭐.
채화:(애써 웃는) 그.. 그래. 맞어.
채화:(얼굴 클로즈업) [속말] 그런데 왜 이렇게 섭섭한 느낌이 드는 걸까..
채화, 문득 반지 케이스를 집어 겉포장에 적힌 주소를 베껴 적는다.
# 방 안
향목,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다. 잠시후 글을 쓰던 팬을 놓고 책상 위 시계를 집는다.
시계는 PM 6:10을 가리킨다. 방 안의 라면 박스를 뒤진다. 박스 안에는 텅비어 있다.
일어나서 추리닝 윗도리를 걸친다. 바지도 추리닝 차림.
# 동네 길.
채화, 한 손에 쪽지를 든 채 걸어가고 있다.
채화:(쪽지와 동네를 번갈아 보며) [속말] ..24번지면 거의 다가오는데..
*향목이 나옴과 채화가 걸어감을 동시기법으로 표현한다.
# 집 마당.
향목이 방에서 나와 추리닝 윗도리를 추스린다.
# 동네 길.
채화:[속말] 향목씨가 수십통의 편지와 반지를 보낸 그 여자.. 과연 어떤 여자일까..
채화:(약하게 한숨 지으며, 약간의 미소) [속말] 훗, 내가 지금 뭘 하는 건지.
# 집 마당.
향목이 대문을 열려한다. 대문을 잡은 손 클로즈업.
# 향목의 집 앞.
향목 집의 대문 앞에 선 채화.
채화:[속말] 아무래도 여기 같은데..
잠시후 대문이 열린다. 그리고 향목의 모습이 천천히 보인다.
대문이 열리며 나오는 향목을 여러 컷으로 모션. 마지막 컷 향목의 모습 집중선.
놀란 채화의 모습.
놀란 향목의 모습.
채화:(여전히 놀란 듯)여기 백향목씨 사는 곳이에요?
향목:(역시 여전히 놀란 듯)그.. 그런데 어떻게 오셨죠.
채화:(약간 당황해 하며)아.. 아뇨.. 친구 집이 바로 요 위라서. 친구집엘 가는 중..
향목:아.. 네..
채화:(가볍게 인사를 하며) 그.. 그럼..
향목:(인사를 받으며)아.. 네..
채화는 등을 돌리고 향목은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채화의 얼굴에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의미심장한 미소가 비친다.
갑자기 채화, '훽' 하고 향목 쪽으로 다시 몸을 돌린다.
채화:저.. 기.. 이번 주말 저랑 차 한 잔 하실래요?
향목:(약간은 놀란 듯, 미소) 예? 아.. 예..
다시 등을 돌려 가는 채화의 얼굴에 미소가 남아 있다. 그녀를 보는 향목의 얼굴에는 가슴
벅찬 기쁨이 묻어 있다. 기쁜 향목 얼굴 클로즈업.
# 시내 공원 앞
가족들과 연인들이 쉬러 나온 평화스럽고 즐거운 모습들의 주말의 공원 전경.
# 카페 밖
유리로 확 트인 까페 밖에서 향목과 채화가 정답게 얘기를 나누는 듯한 모습이 훤히 보인다.
# 놀이랜드
놀이 기구를 탄 채 신나는 표정을 짓는 두 사람.
# 영화관.
영화를 주의 깊게 보는 채화. 채화를 슬쩍 보며 기뻐하는 향목.
# 길가.
가로등이 비취는 밤. 가로수도 펼쳐져 있다. 향목과 채화 나란히 걷고 있다.
걸음을 멈춘다.
향목:(미소)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채화:(환하게 웃으며) 그래요? 그럼 우리 다음주도 놀러 갈까요?.
향목:(약간 씁쓸한 미소) 저.. 그게..
채화:(금새 약간 뾰루퉁한 듯해진) 왜요? 싫.. 으.. 세요?
향목:(난처한 웃음 지으며) 아.. 아뇨. 실은 다음주에 저 고향에 내려가게 되었어요.
아버지가 하시던 서점일을 제가 대신 맡기로 했거든요.
채화:(조금 허탈해진 표정) 그럼.. 이젠 볼 수 없게 되는 건가요..
향목:(씁슬한 미소) 아마도..
향목:(다시 웃으며) 아니 뭐, 인연이 되면 볼 수도 있겠죠.
채화:(섭섭한 듯한 표정) 네에..
향목:어쨌든 오늘 채화씨 덕분에 너무 즐거웠어요. 언제라도 잊지 못할 만큼.
채화:(약간 슬픈 미소)저도..
향목, 얼마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있다가 이내 밝은 표정으로 말을 꺼낸다.
향목:(앞 쪽을 가리키며)여기 이 아파트 사신다고 했죠? 그럼.. 들어가세요..
향목, 갑자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채화, 내민 손을 잡는다.
맞잡은 손 주위로 약간의 빛 처리.
채화:(얼굴 옆모습 클로즈업, 애틋한 느낌의 표정) [속말] 이제 시작일 뿐인데..
향목:(얼굴 옆모습 클로즈업, 애틋한 느낌의 표정) [속말] 이대로 끝이라니..
맞잡은 손이 천천히 풀린다. 손 클로즈업, 모션.
채화의 슬픈 미소를 담은 모습과 그 등 뒤로 몇 발 뒤의 향목의 안타까운 모습을 커다란
한 컷으로 강하게 표현.
# 동네.
아침의 전경.
# 향목의 집 앞.
집앞에 용달차가 와있고 짐은 다 실은 상태.
향목, 아줌마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
옆에서 강석이 나오는데 손에는 종이 상자가 들려져 있다.
강석: 이건 니가 직접 버리긴 아까울테니 내가 알아서 처분할께.
향목:(씁슬한 미소)그래..
향목 용달차를 탄다. 용달차 출발한다. 강석 손을 흔들며 뒤에서 바라본다.
# 도로
용달차가 한적한 도로를 달리고 있다.
좀더 가까이서.. 오른쪽에 앉은 향목, 표정이 의미심장하다.
향목, 지난 일을 회상한다.
우체국에서 우표를 건네는 향목과 채화의 모습, 놀이기구를 타던 모습, 악수하던 모습
등의 컷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향목과 채화가 향목의 집앞에서 만나던 모습이
따로 뚜렷한 컷으로 회상된다.
향목, 갑자기 무언가 깨달은 듯한 표정.
향목:(갑자기 큰소리로) 아저씨 잠깐만요!
위에서 쳐다보는 용달차의 모습. 용달차가 2차선에서 3차선으로 '끼익'하고 급정거를 한다.
향목, 의미심장한 표정. 운전사, 의아한 표정. 잠시 정적이 흐른다.
향목:(씁슬한 미소) 아뇨, 됐어요. 그냥 가주세요.
용달차의 멀어지는 모습 3컷. 하얀 여백에 작아지는 용달차와 약간의 연기만 표현.
# (며칠후) 우체국 앞.
한적한 길가의 우체국의 여전한 모습.
# 우체국 안.
여직원들이 늘 비슷한 모습으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좀 더 가까이 가자 시선이 모인다.
향목이 입장할 때와 똑같이 입장하는 사람의 시점으로 묘사.
그러나. 채화의 표정은 그냥 평범하다.
채화:(그냥 평범한 밝은 표정으로)소포 부치시겠습니까?
강석:(상자를 내밀며)이거.. 채화씨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그제서야 강석의 미소띤 얼굴 클로즈업, 집중선.
# 채화의 아파트.
어둑한 저녁.
# 방 안.
채화, 편한 차림으로 침대 위에 앉아 있고 채화 앞에 상자가 놓여 있다.
예전에 향목의 책상 밑에 있던 상자.
채화, 상자를 연다. 상자 안에는 수십 통의 편지가 들어있다. 상자 안 클로즈업, 집중선.
채화 편지 하나를 집어들어 봉투를 개봉한 후 편지지를 꺼내어 소리내어 읽는다.
채화:에∼ 채화씨를 처음 본 순간부터 저는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채화:(배꼽을 잡으며 웃으며) 꺄르르르∼ 이사람 소설가 맞어?
채화, 미소를 머금은 채 편지를 계속 읽는 듯. 잠시 후 또 다른 편지를 꺼내어 읽는다.
또 잠시 후 또 새 편지를 꺼내어 읽는다.
편지를 읽고 난 채화의 얼굴이 몇 차례 클로즈업, 점차 의미심장한 미소로 바뀐다.
채화, 다른 편지를 집으려 하는데 상자 안에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채화의 약간 빛난 시선. 반지
케이스 클로즈업, 집중선. 반지 케이스를 여는 채화.
케이스 안에 예쁜 반지가 빛이 난다. 클로즈업.
채화, 가슴 벅찬 듯한 미소 클로즈업.
# 길가.
가로수가 있는 한적한 길가.
택시 한 대가 와서는 선다. 문이 열리고 가을 코트 차림의 여자가 내린다.
얼굴은 안보임. 택시는 곧 간다.
여자가 뒷모습으로 서있고 그 앞으로 00서점이란 간판과 가게 모습이 뚜렷하다.
한 컷으로 묘사.
# 서점 안.
향목, 카운터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다.
서점 문이 열린다.
향목:(문쪽을 바라보며) 어서 오....
채화의 미소를 띤 모습. 집중선.
놀랍고 기쁜 듯한 향목의 얼굴 클로즈업.
향목:(미소)어떻게 오셨어요?
채화:(미소)한 일주일전, 친구분이 우체국에 왔다 가셨어요. 그리고 편지가 담긴 상자를
전해주더군요.
향목:(아래를 보며 미소) [속말] 녀석.. 결국은..
채화:(미소)며칠 후 한 번 더 오시더니 저한테 부탁 한가지를 하더군요..
향목:(약간의 미소, 약간 의아한 듯한) 녀석이.. 뭐라고 부탁하던가요?
채화:(좀더 의미심장한 미소)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바보 같은 친구가 한 명 있는데 구제해줄
생각은 없냐고 물어보더군요.
향목:(의미심장한 미소) 그래서.. 뭐라고 대답하셨어요?
채화:(밝게 웃으며) 대답대신.. 이걸 보여줬죠..
채화, 갑자기 손을 들어 보인다.
손가락에는 향목이 샀던 반지가 끼어져 있다. 반지가 빛나는 손 클로즈업, 집중선.
향목, 가슴 벅찬 미소. 클로즈업.
채화, 환한 미소. 클로즈업.
# 서점 앞
서점 앞 묘사.
다시 좀더 멀리서 묘사, 길가엔 가로수, 낙엽이 흩날리는 가을의 그 속의 서점, 옆 건물은
여백으로 처리, 도로도 헐렁한 편. 쓸쓸함 보다는 편안한 행복감, 안정감 묘사.
-FINE-
이 글은.. 6 년 전 모 문화사의 만화공모전에 출품하려 했던 것입니다. 스토리 부문이 아닌 완성작 부문에
응모할려 했던건데 마감까지 그림을 반밖에 완성시키지 못해서 출품을 못했습니다. 남아 있던 콘티로
얼마후 만화스토리작가 동호회에 만화 시나리오로 바꿔서 글 올렸습니다. 뭐.. 오래전 얘기죠..
만화와 영화는 공통점도 많지만 다른 점이 많아서 영화의 시각으로 보시면 접하기 애매한 부분도
있을 겁니다. 예를 들자면.. 설명을 하는 부분에서 영화 대본보다는 설명이 좀 길고 구체적이죠..
그 이유는.. 만화의 특성상 이건 시나리오 자체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작화가를 통해 그려지는 것이라
작화가가 묘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게끔 충분한 설명을 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만화에선 장면 분할이
무척 중요합니다. 컷의 위치, 컷의 크기와 사람, 사물, 배경의 크기도 중요하고요.. 등등의 점을 감안해서
보시길..
그리고 작품에 대한 부연 설명을 좀 붙이자면.. 당시 공모 분량이 25페이지(시나리오 페이지가 아니라
만화 페이지로)에 불과했습니다. 그 부족한 25페이지(슬램덩크란 만화를 비교해본다면 농구 경기
10분 분량에 불과한)에다가 복잡미묘하고도 탄탄한 스토릴 그려낸다는게 불가능하단 생각에 스토리의
완성도는 배제하고.. 쉽게 초반부에 결론을 먼저 도출해놓고 예상된 스토리를 스피디하게 진행하면서
인물의 심리를 디테일하게 영상언어로 표현하는데 치중을 했습니다.(한 부분만 예를 들자면.. 향목이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 장면에서 여백으로 처리한 것.. 등) 25페이지란 턱없이 부족한 분량인데도 좀더
짜임새 있는 스토리나, 절묘한 반전 등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싱겁게 느껴지겠지만 만화만의 독특한
표현 기법을 통해 그 느낌을 전달하고자 한 부분을 잘 눈여겨 보시기를 바라면서, 비록 장르는 다르지만
영화 시나리오를 공부하시는 분은 어떻게 다른 평을 해주실지 궁금해서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