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족구두 외 2
이 소 라
155센치미터의 조그만 한 키
나보다 큰 사람을 보면 나도 보르게 위를 올려본다.
마음도 작아지는 내 마음을
나도 알 수 없다.
모택동 작은 키에도 미국대통령 배꼽에다 애기 했다는데 .........
난 그런 배짱이 부족하다
스무 살이 되던 해
난 처음으로 뾰족구두를 신었다.
8센치미터가 조금 더 높아졌을 뿐인데
우물 밖에 나온 청개구리 마냥.
새로운 신인류가 보이는 건 뭘까?
뾰족 구두에 하얀 미소에 엶 원피스 입었던 스무 살 내 모습을 친구는.
“제일 예뻤다”. 한다
그리고 또 몇 년이 휘ㅡㅡ 지나왔다.
지금 내 나이 서른 하고 하나
오늘은 회색 빚 가죽플렛 슈즈가 더 좋다.
분 홍 빛
아기는 엄마의 분홍빛 젖가슴을 무척 오랫동안 빨았다.
분홍빛 젖가슴이 까맣게 될 정도로 사랑했다.
어느 날 엄마는 구급약통을 꺼내어
젖꼭지에 쑥쑥쑥 빨갛게 생긴 무언 갈 바른다.
그래도 아가는 엄마젖이 세상의 전부마냥 빨아 재끼려 덤벼든다.
엄만 아가의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리며, “이젠 다 컸는데
무슨 젖이냐!.며 젖꼭지 중앙에 하얀 반창고를 붙여 놓았다.
아기의 힘으론 도무지 떼어지지 않게 단단히도 붙여 놓아버렸다.
아기는 왜 그리도 서러웠던지 마루에 앉아 목 놓아 운다.
목청이 쉴 때까지 한참을
울고 또 운다.
아빠의 오토바이 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려온다.
우리집 누렁이도 “멍멍 멍 ”짖어댄다.
자신의 구세주 아빠의 품에 안긴다.
깊은 밤, 아빠는 아기를 품에 꼭 안고 잠이 든다.
아기는 꿈속에서도 엄마의 젖을 물고 행복해하며
엄마의 분홍빛 젖가슴에 온힘을 쏟는다.
이제 그 아기는 어여쁜 처녀가 되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엄마의 분홍빛 젖가슴을
쑥스러워 만지지도 못하는 부끄럼쟁이.
어릴 적 친구들도 이제 하나둘 엄마가 되어
아기에게 사랑의 젖을 물린다.
내 분홍빛 젖가슴.
복숭아처럼 맛있게 예쁘게도 여물었다.
엄마의 젖가슴을 닮고 싶다.
사 랑 가
주위가 온통
낯설게 느껴질 때.
내 하얀 어깨를 살며시
맡겨도 좋을
그런 사람이 있다면.
외로움이 파도같이 밀려와
내 영혼을 흔들 때.
“널 사랑해”. 내 귓가에 속삭여 주는
그런 사람 있다면.
나도 모를
이유 없는 ...........
가슴 밑바닥
눈물 솟구치던 날.
“알아...... 네맘,”
“난 널 느낄 수 있어,”
“난 널 사랑해.”
“난 널 사랑해”
이젠 눈을 감아요.
내 하얀 어깨 잡아주는 그대 있기에.
이젠 자야겠어요.
나 그대 안에 있으니.
이젠 잠들어야겠어요.
내 차가운 몸 따스하게 안아주는 그대 있기에.
이젠 깊이 잠들어야겠어요.
그대 내 안에 영원히 있으니.
<심사평>
한국신춘문예 2013년 시부문 당선작으로 이소라 시인의 ‘뾰족구두’ 외 2편을 선정했다.
당선자 이소라의 응모작 ‘뾰족구두’ 외 2편은 현대 한국 형이상학파시(形而上學派詩)의 진경(珍境)을 보여주는 역작 텍스트군(群)이다. 이른바 형이상학파 시는 17세기 영국의 존 던 시인 일파가 개발했으나 그 진가를 드높이지 못했고, 20세기 T.S.앨리엇 등의 모더니즘.주지주의(主知主義) 시인들이 계승 발전시켜온 세계적 현대시의 주맥이다.
시의 사상(思想)과 감정을 융합해 이미지를 형상화 보이는 주된 기법이 바로 컨시이드(기상 奇想)처리인바, 이번 이소라 신예 시인의 시에 구사된 특징이다.
우선 ‘뾰족구두’에 보이는 예의 컨시이트(Conciet,기상奇想)는 뾰족구두 그리고 신인류와 같은 아직 보편적인 이미지가 아닌 기상 이미지를 은유적으로 활용해서 현대 여성의 첨안적정체성을 형상화한 솜씨는 탁월한 것이다.
시 ‘분홍빛 젖가슴’에서도 모계(母系) 유전과 유사한 여성의 육체적 정체성에 대한 자아 발견을 “분홍빚 젖가슴”이라는 컨시이트로 형상화한 기법 또한 기발하고, 시 ‘사랑가’의 사랑에 대한 열망 의지 자체가 컨시이트 이미지의 황홀감을 조소화(彫塑化)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모던니즘 시와 포스트모더니즘 시의 난경(難境)을 거뜬히 돌파, 한국 현대시(콘템포로리시)의 새 장을 열어 본인 이소라 당선 시인의 전도에 큰 영광이 더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심사위원 이수화, 엄원지-
<당선소감>
초여름이 벌써 시작되었네요.
그간 틈나는 대로 습작하고 정리해 둔 원고들이 당선되었다니 꿈만 같습니다.
열심히 창작에 전념하겠습니다.
부족한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음악과 뮤지컬 그리고 문학 속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겠습니다.
주위의 모든 분들과 이 기쁨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프로필
강일여자고등학교 졸업/ 경희사이버대학교 일본학과 2학년 재학 중 / 1999년 강릉 시립교향악단과 ‘시민음악회’ 솔로 협연 / 1999년 영화 ‘순애보’ / 2000년 아름다운 날들, 메디컬센터, 시트콤 골벵이/ 2004년 솔로 여자 음반 제작 (물하) , 뮤직비디오/ 2005년 대학로 라이브극장 3월 11일 ~ 3월14일 “배롱나무 이야기” 물하 단독 콘서트/ 2010년 대학로 엘림홀, 뮤지컬 서울 노래여자고등학교 주인공 ‘물하’ 역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