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 7억 써야 낙점" '공천 경쟁'이 '錢의 전쟁'-조선일보 2010.4.19자-
4년마다 반복 '지방선거 공천 잡음'] [상] 구린내 나는 '돈' 공천 공천임박… '돈다발' 루머 난무 "광역의원은 3억써야" 얘기도 공천권한 막강한 국회의원엔 후보들이 후원금 꽉꽉 넣어 합법가장한 사실상 공천헌금… 지방선거되면 한도액도 늘려 배달사고·폭로있어야 드러나… '돈거래' 경찰적발보다 많아지난달 29일 전북도청 기자실에서는 익산시의회 김모 의원(민주당)이 시장에 출마하려 했던 안모 부시장에게 돈을 요구했다는 내용을 지인들에게 이야기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경선에 참여하려면 5000만원 정도는 있어야 한다."(김 의원)
"그럼 난 못하겠다. 딴 사람 알아봐라."(안 부시장)
이에 대해 민주당 익산을지역위원회 내 일부 계파에선 "지역위원장인 국회의원 최측근들이 시장 및 시의원 입후보자에게 '공천장사'를 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선관위는 김 의원이 한 지방의원 입후보 예정자로부터 공천 헌금으로 7000만~8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잡고, 최근 김 의원을 포함한 5명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지난 16일엔 이기수 경기도 여주군수가 이범관 한나라당 국회의원(경기도 여주·이천)에게 '공천 헌금' 2억원을 건네려다 의원측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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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장 공천은 7당6락"
6·2지방선거를 40여일 남기고 각 당 후보 윤곽이 드러나면서 '돈 공천' 등 공천비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 보좌관들은 "7억원을 내면 기초단체장 공천을 받고, 6억원이면 못 받는다는 뜻의 '7당(當)6락(落)'이란 말도 나돈다"고 했다. 2006년 5·31 지방선거 때 '5억원'보다 1억~2억원 많아진 것이다. 광역지방의원 공천은 3억원 정도라 한다.
지난 4일 의정부지검은 유명 여성 연예인 전모씨를 통해 공천받게 해주겠다며 경기도 남양주시의원 출마를 준비하던 오모(57)씨로부터 청탁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최모(57)씨 등 2명을 구속했다.
지난달 31일 중앙선관위는 인천지역 한 국회의원 보좌관이 지난 2월 기초의원 예비후보자로부터 공천 헌금 1억여원을 받은 혐의를 포착해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그는 다른 기초의원 후보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가 이 사람이 사퇴 의사를 밝히자 돈을 돌려준 혐의도 받고 있다.
공천이 임박해지면서 각 지역에서는 '돈다발' 루머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종구 서울시 공천심사위원장의 지역구인 강남구에서는 시의원 예비후보자가 공천 헌금을 준비해 후원회사무실에 줬다가 되돌려받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종구 의원 후원회측은 이 사실을 부인하며 "이 의원이 공심위원장이 된 후 후원회 계좌를 아예 막아버렸다"고 했다.
서울의 한 현직 구청장은 "구청장 예비후보들이 당에 대한 공헌도를 과시하려고 '당비를 대신 내주며 지인들을 책임당원(당비 내는 당원)으로 입당시키고 있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닌다"며 "자신을 지지하는 대의원(책임당원)이 많아야 당내 경선에서 유리할 뿐 아니라, 모집 공로도 인정받아 공천에 유리하기 때문"이라 했다.
하지만 공천을 둘러싼 돈거래는 워낙 은밀히 이뤄져, '배달사고'나 '경쟁 후보의 폭로'가 없는 한 좀처럼 적발하기 어렵다. 때문에 실제 이뤄지는 '돈 공천'은 선관위나 경찰이 적발한 것보다 훨씬 많다는 게 정설이다.
◆지방선거 하는데 국회의원 후원금 한도는 왜 늘리나
국회의원들에게 돈이 몰리는 것은 이들이 자치단체장·지방의원 공천을 결정하는 시·도당 공천심사위원회의 절반 이상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한 국회의원 비서관은 "공천을 최종 결정하는 중앙당 최고위원회 의결은 형식적 절차일 뿐, 대개 지역구 국회의원에 의해 좌우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 후원금 창구는 바빠진다. '합법적 공천헌금 창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정치자금법 제13조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동시지방선거가 있는 해에는 연간 모금·기부 한도액의 2배를 모금 또는 기부할 수 있다. 1억5000만원인 국회의원 후원금 한도가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 관계자들조차 "지방선거가 있는 해에, 출마하지도 않는 국회의원 후원금 한도를 2배로 늘려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한 국회의원 비서관은 "선거를 앞두고 공천 권한이 막강한 국회의원 계좌는 예비후보들 돈으로 꽉꽉 찬다"며 "후원금은 합법을 가장한 공천헌금"이라 실토했다.
◆"전략 공천은 '쩐의 전쟁'"
전략공천이나 인재영입 역시 '쩐(錢)의 전쟁'이란 비판이 많다. 현재 각 정당 홈페이지에는 "○○는 공천헌금 2억원을 주고 후보 등록도 안했으면서 공천을 받고, ○○는 부패한 공천위원장에게 돈 안 내 공천 못 받았다" "솔직히 ○○보다 더 구린 짓을 실컷 하고도 돈이 많아 전략공천으로 내려온 사람도 있던데" "인재 영입한다는데 과연 인재영입인지, 아니면 '쩐의 전쟁'인지 알 수가 없네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 "전략 공천은 낙하산 공천이고, 낙하산 공천은 돈 공천"이린 비판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