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기관측에 얼떨결에 따라 가게 되었습니다.
오고 가는 문제, 침낭이랑 준비물, 망원경이 없는 것.
주부가 1박 2일의 일정으로, 혼자 갑자기 집을 나서는 것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금요일 밤 10시 쯤.
침낭 장만하고 , 가족들과 일정 조정하고 정기 관측에 합류할 수 있는지 조심스레 문의드렸더니
쿨하게 `갑시다`는 황보선생님.
침낭이랑 가방 챙길 때도 실감이 안나던데
현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나니 정말로 가는 가 싶더만요.
가출하는 분위기로 짐 들고 황보선생님과 현선생님을 만나 화목을 향했습니다.
살짝 우려했던 대로 제가 차를 같이 타고 가게 되면서
황보선생님의 망원경이 탈 자리가 없었더군요. ㅜ ㅜ
화목에 도착.
김국경님 양과장님(?,박정수님 3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회를 맛있게 먹고 , 텐트 치고 다들 모였습니다.
모여서 뭘 했나 하면......
맛있는 김밥이랑 국을 먹었다지요.
엄청 습하고 더운 날씨.
망원경을 설치하는 모습이 생초보에게는 경건한 의식처럼 느껴지더군요.
이리보고 저리보고.
락앤락 통의 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중간에 참을 드시는 중.
커피회사랑 전매청에 많은 보탬을 주고 계시더군요.
아무리 현 선생님께서 연수동기라고 하셨지만 저에겐 까마득한 선배님이신 류원장님이
남 회장님 망원경으로 열심히 공부하라 하셔서 망원경으로 열심히 별 봤습니다. ^ ^
끊임없는 연구 중인 두 분.
구상성단, 산개성단.
안드로메다 성운. 고리성운. 아령성운.메시에 목록.
강력 소화제가 필요할 정도로 한꺼번에 엄청 많은 별을 봤습니다.
그리고 연수를 시작하면서부터 처음으로 망원경을 통해 볼 수 있었던 목성.
이밤의 목성은 찬란했습니다.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안타까워 사진으로 남겨보려고 애는 썼지만 이래저래 모자람이 많은 저의 목성입니다. ㅜ ㅜ
그리고.
이밤의 달.
마치 우주 여행을 하면서 우주선 창문으로 보는 것 같이 선명한 달.
밀가루 반죽처럼 접힌 부분도 보이고, 분화구도 선명하고, 중간중간 찍힌 점이 마치 사람이라도
서있는 듯 했습니다.
유성 8개.
어느 분이 그러셨듯이 평생 본 유성 4배를 하루 밤에 봤습니다.ㅋㅋㅋㅋㅋ
휴대폰으로 달 사진 찍기 대회가 있었는데
휴대폰을 바꾸고 싶을 만큼 약이 바싹 올랐지 뭡니까.
눈에 쥐가 나도록 말 안듣는 휴대폰 달래가면서 겨우겨우 찍어본 달입니다.
배율이 높을 수록 달이 어찌나 빨리 지나가던지.
현선생님께서 이번 시험에 낼까 하다가 마지막에 뺐던 시험 문제라고 하시더만요.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이별 보다 저별 보는 동안 사방이 밝아졌습니다.
류원장님은 먼저 하산하시고
다들 잠깐 눈을 붙이기로 했습니다.
저는 김 국경님의 차 안에서 편히 잠을 잤더랍니다.
두어 시간 지나자 엄청 따가워진 햇살입니다.
현선생님 일어나셔서 조용히 정리중이십니다.
움직이면 그냥 땀이 물처럼 뚝뚝 떨어지더군요.
지난 밤
머나먼 목성으로 , 오리온 자리로, 플레아데스 성단으로 우리가 여행을 다녀오도록 도와준 망원경.
망원경을 설치할 때와 마찬가지로 망원경을 해체하는 작업 또한 경건하더군요.
손끝과 눈에서 망원경을 아끼는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졌습니다.
모기장 접기 시범 중이신 현 선생님.
인사를 나누고 현선생님과 저는 황보선생님의 차로 집을 향했습니다.
중간 중간 좋은 말씀도 많이 들었고, 분위기 있는 음악도 잘 들었습니다.
행복한 별밤이었습니다.
망원경 대신 먼길 태워주신 황보 선생님
세세히 마음 써주신 현 선생님.
차 뒷칸을 통째로 제게 내주신 김 국경님.
망원경으로 마음대로 별을 보게 해주신 남 회장님.
즐거운 별밤이 되게 해주신 류원장님.
편안한 별 공부를 도와주신 양과장님.
달 사진 제대로 안나와 동질감 느낄 수 있어 반가웠던 박정수님.
스스럼없이 마음을 나눠주셔서
얼마나 고마웠던지요.
정기관측을 따라가봐도 역시 별을 함께 볼 수 있다는 건
정말로 대단한 축복이라 여겨집니다.
첫댓글 안 그래도 멋진 후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역시 대단하십니다.
전 솔직히 컴맹에 가까운 수준이라 독수리타법으로 글만 올리는데
언제 찍으셨는지 스케치 같은 사진들과 동영상을 곁들인
한 편의 서사시 같은 멋진 후기 잘 봤습니다.
대박 관측에 참석 못하신 연수 동기분들 조금은 가슴이 쓰릴 듯...
덕분에 별 잘 보고 왔습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다들 조용히 별보시는데
별볼일 없던 제가 별볼일 생기면서 너무 오도방정을 떠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길지않지만 저의 관측역사상 최악의 기상이었습니다. 한밤중에 덥고 습해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잠을 설친건 처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좋은 관측으로 느끼셨다니 다행입니다. 앞으로 이런날은 더이상 없을겁니다.
그리고 일부러 베일성운을 보여드렸는데 단박에 알아채시는걸 보고 놀랐습니다.
대개 시야에 넣어두어도 못보거든요. 필터도없이 쌩으로... 안시감각이 드물게 좋은 분 이십니다.
똘똘하지 못한 제가 관측목록에서 베일 성운을 빼먹었습니다.
베일성운을 보고 싶은 소망 덕분인지,
사진으로 보던 베일 성운을 마음으로 그린 덕분인지,
하늘 같은 류 선배님 덕분인지
11시방향에서 5시 방향으로 희끄므리한 것이 있었습니다.
아~ 감동적인 후기입니다.
유달리 감성이 풍부하신 분인줄은 알았지만
처음 관측 따라와서 이렇게 세세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기록을 남기시다니.
압권은 가출하는 분위기로...
침낭과 보따리를 싸들고 미지의 세계로 따라 나서는 심정을 너무나 리얼하게 표현했네요. 그 길에 저도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며칠 나가는 줄 알았을 겁니다.
내일이 오십인데, 연수받으면서 신입대접 받지요,
20대 동기랑 같이 공부하니
딴동네서는 비교적 점잖게 지내는 편인데
별보러 가서는 어째 오~~~바~가 심한 분위기입니다.ㅋㅋㅋㅋㅋ
아쉽네요 이번 정기관측은 참석을 못했었는데
녹음이 우거진 관측지를 보니 아직 여름의 가운데에 있는듯 합니다.
바람없고 더위서 고생많으셨는데 모두 수고하셨어요
9월인데 날씨가 너무 하더군요.
쨍~한 더위가 아니라 눅눅한 더위.
그 더위 속에서 무거운 망원경을 설치했다 풀었다 그 모든 수고로움을
별에 대한 열정으로 날려버리는 걸 보고 새삼 감탄했습니다.
9월 4일 정말 시계가 좋은 날이였던것 같습니다. 전 그날 반딧불이탐사행사를 진행했는데.... 70~80명쯤.... 반딧불이 탐사를 끝내고...손님들에게..몇몇 별자리 교육을 조금 했습니다.... 그리고...천문대로 고고씽해서... 관측을 조금했었는데...간만에 정말 좋은 하늘이였습니다. 다음 정기관측에...참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화목 가서 반딧불이 하나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걸 봤습니다.
상견례 했으면 조만간 날이 잡히겠네요....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