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연가
정계원
너는 믿지 않겠지, 하얀 보름달을 만지려고 컴컴한 어둠을 후벼 파는 것을, 우주에 떠 있는 죽음이 너를 바라보는 것도
알라스카에서 수취인 불명으로 돌아온 별들, 그것으로 만들어진 영혼의 덩어리를 술잔에 부딪치며 너의 생각에, 난 담배연기에 잠길 거야
너는 믿지 않겠지, 이마에 주름진 시간들이 마음을 비운 통기타 속으로, 그리고 밤하늘에 둥근 유골 단지처럼 떠 있어**
어둠이 두꺼워진 하늘, 유골단지에 부딪혀 눈동자 속으로 산산이 쏟아져 내려, 서늘한 얼굴에 샤넬파우더로 주름살을 펴주고 싶어 그때 비로소 영혼이 목관 속으로 향할 거야
내 머리카락이 죄다 빠지는 날, 새벽을 만나도 너의 흰 머리카락이 길게 자라지 않았어 그럴 때면 죽음이 몸에 달라붙어, 울음소리를 조율할 때 망치로 원고지를 내려칠 거야
눈 내리는 샤갈 마을의 지붕을 밟으며 현이 끊어진 바이올린 활처럼 두 팔을 휘젓고 달의 뒤편으로 걸어가는 너를 볼 거야
눈 내리는 날 액자 바깥으로 넌 사라지고 그 액자 속으로 무덤이 들어올 거야 그리고 나는, 아무것도 아닌 나는, 너를 닮아갈 이름표가 없는 유성이 될 거야
*러시아 화가
**말라르메의 「YX각운의 소네트」에서 차용함.
- 2017 웹진 시인광장 선정 시인들의 추천시 100選(샤갈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