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파일 붙여넣기 입니다. -ㅂ-;;;;
낯뜨거운거 참고 먼저 썼응게 딴사람들도 얼릉얼릉 올리시요. 글고보니 우리카페에는 수련기 방이 따로 읍네
안녕하십니까, 또 다시 인사드리는 광주 운암도장 여 승 주 입니다.
지난 6월 교통사고로 한 달 하고도 보름정도의 재활기간을 거쳐 어떻게 해서든 올해 연무대회에는 참석하고 싶었는데 제 몸의 지방들이 의외로 저를 잘 지켜주어서 매우 빨리 몸이 좋아졌습니다. 대외행사 후에는 도장장님과 선배님들께 ‘잘 다녀오셨어요?’ 라고 인사하던 입장에서 함께 뛰고 오니 매우 기분이 상쾌하고 엔돌핀이 팍팍 솟아오른 상태입니다.
첫 날 행사장에 들어섰을 때 압박해오는 산소부족에 겁을 덜컥 먹었지만 그것도 잠시 뿐. 더운 날씨에 땀띠에 하물며 누가 다쳐서인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피까지 도복에 묻혀가면서 함께 숨 쉬고 뛰고 있음이 이토록 즐거운 일인지 여태까지는 막연했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좁은 공간에 빽빽하게 앉아서 연무 순서를 기다리면서도 눅눅함과 불편함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 와중에 여러 식구들의 연무에 빠져들면서 서로 기대와 긴장에 두근거리는 소리와 땀 냄새도 점점 나쁘지 않게 되었습니다. 여기 저기 섞여오는 사투리와 감탄의 소리 ‘잘 좀 받아주라’ ‘너나 잘해라’는 핀잔의 소리들이 어릴 때 학예회 순서를 기다리던 순간처럼 즐거웠습니다. 저는 아직 자식을 낳아 보지 못해 잘 모르겠지만 열과 성을 다한 준비들이 펼쳐지는 순간을 바라보는 선생님들과 도장장님들의 마음은 아이들의 학예회를 보는 것처럼 기대와 흐뭇함(제발..)으로 가득하셨기를 바랍니다. 꼭 내 차례가 끝나고 “엄마 나 잘했어?” 하고 물어 보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둘째 날 강습회는 첫날에 비할 수가 없었습니다. 좁은 공간속에서 서로의 땀에 미끄러지고 팔만 잡으면 맥박이 요동치는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시간이었습니다. 맨 앞줄에 앉아 눈을 반짝거리며 선생님들께 ‘한번만 잡아주셨으면..’ 애원 하던 도장의 큰형들은 강습회 때 큰 소원성취를 하였습니다. 연로하신 고바야시 선생님의 장에 한번 잡혔다가 어느 순간 쓰러진 형은 거의 한 시간 내내 ‘아무 느낌도 없었는데 쓰러졌다’며 오두방정을 떨고 다녔고, 사와다 선생님의 손에 사방던지기 당했던 형은 ‘순간 우두둑하였다’며 당시의 고생을 생생하게 전했습니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주위의 유단자 선배들께 달려가 물어보고, 모르는 얼굴들과도 서로 땀을 섞으면서 순수하게 좋아하는 것 한가지로 이렇게 만나게 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인연들인가 하는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땀을 닦을 때 마다 수건에서 풍겨 나오는 ‘깊은 나의 향기’ 때문에 몇 번을 기절 할 뻔 했지만 그 생생한 현장에 ‘이런 나의 향기라도’ 함께 하게 되어 그야말로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올해 연무대회는 저는 물론이고 우리 도장에도 매우 기쁜 행사였습니다. 낮에는 고된 일에 해 지면 도장에서 지도해주시는 김용호 도장장님의 오랜 고생과 고뇌가 많이 전해졌는지 도장 식구들도 늘어나고 연무대회 신청하라는 한마디에 빗발친 참가신청으로 많은 가족들이 함께하게 되어서 아직은 서먹하던 사이도 급격히 가까워지고 뭐라 말할 수 없이 여러모로 따뜻하고 감격스러운 이틀이었습니다. 하물며 어쩔 수 없이 참가 못한 나머지 식구들도 땅을 치며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도장에서 함께 수련 하고 있던 말레이시아 천재유학생 총이는 이번 승단심사에 합격하게 되어 또한 큰 경사가 되었습니다.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주말을 다 쏟아 수련하던 총이가 승단을 위해 거의 한 달 가까이 심사를 보고 고국의 스승님께 연락을 취하고 승인 받는 과정 등이 얼마나 스펙터클 했던지 독립영화 한편 나올 뻔 했습니다. 평소 과묵하게 말하고 미소만 짓던 총이가 심사 후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긴장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매 행사 때 마다 광주 역시 다른 지역 못지않게 교통문제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만 이번에는 참가식구가 많았던 덕에 광양, 순천식구들과 합심하여 무려 리무진관광버스를 대절하게 되었습니다.(꼭 리무진 붙여야한다고..) 서울까지 올라가는 그 긴 시간 동안 피로와 지루함으로 되려 지치기 마련인데 상욱 선배님의 번뜩이는 기지로 교통편을 통합하여 이 또한 얼마나 즐거운 시간이었는지 모릅니다. 천둥번개와 쏟아지는 비로 조금은 무서울 뻔 했던 귀가 길에 ‘절대로 하지 말라고’ 하는 아주...약간의 고성방가로 이틀간의 피로가 싹 날아갔습니다. ‘화의 합기도’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든 버스 안에서의 ‘공포의 제로게임’은 후일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끝인사로 다음 행사를 자동으로 기약했습니다.
도장장님은 자주 식구들에게 ‘단체문제’를 보내십니다. 가끔 ‘반드시 답장’의 압박이 오는 문자들도 있는데 작년 이맘 때 즈음 ‘아이키도를 하면 뭐가 좋은 것 같나요? 답장 바람’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무언가 땀을 흘리면서 성실한 답문을 보내드렸지만 점점 더 많은 것을 얻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은 더욱 확실한 한 가지 느낌이 다가옵니다. 어린 시절 남자 아이들 처럼 무술에 로망이 있었거나, 한 순간 운동에 뜻이 있었던 사람도 아니었지만 이곳에 오면서 미래가 아주 길게 느껴집니다. 계속 정진할 일이 있고, 그와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있고, 하물며 절대로 외로움에 지치지 않는, 혼자라도 모두와 함께일 수 있는 노후가 있지 않을까 상상해보기도 합니다. 이 또한 막연하고 아직은 느낌에 불과 할 지라도 그 긴 미래를 계속 배워나가고 또 배워나가면 반드시 하루가 값지고 한 달이 금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무엇보다 저에게 그 값진 이틀을 함께 해주셔서 모두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많은 식구들과 함께 저도 ‘깊은 향기’를 나누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출장으로 급하게 합류한 도우에게 흰띠 빌려주신 나덕현님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사막의 오아시스였습니다.
그리고 정말 더운 날씨에 고생이 크셨을 노선생님들 고바야시 선생님과 사와다 선생님
큰 행사 주관에 힘드셨을 윤대현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값지게 하루 시작하겠습니다!!!
첫댓글 승주 고생마니 했다. ㅋ 너무 안챙긴다고 삐지지말고 걍 알아서 대충대충 살자 ㅋ
여하튼 밥묵을때 까묵는것은 용납안댜~마감하고 막걸리!
ㅅㅡㅇ 주 화이팅~!! ^^ 역쉬 울도장 멋쟁이 답다~^^ 후기 잘 읽었씀돠~ 쌩유~^0^
ㅎㅎㅎ 잘 읽었어요, 승주씨~~! 역시, 글맛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