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한민족의 선각자 유길준에 대하여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유길준은 조선말 개화파의 대표 지식인으로서 박규수의 문하에서 공부하였고, 일본 및 미국 유학을 하고 서유견문을 써서 한민족 역사 최초로 세계 제도와 문물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였으며, 중립론을 찬술하여 민족의 활로를 도모하였으며 갑오개혁과 을미개혁의 제1선에서 신명을 다해 조국의 개화에 헌신하였으나 시대의 한계로 실패하고 부득이 일본에 망명하였으나, 일본에서도 조선의 혁명을 기도하는 등 구국의 신념을 잃지 않았으며, 1907년 고종 퇴위 후에 조선에 귀국하여 관직을 거부하고 흥사단을 조직하는 등 국민계몽과 민족 정기 앙양에 힘썼습니다. 그러나 일제의 강제 병합에 대항할 수 없었고, 일제는 그에게 작위를 부여하였으나 이를 반납하고 쓸쓸히 생애를 마쳤습니다.
구한말 개화 민족 사상가들이 여럿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 개화파의 지도자였던 김옥균도 있고, 박영효도 있습니다. 조선 말 정부의 중심이었던 김홍집도 있습니다. 그러나 동양과 서양의 학문을 두루 공부하고 그 역사와 현실을 양지하고, '중립론'과 같은 민족의 활로에 대하여 명철한 사상을 정립하였으며, 민족의 개화를 위하여 목숨을 걸고 헌신하였고, 국한문 혼용의 문제를 최초로 시도하고 흥사단을 조직하고 노동야학을 저술하는 등 민중들 속에서 민족의 정맥을 잇고자 노력하였던 분은 달리 찾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유길준은 한민족 개화의 문을 열면서 새로운 문명의 빛의 세례를 받고 그것을 민족 성원들에게 전수하려고 하였고, 따라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각성과 통찰을 보여주었습니다. 법학과 헌정사의 측면에서도 유길준의 <서유견문>과 <국권론>은 우리 근대 헌법사상에 대한 최초의 저술이었다고 할 것이며, 그의 <중립론>은 현대 국제법 영세중립의 논의 수준에 비추어도 거의 손색이 없을 정도로 명석하고 탁월한 저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근대 개화기 인물 가운에 유길준은 가장 많이 연구된 인물입니다. 수많은 연구와 안내서들이 있으며 지금도 계속 새로운 저술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서 몇 가지 문헌들만 언급해 봅니다.
유길준 연구의 선구자이자 대표자는 이광린 전 서강대 교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광린, 유길준: 닫힌 사회에 던진 충격, 동아일보사, 1992 - 이 책은 아직까지도 유길준 평전으로 가장 간명하면서도 훌륭한 저서라고 생각합니다.
기타 이광린의 여러 논저들은 지금도 유길준에 대한 가장 중요하고 기초적인 전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하 저의 게시글도 이광린 선생의 글에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최근 최덕수 전 고려대 교수가 유길준 연구에 대한 깊은 연구 기획을 진행시켰습니다.
최덕수 외, 근대 한국의 개혁 구상과 유길준, 고려대학교 출판문화원, 2015
최덕수 편, 유길준의 지(知) 인(人): 상상과 경험의 근대, 고려대학교 출판문화원, 2018
유길준의 대표작 <서유견문>의 번역서는 여러 종이 있는데, 최근 서울대 장인성 교수가 학구적인 고증을 거친 번역 안내서를 냈습니다.
유길준/장인성, 서유견문: 한국 보수주의의 기원에 관한 성찰, 아카넷, 2017
유길준의 여러 저술들이 전집으로 편찬되었지만, 아직 한글로 완역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유길준의 중요한 저술인 <중립론>은 서울대 김종학 교수가 잘 소개하고 또 번역도 하였습니다 .
김종학, 한반도 공동보장 구상의 역사적 기원: 19세기 벨기에-불가리아 사례와 유길준의 중립론, 외교안보연구소,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