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곡]
요상한 나라 이야기
- 탱크에 짓밟힌 피다 만 꽃이여! -
- 은유시인 -
1막 1장
‘멍청해’국에 파견 나온 ‘막가파’국 병사들 진영
병사들 삼삼오오 무료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한 떼거리는 연병장에서 공차기를 하고 있고, 또 한 떼거리는 막사 안에서 포커놀이에 여념이 없다.
‘지루해’상병과 ‘고질병’이병이 탱크 정비창 앞에 놓여있는 자신들의 탱크 내부를 청소하고 있다.
지루해 : (코를 한손으로 막으며) 아그 드러버~ 도대체 언놈들이 이 안에 오줌을 재려 놨노?"
고질병 : 글쎄여~ (고개를 돌리며 어깨까지 움칠거리며 웃음을 참는다) 키득키득…
지루해 : 얌마! 니가 범인이제?
고질병 : 글쎄여~ 아무리 생각해봐도 범인은… (말끝을 흐린다)
지루해 : (고개를 빳빳이 들고 고질병을 똑바로 보며) 그래 범인은?
고질병 : 범인은… 히히히(지루해를 한손으로 가리키려다 말고) 잘 아시면서…
지루해 : (한손을 번쩍 치켜들며 고질병을 내려치려다 말고) 병신 같은 놈!
고질병 : 생각 안 나세여? 어젯밤에 상병님 혼자서 여기서 조니워카 한 병 나발 불고는…
지루해 : 어? 그럼 내가 쌌다는 얘기냐?
고질병 : 그럼여, 헤헤~ 덕분에 지가 얼마나 고생했는디…
지루해 : 그럼 술 남은 건 어쨌냐?
고질병 : 술은 뭔?
지루해 : 쌔꺄! 내가 술 한 병 다 마셨뿌렸단 말이가?
고질병 : 하모여~ 그리고 오줌까지 흥건히 싸 놨던디~
지루해 : 아이그~ 이 병신쌔끼가 생사람 잡네?
이때 덩치가 조막만한 ‘어리벙’병장이 이들 앞에 다가온다.
어리벙 :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너거들 지금 특별히 할일 없쟈?
지루해 : (어리벙 제스처 따라 흉내 내며) 없다면?
어리벙 : (지휘봉으로 지루해 뱃구레를 쿡쿡 찌르며) 너 얌마 지루해! 까불면 디지는 수 있어.
지루해 : 어이쿠~! (과장된 엄살을 피워가며) 살려만 줍쇼~
고질병 : (두 손을 아부하듯 싹싹 비비며) 뭔데요? 어리벙 나으리~
어리벙 : (지휘봉으로 두 사병의 머리를 두들겨 가며) 이눔의 쌔끼들! 군기가 빠져서는…
고질병 : (지휘봉을 한손으로 낚아채고 인상을 긁으며) 어리벙! 뭘 잘못했다고 사람을 치노?
어리벙 : (순간 당황한 듯 얼굴에 핏기가 가시며) 어라, 이거 못 놓나?
고질병 : (야릇한 입가의 미소를 떠올리며) 못 놓겠다면 니가 어쩔래?
지루해 : 아이고, 요놈 봐라? (고질병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후려치며) 쌔까만 놈이… 얌마! 아무리 빙신 같아도 상관은 상관여, 후딱 잘못혔다고 안하나?
고질병 :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와 카십니까? 상병님!
지루해 : 얼릉 잘몬 했씸다~ 캐라 빨랑! 짜슥아~
고질병 : (떫은 표정으로 어리벙을 쳐다보며) 그려~ 내 잘못 했꾸마, 그렇다고 몽둥이로 머리 함부로 치면 쓰나?
어리벙 : (어깨를 으쓱이며) 너거들 몸 조심혀, 그따위로 까불다간 디지는 수 있어.
지루해 : 하이고 고만하쇼, 그따위 공갈에 몸 떨 놈 없응께~ 그건 그렇고 뭔일이오?
어리벙 : 너거 둘! 지금 당장 씨-존에 가야 쓰것구먼
지루해 : 씨-존? 와요?
어리벙 : 와긴 임마! 영감이 가라면 가야지, 너거 둘은 대기조여 알았나?
지루해 : (본부 막사 쪽을 쳐다보며) 아그 씨발 영감탱이 머 할라고 벌써부터 오라가라 지랄여?
1막 2장
누런 벌판 사이로 난 넓은 대로를 따라 탱크 한 대가 지축을 흔들듯 요란한 굉음을 내며 전속력을 다해 달리고 있다. 벌판은 잘 익은 벼이삭으로 황금빛깔을 띄고 있고, 간간이 추수를 서두르는 농부들이 보인다. 이 대로는 군사작전용 도로이며 오가는 차량들도 별로 눈에 띄이지 않는다.
탱크 안에는 지루해 상병과 고질병 이병 단 둘이 타고 있으며, 지루해는 어디다 꼬불쳐 놨었는지 조니워커를 병째로 들이키고 있고, 운전은 고질병이 하고 있다.
캐터필러의 ‘챠르르륵~’ 연속되는 금속음과 오디오로 익빠이 켜놓은 올드팝은 탱크 안의 폐쇄된 공간에서 믹싱되어 광란의 도가니를 연상케 한다.
고질병 : (파노라마 사이트를 통해 전방을 응시한 채 악을 쓰듯 외쳐댄다.) 상병님아!
지루해 : (고질병이 부르는 소리를 알아듣지 못하고 혼자서 팝에 맞춰 머리를 끄덕이기만 한다.)
고질병 : (돌아앉아 지루해의 무릎을 툭 치며) 상병님! 내 말 좀 들어보소~
지루해 : (오디오 볼륨을 낮추고 고질병 쪽으로 얼굴을 바짝 갖다대며) 먼 소리고?
고질병 : 쓰벌! 욕 나온다여~
지루해 : 먼 욕? 니 나한테 감정 있나?
고질병 : (전방을 응시하며) 아니 상병님 한티 말구여, 그냥 욕이 나올락캐여~
지루해 : (조니워카 주둥이를 빨며) 개자슥~! 난, 또… 마, 욕 나오면 해라 함 봐 줄께~
고질병 : 캭! 탱크 몰고 탈영이나 해 뿔까?
지루해 : (피식 웃으며) 옹냐~ 잘 허는 짓이야 그럴 용기라도 있음 함 해 보그라~
고질병 : 상병님아! 이 탱크로 뭐든 깔아뭉개야 직성이 풀릴 건디.
지루해 : 니 욕구불만 많제? 나두 쫄따구 땐 세상을 확 불 질르고 싶었을 때가 있었긴 한데 말이여.
고질병 : 지가 군에 오기 전까진 디게 잘 나갔었구먼~
지루해 : 쌔꺄! 니만 잘 나갔는 줄 아냐? 나두 꽤 잘 나갔었구먼~
고질병 : 지금 나 농담하는 거 아녀여~
지루해 : 씨꺼 임마! (오디오 볼륨을 높이며) 음악이나 듣자
(오디오에서는 ‘폴앙카’의 ‘클레이지럽’이란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루해 : (노래를 따라 부르며) 클레~에~에~에질러~업!
얼마나 갔을까, 도로에는 가방을 어깨에 맨 몇몇의 아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 아이들은 인근의 학교에서 수업이 파하자 끼리끼리 어울려 넓은 대로를 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탱크가 접근하자 아이들은 길가로 피해 탱크가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다시 탱크 뒤를 쫄쫄 따라붙는 것이다.
그렇게 몇몇 아이들 무리를 지나쳐 다시 한적하게 대로를 따라 가는데, 멀찌감치 두 여학생이 사이트 창을 통해 고질병 시야에 들어왔다. 그들 여학생은 인근의 ‘유달리’ 여중 2학년생으로 ‘몬난이’와 ‘벙글이’라는 이름을 지녔다. 순간, 유난히 새하얀 여학생들의 상의차림이 고질병의 눈을 부시게 하였고, 고질병은 치솟아 오르는 욕지기를 꿀꺽 삼키고는 탱크를 여학생 쪽으로 몰고 갔다.
몬난이 : 니 말이다, 그 새로 온 영어선생 어떻더노?
벙글이 : 아! 그 말 더듬는 선생 말이가?
몬난이 : 응, 말은 더듬어도 싸나이답지 않나?
벙글이 : (한손으로 몬난이 등을 치며) 야, 이 가시나야~ 니 그 선생한테 홈빡 빠졌구나?
몬난이 : (벙글이 입술을 한손으로 잡고 비틀며) 야 이눔의 가시나 보레이~ 니 시방 먼 소리하고 자빠졌노?
벙글이 : 좋으면 좋다 캐라, 내 소문 안낼 테니.
몬난이 : (정색을 하고는 벙글이를 바라보며) 니 정말이가?
벙글이 : 그럼~ 니 내가 헛말하는 거 봤나?
몬난이 : 그럼 니한테만 솔직히 말하는데…, 나 사실 그 선생이 은근히 좋아질락 칸다.
벙글이 : 에라이~ 그럼 그렇지, 내 학교가면 소문 다 냈뿔 끼다.
몬난이 : (도망가려는 벙글이를 꼭 껴안은 채) 니, 그러면 니도 죽고 나도 죽는다 아나?
벙글이 : (몬난이 두 팔로부터 벗어나려 하며) 와 이러노? 징그럽게…
그러다 중심을 잃고 몬난이와 벙글이가 도로 위로 부둥켜안은 채 쓰러졌다. 그리고 그 위를 캐터필러가 덮치고 지나갔다.
1막 3장
여학생을 완전히 깔아뭉개고 나서야 고질병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탱크를 멈췄다. 캐터필러 돌아가는 소리와 팝송이 뒤엉킨 소란스러움 속에서도 뭔가 ‘파직~!’ 하는 소리가 들려온 듯 했었고, 미미하나마 캐터필러를 통해 전달되어 온 충격을 느낄 수가 있었다.
고질병 : (오디오의 전원을 끄고는) 상병님아!
지루해 : (감은 눈을 번쩍 뜨며) 니, 와 그러노? 와 라디오는 끄고 지랄여?
고질병 : 상병님아! 나 쫌 전에 사람 깔아뭉갰소.
지루해 : (눈을 멀뚱거리며) 니, 지금 먼 소리하는 거여?
고질병 : 방금 멍청해 애들 둘을 깔아 뭉개버렸다, 캤소.
지루해 : 멍청해 애들 둘을?
고질병 : (전방을 응시하며) 예~
지루해 : (조니워커 주둥이를 빨며) 개자슥~! 또 뭔 헛소리여?
고질병 : 진짜라니 까여~ 정말로 둘을 깔아뭉개 버렸다니 까여~
지루해 : (정색을 하며) 아니, 멀쩡히 있다가 이게 뭔 지랄이여?
고질병 : (풀이 죽은 목소리로) 예, 지가 미쳤었나 봐여~
지루해 : 이 자슥은 걸핏하면 사람 갖고 논다니께~
고질병 :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진짜루 사람을 깔아 죽였어여~
지루해 :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참~! 병신 같은 놈 다 보것네~
고질병 : 상병님! 어쩌면 좋아여?
지루해 : 씨꺼 임마! (머리 위 해치를 열어젖히며) 애 쌔끼 하는 짓거리가…
지루해는 탱크 안에서 기어 나와 탱크 뒤쪽으로 다가갔다. 이미 탱크는 두 여학생을 깔아뭉개고는 10여 미터 더 가서 멎어있었다. 비릿한 피비린내가 바람결에 묻어왔다.
다가가려던 지루해는 그 자리에 붙박힌 듯 멈춰 섰다. 한 여학생은 그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으깨졌고, 한 여학생은 하반신만 갈린 채 상체를 움찔거리고 있었다. 주변 도로면은 붉은 살점과 핏물로 얼룩져 보기에도 처참하였다.
몬난이 : (두 팔을 버둥거리며 바닥을 딛고 일어서려다 지루해를 발견한다.) 사… 살… 살려… 주세요.
지루해 : (몬난이에게로 두어 걸음 다가서며 신음을 흘린다.) 어~!
몬난이 : (지루해의 눈을 쳐다본다.) 저… 으윽~! 저 좀… (그리고 기절한다.)
지루해 :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꿈틀대며 심하게 경련하는 몬난이를 뒤로 하고는 탱크위로 기어오르며) 이봐! 고질병!
고질병 : (머리를 위로 들어올리며) 옙!
지루해 : (탱크 안으로 들어서서 해치를 닫으며) 쌔끼야, 깔아뭉개려면 제대로 깔아 뿌야지 그게 뭐냐?
고질병 : (눈을 휘둥그레 뜨며) 왜여?
지루해 : 기집년 하난, 아직 살아 있잖여~
고질병 : 예에? 살았어여?
지루해 : 살았으면 뭐하냐? 아랫도리는 엉망 되었더구먼.
고질병 : (기운 없는 목소리로) 아 예~
지루해 : 빨리 한 번 더 깔아 뿌라~ 완전히 죽여 뿌란 말이다.
고질병 : 예~ 알았어여.
지루해 : (조니워커를 벌컥벌컥 들이키며) 아~ 쌔끼 이게 뭔 지랄이여?
고질병은 탱크를 후진하면서 다시 여학생들을 덮쳤다. 그리고 또 다시 전진하면서 다시 한번 더 여학생들을 덮쳤다.
그리고, 요란한…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을 남기며 가던 길을 재촉하였다.
2막 1장
멍청해국은 그야말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혀 졌다.
멀찌감치 이 사건을 목격한 이가 있어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떠들어 댔던 것이다. 덕분에 사건발생 한 시간도 채 안되어 많은 사람들이 사건현장 주위에 몰려들었다. 신문기자들이 다녀가고 방송국에서도 사건현장을 취재하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못가 이들 사건이 은폐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건발생 두 시간 만에 사건현장은 인근 경찰서 기동타격대 대규모 인원에 의해 통제되기 시작했고, 소방서에서 출동한 대형 소방차량에 의해 살육현장이 말끔하게 세척되고 깨끗하게 치워졌으며, 그곳에 언제 그런 참사가 일어 났더냔 듯이 감쪽같아 졌던 것이다.
모든 언론매체들은 이 사건에 대해 함구무언이요, 한동안은 이 사건이 잊혀지는 듯하였고, 모든 백성들은 이런 사건이 있었는지 조차 알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언론이 이런 사건을 백성들에게 알리지 않더라도 당시 이 사건의 처참한 상황을 목격했던 사람들에 의해 입에서 입으로, 그리고 카메라 혹은 디지털 영상에 담아 두었던 몇몇 사람들에 의해 인터넷의 온갖 사이트에 올려졌던 것이다.
멍청해국 백성들은 술렁이기 시작하였다. 처음엔 이러한 소문의 진상이 무엇인지 조차 헷갈리기만 하였다. 우방국이요 혈맹국으로 굳게 믿어왔던 막가파국 병사들에 의한 짓거리라 믿기에는 석연치 않았던 것이다.
멍청해국을 다스리는 윗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모든 백성들은 그들 막가파국이나 그 병사들이 다름 아닌 생명의 은인 같은 존재요 그들 덕분에 여태껏 목숨을 부지하여 왔다고 믿었으며, 그들이야 말로 진정 ‘정의와 평화의 사도’임을 귀에 따가리 앉을 만큼 듣고 세뇌되어 왔으니…
이 사건은 인터넷을 통해 널리 유포되고 그리고 증폭되어 갔다. 멍청해국 수도 한 중심에 위치한 '개똥문'사거리에서 촛불시위가 시작되었으며, 이 시위에는 날이 갈수록 참여하는 백성들의 수효가 불어갔다.
백성 1 : 몬난이와 벙글이를 살려도고~
백성 2 : 막가파 고우 홈~!
백성 3 : 탱크병을 처단하랏!
백성 1004 : 똥물에 튀겨 직일 놈들!
백성 9999 : ‘김알지’대통령은 뭐하고 있노?
백성 181818 : ‘부지깽이’ 대통령은 멍청해 백성들한테 정중히 사과하라~
은유시인 : (제법 큰 목소리로) 야이, 씨발 넘들아~
백성 696969 : 난 넘 고함 질러 싸서 목이 쇴따~
얼빵이 1 : 지금 여그 모여서 머하는 거여? 응원하남?
백성 7777777 : 에그그그그그~ 칠칠칠칠칠 맞은 것 덜덜덜덜~~~
얼빵이 2 : 아따메, 인간들 디게 많이 모였네 그려~ 오늘 먼 행사 있남?
연일 멍청해국 백성들이 떼거리로 몰려다니며 탱크병들의 여중생 학살사건을 규탄하고, ‘막가파 고우 홈~!’을 외쳐대자 마지못해 멍청해국 경찰총수 ‘문디이’가 기자회견을 통해 사건진상이라는 걸 밝혔다.
문디이 : 에, 친애하는 백성 여러분들아~ 에헴~! (물 한 컵 들이키고)
문디이 : 에, 존경하올 백성 여러분들아~ 에헴~! (손수건을 들어 안경 알 한번 닦아내고)
문디이 : 아, 거시기… 에, 사랑하올 백성 여러분들아~ 에헴~! (턱수염 한번 쓰다듬고)
문디이 : 에, 말씀드릴 것 같으면… 에,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를 톡톡 건드려 보며)
보좌관 1 : (얼른 마이크의 이상 유무를 확인한 후) 마이크 이상 없습니다아~
기자 1 : 뭐 하능교? 마이크 고장 안 났으이 후딱 말해보소~!
문디이 : 점마는 누꼬? (보좌관 2에게 기자 1을 가리키며)
보좌관 2 : (문디이 귀에 입을 바짝 들이대고) 넵! 기잡니다.
문디이 :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듯) 기자가?
문디이 : 지가 알아 본 즉슨, 에~
기자 2 : 에고~ 급한 놈 숨 넘어 가겠따. 뭐 저런 게 다 있노?
문디이 : (기자 2를 가리키며) 봐라~ 거기 너 말이다. 너 방금 뭐라 캤노? 디지고 싶어 환장한 놈 아녀?
기자 2 : (거수경례를 척 붙이며) 아입니더. 지는 아무 말도 안캤어여~
문디이 : (수건을 들어 이마의 땀을 닦아내고는) 지가 알아 본 바에 의할 것 같으면… 에~
문디이 : (단숨에 글을 읽어 내려가듯) 에, 그날 말입니다. 두 여학생이 탱크 밑으로 자살하려고 투신했따 카데여~
기자 69 : (황망히 내빼려는 문디이를 향해) 보쏘, 보쏘! 문디이양반~ 와 탱크 밑으로 기어들어 갔을 까여?
문디이 : (돌아서며) 낸들 우예 알것소? 죽고 싶으면 뭔들 몬하것소? 그라고… 당신 와 내 이름 함부로 부르고 지랄여?
2막 2장
주멍청해국 막가파군 영내 고등군법재판소 안.
내외신 기자들이 철저히 출입 통제된 가운데 멍청해국 측 검찰관 ‘우울해’중령과 ‘방자한’소령, 막가파국 측 검찰관 ‘헛기침’소장과 ‘거들먹’대령, 그 외 재판소 서기 및 정리가 입장해 있다.
이윽고 빳빳한 제복을 갖춰 입은 두 탱크병 지루해 상병과 고질병 이병이 보무도 당당히 입장하여 피고석에 앉자, 곧이어 ‘음침한’재판장과 ‘콧대커’, ‘눈부리’재판관이 들어선다.
정리 1, 2 : (동시에) 일도~옹~ 기립!
정리 1 : (정리 2를 향해 속삭이듯이) 어이~! 구령은 내가 하기루 안했나? 니는 의자 정리나 하그라~
정리 2 : (멋쩍게 웃으며) 알써~
정리 1 : (재판관들이 착석하자) 일도~옹~ 착석!
음침한 : 에~ 또~ (옆에 앉은 콧대커에게 귓속말로) 니 이 재판 끝나면 나랑 한판 쪼우는 거 잊지 말그레이~ 알긋나?
콧대커 : (히쭉~ 밥맛없이 웃으며) 옜써얼~ 당근이져~
음침한 : 에~ 또~ (눈부리 쪽에 대고 속삭이듯이) 이 재판 뭔 재판이고?
눈부리 : 옙! 탱크에 거 멍청해국 두 여중생 깔렸잖수? 그거여~
음침한 : 아! 그거? 오우케이~ 난 또 뭐라고… (소리를 갑자기 높이며) 탱크에 와 깔리고 지랄여? 지랄은…
음침한 : (물 한 컵 벌컥 들이키더니) 그래 탱크는 어디 상한 데 없고?
거들먹 : 옛써얼! 다행히 탱크는 손상이 없습니닷! 그런데…
음침한 : 그런 데라니? 어여 말해 보라우~
거들먹 : 그 탱크바퀴 있잖습니까?
방자한 : (불쑥 나서며) 탱크바퀴가 뭐요? 무시카게 스리… 프로펄러라 캐여~
거들먹 : (방자한에게 삿대질하며) 니 방금 뭐라캤노? 이 싸가지야!
음침한 : (거들먹을 제지하며) 참그라! 에, 또… 프로펄러? 거 핼리컵탄지 하는 거 말이지?
방자한 : 핼리컵타는 와 나옵네까요? 탱크바퀴라고 그걸 프로펄러라 카는 깁니다요.
헛기침 : 헛허허허허허허… 이봐여~ 방소령! 마~ 프로펄러가 아니라 마~ 캐다필다라 캐요~ 무시카긴… 쯔쯔쯔…
방자한 : 넵~! 지송합니다요. 지가 넘 흥분했거덜랑요~ 우히히히…
음침한 : 그려~ 수레바퀸지 캐다필단지 계속 말해 보라우여~
거들먹 : 옙! 캐타필타란 바퀴에 살점이 좀 붙었나 봅니다요. 그래서 비린내가 엄청 나는 것 외엔 피해가 없는 것으로 사료됩져.
음침한 : (고개를 주억거리며) 에, 또… (옆에 있는 콧대커를 바라보며) 그럼 피해가 별루 없는 것 아이가?
헛기침 : 옙! 마~ 현재로선 마~ 그리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마~ 밝혀졌습네다~ 헛허허허허…
음침한 : 그래도 탱크바퀴를 닦아 내려면 물도 있어야 할 거고… 에, 또~ 솔도 좀 안 닳겠나? 인건비도 들끼구 말이다.
거들먹 : 근데여~ 지가 조사한 바로는 그 비용을 여학생 부모들한테 청구하려 해도 소송비가 더 들 것 같네여~
음침한 : 그럼 소송을 여기서 하면 안 되것나? 내가 듬직하니 받아 줄끼구마.
거들먹 : 근데 애들 부모가 영 살림살이가… 뭔 돈이 있기나 하겠어여? 피해가 경미하니 우리 막가파국이 물져 뭐~
음침한 : (두 탱크병을 바라보며) 그래~ 너거들은 어디 다친 데는 엄꼬?
지루해 : (뒤통수 긁으며) 넵! 어젯밤 술을 쪼매 과했더니 조금 어지럽네여~
고질병 : 옙~! 염려 덕분에 편히 잘 있습니다여~
음침한 : 에, 또… 그럼 멍청해국 입장도 함 들어 봐야지? 어이~ 우울해 중령 한마디 해 보슈~
우울해 : (우울한 표정을 한껏 더하며) 지는 할말 엄씨유~ 알아서들 하시유~
방자한 : (가슴을 좍 펴 보이며) 지는 할말 있씸더~
음침한 : 뭔 말인지 함 해보구려.
방자한 : 먼저 멍청해국 입장을 대신하여 지송하다고 사과 드립져~ 그리고 애들이 와 군사 전용도로로 통학하는지 앞으론 그런 애들은 물론, 그 부모들과 학교, 그리고 관련기관까지 엄벌하도록 하겠습니다요.
음침한 : 에, 또… 그럼 검찰 측 구형을 내리도록 해봐요~
헛기침 : (피고석 두 탱크병을 바라보며) 마~ 일어설 필요까진 없고… 헛허허허허허허…….
헛기침 : (재판부를 바라보며) 마~ 존경하올 재판장님~! 마~ 지루해 상병과 고질병 이병은 마~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여 오던 바, 마~ 본 사건에서는 마~ 그 어떠한 과실도 인정할 수 없는 바, 마~ 무죄를 구형하는 바 입니다. 마~ 이상입니다. 헛허허허허허허…….
음침한 : 에~ 또~ ……. 마지막으로 피고는 진술할 내용이 있는가?
지루해 : 넵! 없습니닷~!
고질병 : 옙~! 지도 이의 없습니다욧~!
음침한 : 에, 또… 그럼 본 재판은 여기서 결심을 속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리 1 : (두 피고를 향해) 피고들은 기립해 주셔여~
음침한 : 에, 또… (두 피고를 향해) 피고 상병 지루해!
지루해 : 넵!
음침한 : 에, 또… 피고는 본 사건과 관련하여 고의성이 전혀 인정되지 않는 바, 따라서 과실에 대한 그 어떠한 처벌도 주어지지 않는다. 에, 또… 따라서 본 법정은 피고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이상!
음침한 : 에, 또… 피고 이병 고질병!
고질병 : 옙~!
음침한 : 에, 또… 피고는 본 사건과 관련하여 고의성이 전혀 인정되지 않는 바, 따라서 과실에 대한 그 어떠한 처벌도 주어지지 않는다. 에, 또… 따라서 본 법정은 피고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이상!
2막 3장
막가파국 군법재판을 통해 이들 살인 탱크병들이 무죄로 방면되자 멍청해국 백성들은 진노하기 시작했다.
백성들은 연일 막가파국 국기 ‘선좃기’를 불태우며 부지깽이 대통령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막가파 고우 홈~!’을 외쳐대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케 했다. 마침 멍청해국엔 제 61대 대통령 선거가 임박해 있었다.
먼저 멍청해국 국방부 대변인 ‘믿거나’와 검찰총장 ‘허멀건’의 성명서가 나왔다.
믿거나 : 사건당시 막가파 병사 지루해 상병과 고질병 이병이 몰던 탱크는 군사전용도로를 이용한 작전임무 수행 중이었으며, 탱크 밑으로 두 여학생이 자발적으로 뛰어 들어간 것을 제지할 새가 없었다는 것이 증명된 사건인 만큼, 더 이상 이 사건의 시시비비를 가린다는 것이 의미 없음을 밝혀 드리는 바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이상입니다.
허멀건 : 지는 예~ 여러 가지 경황을 미루어 짐작해 봤뜨랬습니다, 예~ 그 여학생들 말입니다 예~ 왜 하필이면 그 시간에 그 탱크 밑으로 뛰어 들어갔을까 하고 말입니다, 예~ 거 디지고 싶으면 목매달아 죽던지, 아니면 강물에 뛰어 들 것이지 왜 하필이면 탱크 밑으로 뛰어 들어가냐 그말입니다. 예~ 다행히 그들 탱크병들이 다치지 않아 망정이지 다쳤드라면 이거 우리 입장 드럽게 될뻔 했다지 뭡니까 예~
곧 이어 현직 ‘김알지’ 대통령도 대변인 ‘고도리’를 통해 성명서를 발표했다.
고도리 : 본인은… 대 멍청해국의 대통령으로써… 이번 사건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해드리는 바이올시다. 본인은… 두 여학생들의 유가족들과 백성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해드리는 바이올시다. 본인은… 아울러 막가파국과 부지깽이 대통령각하께도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 전해드리는 바이올시다. 본인은… 아울러 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 백성들이 더 이상 왈가왈부할 경우,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 발생할 것임을 경고 드리며, 그만큼 했으니 이제 됐습니다. 만세~! 우린 할 만큼 했습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 우린 최선을 다했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백성 여러분덜아!
그리고 대통령 선거를 댓 달 앞둔 각 정당의 후보들이 각자의 견해를 밝혔다.
창 후보 : 이번 재판결과 몹씨 못마땅합네다. 무죄가 뭡네까? 최소한 징역 1년은 때려야 마땅한 거 아닙네까?
현 후보 : 아따메~ 그 열기~! 그 열기 몽창 모아 지한테 주소~
길 후보 : 막가파국으로 쳐들어 갑시다구료~ 내가 방패막이가 되어줄 터인즉슨…
동 후보 : 제 경험으로 비추어 보면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사건이었꾸마
규 후보 : 뭐 이 따윗 것들이 있어? 그 카면 안 되지~~~~~~~~
똥 후보 : 오직 한마디만 하것소~ 똥물에 튀겨죽일 잡 것들여~
마침내 국제 여론을 의식한 듯 막가파국 ‘노리끼리 하우스’에서 부지깽이 대통령의 유감표명이 발표되었다.
부지깽이 : 미안 쏘리~
단 한 마디뿐이었다.
요상한 나라 이야기
- 끝 -
2002/12/13
***************************************************
신효순^심미선 탱크살해사건
사건개요 및 진행경과
2002년 6월 13일 오전 10시 45분경, 경기도 양주군 광적면 56번 지방도에서 미 2사단 44공병대 (캠프 하우즈) 소속 미군 장갑차(운전사 워커 마크 병장, 36세)가 앞서 가던 여중생 신효순(14.조양 중 2년), 심미선(14.조양 중 2년)양 등 두 명을 치어 그 자리에서 숨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양 등은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 생일잔치에 가기 위해 갓길을 걸어가던 중이었고, 미군 장갑차의 오른쪽 궤도부분에 치어 장갑차가 몸을 그대로 밟고 지나가 어린 꿈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억울하게 죽었다.
주한미군은 훈련 도중에 일어난 사고라고 하여 자체조사를 진행하였으며, 진상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압적인 태도로 유가족을 회유 협박하는 등 파렴치한 행동을 보이고 있어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더욱이 자신들은 훈련 규정을 어긴 일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어 유가족을 비롯하여, 시민사회단체가 강력한 반발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군측은 며칠 뒤인 6월 19일, 한미합동수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현장 브리핑에서 매우 성의 없게 진행된 것에 대한 비난여론 때문인지, 미 2사단장이 유가족에게 사과한다고 말하고, 이번 사건의 책임은 운전사만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좁은 도로에서 무리한 교행을 지시한 지휘체계에 있음을 시인했다. 하지만, 책임자에 대한 자체처벌 문제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하고 사건의 진상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서도 여전히 분명치 않은 대답으로 일관하였다.
이에 유가족 및 언론에서 제기한 의문사항이 많았지만, 미군 측에서 시간을 제한하고 일방적으로 끝나는 바람에 의혹과 대책, 그리고 책임자 처벌문제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끝났다. 가족들은 이번 발표 역시 유가족들이 납득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보고, 보다 명확한 진상조사와 부시 대통령 명의의 공식 언론매체를 통한 공개사과를 요구하였다.
***
촛불시위
효순^미선이 살려내는 SOFA 개정 그날까지
거대한 절벽 아래 작은 들불로 타오르던 국민의 함성.
“미선이를 살려내라, 효순이를 살려내라!”
촛불에 담은 소리 없는 함성이 서울 광화문을 뒤흔들었다.
12월의 함성은 6월의 붉은 물결보다 더 뜨거운 분노의 파도가 되어 일렁였다. 불평등한 한미관계 개선이 국민들의 하나 된 소망으로 분출된 것이다. 절벽 뒤에 꼭꼭 숨어 국민들을 지켜보던 미국도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
마침내 김대중 대통령도 SOFA 개선을 내각에 지시했다. 이제 국민의 함성은 비온 뒤 ‘무지개’로 결실을 맺을 것인가. 그러나 절벽은 여전히 우리 앞에 우뚝 서 있다. 절벽은 다소 흔들렸지만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SOFA 개정을 위한 들불의 타오름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여전히 미군이 내버린 기름 찌꺼기가 대한민국 산하를 더럽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들은 지켜보고 있었다. 먼발치에서 들불이 스스로 꺼지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들불이 쉬지 않고 타올라 태산을 뒤엎는 활화산으로 폭발하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서울 광화문의 밤거리는 조용히 잠들 수 없는 것이다. 이 땅에 제2의 효순이와 미선이가 나오지 않기 위해, 들불의 함성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광화문에서, 용산 미군부대 앞에서, 대구에서, 광주에서, 부산에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마침내 거대한 절벽이 무너지고 먼 하늘에 환한 ‘무지개’가 떠오를 그날까지….
***
촛불시위에 참가했던 한 시민의 말
날씨는 추웠고, 촛불 든 손은 시렸지만, 그래도 아이는 사람들이 차도를 따라서 걷는 것이 신기했는지, 끝까지 가자고 합니다. 의성군 중앙통을 한바퀴 돌고 다시 집회장소로 오니, 해는 사라지고 손에 손에 촛불만이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효순이와 미선이의 사건개요와 주한미군주둔협정이 얼마나 허술하고, 평등이라는 원칙에 위배되는지, 전교조에서 만든 비디오를 의성역 광장에 그냥 쭈그리고 앉아서 관람하였습니다. 엉덩이는 시려왔지만, 머리에는 왜 그리 열이 나는지 자꾸 전시된 사진이 눈앞에서 어른거리고 내 아이가 만약 저런 일을 당했다면 하는 생각에 촛불을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니, 저 역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불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추모집회도 끊이지 않게 해왔고 소파개정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지만,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불신은 대한민국의 소수에 대한 불신인 것 같습니다. 국민들의 요구가 그렇게 일렁이고 물결이 치는 반면, 이들은 부속서에 몇 줄 추가하는 형식의 개선책을 정치적으로 발표하고 그것으로 되었다고…, 국민에게 이젠 안심해도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협정 원문에 표기된 사항도 지키지 않으면서 말이지요.
큰아이가 효순이와 미선이의 사진을 보더니, 탱크는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봅니다. 그 탱크 누구 거냐고? 아마 어디에 있다고 알려주면 숨기려고 했나 봅니다. 밉고, 무서웠겠지요.
행사를 위해 늦은 시간까지 수고해주신 ‘의성군 농민회’와 ‘의성전교조’ 관계자분들께 행사에 참여한 가족을 대신해 감사말씀 드립니다.
***
숫자로 보는 1주년 촛불행진
- 한미SOFA개정 서명자 수 : 200만 명
- 6.13 추모대회 준비위원 수 : 20만 명
- 전국 해외 동시다발 촛불시위 : 총 8회, 100여 곳
- 1년간 촛불시위 참가자 수 : 500만 명
- 여중생 사건사진 배포 : 1500세트
- 홍보선전용 비디오 배포 : 1000개
- 미국 바로알기 10종 포스터 : 670세트
- 촛불시위 구속자 수 : 3명
- 촛불시위 불구속자 수 : 3명
- 체포영장 발부자 수 : 5명
- 소환장 발부자 수 : 22명
***
성명서
미국 국방부의 ‘여중생’비밀선전획책 음모를 규탄한다.
미국 국방부가 여중생 살인 사건으로 촉발된 한국 내 반미감정에 대처하기 위해 비밀 선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미국 국방부의 비밀 선전 전략은 미국에 우호적인 기사를 쓰는 언론인들을 매수하거나 친미시위를 조직하는 일 등이 있고, 이를 통해 미국에 호의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일반 대중과 정책결정자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이다.
반인륜적인 살인을 저지르고 그 살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나라가 이제 와서는 여론조작까지 하려 하다니! 미국의 부도덕성과 범죄행각은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미국은 한국민의 분노와 세계 시민의 분노를 더욱 크게 할 뿐인 비밀 선전 음모를 즉각 중단하라!
미 국방부가 다른 나라들의 반미정서에 영향을 미쳐 미국에 호의적인 여론을 조성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 국방부는 지난 2월 외국 기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줘 외국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던 국방부내 전략영향국을 신설했다가 논란 끝에 폐쇄했다. 이렇게 미국의 영향력을 행사하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도덕한 방법으로 여론을 조작하려는 미국의 음모는 전 세계의 반발과 규탄으로 저지되어 왔다.
그런데 이번에 또다시 이러한 음모를 획책하고 한국에서는 ‘여중생’ 특별 여론조작대책을 강구한다하니, 미국의 부도덕성과 전 세계 민중을 무시하는 오만함에 더더욱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이러한 국방부를 통한 비밀선전전략 따위를 행동에 옮긴다면 자신의 무덤을 파는 결과가 올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모략과 여론조작은 전 세계 민중과 한국 민중의 정의 앞에 여지없이 파탄 나게 되고, 미국에 대한 반대여론을 키울 뿐이다. 미국은 인간의 양심이 남아있다면 어리석은 비밀 선전 전략 따위를 중지하고 미선이, 효순이 부모님 앞에 사죄하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부도덕한 여론조작 따위를 미국이 행하게 된다면, 한국민은 이를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다!
2003. 1. 20
미군장갑차 고. 신효순^심미선 양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
***
미국 CBS의 왜곡보도 규탄한다.
미국 CBS의 고의적 왜곡과 오만한 보도자세를 규탄한다!!
지난 10일 미국 CBS 방송의 보도 특집프로그램 ‘60Minutes’에서, ‘양키 고 홈’이라는 제목으로 대한민국 국민들과 한국내의 미군 만행을 왜곡하는 프로를 방영하였다.
이 프로그램에서 ‘성조기가 찢겨지는 모습. 미군병사의 폭행위협 증언. 미8군 사령관의 눈물. 반미노래. 국민들의 부시에 대한 두려움’ 등을 보여주었다. 또한 유재건 의원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1950년대 한국은 아버지가 필요한 아기였습니까?’ ‘이제는 더 이상 아버지가 필요하지 않다는 거군?’이라 하면서 미국을 아버지로, 한국을 보호가 필요한 아기로 표현하면서 한미관계에 대한 한국정부의 입장에 불만을 표현하였다고 한다.
이 보도 이후, 한국영사관과 유엔주재 한국대표부에는 ‘한국전쟁 참전을 후회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라는 주장에서부터 ‘한국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라는 등 항의 전화와 메일이 쇄도하여, 반한 감정이 고조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공정보도를 하는 것이 얼마나 언론의 소중한 사명인가 하는 것과 미국의 일방주의가 얼마나 위험한 수준인가를 보게 된다. 또한 미국인들이 한국민을 어느 정도로 무시하고 있고, 시혜자로서의 의식이 팽배한가를 보게 된다.
언론이 잘못하면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뀐다. 언론이 한 면을 보고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자신의 입맛에 맞게 보도하면 그에 따른 악영향은 막대하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번 보도는 분명한 사실의 고의적 왜곡으로 본질을 가리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억울한 죽음과 무죄선고까지, 사건 이후 줄기차게 보여준 미군의 오만한 모습은 한 장면이라도 보여주었는가? 눈물을 흘리며 감정을 자극했던 리언 J. 라포트 주한미군 사령관이 ‘피의자들에 대한 미 군사재판의 절차는 공정했다.’라고 말하는 오만한 모습을 내보냈는가? 우리 국민의 분노를 알기위한 인터뷰를 했는가? 도대체 무엇이 한국민들이 시청 앞에 모여 대형 성조기를 찢고 자연스럽게 노래를 부르게 만들었는가를, 알고자 했는가 하는 것이다. 폭력위협을 당했다고 하는 병사의 증언이 사실 확인을 하였는가 하는 문제이다.
작년 6월 이후에도 얼마나 많은 미군범죄가 계속되었는가를 알고 있는가? 지금도 한국 땅에서 미군들은 어깨 펴고 당당히 활보하고 있다. 전직 국회의원을 지하철에서 폭행하고도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한 것이 미군이다. 사실관계를 분명히 확인하였는가? 자극적인 화면으로 미국인의 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려 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진실을 찾는 언론의 사명을 다 하고자 하였는가?
미국의 일방주의는 ‘하버드 주한 미 대사’의 인터뷰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워싱턴이 한국의 문제를 고민하는 만큼 한국의 젊은이들이 고민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는 주장은 우리국민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발언이다. 우리 국민에게 더욱 위협이 되고 답답한 문제가 미국에 의해서 저질러지는 범죄와 전쟁위협이라는 것을 알려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입장만을 강변하는 모습뿐이다. 더구나 이것이 한국에 머물고 있는 대사의 발언이라는 것이 우리국민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수준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느끼게 한다.
또한 유재건 의원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 발언은 한국이 아직도 자신들의 영향력과 통제아래에 있어야 한다. 라는 사고이며, 한국민이 미국과 동등한 지위를 요구하는 것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다. 도대체 한국을 어떻게 보기에 자신들이 아버지이고 우리는 아들이라는 식의 표현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게 오만한 입장으로 제작한 프로그램에 진실은 담길 수 없다.
여중생범대위는 광화문을 비롯한 많은 장소에서 미국의 언론을 만났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인터뷰를 거부하였다. 그 이유는 기자들의 질문에서부터 균형감각을 잃은 자세를 보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러한 기자의 자세는 취재보도 프로그램이 아닌 짜깁기된 왜곡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것이다.
CBS를 비롯한 미국 내 언론은 여중생 살인사건의 진상과 그로인해 촉발된 한국민의 분노의 본질을 왜곡하는 일면적 보도와 왜곡, 비방하는 보도자세를 버리고 진실을 찾아 알리는 언론 본연의 사명에 충실하여 한국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미국의 일방주의 반대! 전쟁위협 반대의 목소리를 직시하여야 할 것이다.
2003. 2. 11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심미선 양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