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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1
여러분 난 정말로...겁만 주려고 했어요.
흥...난 당신 무덤을 당신 스스로 파고 있는 줄 알았소.
“2024년 대명천지에 계엄령을 선포하다니!
전두만 대통령의 계엄 선포 그 TV 자막을 본
민우는 처음엔 딥페이크[deepfake]인 줄 알
았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가만히 창밖을
내다보았다. 밖은 조용하고 평온했다. 전쟁도
안 일어났고, 홍수나 지진 같은 천재지변도 없
었다. 그저 평화롭고 아늑하기만 한 밤이었
다. 그런데 계엄령이라니.
이내 전두만이 나타나 하는 계엄령 방송…파렴
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 척결 운운하는 그런저런
괴변을 마구 쏟아내자. 명희가 식탁에 놓인 스테
이크에 칼집을 오 센티미터 정도 내자 접시 위로
피가 흥건히 고였다. 이를 지켜보던 민우는 웨이
터가포도주잔을 채우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런 걸 저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고 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명희는 아무 대답도 없이 스테이크를
잘게 썰어 입에 놓는다. 민우는 이런 명희의 모
습을 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뭐라고 말을 계속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한입 베어먹을 때마
다 명희의 목구멍에서 새어나오는 탄성 때문에
민우는 명희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민우는 이런 명희가 침대에서는 어떨지 궁금
했다. 그런데 질문은 다소 엉뚱하게 했다.
[이런 전두만의 패턴은 낮과 밤이 벌이는 포커
판 같지 않나요?]
이번에도 아무 대답이 없을 거로 생각하면서도
민우는 이렇게 물었다. 그러나 뜻밖에 명희는
[우리는 전두만이 벌이는 이 포커판에 밤인
가요? 낮인가요? 그리고 우린 한낱 운명에 휘
둘리는 에이스(A)인가요? 아니면 조커
(Joker)인가요?]
민우는 비디오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은 걸 후회
했다. 다음 날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자세히
해줘도 믿지 않을 텐데
명희가 툭 던진 말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죽
은 양심이다!> 같아서 몇 번이나 말하지만 스테이
크보다 몇 배 맛있고 멋있었다.
나는 나의 행동에 따라 비루[鄙陋]해지기도 하고
존경받는다. 그러기에 자신의 행동은 자신의 지성
이다. 그러기에 생각하는 것은 느끼는 것이고. 느
낀 것은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나타난다.
TV 화면엔 국회 앞으로 시민들이 점점 더 많이
몰려와 국회 정문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계엄 철
폐를 외친다. 그중 한 남자가 군 장갑차 앞을 가로
막고 <지나가려면 나를 넘고 가라!> 한다. 그 모습
을 보고 너도나도 더욱더 고래고래 계엄 철폐를
외친다. 모두 장갑차를 가로막은 사람을 뚫어지라
쳐다본다. 그 끌어 오르는 분노 속으로 불쑥 쳐들
어가기라도 할 것처럼, 점점 커지는 계엄 철폐 그
함성들이 일제히 폭죽처럼 터져서 이 불안과 걱
정을 단숨에 덮어주기라도 할 것처럼
[정말 맛있어요, 몇 번이나 말하지만 생고기보다
맛있는 건 없다니까요.]
명희는 뼈를 뜯으면서 말했다. 명희는 꿀을 빨아
먹듯이 뼈를 갉아먹었다.
[다 드신 모양이네요.]
[네 오랜만에 맛있게 먹었어요.]
민우가 명희를 만난 건 불과 며칠 전이었다.
명희는 D 종합 광고대행사 카피라이터이었는
데 민우의 시를 쓰고 싶다 해서 그들은 온라인
으로 몇 번 대화했지만, 한 번도 만난 적은 없
었다. 그런데 며칠 전 민우가 그의 페북에 올
린 영화 <서울의 봄>의 마지막 국면, 주인공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은 남은 부하 100명으
로, 쿠데타 성공 직전에 있는 전두광(전두환
이 작품 안에서 이 이름으로 나온다.)과
대결을 벌인다. 그때 심복 부하가 “더 이상
무리이니 병사를 헛되이 죽게 하지 말아 달
라”고 호소한다. 그러나 이태신은
“우리는 군인이다. 무엇 때문에 군복을 입고
있는 것인가? 이런 폭거를 막기 위해서가 아
닌가?”라고 말하며 전두광의 부대 쪽으로 향
한다. 이 영화, 이 장면에, 대해서 서로 DM을
주고받다가 가까워졌다.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D 광고대행사와 저작
권 문제로 민우는 회사방문 해 명희를 만났고,
마침 점심시간이 되어 구내식당에서 마주 앉아
점심을 같이 먹게 되었지만, 그는 그녀가 마음
에 든 건 아니었지만 점심 먹는 내내 민우의 마
음을 사로잡는 뭔가가 있었다. 복도를 걸어가
는 명희를 흘깃 훔쳐보았을 뿐인데도 단발머
리, 따뜻한 눈길, 큰 유방, 작고 둥근 코가 눈
에 들어왔다. 민우도 수많은 구혼자들처
럼 명희 같은 여자를 원했다. 그래서 더 알
고 싶은 여자다! 그 정도이었는데, 뜻밖에
그녀가 먼저 데이트 신청을 했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이 동숭동 레스토
랑에 있게 된 것이었다. 식사가 끝나자,
민우가 커피 마실까요? 하니 그녀가 좀
걷다가 한적한 좋은 곳에서 커피를 마시
고 싶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500m 정도 아래로 더 걸
었을 때 그들은 카페에 도착했다. 카페
옆에는 소극장들이 띄엄띄엄 들어서 있
다. 이곳은 젊은이들의 거리로 활기차고
편안한 곳이다. 이윽고 커피를 주문하고
커피가 나와 한 모금 마실 때 그녀가 화
장실 갔다. 문득 여의도 국회 시위 현장
이 궁금한 민우가 휴대전화로 MBC를
켜니, 실시간으로 여의도 시위 현장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시위군중의 탄핵,
탄핵 외침 속에서 20.30쯤 되어 보이는
긴 머리 여자 하나가 불쑥 일어나 하루
빨리 이 계엄령을 철폐해야 K컬처, K관
광, K문화콘테츠가 중단없이 세계 속
에 자리 잡을 텐데. 지금 K민주주의와
K경제가 위기에 처했다고 외친다. 그러
나 긴 머리 그 여자는 그것 말고도 뭔가
더 있었다. 수줍음은 칙칙한 검은 바지
정장에 감추고 양 갈래로 묶은 머리를
목덜미까지 늘어뜨리고, 얼굴엔 웃음기
라고는 없지만 그렇다고 두려운 빛도
없었다.
화장실에서 돌아온 명희가 민우의 영상
을 어깨너머로 보면서,
[저 여자는 호랑이 속에 감춘 새끼 고양
이 같아요,]
[그럼, 명희 씨는? 명희 씨는 누구를 닮
았나요?] 민우가 물었다.
[전 저를 가장 많이 닮았지요] 그녀가
웃었다.
[전 친구가 많아요, 특히 남자가 더 많아
요. 남자들이 좋아요! 그게 문제지요.]
[당신이 남자 여자 모두를 너무나 좋아
하게 되어 다 좋다고 말할 수 없을 지경이
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저는 둘 다 좋아할 거지만 나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해 주는 남자를 진짜로 좋아할
거예요. - 두고 봐야겠죠. 왜, 안 될까요?]
[제 입사 동기 남자는 벌써 부장이 되었
는데 저는 아직도 과장이에요.]
[음, 전두만은 대통령 후보자 시절엔 ‘공
정과 상식’을 내세웠지만 대통령으로 당선
된 후 역차별을 이유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했던 것처럼, 젠더 갈등은 공정성 담
론과 맞닿아 있기도 하지요.]
[맞아요, 그 뒤에 일베 커뮤니티에서 ‘된
장녀’ 같은 여혐이 시작됐고, 메갈리아·여
성시대에서 ‘한남충’이 나왔지요. 여혐과
남혐 신조어들은 일일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지요. ‘집게손’이나 ‘숏컷 페미’ 공격처
럼 사소한 불씨도 증오로 번지기도 했지요.].
[이런 급진 페미즘은 취업난과 불평등 때
문인데, 특히 익명의 인터넷 세계에선 혐오
가 무차별 확산하고, 자기편 얘기만 듣는
확증편향이 심한데 어때요, 이참에 우리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으로 가 보는 것
어때요?]
[좋아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으로 가려는 계획은
없었다. 그런데 그 곳을 지금 있는 동숭동에
서 제일 빨리 가려면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하
는데,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뉴스로는 사람
들이 너무 몰려와 여의도역을 무정차로 통
과하고 있다고 해서, 택시를 타고 마포구 신
정동에서 내려, 서강대교를 부지런히 걷는
데, 서쪽 철새 도래지 밤섬 공원엔 불은 밝은
데, 철새들은 이미 잠자리에 들었나 한 마리
도 보이지 않는데, 저 멀리 여의도 윤중로는
휘황찬란하다. 여의도가 가까워질수록 민
우는 저와 같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
으나, 돌아가는 사람도 간간이 있어도
그저 바삐 걸었다.
그러나 민우는 어쩐지......아마도 명희와
처음 걷는 길이어서 설레기도 했으나, 초저
녁의 달빛마저 구름에 가린 정국, 그 긴박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 가는 길이어서인지,
비상계엄에 대한 분노와 순리에 헷갈리고
정의에 유혹 되었다.
아무튼 사람들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서 극악무도한 이 비상계엄 철회를 위한 시
위 모임을 하는 것이 너무나 미약하거나
막연하더라도, 그것은 최소한 전에 누렸거
나 앞으로 누려야만 하는 가치에는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미미할지라도 거기 모인 모
든 사람은 당찬 진실에서 우러나오는 태도
였는데, 그들은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다짐하고 싶은지 긴 머리 아까
그 여자의 선창에 따라서 이번엔 K-pop
을 모두 따라 부른다.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
특별한 기적을 기다리지 마
눈앞에 선 우리의 거친 길을
알 수 없는 미래의 벽
바꾸지 않아
포기할 수 없어
변치 않을 사랑으로 지켜줘
상처 입은 내 맘까지
시선 속에서 말은 필요 없어
멈춰져 버린 이 시간
그 합창이 떼창이 되어 잦아들 즈음
<명희>가 불쑥 단상에 뛰어 올라서서
고래고래 외친다. [45년 전 전두환 일당
의 계엄을 곧바로 단죄하지 못한 그
후과(後果)로, 전두만이 이런 망동을 또
저지른 게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앞으로
는 이런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도록
일치단결하여 윤석열을 반듯이 끌어내
단죄합시다. 계엄 철폐! 계엄 철폐!]
와우 어디서 이런 용기가......그녀 앞
에는 환호와 박수가 굽이치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는 여기 올 때부터 이러
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민우는 감탄하
듯이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왜 나서지
못하고 박수만 쳤을까?
남자에게는 있을 수 있어도 여자에게
는 있을 수 없는 어떤 행동에 대한, 편
견과 찬사가, 빛과 어둠에서 은밀히 교
감하듯이, 나의 고정관념도 언젠가는
나의 몸서리 되어 돌아오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의 몫이던 그 고정관념도
한번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비록 더 큰 절망을 가져온다고 할지라
도.
아무튼, 대한민국 미래가 염려되어
국회 앞에 모인 약 삼천 명의 군중들
이 이구동성으로 마음의 등불을 밝
힌다. 계엄 철폐에 대한 나의 진정한
의미란 이 억압과 폭력으로부터 자유
라고.
진정한 자유란 몸으로 느껴야 한다.
내 자유란 심원(深遠), 바로 어떤 일을
마음으로 바라는 것이기 때문에, 나의
꿈이 불의와 폭력 앞에 굴복한다면,
나의 자유는 종이호랑이일 뿐이다.
2
김멍희...내가 정권을 잡으면 거기는 완
전히 무사하지 못할 거야!
이명수 기자...거기란 누구인가요? 혹시
저인가요?
김멍희...전 명태균 선생님을 믿어요. 그
분의 혜안을 믿어요.
민우는 김명희 씨를 생각하니 문득 그가
2024년 에 썼던 소설 <후예 1 시산군,
179 페이지>가 떠올랐다.
미신은 나라를 어지럽히는 근본이요,
점은 만사를 그리치는 원인 이옵니다.
그런데 용산 궁의 애첩 김 씨가 용산을
미신과 무당에 이끈 장본이라고 하니 기
가 찰 노릇입니다. 하(夏)나라 걸 왕은 그
의 말희(妺喜) 왕비가 망쳤고, 상(商)나
라 주왕(紂王)은 포사 유왕의 왕비가 망
쳤고, 당나라 명황(名皇)은 양귀비가 망
쳤으니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니(仲尼: 공자)가 이르기를 “나라가
흥하려면 반드시 착한 신하가 나고, 망
하려면 요망한 계집이 생긴다.” 하였
으니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를
떠올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중니의 말에 김
씨가 생각났다. 그리고 이 비상계엄이 없
었다면 나는 후예 3 <자작나무 숲>을 지
금쯤 다 썼을 것이다. 나는 이 비상계엄을
쓰기까지 심한 갈등과 번민해야 했다.
그러나 누군가가 기록해야 할 이 역사적
사건이었기에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
사관[史官]의 심정으로 이것을 쓰기로
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현직 대통령이고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아주 많고 아직
헌법재판소에서 이 탄핵소추안이 인용
되어 파면된 게 아니기에 그냥 철퍼덕
주저앉을 때가 서너 차례 있었다. 그러
나 그 알 수 없는 정치 상황도 한번 홍
역을 치러야 제자리를 잡을 거라고
그때마다 나는 생각 했다. 이렇게 자
유민주주의는 자라는 거라고 그 고통으
로 인하여 우리의 정치와 경제도 좀
더 나아질 거라고.
*
이튿날, 정동 카페를 나와 정동을 말
없이 걸었다. 미 대사관 언덕을 넘을 때
본 명희의 긴 머리에 소슬히 눈이 쌓였
다. 아마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명희와
나의 발자취에도 정이 그만큼 쌓였을
것이다.
택시를 타고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가
까워지자 여의도 광장에 모인 군중들의
함성이 하늘을 찌른다. 윤석열을 탄핵
하라! 하루빨리 탄핵하라는 함성이 하
늘을 찌른다. 화장실도 갈 겸 순복음
교회 앞 호텔 커피숍에 들어갔다.
커피를 마시면서 명희가 전두만의 부인
[김멍희 씨가 서울의 이명수 기자에게
했던 말! 제가 메일로 보냈는데 받아 보셨
나요?]
[네 받았어요, 감사해요, 미신은 나라를
어지럽히는 근본이요.
점은 만사를 그르치는 원인인데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걱정에요.]
[내가 정권을 잡으면 거기는 완전히 무사
하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거기! 거기란
누구일까요?]
[아마 평소에 김멍희 씨에게 밉보인 국
회의원이 아닐까요?]
[하긴 요즘 검찰은 완전 조폭같이 보스
가 죽으라면 죽는시늉까지 하니, 그런 엄
포를 놓을만하네요.]
[야당 국회의원이 그동안 그녀의 주가
조작, 고가의 디올백 수수,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민간인 명태군을 통한 국정
개입 등을 끈질기게 파고들어도 검찰이
불러 수사조차 안 하니, 특검으로 이 사
건을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고 했어도
번번이 전두만이 거부권을 행사해 좌절
시켰잖아요.]
[전두만이 그렇게 거부권을 행사한 배
후에는 아마도 김멍희 씨가 있다고 봐요.]
[전두만이 스스로 김멍희 씨를 보호하
려고 했거나, 김멍희 씨 협박이나 애원
가령<내 힘이 아니었으면 당신이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는가? 그렇게 윽박
지르면 전두만도 그게 사실이니까 네네
당신 뜻이라면 그렇게 해야죠.] 그랬
지 않았을까요?
[그러니까 김멍희 씨는 노골적으로 용
산궁에 심어놓은 심복들을 통해 국정 상
황을 보고 받고 지침을 내려서 이 나라
대통령은 전두만이 아니라 김멍희 씨라
는 말은 전두만만 모를 것에요.]
그런 김멍희 씨를 영국 일간 더타임스
는 16일, 전두만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동기가 완전히 뚜렷하지는 않지
만, 많은 한국인이 적어도 “부인을 보호
할 수단이었을 것으로 의심한다”
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그런 김 씨가 "마리 앙투아
네트"와 비교됐다고도 전했다.
레이디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
극 가운데 하나인 <맥베스>의 주인공 맥
베스의 부인으로 서구권에서는 '권력의
화신'의 대명사 중 하나다. 주술적 인물
이기도 한 레이디 맥베스는 전쟁터에서
세 마녀의 예언을 받아 온 남편을 설득
해 던컨 왕을 살해하게 만든다. 결국
마녀의 예언대로 맥베스는 왕이 되고
레이디 맥베스는 왕비가 된다. 하지만
또 다른 예언을 벗어나려는 행위로
인해 맥베스 부부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런데 그 주술, 그 광기가, 왠지 어느
틈에 전두만 대통령 부부로 옮겨져감을
느낀다. 그렇게 쓰면은 아무리 소설이
라고 해도 무리라고 누가 구시렁거린다.
그러나 그들이 맥베스를 점점 닮아간다
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대선 때 손바닥
에 王 자를 쓰고 나오더니 ,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급기야 어느 도사 주술 믿
고 아름답고 안전한 청와대를 두고 국
민의 혈세 수천억을 들여 용산궁으로
이사한 것만 보아도, 제법 오랜 세월을
주술과 같이했다는 생각을잇자, 그 문
장, 그 펜끝이 약간 기우뚱하면서 전
두만의 검찰총장 시절을 상기해보려
고, 무진 애를 쓴다. 그렇게 해도 결과
가 없으므로, 이제 혹시나 하고 그의
어린 시절에, 부모님 교훈에, 양심에 맡
겨보자고 한다. 온 나라 온 국민이 걱
정하고 있음이 확실하다, 고 의식한다.
*
당신의
사유함은 아직 더 오랜 시간을 두고
계속될 것이다. 혹시나 내 삶에도 이런
오만과 주술들이 스며 있을 수도 있으
니까, 그러니까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헌법을 아무도 훼손 못 하도록 다 같이
힘을 모을 때이다.
TV에서는 국회의원 과반인 150명이
모여 해제 결의를 하면 이 계엄령을 해
제할 수 있다 한다.
경찰이 정문을 꽉 막고 있는데 국회
의원 150명이 모일까, 정말? 그 물음
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가 먼저라도 할
것 없이 다 같이 합창으로 계엄 철폐
를 외친다. 떼창으로 계엄 철폐를 외
친다. 정말? 진짜로 그 물음이 거기 모
인 사람들이 목 터지라 외치는 밤 10시
쯤, 민우는 명희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동안 쓰고 있는 소설, "자작나무 숲”
그 소설에 홍 여사와 갑자기 인터뷰
가 잡혀 남원으로 가는 KTX에
몸을 실었다.
스치는 차창 밖이 갑자기 자작나무
숲으로 하나둘 바뀐다. 그런데 다시
그 영상이 계엄군 장갑차로 바뀐다.
전주를 지날 때부터 그 숲이 점점 깊
어지자, 소설 자작나무 숲, 서은희 그녀
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
난다.
눈발에 휘날리는 그녀가 차창으로
다가올 때 손을 내밀었지만, 번번이
유리창에 가로막혔다.
그런데 그 영상이 갑자기 계엄 철폐
그 영상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은희,
그녀의 얼굴로 바뀐다. 민우는 눈이
라도 한번 맞추고 싶어서, 눈발 속
그 차창을 맞대고 마주 앉았다. 그러
나 그녀는 달려왔다가 이내 녹아 물방
울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성에로
남은 그 물방울을 손가락으로 찍어
한입 삼킨 뒤 그 물방울에 물었다.
[언제까지 눈이 올까?]
어느새 내릴 역, 남원이라는 안내
방송에 따라 선반에 올려놓은
가방을 집어 든 순간, 그 가방도
눈처럼 보이고, 그의 눈에 그녀의
얼굴이 어린다. 볼에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녹아버릴까 봐 꾹 참
았다.
기차에서 내려 택시를 타려고
터벅터벅 걷는데, 카톡이 왔다. 혹
시 은희? 후다닥 열어보니 명희였다.
[저녁도 못 드셨을 텐데...잘 내려가
고 계시죠?]
[ 네 시골에 거즘 다 왔어요.]
[네...] 명희의 말끝이 오늘따라 흐
리다. 왜지? 왜지? 하다가 민우는 그
<네’라는 말 속엔> 두 가지 뜻이 담
겨 있다고 생각했다. 첫째는 지금
현상 유지를 운에 맡겨서는 안 된
다. 둘째는 계획 없이는 성공도 없
다. 로 들렸다.
*
그는 가까운 대학 시간 강사로 나가
는 사근동에서 삼 년째 혼자 산다. 투
룸이라 있을 건 다 있어도 여자를 만나
는 것에 대해서나, 연애하거나, 어느 여
자와 일생을 보내고 싶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서은희 그녀를 만난
후 처음으로 아, 이 여자라면 일평생을
함께해도 좋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
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어쩐지 그런 일
이 마흔 살이나, 그 이상이 되어서나 있
을 거라는 생각이다. 나의 견실한 미래
를 구축했을 때, 그 성취한 것을 그
녀에게 선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명희가 내 인생에
나타났다. 그런데 은희에 관한 생각
은 아직도 하늘이어서, 아니 오니
서글프고, 행여나 그 그리움 달아날
까 봐, 때로는 종일을 두고 바라기
도 했다. 그런데 은희는 두 달째 아
무 연락이 없다.
그런데 명희는 무엇이 달랐을까.
그녀의 무엇이 모든 걸 고맙게 만
들었을까? 그녀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친절과 밀접
함이다. 그녀는 정말 내 가까이 있
었다. 만난 지 며칠 안 되었어도 매
일 카톡이나 이메일을 주고받고
주말이 되면 그녀와 같이 영화를
보거나 박물관 같다가, 왁자지껄
한 시장에서 빈대떡이나 곱창에 막
걸리를 마셨다. 정겨움에 취하고
낭만에 취했다. 그리고 그녀는 헤
어질 때는 꼭 뭔가를 주었다.
항상 배려하고 항상 챙겨주는 관
계......그것이 우정과 사랑에 배치
되지 않는 정이라고 느낄 수 있다면,
참으로 고마운 관계이었다.
그날도 헤어진 후 집으로 돌아와
명희가 준 쇼핑백을 열어보니 내가
좋아하는 밑반찬, 멸치조림이 들어
있었다. 혼자 자취하는 것을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을까?
아무튼 이런 관계는 우정일까?
우정 이상의 사랑의 시작일까?
이런 관계와 행동에 대해서는
상호간에 공통된 관심 이상의 아
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지라
도---사회는 그 관계를 곧이곧대
로 믿지 않으리라. 다만 예술인들
사이에는 이런 사회적인 금기
를 깨뜨리고 흔히 이성과 풍요하
고도 오래 지속되는 우정을 누
리기도 한다.
인간은 인간의 모든 고민과 걱
정을 사랑이 치유하거나 완화한
다는 믿음이 있다. 그러나 사랑을
받는 것이 어느 정도 치료 효과
는 있기는 하지만, 순수하게 사랑
을 하는 것만큼 효과가 크지 못
하다. 그러므로 내가 먼저 순수해
야 한다. 그래야 나를 둘러싸고 있
는 모든 일과 사람과 앞으로 계획
도 잘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부터 나를
옥죄이는 욕심과 이기주의를 하
루에 하나씩, 일주일 만에 다 털어
낼 것이다. 그런 다짐으로 민우는
남원에 도착, 그의 서재
매안재(梅岸齋) 문을 열고 들어가
자마자 저녁도 안 먹고 곧바로
책상에 앉았다. 국회에서 전두만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하루빨리
통과되어야 한다는 얘기부터 꺼
냈다가 과(科) 학생들의 의견이 분
분해 갑자기 끝나버린 생각이 나서,
고치기 쉬운 것부터 한자 한자
적었다. 그리고 어려운 것은 제일
나중에 적었다.
다음날, 민우가 11시쯤 아점을
먹고 있을 때 킥 서비스 아저씨
가 꽃다발과 케이크를 가져왔다.
명희가 보낸 꽃다발에 붙여진
카드를 꺼내보았다. 정말 축하해
요. happybirthdaytoyou! 민우
의 얼굴이 갑자기 밝아졌다. 남
원에서도 이런 게 가능하다니..
.즉시 명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어떻게 제 생일을
알고...꽃과 케이크와 카드 잘 받
았어요. 고마워요.]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늘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젯밤
갑자기 자리를 떠, 미안하게 됐
어요.] 민우가 말했다. [동안 쓰고
있던 소설 중 한 분과 갑자기
인터뷰가 잡혀서...그런 실수는
처음이에요. 뭐라고 사과해야 할
지......]
[천만에, 사과라니요.....괜찮
습니다,]
[내일 올라가는데, 저녁에 만나
면 어떻겠어요?]
[저녁 사고 싶어요,]
[......하지만 내일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그럼 화요일은 어때요?]
명희가 말했다. [좋아요. 화요일
엔 아무 일 없어요.]
민우는 속으로 안도의 숨을
쉬며 [좋아요, 그럼 화요일에 만납
시다.]
[아, 홍 여사라는 분과 인터뷰는
언제 하나요?]
[오늘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열
이나 전주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해서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어요.]
[네, 아쉽겠어요.]
[저는 그분이 하ㅓ루빨리 쾌차하
셨으면 좋겠어요.]
[네, 그럼 편히 쉬세요. 아, 화
요일에 나눌 대화 주제를 몇 정
해서 생각하고 나와 토론했으면
좋겠어요.]
[1. 전두만이 계엄령을 결정적
으로 하게 된 이유. 2. 더불어
민주당의 현황, 이 문제 좋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좋아요. 거기에 시간이 있으면
‘젠더 갈등’도 토론했으면
좋겠어요.]
[네 좋습니다.]
그날밤, 민우는 삼십분 가까이 침
대에 누워 있다가 누가 부르기라도
하듯이 벌떡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아
비상계엄, 그 토론을 생각하니,
동안 야당이 김멍희 주가조작 수사
엔 검찰이 왜 소환을 한 번도 안 하느
냐에 대한 국민과 언론의 질타가 떠
오르면서, 동시에 전두만이 그가 제
일 아끼던 부하 전주 지검장 모창수
를 중앙지검장에 앉혀, 결국 김멍희
주가조작 등을 (검찰이 경호실 안가
에 가서 수사하는 척하더니) 결국 무
혐의 처분하는 뉴스가 머릿속에 거친
회오리치고 있음을 아뜩하게 온몸으
로 느낀다. 저 권력을 동원, 사주, 아니
부하들이 스스로 알아서 한 것 같은 이
짓거리에, 분노가 텅 빈 가슴에 빠르게
꽉 차오르는데 그걸 막는데 힘들다고,
마구 흐트러진 생각이 힘겹게 생각하
는 바를 쫓아 간신히 재생각한다.
전두만이 대선(大選) 때 캐치프레이즈
[catchphrase]로 내걸었던 (공정
과 상식)은 온데간데없다, 아 그런 그
를 애초부터 믿지 말아야 했다. 그
저 말장난에 불과한 그의 약속이 완
벽하게 갈리고 찢어져, 그를 믿었던 그
한때가 멍청해, 억누를 수 없는 자괴
감에 빠진다. 볼펜이 손에서 힘없이
떨어진다. 빈손이 수첩<명희와 토론
메모를>을 옆으로 밀치며 꾸겨
휴지통에 넣는다. 이런 생각의 혼돈
이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오
른다. 그러다가 문득, 어쨌든 생각
의 결실인, 진실을 놓쳐서는 안 된
다는 생각이 모든 불안과 걱정을 추
스른다. 휴지통에 버린 메모지 다
시 꺼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적었다.
[이 역사적 소용돌이......이 비상
계엄......자유민주주의 훼손을 절대
로 방관하지 말자.]
비상계엄 나의 독자
그대에게
이 염원의 기도가 그대에게 꼭 전
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대
는 대한민국의 최초 자유민주 수호
자로 선택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문
제는 보수와 진보 그 이분법적으로
판단해 나눌 문제가 아니고 오직 다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운동이
기에, 우리나라 헌법이 우리의 모든
기준과 판단이 되어야 합니다.
이제 각별히 선택된 그대는 이 계
엄의 좌우 대립의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법치주의에 첫
발을 내디디십시오. 그 의무란 법치
주의를 그대의 친구 동료들에게 전
파 강조하며 이 혼란을 헌법안에서
해결하자고 외치는 일입니다.
어느새 화요일 오후가 되었다. 민우
가 명희를 기다리는 카페, 고요한 실내
에, 페티김의 이별이 끝나고,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가 흐른다. 오늘
따라 음악도 갈림길보다 외길이 좋은
가 보다. 오늘, 또, 좋은 일이 일어날
날 것 같은 조짐이다. 환한 얼굴 환한
미소에 편안한 데님과 귀여운 블라우
스, 플랫 슈즈를 신고 카페로 들어오는
그녀의 모습이 그런 예감을 준다. 그
리고 그저께 먼저 이 토론을 제안한
그것이 그 예감을 뒷받침한다.
[정말 귀여워요!] 민우가 고개를 저
으며 말했다. [퇴근 후 바로 왔는데도
예쁘게 바 주셔서 감사해요.] 명희가
허스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명희
씨 저녁식사하러 가기 전에 한 분 소
개할 사람이 있어요.] [누군데요?]
[아 저기 오네요, 인사하시지요,
내 친구 D 일보 김 기자.]
[안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