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을 깨는 웰빙 식당
강원도 동해의 산야
시에서 모범업소 맛 집으로 선정해 인터넷을 보고 찾아오는 손님이 많은 산야. 그간 각종 신문이나 방송에서 맛 집 소개하고 싶다고 제의가 들어왔지만 모두 거절했다. 하지만, 배드민턴 매거진은 배드민턴 동호인들의 잡지이기에 선뜻 응할 수밖에 없었다. 전국 배드민턴 동호인들이 동해에 올 일이 있으면 꼭 한번 들러달라는 주문이다. 한 끼 식사도 식사지만 무엇보다 배드민턴에 관해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과 손님의 취미가 하나 되는 순간이다. 출처/배드민턴 매거진 10월호. 글 김용필/사진 류장환 기자.
동해의 색다른 맛 자연산쌈밥
동해 묵호항으로 향하며 산야에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찾아 가느냐고 물었더니 아파트 상가에 있는 식당이라는 소리에 다소 실망스러웠다. 청정 바다 동해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게 바로 싱싱한 해산물이 아니던가. 그런데 아파트 상가라니 그저 그런 밥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산야를 그렇게 찾아갔다. 아파트 상가라고는 하지만 큰 대로변에 자리 잡고 있어 아파트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산야의 주인장 문진환(56)·김금복(51) 부부가 반갑게 맞는다.
메뉴판을 보니 10여 개의 음식들이 나열돼 있다. 그중 가장 먼저 눈이 간 게 자연산싼밥이다. 아니나 다를까 산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사장님 내외분도 자연산쌈밥을 꼽았다. 동해의 싱싱한 생선과 쌈밥의 만남이 곧 자연산쌈밥의 비밀이었던 것. 그야말로 쌈밥에 관한, 동해에 관한 고정관념을 살짝 깨 주는 식단인 셈이다. 웰빙 시대를 맞이해 진정한 웰빙 식사가 바로 자연산쌈밥인 것이다.
쌈밥의 기본은 뭐니 뭐니 해도 채소다. 산야의 야채는 100% 무공해 유기농으로 직접 재배해 식탁에 올리는 것이라 싱싱하다. 보통 10-15가지의 채소가 올라오는데 상추와 깻잎 등 기본적인 채소를 제외하고는 계절에 따라서 달라진다. 한번 먹어봤다고 해서 그 맛을 다 봤다고 할 수 없는 이유다. 채소의 종류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적어도 1년 사계절은 맛을 본 후에 산야의 진정한 자연산쌈밥을 맛봤노라고 얘기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셈이다.
쌈밥의 기본이 채소라면 그다음으로 중요한 게 바로 그 채 속을 채우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채소가 갖춰졌다 해도 그 속을 채우는 게 부실하다면 그야말로 앙꼬 없는 찐빵인 셈이다. 산야의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게 바로 이 속이다. 대부분의 쌈밥집에서 돼지불고기를 내 놓는 것과 달리 산야는 동해의 싱싱한 생선을 구워 내 놓는다. 쌈밥에 생선구이를 내 놓는 건 동해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진환 사장은 산야의 자연산쌈밥이야말로 동해 최고의 쌈밥이라고 자신 있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동해에 쌈밥집이 여러 군데 있지만 한군데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10여 년 동안 쌈밥을 한 건 동해에서 산야가 유일합니다. 그동안 쌈밥에 돼지고기를 싸 먹었던 외지 사람들이 한번 왔다 가면 다시 찾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먹는 건데 정성은 기본
문진환 사장은 10여 년 동안 이어온 게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를 설명했다. 관광지이다 보니 동해시에 1년에 500~600개의 식당이 생긴다는 것. 식당의 생명을 3개월~6개월로 보는데 그중 1년 내에 그만두거나, 간판을 바꾸는 경우가 80%란다. 그런 곳에서 10년을 버텨왔다는 건 특이하거나 맛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게 바로 사람이다. 문진환 사장은 이렇게 10년 동안 살아남은 이유에 대해 이웃들이 많이 도와줬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만큼 노하우도 있어야 하지만 그만큼 하려면 주위에서 많이 도와줘야 해요. 또 도와준 만큼 나도 이웃들에게 뭔가를 해야 하고요. 나 혼자만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어디 가나 무엇을 하나 사람은 결국 함께 살아간다는 생각을 해야 해요. 뭐 외지 사람들도 오지만 내가 좋아하는 이웃들이 와서 먹는 음식인데 정성이 안 들어갈 수 있겠어요. 그건 기본 중의 기본이죠."
전라도 한정식과 쌈밥의 만남
산야의 또 하나의 특징은 쌈밥이면서도 밑반찬이 푸짐하다는 것이다. 보통 12개 이상의 밑반찬과 된장찌개가 곁들여 나온다. 한마디로 이름붙이자면 전라도 한정식과 쌈밥의 만남 이정도가 어울릴법하다. 밑반찬 역시 손수 정성을 들여 만든 것으로 맛 또한 깔끔하다. 쌈을 찍어 먹는 것도 된장과 젓갈 두 종류가 있어 취향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다. 또 손이 많이 가 쉽게 볼 수 없는 고구마 순 나물과 어린 고추조림은 별미다. 생선은 2인분이 꽁치와 고등어, 3인분은 꽁치, 고등어, 이면수가 올라오고 4인분은 꽁치가 2마리, 고등어, 이면수로 이뤄진다.
한방 돼지고기의 색다른 맛
이번에는 돼지꿀갈비가 눈에 들어왔다. 돼지갈비가 숯불에 구워지는 반면 돼지꿀갈비는 불고기 전골 식으로 맛볼 수 있는 산야만의 독특한 메뉴이다. 국물까지 곁들이다 보니 술안주로도 인기가 많고, 노인들도 먹기 좋고 또 아이들도 밥 말아 먹을 수 있어 좋아하는 메뉴다. 밥을 볶아 먹을 수도 있으니 온 가족 식사대용은 물론 직장인들의 회식용으로 그만이다. 이름 탓에 손님들이 처음에는 뭐냐고 물어보고는 숯불이 아니고 국물이라는 말에 사양을 하는데 먹고 나서는 별미라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게 바로 돼지꿀갈비다.
가보리살은 돼지 등 쪽에 붙은 등삼겹으로 일명 황제살로 불린다. 등심 왼쪽에 손바닥 반만 하게 존재해 마리당 200g 내외만 생산되는 귀한 부위다. 항정살 대용의 구이 감으로 여성들이 좋아하는 메뉴다.
문진환 사장은 고기는 좋은 걸 써야 한다는 게 원칙이라 한번 맛본 손님들이 고기 질에 대해서는 더 얘기를 안 할 정도라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이유는 바로 한방포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한방포크는 36가지 이상의 한약재를 넣어 만든 사료를 90일 동안 먹여 키운 돼지고기를 말합니다. 성인병 감소와 성장기 어린이에게 꼭 필요한 각종 영양소가 들어 있어 돈육 평가전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자부심을 가지고 손님을 대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문 사장은 주위 이웃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차돌박이 같은 경우 대게 1인분에 2만 3000원을 받는데 이곳은 1만 5000원만 받는다. 그래서 한우가 맞냐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문 사장도 이곳이 직장인들 회식이 많은 대도시 중심가라면 2만 3000원을 받는 게 맞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이곳은 자기 돈으로 먹는 그런 동네 이웃들이 많기에 2만 3000원으로는 장사가 안 된다는 것. 그래서 장사 차원도 있지만 이웃 주민들 배려차원에서 저렴하게 내놓고 있다. 차돌박이를 좋아한다면 이곳 산야에 들리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으니 동해를 여행 중이라면 꼭 기억해 두자.
IMF와 배드민턴이 가져다준 인생역전
1998년 2월 부인 김금복 씨는 고속버스에서 내내 울었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시부모 외에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동해로 이사 가는 남편을 따라나서긴 했지만 앞길이 막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야와 함께한 10년이 흐른 지금 그는 다시 서울로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게 눈을 쏟게 했던 동해와 정들었기 때문이다. 또 빠르게만 흘러가던 서울 생활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삶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진환 사장은 20년 동안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다 명퇴를 당하는 바람에 특별한 기술도 없고 하여서 할 수 없이 이곳 동해로 내려왔다. 하지만, 배드민턴을 만나면서 인생의 새로운 장이 시작됐다. 문 사장은 중학교 때 잠시 배드민턴을 한 적이 있었다. 고향에 내려오자 당시 후배였던 강원도 연합회 김혜숙 회장이 이곳 동해에 살고 있어 자연스럽게 생활체육 배드민턴을 접하게 된 것이다. 라켓을 놓은 지 28년 만의 일이다. 지난 2000년에는 클럽 회장으로 활동하다 지금은 고문으로 물러서 든든한 후원자로 활동하고 있다. 부인 김금복씨 역시 4년 전부터 남편 따라 배드민턴을 시작해 지금은 남편보다 더 촉망받는 유망주로 각종 대회에서 메달을 따내는 선수로 변모했다. 부부가 이렇게 배드민턴에 빠져있다 보니 지금까지 10년 동안 명절에도 쉬어보지 않았던 산야를 배드민턴 대회가 있는 날에는 망설임 없이 쉰다.
강원도 영동지역 대회를 할 때는 1천명의 식사를 이곳 산야에서 준비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곳 산야도 두 부부도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 와서 배드민턴 하면서 생활이 바뀌었다. 사람도 많이 알게 되고 클럽 연령대도 다양하고. 식당 손님도 다양하니까 많은 사람을 알게 되니까 생활하기 좋다."
부인 김금복씨는 자신들은 배드민턴으로 건강해지긴 했는데 오히려 배드민턴 환자가 돼 버렸다고 말하고는 활짝 웃는다.
배드민턴을 좋아하는 동호인이라면 한번 들러라. 인심 좋은 문 사장님이 서비스 안주나 술을 들고 옆에 앉아 배드민턴 얘기에 날 새는 줄 모른다. 사장님이랑 뜻이 맞으면 아침에 일출클럽에서 게임도 한게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건 어디까지나 손님의 능력에 달렸다. 산야에는 자연산쌈밥, 차돌박이, 수육, 돼지꿀갈비, 가보리살, 소면, 한방생삼겹, 냉면, 꽃등심, 갈비살, 갈비탕, 소머리국밥, 한우불고기 등 다양한 먹 거리가 준비돼 있다. 동해시 부곡동 105-1 승우4차아파트 상가내 TEL 033)535-1724.
첫댓글 자세한 소개 고맙습니다.. 쭉~ 번창하시길 바랍니다..
배드민턴매거진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제가 배드민턴을 하니까요.
나날이 번창 하시길 바랍니다 언제 기회되면 한 번 찾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