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시조 나반과 아만, 동이의 조상 풍이를 상징하는 뱀을 주제로 한 <박송희의 시>와 <노중평의 시를 닮은 글>의 연작
이 시대의 화음과 불협화음
아래 글은 흉악무도하고 천인공로(?)할 뱀을 주제로 한 아담과 이브의 연작시, 또는 나반과 아만의 연작, 한인과 항영의 연작, 복희와 여왜의 연작시와 시를 닮은 글이다. 여 쪽은 시이고, 남쪽은 시를 닮은 글일 뿐이다. 어느 시가 여의 시이고, 또 어느 시가 남의 시를 닮은 글인지 읽는 분이 알아서 읽으시기 바랄 뿐이다.
1 * 마고
팔여의 음에서 스스로 태어나 어미가 되고
궁희 소희 낳아 삼신이 풍이를 낳게 하였으니
뱀의 어미가 되었네
옛날에 오리를 날려 솟대 꽂고
부도符都를 지어 마고지나 세웠으나
지금 그 땅 이름 잊었지
오로지 풍이風夷란 이름이 남아
무당이 울리는 왕방울 소리에 신명 지피고
풍물패 북소리에 눈물이 나지
(4.30)
* 팔여八呂의 음音은 우주의 파장
* 마고 궁희 소희는 마소삼신
* 풍이는 마고시대에 인류 최초로 마고에게서 태어난 종족
* 뱀은 풍이風夷의 체제 아이콘, 토템, 족표族表
* 부도符都는 마고지나麻姑之那, 험독險瀆, 신의 도시
* 마고지나麻姑之那 인류 최초로 마고가 세운 마고의 나라. 마고지나의 서울을 부도符都라고 한다. 부도는 천부삼인을 전승한 서울이라는 뜻이다.
* 풍물패는 풍이시대부터 전승되어 오는 길굿패. 풍이風夷는 풍이의 문물文物. 길게 뱀처럼 늘어서 움직이며 굿을 한다.
* 직녀
벼리의 운명 짊어지고
쫓겨 돌린 등
잽싼 걸음 사라져도
돌아올 기약은 놓고 갔나
드문드문 스쳐가는
정情의 길목에
아직 뜨지 않은 별 수녀須女
밤마다 짜는 한 폭 비단 천하天河
어느 단장 기다리시나
견우 빌러 오실 제
휘어 감고 아니 보이려 하오
2 * 하늘 젖을 마셔요
하늘 깊숙한 곳에 바람 일으켜
밤을 흔들어 깨우는 정기
뱀(蛇)은 바람(風嵐) 바람은 사람(蛇嵐)
젖이 생산되어
우물가에서 그 젖을 마시니 천유天乳
바람 타고 삼신산을 떠나요.
오리 세 마리 솟대를 세우러 갑니다
신바람 바닷바람이 돛을 흔들어요,
* 虫은 蛇와 같은 뜻으로 쓴다.
* 蛇의 타它는 집안에 비쳐드는 칠성의 빛
* 嵐은 산山 밑에 부는 바람(風)
(4.26)
* 젖비
황토바람 봄비 섞어
흐린 대지
싹을 키운대요
몸을 떨고 흩날리며
잠든 산천 뒤흔들고
섞어 씨를 뿌려요
삼신할메
그 젖내 봄이면 봄마다
봄비에 생명을 불어 뿌려요
3 * 마고바람
마고삼신 치마 펄럭여
봉래 앞마다에
부채바람 돌고 돕니다.
영등산 우뚝 솟아
북두칠성 등 뒤에 지고
눈 뜨면 삼태성
마고삼신 부도符都 세울 때
어린 뱀 태어나고
어린 뱀 고이 키워
파도 해쳐 대서양을 건너게 하여
바다뱀 되고 물뱀 되고
태풍 뚫고 태평양 건너게 하여
날개 돋은 뱀 되고 수염 난 뱀 되었습니다.
(4.26)
* 마고삼신은 지금으로부터 14000년 전에 동이문명東夷文明을 연 마고.
* 영등산은 삼신산三神山인 봉래蓬萊 방장方丈 영등瀛登 세 산 중의 하나. 한라산의 별칭.
* 삼태성은 오리온 별자리의 가운데 세 별
* 바다뱀은 바다뱀별자리.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히드라. 히드라는 머리카락이 뱀의 형상을 하고 있다. 신화시대에 그리스를 정복한 풍이를 상징한다.
* 물뱀은 물뱀별자리. 물뱀은 히드라의 별칭이다. 풍이를 상징한다.
* 날개 돋은 뱀은 페루문명의 창시자 거인 비라코차, 깃털달린 뱀이라고도 한다. 또한 태고의 바다에서 멕시코로 건너간 멕시코의 주신主神 케찰코아틀. 배달나라시대에 인류를 멸망시키는 지구 대홍수 때 배달나라를 떠나 페루에 정착한 배달족 풍이를 상징한다.
* 수염 난 뱀은 수염을 기른 비라코차.
* 바람굿
한 점 찍고
둘러치고
두 개 쥐고
하나 더 품으려네
셋 중에 하나 걸러뛰고
둘만 건져봐요
부른 배 가라앉혀
달떡 찧고 메떡 빚어
하늬바람 마파람
부채춤을 추어요
4 마고지나 찾으러 가자
어둠에서 빛으로 태어난 태초에 알을 까고 나오듯 태어난 마고
찬란한 햇빛으로 허리 돌려 뱀춤을 추었습니다.
풍만한 몸 출렁이며 치마폭 부채질로 영등바람 몰아주어
방장산 돌고 돌아 똬리 틀고 낳은 자식 풍이
날카롭게 수염 세우고 날개 퍼덕여 하늘을 날아
땅 기어 물뱀이 되고 바다 건너 바다뱀이 되면서
춘분날 모우旄牛를 잡아 어미에게 뿔과 꼬리 잘라 바쳐
뿔은 각수角宿 되고 꼬리는 미수尾宿 되어
마고가 춘 뱀춤 기리니 동방창룡칠수東方蒼龍七宿
오늘 풍물패 상모上旄 돌려 모우 꼬리 휘날리며
하고 두드려 신명 한판 마고지나 찾으러 가자
(4.24)
* 영등바람은 마고가 삼신산의 하나인 영등산에서 불어 보내는 바람
* 뱀춤은 이집트의 무희가 반라가 되어 추는 배꼽춤의 기원이 되는 원초적인 춤
* 방장산方丈山은 마고의 신체神體를 모신 산
* 모우旄牛는 천제天祭 때 잡아 제사에 쓰는 털이 긴 하얀 소.
* 각수角宿는 28수의 첫째 별자리이자 동방창룡칠수에 속한 첫째 별자리. 뿔처럼 가위처럼 생겼다. 동이東夷의 별이다. 1년에 딱 한 번 해가 드는데 이때 춘분이 된다.
* 미수尾宿는 동방창룡칠수의 일곱 별자리 중에서 여섯 번째 별자리. 모우의 꼬리별이다.
* 동방창룡칠수 28수중에서 동쪽 하늘에 뜨는 일곱 개의 별자리로 구성되어 있다.
* 상모上旄는 모우의 꼬리 끝부분인 풍성하고 더부룩한 털로서 벙거지 꼭대기에 매단 술. 풍이의 우두머리, 길굿패의 우두머리를 상징한다.
* 하고河鼓는 은하수에 있는 별자리. 견우가 칠석날 천제를 만나러 은하수를 건널 때 울리는 하늘의 북이다.
* 내 그림자
신명에 신 붙들고
당신은 누구시오
어느 명줄에 예 오셨우
뵌 것
아니 뵌 것
차별 없는 감지感知
어머니 탯줄 잡던 운명
당신은 내 그림자였더이까
본 듯 숨은 듯 그 곁 따듯하였으니
5 殺母蛇
하고 많은 뱀 중에
어쩌자고 살모사가 되어
어미죽일 궁리만하고 있구나
입 안에 독을 가득 품고
왜 하필 어미 죽이는 뱀으로
살아야만 하는지
그대의 자궁 깊숙이 돌아가
다시 환생할 수 있다면
殺父蛇로 태어나 꼿꼿하게 머리 들고 싶어요
(4.26)
* 그 발길로
숲이 우거지니
먼 그림이 아련해
안개 너머 더욱 희미하여
날 보러 오신 것 못 반겼더니
꿈을 흔들며 오셨더이다
기왕에 오시려면
입김에 꽃피우며
다시 아니 떠날
연줄 타고
환한 날 그 발길로 오시구려
6 천왕님
마고 태어나기 전
사라진 뮤 대륙
몸 하나에 머리 일곱 뱀은 뱀인데
왜 창조주創造主라고 했는지
마고 뱀춤 추며 풍이 태어나
天池 가에 앉아 묻고 물어 들은 대답
태백산 일곱 칠성님 낮게 뜰 때
화백회의 열어 한웅 나와
신시 열고 배달나라 세웠지
(4.26)
* 천왕님은 배달나라를 세우신 한웅천왕
7 * 어린 무당
어린 각씨 신이 내려
신어머니 찾아 새 무당이 되었습니다.
회무추고 도무 추며 무가사설巫歌辭說
자미원의 별들이 밤새도록 속삭입니다.
왕방울을 흔들며 軍雄을 외쳐댈 때
도깨비대왕 얼굴에 청구칠성 그리고
청사靑蛇를 목에 감은 젊은이 나타납니다.
(4.26)
* 도깨비대왕은 蚩尤天王
* 청구칠성靑邱七星은 청구국의 주성
8 마복칠성
풍월주 하나에 화랑이 여섯
서로 겹사돈이 되어 마복칠성
이치 따라 마고님 정한 법칙
생기복덕生氣福德 따져 택일 하여
풍월주 승낙 받은 큰형님
오늘 막내의 댁과 동침하는 날
열 달 후 아들 태어나 풍월주
그 자식 마복자
(4.26)
* 풍월주風月主는 화랑의 우두머리
* 마복칠성痲服七星은 일곱 화랑이 맺은 겹사돈
* 음두성陰斗星 양두성陽斗星은 북두칠성
* 나래바람
배추꽃에 노랑나비
장미꽃에 붉은 나비
앵두꽃에 호랑나비
나풀나풀 어깨 바람
소나무에 솔바람
강바람에 임을 싣고
꽃바람 샛바람
세모시 댕기마파람
단풍잎에 높새바람
서릿발에 댑바람
바람 바람 손풍에
하늬바람 할미 치마폭
영등바람 신바람 휩싸고 도네
9 * 명命
어미의 생명 높은 고지 허물고 태어나며
손 펴 한 움큼 쥐고 나온 제 운을
손금 한 금 두 금 펴가며 紫微롭게 피워
짝을 짓고 대를 이어 얼을 주고 혼을 내며
세상을 벼르고 채워 한 벼리가 되라
활을 크게 쏘았지요
(4.30)
10 운명
인생을 한번 사는 건지
몇 번 사는 건지 알 수 없지만
하늘이 정해준 부모 만나고 짝을 만나서
죽은 듯이 살고 있어요
오늘 황막한 거리를 걷기만 하다가
문득 들려오는 한 여자의 노래
가지 말아요 가지 말아요 제발 가지 말아요
가슴에 펑펑 눈물을 쏟게 하는 저 소리
황사 덮인 길거리에 앉아서 소주나 한 잔
(4.28)
11 * 햇볕 밝은 아리랑 고개
어제의 밝던 얼굴 오늘은 어둠 짙어
햇살에 푸른 잎 새 빛나고
고개 쳐든 붉은 꽃잎
아침을 반기며 밤새 안녕 사려 가득해
가벼운 나래 짓 크게 마신 한번의 숨
더디어도 명쾌히 가로질러요 아리랑고개
(4.30)
* 아리랑 시비是非
햇살 머리에 이고
넘어가는 고개
일만 년의 조상역사
고쳐 잡겠다고
마고삼신 모셔 고언하고
삼각산 인수봉의 북두칠성
사방에 별신님들 모셔놓고
어느 조상 눈물에 비뚤어졌을까?
족족 밟아 치켜보고
그르치면 아니 될
아리랑 시비 오르내리네.
12 부질없는 짓
당신은 여자로 태어났으니 알이라고 하세요
나는 사내로 태어났으니 뱀이라고 할 게요
내게 남은 것이 아무 것도 없는데
그대가 나를 품어 준다고 한들
알은 알이고 뱀은 뱀일 뿐
이제 무엇을 드릴 수 있을까요
우리가 만나기 전에 정신은 이미 황폐해지고
마음은 빈 털털이 땡전 한 푼 없는 거지
바람불고 파도치는 세상
허물 벗고 남은 껍데기뿐이랍니다
(4.28)
13* 내가 아는 사람은
헤이지 않아도 깊은 가슴 짚어 알고
눈을 감아도 훤히 떠오르죠
좁게 숨어도 반짝이는 빛이며
무언의 숨결 폐부를 녹여요
약속은 없어도 지켜지는 손짓
그대 위해 할 수 있는 무조건의 이끌림
내 안의 내가 아는 사람은
보낼 수도 움켜쥘 수도 없는 영원의 그림자
14* 나는요
큰 꿈 작은 꿈 한 아름 끌어안고
밤마다 하나 또 하나 끊어버렸답니다
모두 버린 어느 날 땀 배인 베개 밑
이제는 가져 이루어 보라는군요
햇살 구름 바람 가득 채운 바구니
다시 만들 꿈 어디 갔을까요
한숨에 불어 아직도 모를
꾸밈없는 단 하나 가져보고 싶어요
15* 무얼 놓고 무얼 쥘까
놓고 버린 빈 터 다시 보니
가닥가닥 어제가 물려 있고
모처럼의 여백 불어치는 바람
사이사이 가득 찬 음성
놓으랴 쥐랴 내 뜻이라지만
도사린 의지의 배반
감성의 허울로는 부족이래요
(4.30)
16 당신이 놓았다고 하길 래
내게 무엇을 놓느냐고
벼르고 별러 묻는다 해도
대답 못해 부끄러울 뿐
마음은 가난하고 손은 늘 비어있군요
이제 벌린 손 그만 거두어
당신의 뒤에 다가서서
놓으신 그걸 놓으려고 연습중이에요
(4.26)
17* 벗이여
까만 눈 반짝이며 고개를 밀면
소리치는 반가움 가슴에 차고
그댈 알아 배운
깊디깊은 삶의 정 샘솟고
사려에 찬 절제
뿌리 깊은 자존 겸손의 품격
마음 풀어 속을 보여도 좋으리니
그대 맑은 벗이여 세상 봄을 새롭게 해요
18* 한 사내
한 사내가 울어요
어머니
미움으로 바꾼 이래
참을 수 없어요
해어지고 나서
아름다운 회복 멀어가요
소리친다 해도 사라진 메아리
가슴 열려 해도
눈물 말라 멍해진 눈
19 * 떠남
할일 알아
머리에 흰 서리 맞았나요
안일한 기쁨
나 따를 줄 믿었더니
기둥까지 헐어가며 바삐 떠나고
오실이 없는 공연한 기다림에 밤을 패며
주름위를 휘돌며 맴돌지요
20 수지침
주인 잘못 만난 탓에
길게 목을 내밀고
철침 맞을 때를 기다리네
딱하여라 몹쓸 팔자
마음 아파하지 말아요
세상에 태어나서
이제 작은 충성 바칠 때를 만났는데
주인님 마음 아파하지 말아요
(4.28)
21 * 수지침
침 중에 가장 가늘지만
정신 번쩍 들게 따끔해요 수지침
생긴 건 약해 보여도 힘 대단하죠
지친 오장육부
기력 떨어지면 세우고
넘치면 눕혀가며
꽂히는 곳곳마다
살님을 돕지요
충실한 의무 다하여 흥겨운 노래
(5.1)
22* 혈穴
혈을 찾아요
쏟은 정성
용케도 침 맛 들고
나으니 좋으리라
쌓인 밑천
젖을 물던 뼈대 옹골차
의관 걸친 겉모습
그 속과 같지 않아
따끔한 침 맛 달게 받아요
23* 구灸
혈의 선택
찌들고 허덕이던 숨통
쑥 내음 한걸음에 줄행랑
오장육부 신바람
주인 따라 육신 편안 뒤바뀌니
보살필 손 부모 빌어 얻은 몸
사랑하는 이들 웃날 떠날 차비
사랑 마무리 내 탓이라오
24 갈길 바쁜데
당신 무슨 인연으로 홀연히 나타나
발걸음 멈추랍니까
저 산 밑에 해는 지고
갈바람 쓸쓸히 몰아쳐오니
지친 인생 갈길 바쁜데
잠시 쉬어 가라고 내게 던진 한 말씀
쉴 수만 있다면 여기 질펀하게 앉아
등불 들고 오시기를 기다리지요
오시지 않는다고 해도 기다리지요
(4.28)
25* 가면 아니 오는데
커튼 너머 한강교
떠내려가는 강물에
그대 눈길 머물면
흔들리는 그 모습 눈물이었네
그립다 만날 수 있으랴
소리친다고 올 리 없는
이승의 짧은 인연
위 강의 물길 따라
그대 올 저승의 꿈꾸네
26 * 쉴 터
쉬란다고 쉴 수 있나요
앞서 당기는 세월
지친다고 멈출 수 있던가요
서산에 잠시 머문 붉은 노을
두 볼에 물들어도
뜨거울 수 없는 건 관념의 빈 터
오실이 기다리면 아니 병 되련만
쉴 터 잃은 이 아니 오실 사람
(5.1)
27 사람
사랑을 아는 사람은 많아도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누군가 사랑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하니
대답을 못 하겠어요
그래도 그럭저럭 한세상 살아 왔어요
무엇으로 살아왔는지 알 수 없지만
(4.28)
28 * 사람
느낌만으로 치른 사랑의 예절
얼마나 합당치 않았던가요
아직 사랑이란 말은
두려워 할 수 없네요
사랑을 보신 일 있나요
만져본 일은 있으신지요
데려올 수만 있다면 사랑할게요.
(5.1)
29 * 연분
영성이 같아야 한다고요
같을 수야 없겠죠
맞추고 다듬을 가능에
기대며 가는 거예요
뜻은 하늘에
심은 마음 발 붙은 곳에
있는 듯 없는 듯
한 방향 올려 보며
알맞은 거리 지키면
상생의 연분인 거죠
30 * 열려고 해도
열어도 열려고 해도
열리지 않는 가슴
기껏 터놓은 속마음
절반 넘은 잘못
털어도 털려고 해도
새것 같지 않는 얼룩
해묵어 두텁고
허나마나 새로 짓는 어리석음의 범람
던지면 부메랑인가
상처가 나요
31 토끼
달 속에 토끼가 있다고 하여
달뜨기를 밤마다 기다렸어요
항아님 떡 해 드릴 방아 찧나요
팔월한가위 송편 빚을 방아 찧나요
로켓을 달에 쏘아 올린 그날 이후로
토끼는 방아를 찧지 않네요.
이제 달은 가난한 이의 가슴에나 뜨고
누군가 토끼를 그릴 뿐이에요
(4.28)
32 * 달떡
계수나무 아래 토끼방아
밤마다 찧었어도
빚지 못한 달떡
항아의 님 예羿
하늘 못 올라
눈물만 뿌려요
눈물 비가 되어
촉촉이 젖는 날
달 문 열고 달님 만나 달떡 빚어요
(5.1)
33 * 긴 뱀
긴 뱀을 보는 건 끔찍해요
발 하나 없이도 길게 휘젓고
옹달샘 깊이 마시고
밤이슬 따먹어도
약이 오른 독만 입안 가득
긴 몸 똬리에 알을 감추고
푸른 날개 돋쳐 천신되길 꿈을 꾸어요
(5.1)
34 뱀
뱀을 싫어하지 마세요
당신이 싫어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머리 7개를 달고 창조주가 되었고
꼬리를 물고 둥근 원을 만들어 우주가 되었어요
아담의 대리모가 되어 유대인의 조상이 되었고
노아가 아라랏 산에서 조난을 당했을 때
물구멍을 막아 생물들의 유전자를 살렸어요
징그럽고 무섭다고요?
혹시 당신의 검은 속셈이… 다시 생각해 보세요
(4.28)
물가에 매화나무 한 구루 있어
매화꽃을 피웠나 매 호 리
화성 레스피아 오오크 벨리 먹자 놀자 판
낯선 이름들이
천년을 수절해 온 소금산의 가슴에 못을 박았네.
돈 벌어 떵떵거리고 출세하여 으스대겠다고
혁명가의 깃발처럼 휘날렸던
그 사람
이제 싸늘하게 식어 무명으로 돌아와
허리 휘어진 늙은이들 부려먹을
산역만 남았는데
그저 품이 넉넉한 황토는 말이 없지
애들아 새처럼 먹어대며
서두르지 마라
덧없는 너의 시간이 곧 오리라
71 천부경을 헐어 새집을 지으렵니다
세상살이 뜻이 없어 사람이 알지 못할 곳 오지 못할 곳을 택하여 거기 터 닦아 새집을 지으렵니다. 천부경 지붕 헐고 기둥 뽑아 1자로 하늘 삼고 2자로 땅을 삼아 3자로 기둥 세워 4자로 방들이고 오방신을 5자로 모셔드려 6자로 육효 뽑아 날 정하여 칠성님께 7자로 제사지내고 팔괘방위에 8자로 문을 내고 9자로 집을 완성하여 10자로 대문 열고 매화부인 모셔다가 마당에 매화나무심고 아침저녁 매화타령 올리렵니다. 인생살이 내 할 일로 새집을 다 지으면 하늘에서 만난 인연 모셔오고 땅에서 만난 인연 모셔다가 후회 없이 한세상 살고지고.
* 매화부인 마고의 별칭
72 소복 입은 남녀
오늘 소복 입었습니다
당신 여무 되고 내 남무 되면
이 강산에 맺힌 한
피를 닦듯 닦아내고 가렵니다
부르세요 불러드리세요
넋을 받고 신을 받아
가슴 터뜨려 눈물 뿌리고
내 몸 살라 재가 된다 해도
그 음성 찾아 나서렵니다
73 * 한恨
불어난 한의 덩이
차라리 두려워
덮어놓고 없다 했지
젖은 세월 어이 할까
둑을 헐고 터진 굉음
한의 덩이
뭔 일로 오셨나요
뚫린 가슴에 바람만 실려요
마련 없는 빈 곳
74 나무라지 마셔요
오늘 내가 가슴 저려
오열하는 글 하나 남기려 함을
마무라지 마셔요
세상살이 어영부영
다 그렇게 산다고 하고
닦고 닦아도 멍드는 나날
비수를 들어 살점을 도려낸다 해도
그 멍 가시지 않아
내 오열하는 글 하나 남기려 함을
나무라지 마셔요
75 * 못난이의 글
오열의 문장 앞에
통렬한 아픔만 쏟아져
가슴 저려도
못난 글쟁이
긋고 지나면 지날수록
외면을 치닫고
이미 넘친 멍든 세월
쓴다 해도 쓸만한 구석 없고
다시 고칠 곳이 마땅치 않아요.
76 가지 꽃
태백산에서 옷 해 입혀 모셔온 웅상
좌주座主 벌리려 밤새 흰 한지 접었습니다.
검은 박쥐 날개 치며 강릉 경포대 앞 바다로 해 모셔오기 전에
시루에 떡 쩌 놓고 접은 가지 꽃 꽂았습니다.
늙은 무당 마지막 작두 타는 날
예가 쏘아 떨어뜨린 삼족오 아홉 마리 일제히 날아오르고
시퍼렇게 날이 선 작두 위에서 늙은 무당의 신명이 펄펄 살아납니다.
옛날에 대시전에 모셨던 한웅천왕 가지 꽃 흔들며 춤을 춥니다.
* 웅상雄常 한웅천왕을 상징하는 신목
* 삼족오三足烏 동이족東夷族의 조상 예羿가 쏘아 떨어뜨렸다는 9개의 해
* 대시전大始殿 대웅전大雄殿의 옛 이름
77 마지
오늘 인천 바닷가에 마지를 걸었습니다.
삼신산을 향하여 용왕부인 마지 차비
삼신할미 오신답니다.
용왕대기는 청량바람에 펄럭이는데
마리산 물 채운 동이를 제단 앞에 모셔두고
동이족의 조상님들 청배합니다
무無에서 하나가 나와 셋이 되고 셋이 아홉이 되는 것이 만물 분화分化의 이치라
일찍이 마고가 이를 삼신三神이 대일원大一圓이라 가르칠 때
오리 세 마리를 안쳐 솟대를 세우고 마고지나麻姑之那라고 하였지
세상은 각각 흩어진 아홉이 하나 되어 모여 사는 것이 이치라
일찍이 한인천제가 이를 천부天符라 가르치니
구한九桓이모여 하나의 나라 한국桓國을 세웠네
세상은 배다른 아홉이 하나 되어 모여 사는 것이 이치라
일직이 한웅천왕이 이를 태백의 참 가르침太白眞敎이라 펼치니
구려九黎가 모여 배달나라를 세웠네
세상에 삼신이 나오고 천부가 나오고 진교의 삼교三敎가 나오는 것이 이치라
일찍이 단군왕검이 이를 덕교德敎라 가르치니
구이九夷가 모여 조선을 세웠네
조선을 세움은 아홉이 모여 하나 되어 사는 세상의 이치라
마고가 원元을 세우고 한인이 형亨으로 돌리고 한웅이 이利로 거두고 단군이 정貞으로 모으니 원형이정元亨利貞이라 삼신의 유교儒敎가 절로 완성되었지
허나 공자가 무신無神의 유교로 끌러내려 구이가 동이東夷와 하화夏華로 나뉘는구나.
구종九宗이 한 법계法界 안에 사는 것이 만물이 분화하고 하나로 통일되는 이치라
부처가 이를 깨달아 이를 법화法華라 가르치니 불교가 생겼네
하늘이 한 승을 신라의 지체 높은 무당 모례毛禮에게 보내어 토굴에 숨기고 이를 퍼뜨렸지
모례는 쇠꼬리를 흔들며 춤을 추며 삼신에게 제사 올리는 여인
그가 받은 하늘의 뜻은 어디로 사라져 이상한 세상이 된지 오래고
이제 죽은 모례가 다시 살아난다 해도 그 뜻을 본받을 이가 아무도 없구나
* 모례毛禮는 「삼국유사」에, “신라본기 4에, 제 19대 눌지왕 때 사문沙門 묵호자墨胡子가 고구려에서 일선군一善郡에 들어오매, 그 고을사람 모례가 집안에 굴을 파고 그를 안치安置하였다.”고 기록하였다. 모례의 ‘모毛’는 모旄와 같은 말로서 종교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모旄’는 하늘에 제사지낼 때 제물로 잡아 쓰는 털이 긴 하얀 소를 말한다. 이 소의 두 뿔은 28수의 첫 별자리인 각수角宿에 해당하고, 꼬리는 상모上旄에 해당한다. 상모는 지금도 풍물패의 우두머리를 말하기도 하고, 그가 슨 벙거지의 꼭대기에 매단 털을 의미한다. 모는 상고시대에 제관으로서의 권위와 임금의 권위를 나타낸다. 풍물패의 풍물은 풍이의 문물을 의미한다. ‘례禮’의 원래의 뜻은 삼신에게 제물을 올려 제사지낸다는 뜻이다. 삼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격식을 차림으로써 예의禮儀가 발생하였다. 따라서 모례라는 말에는 그가 무당이라는 뜻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토굴을 파고 불교의 포교사로 온 묵호자를 숨겨주었다는 점에서도 그가 평범한 아녀자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고, 또 신라에 불교가 들어오기 전에 무당이었다는 점에서도 그가 지체가 높은 무당이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80 늙은 무당의 예언
왜구가 조선의 땅에 쳐들어왔을 때
진주성에서 한 늙은 무당이 매일 옥수 떠놓고
이 나라 땅과 백성 지켜주시길 빌고 빌었지
한 조상님 나타나 말씀하시길
너의 정성을 보아 내 이성을 한번은 지켜 주마
늙은 무당은 물었지
이 나라를 망하게 하시렵니까?
조상은 또 말했지
네가 죽으면 성은 망해도 나라는 망하지 않으리라
의병들은 성 안에 몰려오고 왜병은 진주성을 포위했지
비장한 결의가 남강 위에 물결치고 마지막 결전이 임박했네
조상은 또 말했지
너의 정성만으론 되지 않으리라 명운이 정해져 있는 법
무당은 옥수그릇을 치우고 신당을 불사르고
목사를 찾아가 말했네
진주성은 망하리라 진주성은 망하리라
목사는 크게 노하여 저 요망한 늙은 것의 목을 치라고 명했네
늙은 무당의 목은 떨어져 남강 물에 던져지고
성은 함락 당했네
백성과 관군과 의병은 불길 속에 쓰러져 있고
젊은 기생 논개가 나타나 소복 바람으로 살풀이춤을 추고
목 없는 늙은 무당의 넋은 흰 새가 되어
꺼이꺼이 울며 임금 계신 초막으로 찾아가네.
나라는 망하지 않으리라 그 말씀 전하러
* 복희伏羲
구비치는 산하 봉을 넘고 넘어 구릉으로 내려와
검은 종마種馬가 풀을 뜯는 초원
양떼는 흰 소금처럼 점점이 흩어져 있고
저들의 침묵의 뒤에
곡옥曲玉 하나를 빼어 여왜女媧의 젖가슴에 묻어 둔
복희의 묘廟가 있구나.
뇌공雷公의 속임수에 걸려 홍수가 지구를 휩쓸었을 때
오로지 누이 여왜와 함께 표주박을 타고 살아남았다는 징표로
홍색紅色 흑색黑色 황색黃色의 곡옥 세 개로 지은 우주를 헐어
홍색과 흑색의 양태극兩太極의 우주로 재편성한再編成한
전대미문前代未聞의 폭력
그 공로 인정받아 배달나라의 천왕이 되었지
이제 우리가 상제上帝의 명으로 되어鰥夫되어
그대의 죄과를 심판하러 이곳에 왔노라
어찌하여 황하黃河의 하백河伯을 협박하여
용마龍馬의 등에 팔괘八卦를 지고 나오게 했다는 허언虛言을 퍼뜨려
시조 한웅천왕의 명예를 훼손했는가?
어찌하여 상제가 원형누대圓形樓臺에 세운 태현각太玄閣을 허물어
열일곱 개의 기둥을 빼돌렸는가?
이 기둥 훔쳐 간 자들을 역사의 책갈피에 숨겨주고 있음은 어인 일인가?
이제 상제의 명으로 그대의 죄과를 밝히니
그대를 시조로 떠받드는 후손들을 동원하여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
그대는 허언을 취소하는 사과문을 세상에 내걸어 누구든지 볼 수 있게 할 것이며
석고대죄하여 시조에게 범한 죄과를 씻도록 할 것이다
그대가 여왜의 젖가슴에 묻어 둔 황색의 곡옥을 회수하여
정지된 삼태극三太極의 운행을 되살려
구한九桓 구려九黎 구이九夷가 깊은 잠에서 깨어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대는 훼손한 원형누대를 보수하고
빼돌린 기둥 17개를 회수하여 태현각을 재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도둑 아무 아무개들을 색출하여 상제 앞에 대령할 것이라
추후 판결은 모년 모월 모시에 있을 것이로다.
* 부도符都
하나는 하늘이요 하늘은 하느님
하느님은 올려만 보고 잡을 수 없는 한 생각
그분 너무 크고 높아 인간은 꿈꾸네
어찌하면 그 키에 닿을 만큼
높아질 수 있으려나
태초에 한 생각에서 비롯한 천원天圓의 파장
지방地方에 돌려 천추天樞의 바람 일러나고
팔여八呂 되어 태어나는 짐세朕世
나반 아만 … 마고 궁희 소희
황궁 청궁 백소 흑소 … 태어나고
마고 삼신산에 부도 열어
신의 도시 세우니
풍이는 한桓자 쓴 깃발을 휘날리며
어언 1만년
허나 지금 엇 쌓고 뒤집고 흩날려 사라진 흔적
누가 그 흔적 찾아
옛날을 보게 할 수 있을까
첫댓글 아무도 꼬리글 달아 주는 이 없으니 나라도 한자 올리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