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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매일 기획특집
이재창 시인, 남도문학 현장을 가다 (31)- 동시인 양회성
“어린이들의 동심엔 생명의 빛이 숨어 있습니다”
“푸르른 산속엔 생명의 빛이 숨어 있나 봅니다”
“동시를 쓴다는 것은 즐거움이요 꿈밭입니다”
‘산골집 꽃밭’이어 ‘겨울 참새’ 초등교과서 수록
일상적인 삶의 이야기 사계절에 담아 진솔하게 그려내
시적 앵글 뛰어나고 경쾌․신선한 동요적 리듬감 돋보여
2004. 03.03(수) 00:00
양회성 시인(48, 전라남도의회사무처 총무담당관실)의 작품은 독자들에게 동시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전범에 속한다. 한마디로 그는 동시도 시적으로 형상화되고 성공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시정신을 보여준다.
그의 동시의 핵심은 감성 어린 풋풋한 언어로 따뜻함과 꿈이 있는 동심을 시적으로 승화 시킨 생명사상에 있다. 이 생명사상은 자연과의 합일을 통해서, 또는 순진무구하고 청초한 아이들의 눈을 통해서 구체화 된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개념적 은유 혹은 기본적 은유인 관습적, 무의식적, 자동적인 낡은 표현을 단호히 거부한다.
“어린이를 위한 시를 쓴다는 마음은 나게겐 참으로 즐거움이요 꿈밭 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시를 쓰다보면 어느새 나는 꽃이 되고 새가 되고 강물이 되고 하늘이 되고 바람이 되고 어린이가 됩니다”
이처럼 그의 동시는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의 물결에 따라 변해가는 자연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그 속에 사는 우리네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의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노래한다. 특히 언어 선택이 뛰어나고 간결미가 있으며, 시적 리듬을 살 살려 밝고 맑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특징을 지닌다. 또한 그는 동심을 포착하는 시적 앵글이 뛰어나고, 대부분 그 이미지가 명확하고 동심을 자극하는 경쾌하고 신선한 동요적인 리듬감이 그의 시를 돋보이게 한다.
그의 교과서에 실린 동시를 보면 동시의 진면목을 만난다.
“산골집 꽃밭은/새들의 둥지.//산 너머 날아가다/힘이 들면은/가만히 나래 접고/한숨을 자고.//산골집 꽃밭은/바람들의 보금자리.//재 너머 지나가다/숨이 차면은/살며시 다가와서/한숨을 자고.”(‘산골집 꽃밭’)
“콧등 꽁꽁/귀불 꽁꽁/겨울 아침.//대숲에/일렁이는 바람/해님과 숨바꼭질//고 속에/옹기종기 모여/재잘대는/참새떼//지난/가을날이 그리워/총총총/종종걸음.”(‘겨울 참새’)
위 두 작품은 동시집 ‘산골집 꽃밭’과 ‘꿈꾸는 아기 섬 하나’에 실려 있는 동시다. 꽃밭을 새들과 바람도 쉬어가는 보금자리로 묘사한 것은 참으로 신선하다. 또한 눈 내린 겨울 아침 출근길에 추위에 떨며 옹지종기 모여있는 참새떼들의 앙증맞고 안쓰러운 모습이 어린이들의 시각으로 정감있게 그려져 있다. 이 두 작품은 어린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시적으로 잘 묘사했으며, 어린이들의 심정을 간결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복원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산모롱이 돌아 앉은/동화 속처럼/포근한 마을.//집집마다/하나 둘/살구꽃이 필 때면//벌, 나비/꿈을 묻혀와/꽃이파리 벙글게 하고//꽃내음/소롯소롯 쌓이는/봄날에//따스한 봄빛마냥/웃고 살자며/정다운 이웃끼리/웃음꽃을 피웁니다”(‘살구꽃 피는 마을’)
이 작품은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작이다. 이 동시에서 보듯이 그의 대부분의 작품은 우리말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가짐을 볼 수 있다. 다섯 연으로 구성돼 있지만 한자어는 ‘동화’란 말밖에 없다. 사족을 달지 않더라도 이 작품은 우리 모두의 어린 시절 평화로운 고향마을임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는 어린이들에게는 아름다운 상상의 날개를 펴고 마음 속에 그릴 수 있는 이상향의 마을이 되기에 충분하다.
“산에 내리는 봄비는/언제보아도/그 모습 같은데//해마다/산빛이 푸르름으로 깨어나는 걸 보면/그 속에 생명의 빛이/숨어 있나 봅니다.//산에 내리는 봄비는/언제 들어도/그 소리 같은데//해마다/골짝물이 노래하며 흐르는 걸 보면/그 속에 생명의 소리가/살아 있나 봅니다.”(‘산에 내리는 봄비는’)
봄은 사계절 중 소생과 부활 그리고 생장을 의미한다. 이 봄에 내리는 비, 봄비는 수액과 새순이 감돌고 자라는 것을 도와준다. 즉 봄이 갖는 생명력을 말한다. 이 시에서도 봄비의 모습과 봄비의 소리를 통해 생명의 빛과 생명의 소리를 노래한다. 그것은 시각과 청각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 대비의 구조를 조직화 시키고 있다. 산빛이 푸르름으로 깨어난 것은 봄비 속에 생명의 빛이 숨어 있음을 말하고, 골짝물이 노래하며 흐르는 것은 봄비 속에 생명의 소리가 살아 있음의 대비를 통해 봄비가 갖는 생명성, 나아가서는 우주 삼라만상에 살아 숨쉬는 경외감을 불러 일으킨다.
또한 그의 작품에서는 숨막히는 정밀감과 긴장감을 선사한다.
“땡볕 하늘이/높다랗게 걸려 있고//이따금씩 실바람이/길다랗게/가는 쉼 호흡을 하는//감나무집/앞마당//바지랑대 끝의/잠자리 한 마리/힘겹게/여름을 붙들고 있다”(‘여름 한낮’)
보시라, 여름 한낮을 이만큼 간결하게 그리고 선명하게 묘사할 수 있다는 것은 한마디로 그의 시적 역량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다. 높다랗게 걸려 있는 땡볕 하늘과 바지랑대에 매달려 있는 잠자리 한 마리에서 우리는 숨막히는 정밀감과 긴장감을 맛본다. 이처럼 절정의 한낮을 이따금씩 실바람이 흔들곤 하지만 그것도 정말 이따금씩이고 더욱이 가는 쉼 호흡일 뿐이다.
그가 최근에 발간한 제3동시집 ‘정말 좋겠다’에서는 아름다운 상상력으로 꿈을 담고 있는 꽃씨 봉투를 찾아내고, 애정 어린 눈빛으로 작고 하찮은 채송화의 겸손함을 노래하는가 하면, 말이 주는 울림을 통해 즐거운 신명을 어린이들에게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비어가는 농촌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 생활을 되돌아 보게 하고, 결국 사랑이라는 나무를 모두의 가슴 속에 심기를 바라는 소망을 들려준다.
“엄마는/정말 좋겠다//아빠가/회사에서 퇴근하시면/”엄마 어디 가셨니?“/우리보다 먼저/엄마를 찾고.//아빠는/정말 좋겠다//엄마가 시장에서 돌아오시면/”아빠, 퇴근하셨니?“/우리보다 먼저/아빠를 찾고.”(‘정말 좋겠다’)
이 작품은 부부사랑의 경지를 동심의 눈으로 바라보고 쓴 시이다. 화목한 가정의 아름다운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가정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정말 행복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누구나 그냥 지나쳐 버릴법한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감정을 이러한 완벽한 어린이의 눈으로 묘사한다는 것은 결고 쉽지 않다.
이처럼 좋은 시란 독자들의 가슴 속에 살아 남아 언제나 은은한 울림으로 남는 종소리이다. 양회성 시인이 울리는 종소리는 바로 사랑의 종소리나 다름 없다.
그는 몇가지 원칙을 가지고 동시를 쓴다. 모국어를 사랑하는 의미로 가급적 외래어나 한자를 시어로 선택하지 않는다. 그래서 작품 하나 하나를 쓸 때마다 여러 낱말을 골라 몇 번씩 고심해서 어려운 낱말을 철저히 배제하고 쉽고 아름다운 모국어 쓰기를 고집한다.
동시에 읽기 쉽고 외우기 쉽도록 운율과 간결미를 부여하고 있다. 우리의 옛시조에서 보듯이 낭송하기가 쉬운 작품은 감동이 오래 가고 기억하기에 쉽다. 그래서 그의 동시는 동요에 가까운 작품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고향과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고향의 따뜻함과 꿈이 있는 동심을 시적으로 승화시켜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요즘과 같은 물질만능 시대에 사는 우리의 현실을 볼때 꿈과 사랑, 생명을 키워 준 고향은 아버지의 진솔한 삶과 어머니의 숨결같은 깊은 사랑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동시에 대한 감동과 재미를 가미하려고 힘쓴다. 너저분한 군소리를 쓰기보다 작품에서 무언가 생각하고 느낌을 가질 수 있는 내용의 작품을 주기 위해서다.
이 외에도 그는 앞으로 잊혀져 가는 우리의 일상생활의 모습과 옛소리, 우리의 염원인 통일의 문제 등도 보다 관심을 갖고 동시를 쓰는 작업에 전력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운 꿈과 슬기로운 마음을 가꿔주는 친구가 되고, 어른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동심을 일깨워줄 수 있다면 더없이 큰 보람으로 여기고 꽃밭을 가꾸는 순수한 마음으로 계속해서 꿈과 사랑이 담긴 작품을 남기고 싶다고 말한다.
글 ; 이재창 문화부장 겸 편집부국장
동시 쓰기로 인생을 건 ‘교과서 시인“
1985년 아동문예 신인상에 ‘꽃씨를 뿌리며’등 3편 당선돼 등단
양회성 시인은 1957년 8월11일 전남 신안군 지도읍 봉리 죽곡마을에서 태어났다. 1966년 3월 지도북초등학교에 입학해 71년 졸업했고, 그해 목포유달중학교에 입학, 섬에서 태어나 난생처음 도시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중학시절 그는 문예반 활동을 하면서 목포예술제에 참가에 운문부 우수상을 차지하면서 본격적으로 문학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그를 만든 가장 큰 동기이다.
그는 목포지역 명문고인 목포고등학교에 입학, 당시 지리과목을 가르치던 아동문학가 양문열 시인을 만나 문학에 대한 이론을 배우고 문예부 활동을 활발히 했다.
그러나 그는 가난 때문에 고교 졸업후 꿈에 그리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포기해야 했고, 한동안 방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돈을 벌어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가겠다는 신념으로 집안이 어려운 학생을 가르치는 학교인 목포향토중학교에서 1976부터 근무하게 된다. 그러나 학생들과의 정 때문에 대학을 진학하지 못하고 1979년 공무원 공채시험에 합격해 목포시청에서 공무원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나 그는 한시도 문학의 꿈을 잊지 않았다.
1983년 그는 목포지역 문학청년인 김선기(광주타임스 문체부장), 홍로기, 김화숙 등과 함께 목포지역 문학활성화를 위해 ‘시울문학회’를 발족시키고 초대회장을 맡았다. 그후 박록담 시인이 주축이 된 새솔문학회와 함께 청년문학단체의 쌍벽을 이루며 문학공부를 했다. 당시 선배 문인인 최일환, 박순범, 김종두 시인 등을 찾아 조언을 듣기도 했다.
그후 목포대와 목포전문대 문학서클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이 전개됐고, 급기야 1985년 시울문학회를 중심으로 한 목포청년작가와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목포청년문학회를 조직해 침체된 목포문학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1984년 기성작가들의 동호회인 청호문학회에 가입해 활동을 하면서 김종두 시인이 그의 시가 너무 순수하고 맑아 동시를 쓰는 것이 좋겠다는 권유를 받아들여 본격적인 아동문학에의 길을 걷게 된다.
그에게 있어 1985년은 자신의 문학 여정중 잊지 못할 해이다. 문학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소망하는 신춘문예에 도전해 조선일보 최종심까지 오른 성과를 거둔 것. 이에 용기를 얻는 그는 아동문학 전문지인 월간 아동문예 신인문학상에 응모해 ‘꽃씨를 뿌리며’‘징검다리’‘산골집 꽃밭’ 등 3편이 당선되고, 1987년 한국문인협회가 주관한 제53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에 ‘팽이’‘산골의 봄’ 등 3편이 당선되는 영광을 안고 본격적인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직장에 다니면서 문학공부를 할 수 있는 길을 갖기 위해 뒤늦게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선택했는데 그게 지금까지 문학활동을 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1990년 전라남도 전입고사에 합격해 그동안 정들었던 목포시청을 떠나 전남도청으로 근무지를 옮긴다.
그에게 있어 문학을 하면서 가장 뜻깊은 일이 벌어졌다. 글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소망하는 교과서에 그의 작품이 실린 것이다. 96년 문학의 해를 맞아 그의 첫시집 표제시인 ‘산골집 꽃밭’이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4학년 2학기 쓰기에 수록되는 영광을 안은 것. 또 7차교육과정에서도 동시집 ‘꿈꾸는 아기섬 하나’에 실려 있는 ‘겨울 참새’가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4학년 2학기 읽기에 수록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되었고, 직장에서는 ‘교과서 시인’이란 애창까지 얻기도 했다.
또한 그는 첫시집을 발간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균범 도지사의 도움 속에 문단에 등단한 전라남도 산하 공무원을 대상으로 ‘전라남도 공무원문학회’를 조직하고 첫 번째 작품집 ‘다도해의 아침’이란 이름을 직접 짓기도 했다.
그는 목포JC 주최 ‘목포의 찬가’ 가사 공모에 입상, EBS 주최 제2회 전국 창작국악동요제에서 ‘할머니의 강아지’(김남삼 곡)이 금상 수상, 삼성문화재단 주최 초록동요제에서 ‘종달새’(김정철 곡)가 대상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고, 별밭 동인지 주간을 맡아 ‘꿈속에서 크는 별빛 하나’를 발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주최 전국 동인지 콘테스트에서 유일하게 아동문학 분야로 입상했다. 또 김정철 동요집에 ‘종달새’‘굴렁쇠를 굴리며’‘가을’ 등 3편의 동시가 수록돼 CD와 음반으로 출시됐다.
또 동요 ‘내고향 오솔길’(이수인 곡)이 어린이날 특집으로 KBS TV에 방영되었으며, 동시의 교과서 수록으로 광주MBC TV 9시 뉴스에 소개되는 등 각 언론들이 앞다투어 소개하기도 했다. 세 번째 동시집 ‘정말 좋겠다’를 발간했을 때에는 광주MBC TV '생방송 화제집중'에 그를 중심으로 온 가족이 모두 출연해 문학을 한 기쁨을 얻기도 했다.
그가 펴낸 동시집은 ‘산골집 꽃밭’(1993), ‘꿈꾸는 아기 섬 하나’(1996), ‘정말 좋겠다’(2002)가 있으며, 엮은 책으로 위인전기 ‘콜럼버스’‘간디’ 등을 출간했다. 제6회 광주전남아동문학상과 제16회 광주문학상을 수상했다. 별밭문학, 21동행시, 한국동요문학 동인 활동을 하며 한국아동문학회 광주지회장을 역임한 그는 현재 전라남도의회사무처 총무담당관실에 근무하고 있다.
사진설명- 양회성 시인은 현대 산업사회의 생활 속에서 자연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그 속에 사는 우리네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의 이야기들을 진솔한 동심으로 노래한다. 또한 그는 동심을 포착하는 시적 앵글이 뛰어나 그 이미지가 명확하고, 경쾌하고 신선한 동요적인 리듬감으로 그의 시를 돋보이게 한다.
글 ; 이재창 편집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