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문학신문사(대표 박인과)는 제25회 신인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이번 창조문학신문 신인문학상은 시 부문에 김수연 씨의 ‘창’ 외2편, 최원일 씨의 ‘횡단’ 외 3편 그리고 수필 부문에 장경욱 씨의 '너는 내 운명'을 당선작으로 발표했다.
▣ 너는 내 운명 / 장경욱
시골 노총각의 다방 아가씨를 향한 가슴을 울리는 뭉클한 사랑이야기로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관객에게 까지 큰 호응을 얻은 “너는 내 운명”의 극중 배경인 ‘순정 다방’이 극장가에 등장했다. 영화 같은 사랑이 현실에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영화이다. 눈물을 참으려 해도 꼭 흘러나오게 만드는 그런 영화임에 틀림없다.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이런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 생각이 든다.
남녀 배우의 연기도 좋았지만 눈물어린 호소는 정말 잊을 수 없다. 여느 멜로 영화의 남자 주인공처럼 돈이 많지도 얼굴이 멋있지도 않은 시골 노총각 석중은 많은 여성 관객들에게 사랑에 대한 희망과 판타지를 심어준다. 이에 한발 더 나아가 그의 계산 없는 우직한 사랑은 남자 관객들의 가슴까지 뭉클하게 한다.
영화의 예고편에 흐르는 노래 “you're my sunshine.”을 남자 주인공이 직접 불러 화제가 되기도 한다. 가슴 시리게 아름다운 사랑이 스크린을 통해서 다가온다. 가을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어 더 행복한 건지 모른다. 많이 울고 많이 가슴 여미게 해주는 영화이다.
드디어, 서른여섯 살 노총각 인생에 사랑이 찾아온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기를 꼬박 손꼽아 기다리기 서른여섯 해, 천사 같은 그녀가 스쿠터를 타고 그 곁을 스쳐 지나간다. 사람들은 그녀가 서울에서 갓 내려 온 다방 아가씨라고 한다. 차 배달도 나가고 다른 남자들과 술도 마신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틈만 나면 그녀를 보러 다방으로 달려간다. 장미꽃과 갓 짠 우유를 그녀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그녀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 티켓을 끊기도 한다. 그의 눈엔 온통 그녀만 보인다. 그녀를 위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고 그녀를 위해 뭐든 다해주고 싶어 어렵고 힘들어도 그녀가 그를 위해 웃어준다면 이 세상 무슨 일이든 다 해낼 수 있고 미친 짓만큼 무모한 짓도 한다. 그런 그녀는 ‘사랑 따위는 필요 없다.’ 한다. 그녀는 그를 쉽게 받아주지 않는다.
우연히 석중은 그녀의 눈물을 보게 된다. 그녀도 사실은 사랑 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된다. 그녀의 그 눈물을 씻어줄 수 있는 사람이 그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드디어, 그는 용감하게 마음을 고백한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그녀 또한 그의 진심을 받아준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세상 모든 걸 가진 것 같은 그이다. 행복한 순간이 영원할 줄 믿었던 것도 잠시 그녀에게 잊지 못할 과거가 찾아온다. 혼자 힘들어하는 그녀를 위해 전 재산인 젖소 목장이와 통장 5개를 처분하며 이제 그의 사랑에 더 이상의 장애는 없을 거라 믿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편지 한 통만 남긴 채 그의 곁을 떠난다. 행복하게 살라고 미안하다고 그는 그녀가 에이즈에 감염되었다는 청천벼락 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주위에선 모두 그녀를 포기하라 한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끝까지 지키기로 결심한다.
가족∙친구∙세상도 모두 그녀를 찾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그녀가 없으면 한시도 살 수 없을 것 같아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그녀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영화 <너는 내 운명>에서 석중이 맡은 역할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운명의 여인 은하를 지켜내는 것이다. 은하에게 바치는 “당신은 나의 햇살입니다.”라는 말은 석중의 진심이 담긴 말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영화 속에서 연기한 배우의 노래가 더해지면 그 감동이 진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 남자의 가슴 찡한 사랑을 그대로 압축해 놓은 화면과 그의 노래가 예고처럼 흘러나온다.
영화를 유추한 뮤직비디오는 “사랑하면서도 이별을 해야만 했던 한 남자가 그녀를 찾아 헤매는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이다.” 첫 장면인 바닷가 앞에서 쓸쓸히 서 있는 석중의 모습은 초반부터 심상치 않은 이들의 역경을 예감케 한다. 서정적이고, 조용한 목소리의 곡의 초반에 운명처럼 만나 사랑하는 아름다운 모습들이 스쳐 지나간다. 한편, 슬픔에 절규하는 듯이 노래의 클라이맥스에서는 역경에 부딪혀 힘들어 하는 이들의 절절한 사랑이 보여 지며 보는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에이즈란 아니 모든 질병∙암∙장애 등 남보다 더 아픈 곳이 있는 이들에게 난 얼마나 진심으로 다가갔는지 생각이 든다. 외면하고 무시했던 내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영화를 보면서 오랜만에 감동이 찡하게 다가왔다.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과의 사랑, 이별, 추억에 문득 가슴이 아려오고 너무 슬펐다. 영화를 몇 번이나 보니 세세한 부분들이 다 보인다.
‘거울’은 슬픈 가사와 감성적인 멜로디가 어우러진 서정적 발라드 곡으로, “곡의 느낌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뮤직비디오를 생각하던 중 ‘너는 내 운명’의 예고편을 보고 영화의 장면과 분위기 등이 음악과 너무나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에서 뮤직비디오로 만들게 되었다.”고 밝힌다. 이 둘의 만남이 운명과 같이, 영화 <너는 내 운명>의 이야기와 <거울>의 가사는 너무나 닮아 있다. 음악과 영화 모두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한 남자의 가슴 시린 사랑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두 주연 배우의 열연, 그리고 애절한 보컬이 어우러진 ‘거울’의 뮤직비디오는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촉촉이 적시고 남음이 있다.
남녀 배우의 기대이상의 연기에 큰 감동을 받은 것 뿐 아니라 세상의 밑바닥에서 걸레 취급받는 존재지만 한 남자에게 그토록 애절하고 진심어린 사랑을 받는다는 건 정말 행복한 여자인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많이 부러웠다. 간만에 보는 정말 마음 저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하는 영화였다. 나도 평소 좋아 하는 유형의 영화인데 “사랑이란 정말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안개 속에서 영화를 본 듯하다. 뿌옇게 흐려 눈앞에 보이는 건 은하와 석중의 가슴 시리도록 아프고 가슴 저미도록 뜨거운 과연 내가 저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사랑하기에 선택한 건 후회가 없다.’고 한다. 다름 아닌 석중의 사랑에서 옆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사랑은 단순히 감정이 아니라, 운명일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한다.
왜 내 곁을 떠나는지 묻지 않을게요.
왜 이제 왔냐고 묻지 않을게요.
상처만 남기고 떠난 사람아
서러운 눈물을 몰래 흘리는 사람아
우수수 가을낙엽도 바람에 지는데
세월에 지쳐 울먹이는 사람아
야윈 달빛도 고요히 누워 잠들고
그 옛날은 가고 사랑도 잊혀 가는데
애달픈 꽃이 되어 초야의 핀 사랑아
왜 흔한 소식 없어나고 묻지 않을게요.
왜 그리는 마음 없어나고 묻지 않을게요.
서로가 아파 돌아와 우는 사랑아
장경욱의 ⌜해후⌟ 전문
▣ 박인과의 녹색문법, “삶에 대한 희망의 광합성으로 꽃 피우는 몸부림으로”
창조문학신문 신인문학상에 응모한 시들이 대부분 현실의 절망과 아픔으로 얼룩져 있었다. 사회적 불안과 죽음의 이미지들이 선자를 괴롭게 했다. 그렇지만 문학은 현실의 반영이기 때문에 한 편, 한 편 다 소중하게 읽었다.
김수연 씨는 시집 한 권의 분량을 응모해 왔다. 김수연 씨의 작품들은 그리움과 가족과 사랑에 관한 것들로서 평범한 우리네 삶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진한 감성으로 풀어놓았다.
최원일 씨는 아직 학생의 신분으로 많은 작품들을 보내왔다. 대개 암울한 시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현실과 희망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장경욱 씨는 이미 시인으로 등단한 문인이다. 그의 당선 수필 ‘너는 내 운명’은 영화를 보고 난 후 창작한 작품으로 작가의 저력을 느낄 수 있다. 이 수필은 마지막에 본인의 시 ‘해후’로 끝나고 있으며 풍부한 시적 감성으로 좋은 수필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김수연 씨의 작품들은 대부분 절망의 이미지들을 달고 있지는 않았다. 그것은 수많은 세월 동안 겪은 체험 속에서 절망들은 이미 절망이 아니고 자신이 짊어지고 가야 할 희망과 애정의 동반자가 되어있기 때문인 것이었다. 절망을 절망으로 인식하지 않는 그녀의 문법은 새봄과 더불어 더욱 울창한 이파리들을 달고 꽃을 피우게 될 것이다.
최원일 씨의 시어들은 우리가 처한 현실의 그리움에 그 바탕을 둔다. 그러면서 그는 현실을 그대로 시에서 표출하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언어들이 그가 갈망하고 있는 인생의 새봄에 대한 푸르름과 소망의 본질에 있다. 그의 언어가 자폐증적이지만 스스로 자페증 앓는 시어들을 뱉어냄으로써, 비워냄으로써, 새로운 부활을 꿈꾸고자 하는 것이다.
장경욱 씨의 문장들은 눈물로 얼룩져 있다. 눈물과 운명에 관계된 어휘들이 그에게 또한 우리에게 있어서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이었다. 장경욱 시인의 수필이 시적 감수성을 가지고 더욱 우리의 가슴에 밀착되어 올 때면 우리는 또한 눈물의 삶 속에서 한 송이 순수한 애정과 사랑과 운명의 꽃을 피우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에 당선된 분들의 작품은 우리에게 희망이다. 새봄에 파릇파릇 돋아나는 보리처럼 짓밟히면서도, 또한 꺾이고 꺾이면서도 강력한 생명력의 분출로 몸부림하며 새롭게 새롭게 돋아나는 새싹들처럼 우리에게 첫사랑의 설레임과 새 봄빛의 문법으로 다가온다. 이들이 있는 한 우리 세상의 어둠의 이미지들은 친환경적인 녹색의 빛깔로 채색되게 될 것이며, 부대끼며 살아가지만 우리의 삶의 나뭇잎들은 서로 상쾌하고 깔끔한 광합성을 나누며 희망을 노래하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박인과 녹색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