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를 주로 생산하는 포르쉐사의 기원을 더듬어 올라가기 위해서는 천부적 자동차 엔지니어인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1875년 보헤미아 지방에서 태어난 페르디난트 포르쉐의 자동차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열정과 천재성은 그가 손댔던 차의 대부분이 오늘날까지도 클래식으로 존재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충분히 이해될 수 있을것이다. 1920년대 후반의 메르세데스 SS, SSK 등은 좋은 예가 될 것이며 폴크스바겐 비틀 또한 그의 손길을 거친 자동차이다.
다임러 벤츠사 경영진과의 불화로 회사를 나온 포르쉐 박사는 1931년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에 포르쉐 엔지니어링 사무소를 열고 자동차 디자인 컨설팅 사업을 시작했고 실질적으로 이 사업이 현재 포르쉐사의 전신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포르쉐 이름을 최초로 사용한 자동차는 1948년 소개된 356이며, 이 차는 경량 로드스터로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의 장남인 페리 포르쉐가 설계했고 비틀에서 가져온 1,131cc 수평대향 공냉 4기통 엔진을 얹었다. 처음에 설계할 때에는 미드십이었으나, 2호차부터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에 의해 RR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 차로 인해 RR 공랭엔진은 포르쉐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제 4 세대까지 이어져오던 356은 1965년 77,361대 생산을 끝으로 단종되었고, 후속 모델로 1950년대 후반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901이 탄생했다. 901의 보디 디자인은 포르쉐 박사의 손자인 페르디난트 알렉산더 포르쉐가 맡았고, 새로운 6기통 엔진은 외손자인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만들었다.
911은 1963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데뷔해 1964년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원래 이름은 901이었으나, 가운데 0이 들어가는 세자리 숫자 차이름은 푸조社가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가지고 있었기에 911로 이름을 바꾸었다. 차츰 S, T, L, TDX, E 등의 라인업을 갖추었고, 911R(1967), 카레라 RS 2.7(1973) 등은 한정 생산했다. 카레라는 356 시절부터 고성능 버전(1963년형 356C 2000GS 카레라 GT가 가장 강력한 모델)에 사용하던 이름으로 911에서는 옆면에 카레라 로고, 뒤에 덕테일(오리꼬리 모양) 스포일러가 상징이다.
이후 911의 시리즈를 간단히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911 시리즈 2 (1974 ~ 1989)
미국 규정에 맞추어 범퍼를 키운 것이 특징으로 S, DX, LTD, S-DX, SC, SCS, 터보 등의 라인업을 갖추었고, RS 3.0, RSR(1974), SC-RS(1984) 등은 한정 생산했다.
930 (1973)
911의 터보 모델로 3.0리터 260-300마력 엔진을 탑재했으며, 쿠페, 타르가톱, 카브리올레, 터보룩 스타일 등의 보디를 선보였다.
코드명 954 (1984)
그룹 B 랠리카로 기본 모델은 911SC/RS
코드명 964 (1989 ~ 1994)
카레라 2, 카레라 4, 터보 등의 라인 업을 갖추었고, RS(92), RS 3.8(93) 등은 한정 생산했다. 카레라 4는 4WD, 카레라 2는 RR 모델로 팁트로닉을 채용했는데, 964의 히트로 포르쉐社는 재정적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쿠페, 카브리올레, 스피드스터 등을 갖추었다.
코드명 993 (1993 ~ 1996)
964의 대체 모델로 911 탄생 30주년을 기념해 1993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데뷔했다. 카레라 4, 터보, S, 4S 등의 라인 업을 갖추었고, RS(95), GT2(96) 등을 한정 생산했다. 911 계보 최후의 공냉 엔진 차량으로 기록된다.
코드명 996 (1997 ~ )
993의 대체 모델로 199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데뷔했다. 33년 만에 6기통 수평대향 DOHC 수냉식 엔진을 사용(3.4 리터, 300마력)했다. SOHC 공냉 엔진이 아니라 하여 매니아들 사이에 '진정한 911이 아니다.'라는 논란이 일었다. 199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터보 모델이 추가(트윈 터보)되어 911 카레라, 911 카레라 4, 911 GT3, 911 터보의 라인 업을 형성했다.
* 911 터보
1974년 930 터보에서 시작된 이래 계속 개량되다가 1984년 964 등장 이후 잠시 맥이 끊어진다. 1990년 제네바 오토살롱에서 다시 발표된 터보는 RR 방식이었으며, 1995년 부터는 카레라 4를 기본으로 4WD 방식이 등장했다. 1999년 가변 리어윙, 전범퍼 및 냉각 흡기구가 추가된 신형 911 터보가 발표(코드명 996)되었다,
□그밖의 모델
912 (1965 ~ 1969)
가격이 비싼 911의 보급형으로 개발된 모델로 356SC의 4기통 1.6리터 90마력 엔진을 얹고 183km/h를 냈다.
914 (1970 ~1975)
196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데뷔한 뒤 1970년부터 폴크스바겐과 제휴로 양산했다. 미드십 타르가톱 스타일로 914/6은 고성능 버전이며, 916은 914의 레이싱 버전이다. 포르쉐같지 않다는 평을 받는다.
924 (1976 ~ 1983)
포르쉐 최초의 프론트 엔진 모델(FR)로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 아우디 직렬 4기통 2리터 100마력 엔진을 사용해 최고시속 200km/h를 냈다. 출력 부족에 대한 요구에 부응해 1978년 150마력의 터보를 선보였다. 1980년 924 카레라 GT와 1981년 924 카레라 GTS도 발표되었다.
944 (1981 ~ 1991)
924를 베이스로 한 고성능 모델로 직렬 4 기통 2리터 엔진을 얹었고, 1984년에 터보가 추가되었다. 1986년 944S, 1988년 944 터보S, 1991년 터보 카브리올레 등도 추가되었다.
928 (1977 ~ 1995)
1977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911 대체차로 데뷔했으나 결국 벤츠 SL이나 BMW 8 시리즈와 경쟁하는 고급 GT카가 되고 말았다. V8 4.5리터 엔진을 프론트에 얹고, 벤츠의 자동 미션은 리어에 배치한 2+2 형태로 1979년 928S, 1987년 928S4, 1990년 928GT, 1995년 928GTS 등을 발표했다.
959 (1987 ~1988)
80년대 초의 4WD 프로젝트에서 출발해 1995년 프랑크푸르크 모터쇼에서 데뷔했다. 2.85 리터 수평대향 6기통 DOHC 수냉 엔진으로 400마력을 내는(시퀀셜 트윈 터보) 수퍼카 (0→100km/h 3.7 초)로 페라리는 959에 자존심이 상해 F40을 만들었다. 4WD, 4WS 등 포르쉐 기술력의 결정체로 283대만 한정 생산했다.
복스터 (1996 ~ )
1993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컨셉트카로 데뷔했다. 복스터란 복서+스피드스터의 뜻이며, 조상은 1950년대의 550 스파이더와 RS61. 경량 로드스터였으나 911 팬들의 불만을 사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1999년 복스터 S를 출시했다. 수냉 엔진을 미드십으로 얹었고, 소프트탑과 알미늄 하드탑을 씌울 수 있는 로드스터 형태이다.
고성능 스포츠카 제작사로서 포르쉐의 행보는 그들이 그동안 보여주었던 진정한 퍼포먼스와 전통이 사그라지길 원치 않는 열광팬들이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첫댓글 정말 재미있는 포르쉐의 히스토리 잘 읽었습니다^^
잎으로의 글들이 더 기대가 됩니다. 드림카 중에 하나지만.. 언제쯤이나 될까요^^
전통과 고집이 있는 포르쉐의 역사군요~!!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