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오늘의 일기가 어떨까 하늘을 쳐다 보는 일입니다
그러다 심상치 않으면 131에 전화를 걸어 오늘의 날씨를 알아 보는데 날씨가 좋다는 예보였습니다.
남편은 이천으로 중고트랙터를 알아 보러 갔는데 요즘 사흘째 알아 보러 다니는 중입니다.
전북 익산에도 가 보고 충남 당진에도 가 보았는데 가격과 상태가 맞질 않아서
오늘 다시 이천의 친구에게서 연락이 와서 새벽 6시에 길을 떠난 것입니다.
오늘 함께 하려고 계획하였던 일을 수정하여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하였습니다.
아침부터 방치되었던 우물을 치우고 새로 깨끗한 강돌을 주워다가 새롭게 우물을 만들었습니다
우물 치는 이야기는 따로 쓰기로 하지요.
집앞에 작은 샛강입니다
강변으로 나물들과 효소꺼리들이 많아서 베낭을 메고 가서 한짐 뜯어 놓고 나니 점심때가 되었네요.
물빛이 어찌나 고운지 짙어가는 녹음빛이 강물속에 퐁당 빠져서는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집을 방문하신 호명님이십니다.
호명 님을 알게 된 것은 6년이 다 되어 가는데 만나기는 오늘 처음입니다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영월에 내려서 택시를 타고 우리집을 찾아 오셨는데
함께 산에 가기로 한 아무렴이 없어서 동네구경을 하러 다니는 중입니다.
오늘 꺽지 않으면 쇠어서 못 쓰게 될 고사리를 꺽으러 가는 길에 함께 가시자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예보에도 없던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 했습니다.
간신히 비를 피할 수 있는 산막에 들어가 비를 피하다가 시간이 너무 없어서 안되겠기에
그냥 비를 맞으며 고사리를 꺽었습니다.
한바탕 소나기를 뿌린 하늘에는 다시 밝은 햇님이 고개를 내 밀었습니다.
호명 님은 자전거를 끌고 오고 저는 조금 뒤에 따라 오면서 혼자 쿡쿡 거리고 웃었습니다.
황순원 님의 소설 <소나기>가 생각나서 였지요.
아무리 인터넷을 통해 오랫동안 만났다고 하지만 오늘 처음 만난 사이니 좀 서먹한 건 사실입니다.
소설 소나기에서 여자 주인공은 여리고 공주 같은 모습인데 오늘 제 모습은 선머스마 같았습니다.
산막에 혼자 세워놓고 천둥번개가 치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산으로 냅따 달려서 고사리를 꺽어오고
호명 님은 좋은 길로 가시라고 하고는 다시 저는 산길로 다람쥐마냥 내려와 버렸으니
소설 소나기에 견주기는 너무 안 맞지요.
어느새 고추나무 꽃이 한창 피어 향을 날리고 있습니다.
소나기후에 혹시나 무지개가 피지 않을까 동쪽하늘을 몇 번을 바라 보아도
기미가 없습니다.
우리집으로 올라가는 소나무가 있는 길입니다.
전 이 길이 좋아서 외출에서 돌아올 때 일부러 이곳에 내려서 걸어 갑니다.
저만치 앞서가는 호명 님 뒤를 따라 가면서 혼자 실실 웃어 봅니다.
거꾸로 된 소설 소나기가 생각 나기도 하여서 이지만 다정히 같이 가면 동네 분들이
혹여 저를 안 좋게 볼까 배려해 주시는 호명 님 마음을 읽어서 입니다.
쫄딱 맞은 비 때문에 옷이 한짐 입니다.
길가에 심심찮게 싱아가 여기저기 있었습니다.
지난번에 참새님에게 싱아 먹는법을 배워서 껍질을 벗겨서 먹어 보았습니다.
새콤하니 입안에 침이 고이는 맛입니다.
박완서 님의 소설 <그 많던 싱아는 어디로 갔을까>도 생각났습니다.
작가 님 싱아 우리동네에 다 있는데요 하고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남편은 밤이 늦어야 온다고하여 아들이 있기는 하지만 호명님이 서먹할까 보아 가까이 계시는 백월초당 님과
매월당 님을 저녁식사에 초대하였습니다
백월초당 님은 오시자마자 여기저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으시고.....
아들이 삼겹살을 맛있게 구어 주었습니다.
금방 산에서 뜯어 온 산나물로 쌈을 하고 드릅과 왕고들빼기를 무쳐서 조촐하게 저녁을 먹었지요.
아! 빠트릴 뻔 했네요 우물에 넣어 둔 김치 한포기가
오늘의 주 메뉴이기도 합니다.
밤이 늦어 서울에서 남편의 친구분들이 놀러 오셨습니다
너무 졸려서 들어가 한잠 자고 있었더니 호명 님이 배낭에 가져오신 버너를 마루에 펴서
멸치다시를 우리고 말리던 고사리를 한 줌 넣어 밤참으로 라면을 끓여서 드시는 중이었습니다.
한젓가락 얻어 먹어 보았는데 고사리 냄새가 나는 것이 아주 맛있었습니다.
손님들은 라면을 안주삼아 조촐한 술판을 벌이고 사람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는 매화말발도리가 노래를 불러 주는 봄밤입니다.
첫댓글 금자언니는 참 '사람답게'사시는 것 같아요. 손님이 끊이지를 않고...나는 손님올까봐 겁먹는 스타일이라서 금자언니가 더 대단해보여요.
미투여~~~ 나두 사람은 좋아하는데 손님은 겁나 ㅜ.ㅜ
킬킬 나두 ㅋ
글을 읽으면선 그많던 싱아는 어디로갔을까가 아니고 누가다 먹었을깐데..하며 문득 내 책장에 책을 찾아보니 그책이 없어졌다는걸 알았습니다. 난 책빌려가서 안가져오는사람이 젤루 싫은데 내책을 누가 꿀꺽 했을까요? 언니덕에 내 책이 없어졌다는걸 알았네. ㅠㅠ 그나저나 저 고사리 라면 무슨맛일까 궁금하네요. 먹어보고 싶다. ㅎㅎ
그 많던 내 책은 누가 다 꿀꺽했을까?ㅎ
금자님의 글을 보면 궁금했던 것들이 단숨에 풀립니다. 사무실앞에 피어있는 꽃이 참 소소하고 예쁘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름을 몰라서 궁금하던 차에 그것이 고추나무 꽃이란 걸 알았네요.. 감사드려요.
매번 느끼는 거지만, 언니는 일을 일이라고 생각 안하시고, 그냥 놀고, 즐기면서 하시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