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엄마의 든든한 넘..
시간이 참 빠르구나. 벌써 네가 간지도 오늘로써 꼭 열흘째란다. 잘 지내고 있니. 네가 입대한 후부터 엄마에겐 이상한
버릇이 생겼단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습관. 서울은 어떤지. 추운지 눈이 오는지. 네가
입대하던 날 했던 말이 떠올라 웃고는 하지. 군대에선 눈이 쓰레기라고 했던 말. 근데 요즘 공군의 레미제라블 패러디
영상물을 보면 눈을 보면서 폐기물이라고 하더구나. 입대하기 전에는 그렇게 예뻐 보이던 눈도 이젠 하나도 반갑지도
않고 걱정만 되니 이게 부모마음이겠지.
춥지는 않니. 오늘도 호야가 문득 그랬어. 매일 형 생각이 난다고. 우린 참 좋은 친구 같은 형제라고. 호야는 내일 해경
체력장 시험 보러 부산 갔단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올해 입대를 하려는 모양이야. 그래도 너만큼 든든한 맛은 없지만
네가 없는 후로는 엄마를 도와주려고 잘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기는 해. 전만큼 엄마에게 다구지기지도 않구 말이야.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고 또다른 한편으로는 대견하기도 하고. 아마도 호야 역시 네가 떠난 엄마의 빈자리를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해.
진우야. 토요일에 차 정비소에서 나온대. 견적은 잘 모르겠지만 네가 떠난 후 정비소에서 소지품을 꺼내면서 나도 모르게
차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렸어. 내 아들 지켜줘서 고맙다고. 눈물이 핑 돌더라. 만약 너에게 무슨 일이 생겼었다면 엄마는
어찌 살았을까? 입원하고 퇴원하면서 많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 너에게 많이 미안했지만 엄마도 용기가 없어 말하지
못했지. 네가 얼마나 소중한 아들인지. 그리고 너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호야는 매일 재롱잔치야. 엄마가 울보가 되었다고. 엄마 웃게 해준다고. 근데 엄마는 네가 연병장에서 부모님께
거수경례하던 모습과 강당으로 걸어가면서 씨익 웃던 모습이 자꾸 떠오르구나. 보고 싶은 내 아들. 매일 엄마 곁에
있었는데. 아빠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같이 했었는데. 그 소중했던 시간이 나중에는 추억으로 남을 거라고. 애써
위로하곤 하지. 우리는 부모자식간을 떠나 너무 많은 생각과 시간을 공유했잖니. 그것만으로도 엄마는 축복이고
행복이라고 생각해.
네가 간 후 딱 한번 큰소리로 대성통곡한 것 이후로는. 설 전날 아침 일찍부터 너 옷상자가 배달 왔단다. 빌어먹을
너무나도 잔인한 선물.ㅎ 얼마나 울었던지 쌍꺼풀이 사라지고 호빵맨이 되었지.상상이 되지? 그 후로는 울지 않아.
씩씩하게 큰소리치고 잘 지내지. 그리고 한가지. 엄마 트럭 잘 몬다? 이제 일주일 되었고 생각보다 재미있어. 아무리
생각해도 너의 천부적인 레이서 실력은 엄마에게 물려받은 듯.ㅎ
또 편지 적을게. 알지? 엄마 한번 수다 떨면 끝없다는 것. 글을 더 적고 싶지만 복사하는 장병 힘들까 봐. 난 신병 번호를
몰라서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도 몰랐다. 매일 매일 너무 바쁘니까. 오늘도 남해 납품 다녀오고 내일은 숲 유치원
납품가구. 오리궁뎅이랑 등뼈랑 조례동 삼겹살 집 등 예약된 체인점만 6군데다. 이렇게 바쁘게 살면 시간도 빨리 갈
테고 너도 빨리 올 거라 믿어. 그래야 우리 아들 왔을 때 엄마도 당당한 엄마 모습이 되어있을 테지. 항상 건강하구
아프지 말고. 추위를 많이 타는 네가 걱정은 되지만 엄만 너 믿어. 언제나 넌 내게 든든한 넘이니까.
PS: 훈련병에 나온 사진..참 멋있더라. 역시 옷걸이는 타고난 것 같아. 눈빛도 빠짝(?) 살아있고.
아니? 너의 사진을 보면서 너의 외할아버지를 떠올렸다는 것. 나중에 너도 보면 그렇구나 하고 생각할거야. 눈매랑 옆
선이랑 체형까지. 잘 커줘서 고맙다. 그리고 엄마랑 한 세가지 약속 지키고 있니? 안되면 되게 하라. 엄마는 그렇게
생각해. 엄마가 한 것처럼 너도 분명 약속은 지킬 거라고. 사랑한다 엄마 아들. 그리고 고맙구 미안했어..
2013.02.14 발렌타인데이에.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