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맘가는대로
붓가는대로
내 맘에 족하면
그게 다라 하지만
좋은 시를 보면
이리 좋은데
이리 가슴 떨리고
이리 눈물 나는데
십사
아들사랑
아들이
저보다 한 뼘 커진 아들이
허리를 표나게 구부려
저를 안습니다
아들에게 안켜
답답한 마음에
빠져나오고 싶은데
아들이 안은 팔에 힘을 줍니다
‘이놈이’싶지만
제딴엔 그게 사랑 표현이라싶어
가만 있어봅니다
이미 포근히 안아 주는게 아니라
포근히 안켜보니
마음이 이상합니다
흐뭇하면서도
제자신이 안되어
마음이 다릅니다
나도, 저도
옆에서 보는
아내도
뭔가가 울컥하는 걸 느낍니다.
어쨌거나
사랑한다 내 아들
십오
40대 후반
과연 중년이 되었다
그럴수도 있는 거였다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청춘만 있을 줄 알았는데
이미 중년이 된 것이다
아내가
깔깔거리며
음흉한 눈빛으로 다가온다
있잖아
저어기
5동에
그 있잖아 왜
이마 넓고 사각턱
저번에 인애랑 싸운
그래 그애네 아빠가
그거라서, 너무 빨리 그석하는
오만가지 약이 다 안돼
신경을 무디게 해주는
수술을 했다가
그만 그나마도 못하게 됐다네
어쩌면 좋아
나보다 서너살은 어려보였던
몸짱같은 날랜 몸으로
걷기도 힘든 뒷산 등산로를
박차고 뛰어오르던
그 남자가 실은
남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아니어서
참으로 다행인데도
왜 마음은 아플까
그들 부부는
밤이면
누가 더
마음 아파할까
이눔의 여편네야
깔깔대지 좀 마라
나는 뭐 좀 다르냐
난들 좀 남은 줄 아냐
내라도 그리 웃을래
나도 내일은
그리될지도 몰라
중년인데
십육
통속
보통
사람들은
선데이서울에는
통속만 있다고 생각한다
또 저질도 같이
근데
그속에도
사랑이 있었고
아픔이 있었다는 걸 짐작하는가
선데이서울이
월간중앙이나
월간동아는커녕
그럴듯한 주간지로도
거듭나지 못하였지만
참으로 지난 추억을
되새김시키는
겨울 어느날 남폿불같은
희미하지만 아련함 때문이어라
그 표지의
참으로 어여쁜 여인들은
다들 어디에서
중년의 세월을 보내고 있을까
쌍팔년도 그시절의
격정같은, 노도같은
통속이라 이름할
우리의 짝사랑을 기억하고 있을까
십칠
영산 태백산
천년의 세월이
몇 번을 더하였는가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은
예 와서
기도를 드렸다
바람찬
천제단에
작은 정성으로
두손모아 기원하는
그 간절함을
오늘따라 더욱
파란 하늘이 굽어보고 있다
산신이시어
천신이시어
한배검이시어
이 기도 하늘 끝까지 닿아
이 나라를 지키소서
이 민족을 지키소서
영원하소서
니 바보천치가??
나보고 바보란다
저만치 잘난 마누라
못 죽여 환장했나??
니가 저사람 덕에 먹고사는데
어찌 그리 박대를 하나??
니가 오만 복이 다없는데
다만 하나 처복이 있구나
근데도 정신 못차리나
아내가 눈물을 쏟는다
어찌 저리 신통하기도 할싸
제 신세가 겨워
한참을 웅웅거리며
눈물을 쏟는다
그기 바로 피눈물이여
가슴 저 밑에서
사실은 나도 운다
니 또 그짓 할래??
다짐을 할싸
죽어도 아니허요
그리하지 않을테요
아니요 할무니
이사람 백번도 더 그래요
반드시 또 할터요
아내가 도리어 발끈한다
맞다 맞다
벌써 몇 번째 다짐인데
그리 쉬이 믿길텐가
여보게 정말정말 마지막으로
이번 한번 믿어주게
내 태백산 신령전에
굳은 맹세 하였다네
다시는 헛짓않고
자네를 따르리니
조금만 두고보아
한번 더 기회를 주오
태백산 아래 어느 철학관에서
또 한 놈 인간이 되어 간다
십구
우예다
니
이세상
쎄고
쎈
사람중에
해필이면
낼
만냈노?
니는
오데
살다
일로
왔노
말이다
내는
내사
하마
오래전에
여게
있어
왔지만
참말로
니가
여게로
올
줄은
몰랐다카이께네
우떠노?
좋나?
같이
있으이
좋나?
내는
참
좋데이
우예다
내는
닐
만난기
내
생에서
젤
젤로
큰
행운인기라
고맙데이 이십
피마자
뒤꼍 텃밭에
해해년년
씨뿌림도 없이
어느 틈엔가 피어나와
나문가 싶을 정도로
무성하게 자라나는
푸른 피마자
피마자 입사구로
할 수 있는 것
비가 오면 우산 대용
빛이 나면 양산 대용
그때 그 시절엔
가끔씩은
화장지 대용
알이 영글면
맛 있을 듯
맛 없을 듯
어리숙한 똥칠이 새끼만
얍삽이 승규에게 속아
매년 한번씩 깨물곤 한다
에 퉤퉤
똥칠이 뺀 아이들에겐
피마자 열매는 총알이 된다
수확할 건 아니지만
장난감으론 못봐
네 이놈들
매부랑코할부지 호통에
줄행랑을 친다
이 놈들아
이것도 자연이 주신 선물이야
씨알 몇 개는 남겨둬야
후년에도 나지
피마자는 지금도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기 위해 몸부림친다
이십일
김치
아내는
김치선수다
몇 해 전부터
장모님이 보내주시는 김치를 마다하고
제 손으로 담궈먹는데
이젠 선수다
아낸 김치를 담그지 않는다
때려 잡는다
가을이 오면
산빛이 조금 불그레 해지면
여보 올핸 몇 포기나 때려잡을까 한다
아낸
지난해도
100여포기를 때려 잡아
이리저리 분배하고
아직도 맛있게 먹고 있다
김치선수 옆에
보조선수는
우리 먹을 거나 담지
애들 고모네
장모님네
처남네, 처제네
담을 때마다 힘이 든다
그냥저냥 막 담으면
힘들지나 않지
태양초를 일일이 면수건으로 닦고
청양초를 따로 보태야 한다
마늘은 꼭 의성 육쪽마늘
사과를 삶아 즙을 내고
적당허니 액젖을 쓴다
그러니 맛이야 이루어 뭐해
아내는 드디어
그 치사(致辭)에 중독되었다
언니 김치가 이젠
날 막 죽여
말로 표현 못해
응 고마와
내년엔 한 스무포기 더 해 보낼께
아내는
내년에도
소문난 김치선수다
이십이
태백산에서 만난 고양이
참 웃기다
민족 영산 태백산 꼭대기에
밤낮없이 신기받으려는 사람들이
왔다가 가고 다시 오지만
정작 산을 지키는 건
고양이들이다
그중에도
흑묘와 황묘
흑묘가 암놈인가
황묘가 이리저리 구걸을 해서
지도 먹고 흑묘를 준다
기도하던 사람들이
생각없이 그저 던져주는
김밥이나 주전부리에
흑묘와 황묘
그리고 다른 놈들이
가냘픈 목숨 영위하면서
민족 영산 태백산을 지킨다
밤엔 천제단에서 바람을 피할지도 모르겠다
이십삼
허리부상
허허
주책스럽게도
이 나이에
족구를 하다가
에헤라디여
그만 허리를 삐끗하고 말았습니다
아내는
당신은 운동중독증이야
그러더니 마침 잘됐습니다
온 여름을
침술원으로
한의원으로
엑스레이도 찍고
참고로 5,6번 척추디스크가
옆으로 심하게 삐져나왔답니다
수술을 하는게 나을거 같답니다
하여튼
한달을 넘게 고생하다가
안심건강연합
구미시 형곡동에 있는
지압원 비슷한데서
곡괭이질을 당하고
씻은 듯이 나았습니다
허리와 엉덩이부분을
곡괭이질을 하는데
고통이 말로 다 못합니다
오죽하면 창피도 무릅쓰고
우왁우왁하고 고래고래
비명을 질러댔습니다
한달동안
허리 아픈거보다
이러다 앞으로
응응응도 못하게 되면
어쩌냐, 어떡하냐
나는 몰라도
아낸 아직 젊디 젊은데
그게 더 무서웠습니다
한번 더 그리되면
아주 끝이 날까봐
조심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가끔씩
허리가 뻐끈해지면
지레 겁부터 납니다
나이되면
허리부상들 주의하세요
이십사
눈꽃
산에 오르니
철이른 눈꽃이 피었습니다
갑자기 피자니
화들짝 놀란듯이
만개했습니다
햇살을 받아
아이 눈동자처럼
반짝거리다가
뚜욱뚝 눈물을 흘립니다
가까이 들여다 보세요
간밤엔 북동풍이 강하게 불었나 봅니다
빗살같이
눈꽃도 강한 바람맞으며 피었습니다
이십오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
세상사람들이
깜짝놀랐다
뉴스를 보다가
차분히 뉴스를 전하던 앵커뒤로
한 청년이 다가와
도청장치 광고를 하는데
깜짝놀랐다
내귀에 도청장치가 있다
근데 사실은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그건 내귀에도 있으니까
또
그거 있어도 크게 써먹을 일이 없다
내귀에 도청장치 있다
별 쓸모도 없다
이십육
연어의 회귀
태어나서
그런 긴 여행은 처음이었다
강원도 어느 산골
죽어가는 아버지의
필사의 사정으로
나는 태어났다
멋모르고 따라나선 여행이
몇 몇 해가 지나고
수만km의 여정이 될 줄이야
지구를 다 돌고야 돌아왔다
이제 나는
내 아이들을 위해서
아내와 함께 돌아왔다
몸이 찢기고
부리가 해어졌다
아내는
격심한 산통으로
숨을 헐떡이고 있다
나도
쉬고 싶다
이젠
쉬고 싶다
여기 내 고향에서
아내와 때를 맞춰야 하지만
지쳐 맞출수나 있을지
내 죽어가던 아버지의
필사의 사정으로
내가 태어 났듯이
내 아이들을 태어나게 해야한다
아내가 마지막 숨을 몰아쉰다
다만 마지막으로
바람이 있다면
내 아이들중 몇 몇은
여기 남아 그 긴 여행으로의 회귀를
극복할수 있을까
순리아닌 역천리가
간절한 소망이다
아내와 한날 한시에
죽어가는 행복을 빼앗길지라도
이십칠
조카의 바다
쪼만한 조카 쪼미노(조민호)
귀엽기도 하지
조그만 개천을 보고도
바다다
큰 강을 보아도
바다다
정작 바다를 보아도
바다다
그애에겐
다 넓고 깊어
바다인 모양이다
쪼미노
저건 바다가 아니야
저건 개천이야
저건 강이야
아무리 설명해도
바다다
개천도, 강도, 바다도
그 맑고 작은 눈엔
한없이 커 보이나 보지
이십팔
어느 밤
엄마가 안오십니다
틀림없이
이 즈음엔 오셨었는데
저어 뒷산 부엉새가
이제 잡아먹으러 갈꼬나
부엉부엉 울어댑니다
삽작문을 닫았습니다
방문도 걸어 잠그었습니다
숟가락을 좀 튼실한 걸로 걸었습니다
엄마는 왜 아니 오실까
호랑이한테 먹히신 건 아니지
괜히 무섭고 눈물이 나
울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다만 엄마는
문고리에 숟가락은 걸지 말라고만 하셨습니다
이십구
이등병의 추억
날이 흐리다
옆 사람에게서
화한 파스 냄새가 난다
날이 흐리니
맘도 침울한데
그 냄새가 좋다
갑자기 군시절이 생각난다
눈사역이 제일 싫던
철원 삼천봉 이등병의 하루
어느 날
부산가서 홍콩갔던
늙은 작전관과의 단독군장 순찰
아하 벌써 20년도 넘게 지났다
그날 배부르게 마셨던 칡차향은
아직도 혀끝에 아련한데
16중대 똥포소대
대성산의 똥포소리
산천을 울리고
지오피를 떠나
후방에 와서
연대훈련, 대대훈련을 뛰면서야
우리는
똥포소대원이 아닌 걸 다행으로 생각했다
지금도 우리소대는
이때쯤부터
싸리비 삼천자루를 만들어야 할까?
설마
삼십
흉내시인
시인님들은
참 시인같아
흉내도 낼 수 없는
뭔가가 있다
한결같은
깔끔함
맑음
고뇌
그 깊은 심연의 사상
언제부터인가
나는 베레모를 쓰고
파이프 담배를 피우고 있다
흉내라도 내보기 위해서
그저 누군가에게
어쩌면 시인같아 보이기 위해
가슴이 저리다
슬퍼 슬퍼서
가슴으로 운다
나의 부족함
나의 이 아둔함
나도
어릴 적 꿈처럼
국어 선생님이 되었으면
시인이 되었으면
아직 흉내시인
손이 떨린다
삼십일
똥칠이네 아부지
해어름에
똥칠아
똥택인 어데 갔노
밭은 기침을 하며
근 몇 년을 병석에만 있던
가끔씩 정신을 놓는
아부지가
형을 찾는다
뒷산에 불깡통을 본 모양이다
매년
정월달이 되면
대보름날
불깡통은 지천에서 돌고
똥칠네 텃밭이 있는 야산은
그야말로 불깡통의 주무대
똥칠네 아부지는 온 정월을
불깡통만 쫓았다
병석에 누워서도
불깡통을 쫓을끼라
똥택이를 찾는다
벌써 년 전에
돈 많이 벌끼라꼬
서울간지가 얼만데
똥칠아, 똥칠에이
빨랑 니 히이 찾아 온나
자들 산불낸다
이놈의 세이 퍼뜩
똥칠인 형 대신에
불깡통을 쫓아야 하는데
맘만이지 삽작을 나서지 못한다
개호지 아니라도
고놈 승규는 무숩다
어예 까진지
내는 이길수가 없다
형이 있을 적엔
형이 심판 볼 적엔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했는데
야 알았심더
아부지예 고마 주무시소
내 히이 얼릉 찾아오께예
시원스리 대답하곤
방문을 열고
툇마루 끝에 걸쳐있었다
언제까지나
삼십이
공동변소
앉으면
겨우겨우 비집고 앉으면
무릎이 문에 닿아
문이 열릴락 말락
고리에 노끈을 걸고도
한손은 꼭 잡아야 한다
휴지를 주고 받았는지
발로 차 깨진 문 사이로
혹시 그것도
보일락 말락
인기척이라도 나면
끝까지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
여백없이
꽉찬 낙서들
춘화같은 그림까지 곁들여진
신랄한 조소
세상을 한껏 비웃고 있다
어쩌면 예술일지도
냄새에 동화되어
어지간히 무뎌지고
무릎에 통증이 전해질 무렵
가장 멀리 높은 곳에
쩌렁 울리는 한마디
씨팔노마 멀 보나
삼십삼
고향에게
참으로 오랜 만이다
언제나처럼
난 또 웃고 있다
바보같이
얼마만인지
묻고 싶다
아직은
나 기억하지
기억하고 있지라고
바보같이
지금도
헛된 것에
상념하냐
니 자아가
멀리 떠났다고 믿냐
니가 넌데
난
술을 끊었다
잊으려고
그때의 모든 것들을
훌훌 털고 싶어서
정말
깨끗이 잊어버리고 싶다
너
그러지마라
넌 아니다
나를 포함한
세상사람들이
다 그리해도
넌 아니다
내 욕심이지만
언제나
넌 그때의 너로
그대로 남아주라
그리운
자다가도 그리운
고향아
산하야
삼십사
어머님 고운 님
어머님이 가시던 날
아버님 만나러 가시던 날
곱디고운 무명치마
그 희디흰 천위에
토혈을 했습니다
붉은 선혈이 낭자해
흰빛을 더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언제나 동정을 다리셨고
기다림이 가슴을 썩여
폐병쟁이가 되어서도
흰치마 고운 저고리
깨끗함을 잃지 않으셨답니다
한평생 웃지 않으셨고
유일한 낙이
아버님 영정을 닦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님의 님은
그러하셨나요
그리도 사랑스러우셨나요
저는 아버님께 그냥 무덤덤하지마는
어머님께 아버님은
그리도 고우셨나요
하도 고와보여
두분을 합장해 드렸습니다
어머님 생전에 섬기셨던
영정사진도 같이 모셨습니다
그리운 어머님
삼십오
님
이리 와
여기 내 옆에 누워
어디 있었어
그 때
내가 아파할 때
왜 안 왔어
그냥
그러려니 하긴 했지만
속으론
얼마나 원망했는지 몰라
나를 잊었나
아님
나를 버렸나
많이 아팠었어
이젠 괜찮아
이렇게 같이 있잖아
원망
아니 다 잊었어
지금 같이 있는데
그때가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인젠 언제까지나
함께 있을거잖아
참 좋아
그 때 아픈 기억 때문에
더 사랑해
다신 보내지 않을거야
너무 그리워
죽도록 그리워
그 때 상체기가
덧나고 또 덧나
이렇게 불치병 종양처럼
가슴에 엉어리져
그 아픔 잊을수 없어
그래서 더 치열하게 사랑해
죽도록
영원히
님아
삼십육
백치
나는 백치여
나는 암 것도 모르는
바보천치여
그니는
눈빛만으로도
사랑을 말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니가
떠난 후에야
멀리 떠난 후에야
아하!!..... 그래서 나는 바보여
다시 눈이 오네
눈오는 밤 그녀가 떠났다
그런데 오늘 다시 눈이 온다
그니를 만났던 찻집에서
하염없이 창밖으로 눈길을 보낸다
벌떡 일어설 뻔 했다
그니였다
여기야 손을 흔들 뻔 했다
그 사람이 조금만 더 늦게 들어섰다면
흘러버린 세월은 아랑곳않고
아직 그니이길 바라는 백치였다..... 나는
삼십칠
노랑 국화
노랑 국화 분 하나
사무실 창턱을 지키고 있다
햇살 따갑게 받아 만개한
그래서 문득 창을 보면
이미 깊은 가을이 와 있다
직원들이
자판기 커피를 빼 들고
더 자주 창가에 모인다
나이 든 노총각은
옆에 게시판을 애써 등지고 선다
게시판에는
예쁘고도 자랑스러운
몇 장의 청첩장이 걸려 있다
눈 둘 데 없어
국화 분을 보니
아하 시든 뒤에는
노랑국화 시든 뒤에는
노랑꽃잎이 약한 보랏빛을 띤다
노랑국화의 변색 때문에
속절없이 눈물이 핑도는 건
찰나에 솟아나는 진한 외로움 삼십팔
행복
님이 물으시면
아니요 아직은
행복하다고 대답하면
이제 그만 주실까봐
작은 가슴은
님 주시는 행복이 다할까
안타까운 두려움에 떠니
정말 아직은
불행하답니다
언제라도 님이 물으시면
행복하냐 물으시면
아니요 아직은
삼십구
쪼미노(미완)
맞벌이를 하는 처제가
일주일동안 연수를 간단다
그래서 조카 쪼미노가 우리집으로 왔다
키작은 처제를 닮아
작기도 하다
노래 잘하는 처제를 닮아
잘도 논다
으게머야 으게머야
에케쿠께꾸
사십
바다, 그리움
저 먼 바다에서
다 삼킬 듯이
몰려들더니
정작 뭍으로 다가와서는
지친 포말로 부서지고 맙니다
하얀 백사장을
힐끔거리다가 돌아갑니다
바람이 찹니다
지난 여름의 열광이
그 뜨거움이 그립습니다
백사장 구석진 곳에
버려진 플라스틱 의자가
제 살갗이 열화상을 입어
부풀어 찢어진 줄도 모르고
그래서 버려진 줄도 모르고
뜨겁던 여름을 그리워 합니다
당신없이 홀로 온 바닷가
외로움에
그리움에
양손을 가슴에 부둥켜안습니다
바람이 너무 찹니다 사십일
젊은 소방관의 죽음
경기도 이천에서
불을 끄다
젊은 소방관이 죽었습니다
그 화염 속에서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부르다 부르다
아마
슬프게도 아마
아직 그 발걸음 떼지 못하고
이승을 서성이고 있을 겁니다
이 안타까움을 어찌한단 말입니까
태어나서
이제 겨우 행복을 알았을텐데
이만큼 행복하게 살거라고
아기자기 계획을 세웠을텐데
어찌 마지막 숨을 거두었을까요
뭐라 위로를 해야 하나요
옆에 있다면
같이 통곡을 하고 싶습니다
단지 순서가 아니었을 뿐
언제인가 내 일일수도 있으므로
편안하시라 말할 수가 없네요
그 고운 사랑 어찌 잊으라
잊고 편안하시라 할까요
가신 님이시여
하늘에서 님의 사랑 지키소서
사십이
중독
독인줄 알면서도
나는 오늘도 술을 마신다
간이 붓고
인제 오른 쪽 가슴아래
점점 딱딱하게 굳어 오는데도
나는 술을 마신다
나는 술 때문에 아픈게 아니다
술 때문에 너를 잃었지만
너를 잃어 더 아프다
이젠 세상이 싫다
사람들도 나를 싫어하지만
나도 니들이 싫다
그래서 소리를 지른다
누구하고라도 싸우고 싶다
아침이면
나는 밤새 온 몸에 고인
썩은 피를 토해낸다
한 사람 한 사람
소리없이 모든 사람이 떠날 때까지
내 토악질은 멈추지 않는다
나는 중독되었다
알콜에 중독되고
싸움에 중독되고
원한에 중독되고
아픔에 중독되고
누군가와 부딪혀 피를 흘려야
새로운 피를 조금 만들 수 있는
알콜중독보다 더 무서운
신종 악질병에 중독되었다
모든 것이 내 곁을 떠난 뒤
사십삼
길
내 마음속에 흐르는 길 있다
조그맣고 하얀 길
언젠가
낙엽구르고 비가 내려
온통 죽어버린 우울한 길
또
작은 사랑을 담고
하염없이 거닐던
어느 연인들이 좋아하던 길
내 마음속에 흐르는 길 있다
아직도 때묻지 않은
언제나 노래부르며 살고 픈
조그맣고 하얀 길
사십사
새벽
새벽이란 놈이
저만치서
어둠의 장막을 걷어올 무렵
부지런한 사람의 기승에 잠을 깬다
젊은 사람의 오늘 하루란
오늘이 어제같지 않길 바람에
처진 어깨 추스리며
새벽 이슬을 밟는다
아아 영롱한 이슬처럼
내하루의 사상도 그렇게 아름답기를....
사십오
금오산 산책로
금오산 산책로에는
얼중셔 중대차여 뒤로도라
구령조정을 실시하는 분이 있다
일찍 풍을 맞아 발음도 어눌한
1년 365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처음엔 기다시피 오르셨다는 그분
4년이 넘으면서
이젠 정상인 사람보다 빨리 걸으시고
산책로 이곳저곳을 안내해 주시는 분
노인의 전당뒤로
형곡동 전망대까지
금오산 산책로는
구미시민의 또다른 복인데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사십육
가을햇살
사람들이
봄볕과 달리
가을햇살이라 하는 이유는
눈이 부시기 때문이야
가을엔
시리도록 파란 하늘만도 눈이 부신데
그 햇살은
바라 볼수 없을만큼 눈부셔
왠지 알아
가을엔
모든 곡식이 영글고
사람들에게
한 겨울 지낼
따스한 온기 남겨주기 위해서
그윽한 사랑담아 내려쬐기 때문이야
가을 햇살은 따스해서 눈이 부셔
가을 햇살은 사랑담아 눈이 부시다
사십칠
어쩌다가
어쩌다가
정말 어쩌다가
님의 전화번호를 알게 되었습니다
공일륙...., 공일륙....
그랬습니다
언젠가 보았던 듯
익숙한 번호였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수전증을 앓는 것처럼
손도 심하게 떨립니다
번호를 다 누르고
화면이 지워질 때까지
확인을 누르지 못했습니다
저장을 했습니다
누가 볼까봐
‘그때’라고 적었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
‘그때’를 기억해 낼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때’가 그립습니다
어쩌다가
님의 소식을 들으니
마음은 더 아픕니다
사십팔
24kg 여인의 키 작은 남편
겨우 24kg의 몸으로
할수 있는 것이 없어서
야위고 상처난 몸을
키작은 남편에게 씻기웁니다
투박한 손으로
조심스레
부서질라 조심스레
이 구석 저 구석 손 안간데 없도록
땀방울을 흘리며 닦습니다
하루 2번
10년을 넘게 닦아 왔습니다
상처마다
곪고 헤어진 상처마다
골고루 약을 바릅니다
이젠 이골이 나
제법 간지럽지 않게
아프지도 않게
닦아 주고 치료해줍니다
내 남편, 키작은 남편은
큰 병원의 능숙한 간호사보다
유명한 의사보다
잘 치료해 줍니다
남편은 모를겁니다
남편이 닦아주는 건
남편이 치료해주는 건
야윈 내 몸보다
곪고 헤어진 손발보다
절망으로 쓰러져 가는
내 정신의 황량함이란 걸
그의 작지만 투박한 손길이 없었다면
나는 몸이 말라가는 거보다
상처가 곪는 거보다
더 빨리 정신을 잃었을지도 모릅니다
구차한 생명을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에게 항상
고맙습니다
너무 고맙습니다
사십구
반전
꼭 마지막 순간이다
그 순간에만 빛이 날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지켜보며
그윽히 비웃어 준다
평범한 상상력을
왜소한 사고력을
옆에서
뭐지 이게뭐야
나보다 더 둔한 사람의
안타까운 궁금함
그 때문에 자위할수 있다
나는 그래도 이렇게
반전이었음을 깨닫고나 있다
기막힌 반전이었음을
오십
낙엽에게
너 지난 여름의
푸르름을 그리워 하니??
‘바스락’
너 가을엔 너무 붉어
부끄러웠다고 말하고 싶지??
‘바스락’
너 내년 봄에 다시
돋아날 건 꼭 약속하지?
‘바스락’
에구, 도대체 넌 할줄 아는 말이 뭐야?
없다고?? 그냥 낙엽일 뿐이라고??
‘바스락’
오십일
똥칠이 오빠야
똥칠이 오빠야가 또 부릅니다
몰래 부릅니다
뒤꼍으로 갔더니
주먹만한 감자 두개를 들고 있습니다
이거 너 무라
그 중 큰거를 내게 내밉니다
안 무거
했더니
그제사 알아채곤 까서 줍니다
인자 무라
받아서 맛있게 먹습니다
니 냉중에 내 색시 해라
아한다 나가 와 오빠야 색시하노
내 니한테 대따 조은거 마이 주께
그래도 아한다
똥칠이 오빠야는 뭐든지 그냥 안줍니다
꼭 냉중에 색시해달란 조건을 답니다
지금은 아한다 아한다 하지만
그래도 해야 합니다
저번에 하도 오줌이 마려서
제실 담벼락에 돌아앉아 누는 걸
허연 방뎅이를 적나라하게
똥칠이 오빠야가 봤기 때문에
나는 할수 없이 똥칠이 오빠야한테
시집을 가야합니다
이건 어쩔수가 없습니다
오십이
겨울비
아침부터 날이 흐리다
좀 있으니 추즐추즐 비가온다
신경이 날카로와 진,
정수리가 뻐근하도록 지친 시상을
얼러고 달래 잠을 재웠다
겨울비가 와서
2층집 짓는 목수처럼
하염없이 잤다
오십삼
무제 추정
내사 내멋에 겨워
한겨울 찬 바람에도
반팔 반바지로
거뜬하게 사는데
어쩔 것이냐 너희가
통속의 관념들아
가끔 정수리가 뜨끔하여
얼굴이 확 붉어진다
마는
그래도
나는 나다
나는 지난 여름
털코트의 그 뜨뜻함을 알고는 있다
그냥도 숨이 가쁜데
털코트를 껴입고
줄줄이 흐르는 땀으로
비비적거리며 때를 밀어도 보았다
빈가을
꼭대기에
빨간 홍시 두어개 남겨놓은
벗은 감나무의 정을 느끼려
나도 벗어 보았다
바람이 차다
손이 시리다
그보다
진정
얼어붙은 마음이
더
시리다
눈물이 찔끔
오십사
겨울농부
질기다 질기다해도
우리 아부지 소심줄같은
그 고집만큼 질길까
고주망태가 되어
봇도랑에 처박혀 잠을 자다가
아차하면
접시물 같은 봇도랑에서
익사할 뻔 하셨어도
그 술 좀 끊으실 수 있을까
동네 장정들이
온몸에 진흙투성이인 아버지를 들처매어 와
들마루에 짐짝처럼 내려다 놓으셨다
그런 날도 어무니는
묵묵히 아궁이에 불을 넣어
뜨신 밥만하신다
작은 솥에는
시원한 콩나물국이 끓고 있다
할무니가 사랑문을 열고
혼자 중얼거리신다
베라처묵을 놈
세상에 지 혼자 사나
우예 저키 모리노
인자 정신 좀 차리지
아부지는 술이 깨시면
어무니께 잘못을 빈다
어제는
그냥 허해서
가을걷이 다 하고 나니
맘이 허해서
그래서 술을 마셨단다
겨울엔
일손을 놓은 농부가
허허로움에
상심하고 있다
오십오
일송정 푸른 솔은
일송정 푸른 솔이
왜 그렇게 쉽게
늙어 늙어 갔는지
혹 아세요
일송정 푸른 솔은
혼자라
너무 외로워
그렇게 늙어갔답니다
수많은 나무들의
이지메를 견디다 못해
자학의 송진을 짜내고
지금은 어느 곳에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를
거친 꿈이 깊었던
어느 사람을 위해
아주 오래된
노래의 가사로 남았답니다
오십육
건강검진
1년에 한번
마누라 손에 이끌려
도축장으로 간다
병원가는 길이
천상 도축장 가는 길이다
요즘 의사님들은 말도 곱지
선생님은
나같은 무지랭이 촌부한테도
선생님은
선생님은 곧 죽을 병에 걸렸습니다
할까봐
병원 가긴 곧 죽어도 싫다
작년에
당뇨도 높고
혈압도 높고
비만에
콜레스테놀도 높아
총 천연색 중병자였다
다
그저 죽을만치 아니었기에
이 약도 먹고 저 약도 먹었지만
그 약들보다
더 자주 더 많이 술을 마셨다
마누라 알게 모르게
그래서 도축장가는 기분으로
끌려 간다
오십칠
그냥 넋두리요
그냥 헛소리랍니다
보면
댓글들이 참 곱다
글들보다
댓글들이 더 곱다
글들이 부끄러워 한다
어떤 이는
조회수가
글의 무게인줄 안다
글의 깊이인줄 안다
글의 감동인줄 안다
댓글 수도 다르지 않다
눈물 난다
건필하소서
건필이 뭘까
건강한 붓
죽지말고 열심히
부지런히 글쓰시라는 말일까
모두들
모든 시인님들
댓글은 시인처럼 하시지 마요
좀 더럽게 해요
님의 글 이부분은 참 많이 어색합니다
이런 표현이 낫지 않을지 라고
뭐 좀 갈차주고 좀 배움 줘요
글보다 더 고운 댓글
너무 고와
내 상심하며 쓴 글이
고마 똥 돼요
사람들이 모두
댓글 먼저 읽고
휭하니 나가면 나는 어떻해
이제부터 내 글에
곱고 고운 댓글 다시면
라면 건더기 몇개 얹은
문경새재 조껍데기 막걸리
3병 먹고 대취한 밤
장롱 속에 해덴
토악질 구토물
싹싹 긁어 보내 줄테요
쪼까시라고
오십팔
미안해
아, 깜빡
네게만
불러줄 노래를
그만 회식자리에서
속없이 부르고 말았다
그렇게 여러 날을
부르고 또 불렀는데
혼자 생각에도
그럴 듯하다 생각해
어느 날
단 둘이서만 노래방에 갈 날을
손 꼽고 꼽아 기다렸는데
네게만 들려줄 노래를
속없이
술취한 돼지들 앞에서
부르고 말았다
낯선 여자를 부여잡고
언제나
가장 좋은 건
니 차지가 아니구나
미안하다 오십구
지금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지금 봐요
하늘 맑은
지금
구름처럼
같이
흘러흘러 가요
가다가다가다
하늘을 봐요
가끔
육십
哀歌
정말 슬플 땐 절로 눈물이 나는가
眞哀時流淚
사람들은 슬퍼하면서 울음을 운다
大著人哀泣
아니다 슬픔으로 눈물이 나는 것이 아니라
슬프다는 생각을 하므로써 눈물이 난다
不思哀流淚
슬플 땐 그저 숨이 콱 막히기만 할 뿐이다
哀時不可吸
육십일
장모님
근 몇 달만에 들이닥친 맏사위가
장모님 저 왔습니다
건강하시지요
하더니
작은방 침대에 가
두문불출이다
제법 사람소리 두런거리는게
다르긴 하지만
어제나 그제나 매일반이다
그래도 지놈들은
처갓집에 다녀왔다 생색낼테지
예끼 요놈들
괘씸하기 그지없어도
저녁엔
냉동실에 아껴둔
고기근이라도 푸짐하게
구워야겠다
햇볕 따스히 드는 식탁위에서
오래된
고기덩어리가
땀을 삐질 흘리며
장모님 마음을 녹이고 있다
육십이
먼발치에서Ⅰ
숨어서 봅니다
육십삼
먼발치에서Ⅱ
멀리서
숨어서 봐도
님의 모습은
다 보입니다
웃습니다
저도 따라 웃습니다
울고 있어요
저도 눈물이 나요
먼발치에서
가슴 졸이며
먼발치에서
님을 봅니다
육십사
제발
화염속에서
마지막임을 직감하면서
제발을 외치면서도
노총각 새신랑 소방관은
오른쪽 가슴에 있는
휴대폰을 꺼내지 못했다
아주 잠시뒤면
휴대폰을 꺼낼 힘도 없을텐데
뭐라 말할 것인가
사랑한다고
사랑했다고
제발
오오 어떻게 이런일이
어떻게 내게 이런일이
제발
하늘이여
신이여
나를 지켜주시는 조상님이여
이제는 더 못견딥니다
제발
저를 보아
제 사랑을 지키소서
임께는 내가 준 것보다
더 크고 더 많은
사랑 주소서
임아 나를
잊으소.....
육십오
라르고
이따끔
악보에서 빠르기를 나타내는 말들을
공부해 봅시다
라르고부터 프레스티시모까지
Largo(라르고) - 느리고 폭 넓게
Larghetto(라르게토) - Largo보다 조금 빠르게
Lento(렌토) - 느리고 무겁게
Grave(그라베) - 느리고 장중하게
Adagio(아다지오) - 느리고 침착하게
Adagoetto(아다지에토) - Adagio보다 조금 빠르게
Andante(안단테) - 느리게
Andantino(안단티노) - 조금 느리게
Moderato(모데라토) - 보통빠르게
Allegretto(알레그레토) - 조금 빠르게
Allegro(알레그로) - 빠르게
Vivace(비바체) - 빠르고 경쾌하게
Vivacissino(비바치시노) - 비바체 보다 빠르게
Presto(프레스토) - 빠르고 성급하게
Presitissimo(프레스토시모) - 프레스토보다 빠르게
너무 급하게 살아 오신건 아닌가요
한번 더 한번 더
하시며
조금씩 조금씩 느리게
그래서 라르고에 다달아
천천히 반추하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이미 겨울이니까
인생 반환점을 돌아
이제부터는
달릴수록 무한가속이 되는
내리막길이니까요
육십육
비석치기
납작한 돌을 골라
근처 흙을 긁어 세웁니다
형꺼는 두께도 얇고
세우기에 적당해서
별로 애쓰지 않아도 바로 섭니다
내껀 흙덩인지 비석인지 모르게
흙을 있는대로 끌어모아
억지로 세워야 합니다
조그만 충격에도
피빅 제풀에 넘어집니다
먼저
던지기는 아래로 던집니다
위로 부서져라 던져 맞추는 건 벼락치기
먼거리에서 바로 맞추기도 하고
한발 두발 세발이 있습니다
다음이 뛰어차기 한발 두발 세발
깨금발을 뛰어 내 말을 차 비석을 맞춥니다
발등에 얹고
무릎에 끼우고
사타구니를 넘어야
배에 등에 어깨에 목에
머리까지 올라옵니다
마지막엔 참 대단합니다
장님이 되어
던진 말을 찾아
비석을 넘어뜨려야 합니다
끝까지 눈을 감은 채
비겁하게 눈을 누가 살짝 뜹니까
그땐 아무도 비겁하지 않았습니다
놀이였으므로
지금은
애들이 하는 것도 뭐든지
게임이 되어버려서
승부가 있어야 하지만
그 시절엔 놀이였습니다
비석치기
함 하시겠습니까
육십칠
굴레Ⅰ
어찌 이리도 모질게
고삐를 잡아 채나요
님아
육십팔
굴레Ⅱ
아프고 아파서
님을 따르는 줄 알았습니다
님은 저만치
혼자 걷는데
나는 님을 따라갑니다
그런 줄 몰랐습니다
고삐에 채여서
따르는 줄
깜빡 착각했습니다
그저
님이기에
따르는 줄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육십구
굴레Ⅲ
님은
한 손에 고삐를 모질게 쥐고
홱 나꿔 채
나를 끕니다
나는 이래
이렇게 나빠
네가 싫어
라지만
정작 이끄는 곳은
볕 많이 들어 더 따스하고
기름진 푸성귀 가득한 곳입니다
그래서
님을 떠날 수 없습니다
님의 매정한 얼굴보다
야멸찬 말씀보다
더 깊이
고운 마음을 볼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게 매어진 것은
굴레가 아닙니다
님의
고운
사랑 깊은 배려입니다 칠십
동성로에서Ⅰ
정말 우연히
그곳을 지나쳤는데
올려다보니
그때 그이름이 아닌데
설마
무엇이 잡아당겼는지
낯익은 계단을 올라가니
메모지꽂이에 색바랜 편지
“보고싶은 미선에게”
단정하게 접혀진 채
10년을 넘게
애태워 애태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우리 자리로 가
편지를 펼치기도 전에
끄윽끄윽 울음이 터져나왔다
맞은 편에 그가 있어서
이제 그만 울어
등을 다독이기전엔
울음이 그쳐지지 않을 것 같다
동성로에서 칠십일
이별, 미련
번쩍
날이 빛나며
나를 죽일 듯이 날름댄다
그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대며
그가 떠났다
다시는 보지 않으리라며
그는 그렇게 갔다
나 또한
다시는
다시는 보지 않으리
굳게
굳게 맹세를 했다
했는데
오늘 다시
눈물이 난다
그가
사무치게
그립다
칠십이
님들도 그러합니까
밤에 잘 때에
저는 그럽니다
아내의 젖꼭지로 장난을 합니다
비잡아 틀기도 하고
만지작 만지작
그게 재미있습니다
아내는
자꾸만 마주보고 자려고
돌아 눕고
저는
아내의 머리카락이
이마를 찌르는게 싫기도 하고
젖꼭지 장난이 재미있어
아내를 돌아 눕힙니다
저만 그런겁니까
칠십삼
풍경
고놈 참
신기하다
홰에 올라 앉아
구구구거리다가
제 둥지로 든다
꼬꾸덱 한번이면
따스한 알 하나
노오란 알이 하나다
이상하다
그렇게 야물게 얼어붙은 땅에서
뾰조롬 싹이 하얗게 핀다
어느새
온 밭이 푸르게
청보리 천지가 된다
겨울은
어느새 눈치를 채고
멀리 달아나고 있다
서산에 해가 걸려
산이 불 붙는 듯
하늘이 불 붙는 듯
아버지가 돌아오시는
저녁나절이 되면
구수한 막된장국이라도 끓이는지
원통녹깡 굴뚝에선
할아버지 수염같은 연기가
꾸물꾸물
맛있는 냄새가
꾸물꾸물
칠십사
동성로에서Ⅱ
니가 이별을 얘기하며
떠난다고 했을 때
설마
이렇게 오랫동안
다시오지 않을 줄은 믿지 않았어
그저
잠깐 마음이 변해
내일이면
아니 모래 쯤이면
잘못했다며
나 좋아하는 땅콩크림 케익을
와인 한 병을 들고
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어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믿지 않았어
아직
나는 슬프지가 않아
아직
나는 니가
희뭇이 웃으며 저문으로
들어설 것 같아
동성로에서
칠십오
먼 바다
끼룩 끼룩 끼끼룩 끼룩
갈매기 몇 마리가
헛 자맥질에 지쳐
작은 바위에 모여 앉아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피히유
긴 휘파람 소리를 내며
늙은 여자가 망태쪽으로 솟구쳤다
아직 망태는 비어있는데
해는 시나브로 서산을 넘고
먼 바다에서 돌아오는
낡은 통통배는
다시 먼 바다를 갈망한다
갈매기도
늙은 여자도
낡은 통통배도
먼 바다를 바라보며
지나간 세월을 상념한다
칠십육
뿡뿡뿡
니가 나를 떠나며
사랑했기에 떠난다?
에라 뿡뿡뿡
겨우 잊을만 했던 어느 날
미안해 이젠 떠나지 않을께
에라이 뿡뿡뿡
이젠 정말 견딜수 없어
난 니가 싫어
다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거야
에라이 요놈의 뿡뿡뿡아
내가 너더러 가라던
내가 너더러 오라던
지가 가고
지가 왔다
지가 다시 가며
이러저러 말이나 말지
정말 나쁜 놈의 뿡뿡뿡아
칠십칠
변심중
언젠가부터
시나브로
님의 손길에서
온기가
빠져나가고 있다
아닌데
설마
아닌데
설마
내 가슴을 어루만지는 손길이
섬찟하도록
차갑거나
애가 다 타도록
뜨겁거나
이렇지는 않았어
차지도
뜨겁지도
않도록
은근히 어루만져
그 크고 깊은 배려가
내 사랑이었어
님에게서
다른 냄새가 난다
내 예민한 후각이
그저 이건 아닌데 싶을 정도의
아주 미세하여
그냥 설마 싶을 정도의
칠십팔
비오는 날엔 배추적을 지진다
아내는
비오는 날이면
날 궂은 날이면
배추적을 지진다
나는
종종걸음으로
막걸리 발품을 판다
아내와 단둘이서
막걸리 한사발에
허연 배추적을 죽죽 찢어
한 입 거득히
아삭행복 아삭행복
아내와 함께
비오는 날엔 배추적을 지진다
칠십구
떠나간 너
너 아니?
난 지금 웃고 있어
니가
걱정스러운 듯이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이며
잘가
행복해야 돼
그랬지만
지금
내 옆에
목석보다 뚝뚝한 남자
그리고
그를 닮은 멋없는 아들 둘
그 틈에서
나름대로 사랑하고
나름대로 행복하고
나름대로 서글프고
나름대로 화가 나
너
때문은 절대 아니야
너는
없어
니가
떠난 그날
그다음부터는
너는 없어
언제나 아무데나
팔십
짝사랑
나는
언제나
너를
바라는
향일초
가끔
무서운
생각도 든다
이럴 바엔
너를
죽여서라도
내곁에
두고 싶다
나는
그럴 때면
부르르
몸을 떨지만
싫지도 않다
너랑
올망졸망
사랑 나누며
같이
있을수만 있다면
니가 죽어서라도
너에게
곱게 화장하고
고운 옷 입혀
비단 금침에 눕혀두고
나는
그 옆에서
너를 위해
매화수를 놓으며
그렇게 있고 싶다
그렇게 지내고 싶다
나는 정말
너를
너를
죽도록
사랑한다
팔십일
사랑 자백
억울합니다, 억울해요
저는 억울합니다
범인은 제가 아닙니다
저는 단지
정말 단지
추종범에 지나지 않습니다
진짜 범인은 따로 있다고요
저같은 추종범은 제발 좀
그냥 두시라고요
제가
어젯밤
그 자리에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전 결단코
아닙니다
제가 아닙니다
그가 손짓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가 갔어요
너무 눈부셔서
잠시 정신을 잃었던가봐요
그때 그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는데
그때 그가 하더라고요
그가 범인입니다
그였어요
그래서 전 거역도
저항도 하지 못했어요
얼마나 강력한지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었어요
자백하라니 합니다만
정말
저는 그 범인이 아니라
그가 범인입니다.
저는 그냥
힘없이 이끌려 따라만 다녔고
진정한 주범은 그입니다
나중엔
제가 좀 더 심하게 하긴 했지만
그거 조차 그가 날
조종한 겁니다
어쨌든 그런 사랑하게 한
그가 진정한 범인입니다
팔십이
집안 내력
목덜미가 뻐끈하면
겁부터 난다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60을 목넘기고
뒷골이 터져
뇌출혈로 돌아가셨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똑같이
청춘에 청상이 되셨다
그래서
집안 내력이라
백수를 바라보면서도
아직 끼니마다
고봉밥 거뜬히 다 드시고
꼬장꼬장한 목소리로
온 집안을 호령하시는
할머니가
허구헌날 내 걱정이시다
야이야, 큰아야
니는
모강지우로 피 쏠릴 일은 하지도 말거레이
마흔을 넘어서면서
할머니와 어머니의 걱정은
오늘도 내일도 내 걱정
침사레에 기침만 해도
세상에 이보다 큰 일도 없이
유난스레 호들갑에 분분하다
바람이 너무 차
할수없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런데 님이
이제 잘가라는 인사로 알고
저멀리 떠나갑니다
지금 가시면
다시 오지 않으실 줄 모르는가
제쳐 걸음을 걸어
벌써 보이지 않습니다
이럴 땐 참
찬바람이 원망스럽습니다
님아 가지마오 제발
속으로 빌었습니다
바람이 그마음 전했는가
가시던 걸음 멈추어
되돌아오십니다
옴츠러들대로 옴츠러들어
작을대로 작아진 내게
목도리를 감아줍니다
그리곤 다시 갑니다
그냥 가시던 길 가심만 못합니다
이번엔 눈물이 따라 갑니다
팔십오
산다는 거
삶
정말
힘들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만만찮은 시간
그러나 앞으로도
편안하고 조용하게
살아갈 수 만도 없어서
힘들다 참 피곤하다라고
누구에겐가 하소연 하고파
아 사랑하는 나의 사람아
내 말 들어주지 않으련
나의 이 헛된 삶속에
님이 차지한 부분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큰지
보고프다
사랑해
내님
아
팔십육
감정이입
자괴감으로
슬프다
언제나 너는 빛이 나는구나
거칠 것 없고
당당하구나
나는
보잘것 없어
도움을 청하며
너에게 내민
여린 손 때문에
항상 서글프다
최상위에서
오늘도 세상 모든 사람들의
부러움을 시상받는다
너는
나는 저어기
구석진 데서
신나게 박수를 쳐대고 있다
이젠 마치
니가 나인 것처럼
막 신이 난다
부끄러움을 잊은 채
팔십칠
님은 내사랑
내사랑 님아
님은 참 웃겨
왜 매일매일
님 날 사랑해
물어야 하나
매일매일 꼭
확인을 하나
그리 못믿어
어찌 사랑해
님아 말아요
내 고운사랑
확인 말아요
그냥 만나면
이리 좋은데
같이 있으면
너무 좋은데
뭐가 불안해
내가 떠날까
불안 하다면
절대 안그래
믿음 가지고
사랑 가꿔요
영원한 사랑
같이 이뤄요 팔십팔
선거운동
아침에 출근하다가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기호 몇 번 후보님이
사거리 대로에서
그저 공손히 절을 하시는데
살 떨리게도
아주아주 공손히 절을 하셨다
후보님이 그럴진데
그의 뒤에 서서
같이 운동하는 분들이야
오오 일상 바쁜 출근길에서
저배속 느림의 미학이란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즐거움이었다
무슨 선거든지
끊이지 않고
일년 열두달 선거만 이어지면
이세상 참 살만하겄다
팔십구
청산에 살리
산 첩첩
강 유유
예 어드메?
넌 누며
난 누고?
흘러 흘러
돌아 돌아
님 따르는 길
이런들
또 저런들
어떠하리요
좋아라
님과 함께라
더 좋아라
투박진 푸성귀에
된장국 만으로도
사는 게
산다는 게
너무 좋아라
산 첩첩
강 유유
청산이 좋아라
구십
추억 되새김...
참 오랜만이구나
그래 오랜만에 모교를 들러 보았다
교정을 비잉 둘러 서 있던 그 많던 플라타너스가 반은 없어진 것 같다
이 구석 저 구석, 이 자리 저 자리에 다 올망졸망한 추억이 배어 있었다.
그리운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
그 철없던 시절이 행복지수로 단순평가 한다면 훨씬 더 행복한 시절이 아니었을까??
유난히 여성적으로 말도 곱게 하고 목소리도 가냘팠던 친구가 생각이 난다.
중2 때인가 아마 서울로 전학을 갔었던 친구.
또 그 친구 옆에 항상 수호신 같은 자세로 가방이며 무거운 것들을 대신 들어 주던 친구.
그들은 아직도 친하게 교류하며 지낼까?
아이들이 수업을 마치고 몰려 나온다.
그애들중 어떤 놈은 나같고 어떤 놈은 또 그때의 어떤 친구같기도 하다.
이렇게 많은 세월이 흘러 이제 귀밑머리가 하얗고 제법 알건 안다는 나이가 되고보니 아쉽다. 아쉬움에 안타깝다.
저 나이 때 좀더 치밀하게 살았으면, 저 때는 왜 바보같이 깨닫지 못했나.
모든 게 아쉽고 안타깝다.
시간을 거슬러 다시 살수 있다면....
얘들아 너희 때는 가능한대로 최대한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아니, 최대한 잘 놀아야 한다.
공부도 좋지만 이렇게 어느 날 추억 되새김질 할 때 후회없도록...
공부는 공부대로, 친구 사귀기는 친구 사귀기대로 무어든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오랜만에 들런 모교에서는 그 또래의 아이들이 여전히 추억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구십일
사랑가
님아 님아 나의 님아
어찌해서 그러나요
이 내마음 못믿어서
나를 두고 멀리 가나
어와둥둥 울고 지고
겨울바람 찬바람에
손이 얼고 발이 얼고
손보다도 발보다도
더찬 것이 이 내마음
어와둥둥 한숨 지고
어이쿠나 님 오셨네
뜨끈뜨끈 군불때어
따사로운 안방에서
몸 녹이고 맘 녹이어
어와둥둥 긴밤 지고
님이 다시 떠나시네
님 가셔도 이내 올세
하시라도 오시면은
따뜻하게 녹이시라
어와둥둥 군불 지고
구십이
쉿, 비밀이야
에
뭐야
아니지
아니잖아
그건 아닌데
니가 말했던거
나를 사랑한다고
그거 틀린 말이잖아
니가 나를 사랑하는거
그보다 몇배나 내가 너를
미치도록 이렇게 사랑하니
니가 나를 사랑하는게 아니라
내가 너를 사랑하는거야 너 알아
쉿, 비밀이야 난 널 죽도록 사랑해
구십삼
사색
오늘도 나는
바람 소슬한
영신숲 키 큰 소나무 아래에서
하염없이 흐르는 물길 바라보며
헤어진 시상을 꿰매고 있다
바람이 일렁인다
주인잃은 포장마차가 날개를 펄럭이고
길 잃은 기러기 몇 마리
두런두런 강변을 헤매고
조약돌들은 하릴없이 잠자고 있다
낙엽이 돌개바람 따라
한키씩 뛰며 춤사위를 펼치면
반짝
빛을 내며 물고기가 뛰어오른다
그 파문에
아주 잠깐동안 침잠한 시심을 일깨워
나는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될 시를 쓰고 싶다
구십사
용서
니 참말로 그카나
그라마 안된다
그라는기 아이다
내사 딴건 몰래도
그기 아인건 안다
김서방이 니를 말이다
울매나 그석했는데
니가 그란단 말이고
그이가 어느만쿰 니인테
죽을 죄를 진진 몰래도
그건 아이다
퍼뜩 돌아가라
니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라
딴기 죄가
그기 죙기라
니가 천벌을 받을라꼬 환장을 했나
하늘이 내리다본다
아들은 우얄끼고
니가 내 몰라라
이리하면
그 퉤껭이 겉은 새끼들은
알라들이 무신 죄가 있노
그라지말고
맘 조자앉히고
고마 잘 좀 지내바라
이번엔 한번 용서하고
고마 김서방이 빌러오마
몬이기는 체 따라 일나거라
지는기 이기는기다
오죽하마
부부쌈은 칼로 물베기라 안하나
인자 고마 됐싱께 니가 좀 바조라
어메 참 모르네예
몰라도 너무 몰라예
김서방이 아이라
내라예 내 내
내가 그라야돼는데예
우야꼬 내는
참말로
김서방이 잘몬했시머
내가 미쳤다고 집에 와예
안방 떡하니 드러누워
내 뱃장 있는데로 퉁기지
하이고 참말로 죽겄네예
내가 눈깔에 탈메가 끼어
헛지랄하다 고마
맨 몸뚱이로 이리
쫓겨온거라예
어메요 인자 내는 우예능교
뭐라 빌어야 되능교
구십오
아들 본색
대형 마트에 가면
좋아 보이고
이뻐 보이는 것들을 보면
우선 아들을 떠올려 봅니다
멋있는 정장 코트도
아들이 입은 모습을 상상하고
그럴 듯한 등산조끼도
아들에게 먼저 입혀봅니다
내 맘에 드는 것들도
우선은 아들에게 맞추어 보아야 합니다
아들이 내 키를 훌쩍 넘고
코밑수염이 제법 까무룩 하니
모든 게 아들 위주가 됩니다
저는 아들이 싫증낸 운동화
아들이 입다 자주 안입는 운동복
여러 가지 물려 입습니다
제게도
아내에게도
이제 소중한 건 아들입니다
구십육
외로운 들개
나는
외로운 들개
혼자라 너무 외롭다
해어름
노을 빛 참 곱다
해 저물어 집에 가잔다
어느 밤엔
별빛이 하늘 총총
더 슬픈 마음에 울음 운다
새벽 이슬이
구슬처럼 얼어붙어
빈 외로움의 무게를 더한다
나는
외로운 들개
구십칠
얼레리꼴레리
얼레리꼴레리
누구는 좋겠네
얼레리꼴레리
아, 시바 고만 좀 해라
고마 놀리무라
이 시방구새깽이들은 시도 때도 없다
참말로
참말로 신기하게도
우예다 그리된긴데
시도 때도 없이 놀리묵는다
내가 칼라켔나
가스나는
내만 보마 도끼눈을 뜬다
이눔무 가스나가
같이 도끼 눈을 뜨면
실무시 눈을 깔고 저리로 간다
그기 왜 내탓이가
지가
내가
운이 나빴던기지
해필 고 때
내는 변소가 급했고
지는 선생님 심바람이 급했다
모통이를 도는 찰라
데따 박았는데
입으로 박았다
입맞춤으로
또 헤필이마
주딩이 싼 승규가
고걸 봤다
하이쿠마 좋은 거
온 동네에 온 방네에
온 학교가 들썩들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