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 6 광양 백운산 종주 산행을 하면서 옆쪽으로 바라다 보이는 지리산 능선에 매혹되어 지리산 종주산행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기회를 보아 오던 중 이번에 다녀오게 되었다.
백두대간의 끝 지점이자 시발점이기도 한 천왕봉은 역시 한국인의 기상이 서려있는 곳답게 장대하고 웅장하다.
그래서인지 지리산 종주를 하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았고 일요일이라 천왕봉을 오르는 사람들로 많이 붐볐다.
특히 어린이를 동반하여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천왕봉까지 최단거리인 중산리에서 오른다고 해도 급경사에 난코스라 결코 만만찮은 코스임에는 틀림이 없다.
노고단에서 천왕봉(25.5㎞)까지 가는 길과 이정표가 잘 정비되어 있어 걷기에는 불편한 점이 없는데, 역시
장거리이다 보니 체력 안배가 중요하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산행 중에 간혹 반바지만 입고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도 보았지만 역시 대단한 사람들이란 느낌이 들었다.
5. 8 밤 9시10분, 집을 나와 지하철을 타고 출발지인 범내골에 도착하니 10시20분, 11시까지는 40분의 여유가 있다.
사람들은 거의 다 모였는데, 차가 오지를 않는다. 11시가 다 되어서 시간에 쫓겨 달려오는 차량을 보니 낮 동안
타 산악회 운행을 마치고 오느라 앞 유리창에 타 산악회 명패가 그대로 붙어 있었다. 그제서야 차내를 청소하고
좌석표를 배치하느라고 바쁘게 설쳐댄다.
예정시간을 넘겨 11시13분경, 산행지인 지리산을 향해 출발한다. 차량 이동 중에 산행 시작시간은 성삼재에
도착한 후 입산 통제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규정에 따라 일출 두 시간 전부터 입산이 허용되기
때문에 직원이 통제할 경우에는 3시30분경에, 그렇지 않으면 도착하는 대로 바로 산행을 시작한다고 주의
사항과 함께 알려준다. 가는 동안 차내에서 잠시라도 눈을 붙이려고 해도 전혀 잠이 오지 않는다.
대신에 헤드렌턴 점검 등 미리 산행 준비를 한다. 그렇게 해서 성삼재에 도착하니 2시35분,
다행히 탐방지원센터에는 통제하는 직원이 없어 도착하자말자 바로 산행을 시작(02:45)할 수 있어서 시간을
앞당겼다.
장거리를 왕복해야 되기 때문에 나름대로 준비물은 꼼꼼히 챙겨갔다. 도시락, 간식, 비상식량, 갈아 입을 옷 등
기본적인 준비물 외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젠과 우의까지도....ㅂㅂ....ㅠㅠ.... 특히 장거리라 물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서 세 병이나 넣어 갔는데 그러다 보니 배낭 무게가 꽤 나간다. 산행 시에 배낭 무게를 최대한
가볍게 해야 된다는 것이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인데....그러나 식수는 연하천대피소 등 산행 중간에 보충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처음부터 많이 준비 해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휴식 때마다 간단히 간식과 물을 마시다 보니 끼니때가 지나도 별로 밥 생각은 없다. 오로지 목적지인 천왕봉
을 가야 한다는 일념 때문일까? 앞만 향해서 계속 진행한다.(천왕봉 바라보며 맹세를?.......ㅎㅎ)
처음에는 컨디션도 좋아 출발지에서 노고단 까지 잘 정비된 임도를 따라가다가 노고단을 지나서부터는 거의
평지길 수준인데다가 전체적으로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고 비교적 완만하여 빠른 속도로 걸을 수 있었지만
천왕봉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걷는 속도도 느려지고 휴식 시간도 잦고 길어진다.
제석봉에 도착해서 천왕봉이 가까이 보이는지라 이제는 다 왔다는 생각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기념사진도 찍고
잠시 휴식을 한 뒤 마지막 코스인 천왕봉을 향해 오른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정상을 앞두고는 힘이 들었는데,
역시 여기서도 마지막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오른다.
천왕봉에 도착하여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틈 속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중산리로 하산한다.
이전에도 천왕봉은 여러 번 산행한 경험이 있어서 길목을 잘 알기에 가파른 길을 미끄러지듯 빠른 속도로 내려간다.
중산리에 도착하니 단축코스(중산리~천왕봉) 회원과 선두대장 등 몇 명만 도착했을 뿐, 일찍 하산한 것 같다.
주차장 옆 개울에서 목욕을 하고 산뜻한 기분에 시원한 맥주 생각이 난다.
산악회에서 준비했다는 하산주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산행 중에 먹지 않고 그대로 가져간 도시락과
막걸리 한잔으로 점심겸 하산주로 대신하고 차가 출발하기 전까지 이곳저곳 돌아보며 시간을 떼운다.
하산 후 6시가 조금 넘어 부산으로 출발하기까지 무려 4시간을 기다려야하는 지루함과 집행부의 성의 없는 태도
에 조금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산 시간을 6시까지 공지해 둔 터라 일찍 하산한 사람들로 부터 너무 오래 기다리는 지루함 때문에 여기저기서
불평이 터져 나오지만 거의 6시가 다 되어서 마지막으로 세 명이 내려 올 때 까지 기다려야했다.
아무튼 산행을 마치고 몸은 피곤했지만 계획했던 지리산 종주를 해냈다는 뿌듯한 자부심을 가진다.
무박2일 동안 무사히 지리산 종주산행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어서 다행으로 여기며 좋은 일만 기억하라는 사람
들의 말을 떠올리며 산행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