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여름 "서울에서 춘천까지" 이한빈글

[잔차만타면]

아침 일찍 일어나 우리가족은 서울로 향했다.

서울에 가니 우리를 구리까지 태워다줄 트럭한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트럭을 타고 구리에 갔다.
이것이 우리가족의 자전거여행의 시작이 였다.

우리가족은 자전거 여행길은 45번 국도로 정했다.

언덕이 별로 없는 터라 그리 어렵지 않아 나도 별 무리 없이 자전거를 탔다.

하지만 휴가를 떠나는 많은 차량들이 매연을 뿜고 질주하고 있어서 갓길이 별로 없는 도로에서 자전거

달리기는 너무나도 위험하여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청평 입구에 도착하자 잘 가던 우리 앞에 갈림길이 나타났다.

나는 빠른 국도를 계속 타고 가자고 했지만 부모님께서는 청평호를 끼고 가평으로 가는

길이 내게 무리가 없을 거라고 하셨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일명 환상의 드라이브코스 라는 길로 들어갔다.

차도에는 차가 별로 없어 무서운 마음도 없었고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청평호의 풍경도 아름답게 느껴지

는 코스였다. 
하지만 그런기분도 잠깐 완만했던 길은 조금씩 언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는 '이 정도 언덕쯤이야 거뜬하지' 라고 생각하며 언덕을 올랐다.
한 개의 언덕에 오르니 내게 보이는 것은 끝도 보이지 않는 언덕길들 그 언덕을 보면 한숨밖에 안나왔

다.  시간이 지나자 이 코스는 우리에게는 환상의 드라이브코스가 아닌 지옥훈련 코스로 보였다.

그 힘든 언덕을 오르고 또 오르다 보니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벌써 점심시간이 온 것이다.

음식점이 나올 때까지 계속 언덕을 넘었다.
우리 앞에 엄청나게 높고 긴 언덕이 나타났고 어떻게 오를것인가 하며 한숨을 쉬고 있던 차에 그 언덕

중턱에  검단집이라는 음식점이 보였다.

나는 죽을힘을 다해 검단집까지 올라갔다.

그 음식점의 주인아저씨는

"아이고 고생 많이 하셨겠네요. 제가 우리 집에서 제일로 큰 닭으로 잡아다 드리지요."
라며 칠면조만큼 커다란 닭을 잡아와서는 우리에게 보여줬다.
잠시 후 그 닭은 닭 멱따는 소리를 지르다가 결국은 토종 닭백숙이 되어서 나왔다.
닭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우리는 그 푸짐한 토종 닭백숙을 먹고 다시 기운을 낼 수가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주인 아저씨께 가평까지 얼마나 남았냐고 물었다.

그 아저씨는 "이 언덕만 오르면 나머지는 쉽게 갈 수 있을 겁니다."라고 했다.

우리는 힘을 내어 언덕을 넘은 후 나머지 조그마한 언덕은 쉽게 지나갔다.
우리는 남이섬 유원지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는데 남이섬으로 가는 길 앞에 또 하나의
긴 언덕이 보였다.
기진 맥진 해서 언덕을 넘으니 시원스럽게 펼쳐진 강줄기와 남이섬이 보였다.

강에서는 바나나 보트와 제트스키, 수상스키등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였다.
너무나 덥고 힘이들어 그사람들이 부러웠다.
남이섬 배터 입구에 도착한 우리는 먼저 매점을 찾아 필름과 아이스크림을 샀다.
더위에 지친 우리가족에게 아이스크림은 너무나도 맛있고 시원했다.
부러울것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왜 이 섬의 이름이 남이섬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돌아보다 섬 안에 남이장군의
묘가 있어 남이섬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곳에서 하루를 머물것인가 아니면 도착지인 춘천으로 바로 갈 것인가를 서로 의논을 하다가 우린 힘

이들더라도 춘천으로 가자고 결정을 했다.

떠나기전 우리는 화장실에 가서 시원하게 세수를 한 다음 힘을 내서 가평으로 출발했다.

가평까지 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만 장애물이 있었다면 찌는 듯한 더위와 따가운 햇살 이였다.
덕분에 썬탠을 한 것보다 더 검게 탔고 손에는 장갑자국까지 났다.

드디어 가평에 도착 한 다음 46번 국도를 따라가다가 강촌휴게소에 들렸다.

나는 그 때 완전히 온몸에 기운도 없었다.

그래서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에 다시 출발했다.

가던 중에 갑자기 경찰아저씨가 우리를 불렀다.

'우리가 무슨 잘못한 것이라도 있나?'하는 생각을 하며 갔다.
우리 아버지는 유쾌한 목소리로  "과속인가요?"라며 물어 보았다.

경찰아저씨는 웃으며 "하하하, 아닙니다. 재미로  속도 측정기 한번 쐈는데

15km/h가 나오네요. 그럼 조심해서 가십시오."

라고 하는 것이 였다.
자전거를 달리며 중간 중간 차 창문을 열고 "화이팅"하며 격려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달리며 힘이 생기기

도 했다.
나도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힘들게 가는 사람에게 격려의 말을 잊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웃으며 계속 앞으로 나아가자 의암 터널이 등장했다.
의암터널은 위험하기 때문에 걸어갔는데 무섭게 달리는 차들이 바로 옆에서 쌩쌩 달리니
등골이 오싹했다.

그 무서운 의암터널을 지나 드디어 춘천에 도착했다.
이미 날이 저물기 시작하여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은 이모의 집에서 자기로 했는데 도착하고 보니 온몸이 쑤시고 말도 아니 였다.
우리는 이모와 함께 저녁을 먹은 후 잠자리에 들었다.

잠자리에 들어서 피곤한 다리에 파스와 연고를 바르고 누우니 하루종일 타고온 길들과 귓가로 스치던

바람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이 자전거 여행이 내게 주는 것을 무엇일까?

지금은 힘들다는 생각뿐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부모님이 이야기 하시는 뜻을 이해하게 될지도 모르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난 지금 너무 힘이들어 잠이 들것 같지도 않았다.

자전거 여행중에는 위험하기 때문에 끝없는 잔소리를 하며 뒤에 따라오던 어머니도 춘천에 도착하자

"내 아들 정말 자랑스럽구나!"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아빠는 맨 앞에서 우리 가족을 인도하셨는데  긴 거리(100km)를 오시면서 너무나도 많은 생각을 하셨다

고 했다.
어머니는 이 자전거 여행의 모습이 마치 우리 가족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 같다고 하셨다.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도 생각을 각자 다르게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재미있게 여겨졌다.

다음날 우리가족은 버스를 타고 돌아오기로 했다.

그 이유는 그 말도 안 되는 환상의 드라이브코스를 달린 덕분에 체력이 바닥이 났기 때문이다.

우리가족은 버스를 타면서도 온통 자전거생각 뿐이였다.

서울 구이 터미널에 도착하여 다시 자전거를 조립하고 한강 변을 달려서 성수대교 까지 이동을 했다. 그

곳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아버지가 근무하시는 사무실로 가서 잠시 휴식을 취한후 자전거를 보관하고

다시  아버지의 차를 타고 집으로 왔다.

우리 집이 얼마나 반갑고 포근하게 느껴지던지 집에 돌아온 나는 정말 행복했다.

여행 후의 일상은 허전함도 주지만 내게 행복함도 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