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1구간
작은피재(06:00)~922봉(08:15)~느릅령(08:40)~우보산(09:00)
~통리(09:35)
소요시간: 3시간25분
소요거리: 8.2KM
산행일자: 2003년 09월 22일(월) 맑음
참여인원: 34명
23:30분, 조금은 이른시간, 배낭을 꾸려메고 집을 나선다.
지난 7월 17일 백두대간을 끝내고 다시 낙동정맥-강원도태백시 피재에서 부산다대포 몰운대까지-약 3,800km의 대장정을 시작하려 한다.
백운 아트홀에 도착하니 이른시간인듯 몇몇의 대원만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더러는 새로운 얼굴들이 보이고 다시 만나는 옛동지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동차 행렬은 아트홀 광장으로 모여들고 광장은 어둠의 적막을 걷어 버리며 금방 왁자해진다.
광장앞에 모여 낙동정맥 출정식 기념사진을 한장 남기고 24시 정각에 버스는 출발한다.
낙동정맥 탐사팀의 새로운 임원진 소개가 간단하게 끝나고 버스안은 무거운 침묵속으로
가라앉는다.
안동 휴게소에서 한번의 휴식을 취한 버스는 05:35분에 피재에 도착한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시간 버스에서 내러서니 서늘한 새벽공기가 전신에 감겨든다.
낙동정맥을 조망하기 좋은 정자옆에 삼수령비가 세워져 있어 그앞에 서둘러 젯상을 준비한다. 삼수령은 비가오면 한강 ,낙동강, 그리고 오십천으로 나눠져 흐른다고 하여 부르는 피재의 다른이름이다.
탐사팀장의 강신으로 산신제는 시작되고 막걸리 한잔씩으로 음복을 끝낸후 제를 마친다.
祝 文
維歲次 단기 4336년 계미년 음력 8월 26(9월 22)일
낙동정맥 첫 걸음을 옮기면서
天地神明과 여러 산신님께 엎드려 고 하나이다.
天地神明 이시여,
오늘부터 우리는 한민족의 영혼이 살아 숨쉬는
낙동정맥 마루금을 선현의 발자취를 따라 걷고자 합니다.
우리 일동은 이번 산행을 통하여 조국의 아름다운 산하를 사랑하고, 배우고 느끼며,자연과 하나 되기를 원하옵나이다.
또한 꾸준한 산행으로 인내심과 협동심을기르고,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우의를 쌓아 갈 것입니다. 더불어 보잘것없는 저희들은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당신의 품속에서 당당하고 아름다운 생을 살아갈 것을 다짐합니다.
天地神明 이시여,
우리가 내딛는 첫 걸음부터 부산 몰운대 에 이를 때까지 함께 하시여
항상 어디에서나 건강하고 안전한 산행이 이루어지도록 굽어 살펴주소서.
여기 우리가 정성껏 준비한 음식과 술을 올리오니
기꺼이 받아 주시옵소서.
백두산악회 D팀 회원일동 배
다시 버스에 올라 태백쪽으로 35번 국도를 타고 약600m내려가니 여기가 바로 낙동정맥 첫발을 딛게
되는 작은피재다. 붉은 철제 바리게이트가 완강하게 앞을 가로막고 았다.
탐사대장의 제으로 모든 대원들 힘차게 파이팅을 외친다.
바리게이트 넘어 농로를 따라 걷는다. 오른쪽으로 천의봉(매봉산)이 철탑을 이고 따라온다.
아랫쪽으로 수자원 공사와 옛날 철거시킨 화전민들을 집단적으로 이주시켰다는 전략촌이 한눈에 들어온다.
햇살은 서서히 구름뒤에서 번지고 이슬을 가득 머금은 풀들이 기분좋게 발등을 적신다.
전형적인 가을날씨를 보이는 투명한 아침이다.
능선옆으,로 펼쳐진 고랭지 밭에서 배추수확이 한창이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짙푸른 잎사귀를 앙등그려 오므린 배추들이 탱탱하니 싱그럽다.
오른쪽 임도를 버리고 리본을 따라 쉽게 대박등으로 접어든다.
잡목이 베낭을 자꾸 나꿔체고 스치는 나뭇잎새마다 이슬을 가득 털어내는, 짧으나 조금은 거친 오르막.
등줄기로 약한 훈기가 감돈다.
숨한번 고르고 곧바로 내리막길로 내달린다.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다 “삼척시 경계종주” 푯말이 나타나고 두어개의 돌로쌓은 참호를 지나니 이내 잘 정동된 묘지앞에 포크레인 한대가 뻘건 흙더미위에 이물처럼 서있다 이곳이 서미촌재다.
38번국도 우회도로공사가 중단된듯 아니면 계속되는듯도 하나 여하간 정맥길에서 처음보게되는 삭막한 풍경이다.
후미가 내려오면서 이쯤에서 식사를 하자는 제의를 하나 등반대장이 올라가서 하자며 선두를 이끈다.
오르니 922봉이다.조금은 늦은 아침을 능선위에서 먹는다.
느긋하게 식사를 끝내고 출발한다. 길 중앙에 우뚝선 119번 고압철탑을 지나니 유령산과 우보산이 나란히 조망된다. 유령산으로 오르는 가파른 오르막길. 식사후의 무거운 몸을 이끌고 8부 능선쯤 올랐을까 밝은 햇살속에 가는 빗방울이 사선으로 긋는데 무심코 돌아보니 커다란 무지개가 먹장구름을 배경으로 부챗살 처럼 펼쳐져 있는게 아닌가. 나도 모르게 함성이 터저나온다.
“와! 무지개다” 모든 대원들 일제히 뒤돌아보며 탄성을 울린다.
정맥길에 무지개를 만나니 뭔가 좋은일이 생길것 같은 기대감이 가슴가득 충만해진다.
왼쪽으로 꺽이면서 가파르게 내러서니 금방 느릅령이다. 낮으막한 사람 키높이의 산당이 한채서있다.
오래된 옛건물은 아니고 근자에 지어진듯한데 붉은지붕띠와 노란대문이 전형적인 민간 기복신앙의 냄새를 물씬 풍긴다. 뒤곁으로 돌아가니 커다란 무쇠솥이 벽에 기대어져있다. 손가락으로 문지르니 짙은 검댕이가 묻어난다.
유령제유래문 비문에 의하면 느릅령은 신라 때 임금이 태백산천제를 올리기 위해 소를 몰고 넘던 고개이며 조선 시대에는 태백산을 향해 망제를 올리던 곳으로 우보산(牛甫山)이라 하였다. 또한 이곳은 영동과 영서를 잇는 교통 요소지로험하고 높기에 맹호의 피해가 심하여 고개 밑에서 십여명씩 모여 넘곤 하였다. 어느날 황지에 살던 한 효자가 소달장에 부친 제사 장보로 갔다가 그날 따라 늦어져 혼자 재를 넘다 호랑이인 산령에게 홀려서 죽게 될 지경에 이르자 아버님 제사로 인해 살려달라 애원하니 산령이 효성이 지극하니 황소를 잡아 여기에 제사를 올려주면 무사하리라 하기에 약속된해부터 태백과 삼보 주민들이 산당을 복원하고 매년 이날 황소를 잡아 무사태평을 기원한 것이 작금 수백년이라 적혀있다.
이제우보산만 넘으면 오늘의 목적지인 통리다. 삼삼오오 기념촬영을 하며 목적지를 눈앞에둔 자의 느긋한 여유를 즐긴다. 산당앞 비닐하우스 철제 골조에 달린 리본이 우보산 진입로를 안내한다. 몇걸음 걸으니 금새 종아리가 탱탱해지며 오늘 최고의 고바위임을 알려준다. 숨이 턱에 차지만 걸음을 옮길때마다 아킬레스건에 팽팽하게 걸리는 야릇한 쾌감.
우보산으로 오르는 길은 숲이 꽤나 우거저 있어 비껴드는 햇살이 숲안에 얼룩빗살을 수놓고 있다. 정상에 올라 좌측으로 접어드니 일순 눈앞이 환하게 열리면서 통리일대가 조망된다.저멀리 동해가 하늘과 맞닿은체 아스라하다.
통리로 내려가는길 무너진 무덤위에 서너그루 잡목이 우거져 있고 묘앞에 무릎높이의 문관석 두개가 마주보고 서있다. 문관석 앞에 하얀꽃이 반짝거려 허리를 굽혀보니 이곳이 다소 습지인듯 유백색 물매화 한송이가 꽃술에 이슬을 메달고 함초로히 피어있다.
직진으로 이어지는 갈미봉을 버리고 좌측으로 급하게 꺽어지니 참나무 낙엽송 전나무가 건강한 식생을 보여주며 쭉쭉뻗어있다.
한달음에 내달리니 통리역이다. 낙동정맥1구간을 아쉬움속에 끝마친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