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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일류 문명국들(1)
(유럽紀行)
머리글
옛날 국민학교 4학년 사생시간에 유럽이라는 곳을 처음 알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였을 때 그 당시는 흔치 않았던 불어가 제2외국어이어서 조금 배웠는데 갑작스런 폐교로 중단 되었다. 1958년 대학에서 불어를 배울때 다시 유럽에 대한 동경심을 가졌다. 불어를 가르치시던 이만영 교수님은 시간배정이 적어서 학생들과 친밀하지는 않았지만 짧은 불어시간에 많은 것을 가르치려고 중요한 문장을 마구 외우게 하셨다. 1년동안에 불과 20-30시간 배웠을까? 불어 인사몇마디 외우고 그 교수님과의 인연은 끝났는데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것은 “훗날 세느강에 가서 오줌이나 누어 보라”고 하신 말씀이다. 그 어려운 시절, 의식도 해결 못하는 시골학교 출신 신입생들에게 프랑스여행이 과연 일생중 이루어질 것인가? 뻔히 아시면서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 주고 불어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라는 깊은 뜻이 있는 말씀이었다.
2003년 10월 3일 모스코바행 SU600 편 러시아비행기에 올랐다. 개천절이다. 하늘이 열린 날 하늘을 날아 일생 최대의 여행을 하는 행운을 가졌다. 12박 13일의 유럽여행이다. 나의 해외여행은 여행자유화가 되기전인 1982년 인도, 1985년 일본,대만을 공무로 간 것외에 중국에 2번이 고작이다.
비행기가 어느 항로로 모스코바에 가는지 알 길이 없어 두어시간 지난후 화장실에 갔다오다가 맨 뒷줄 의자도 없는 창가에서 밖을 내다보는 외국인이 있어 여기가 어디쯤 되는가하고 물으니 아마 몽골쯤 되지 않겠냐고 한다. 그러니까 인천공항에서 서해와 중국을 지나 몽골 러시아등 직선거리로 가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서쪽으로 가기 때문에 몇시간을 비행해도 해는 지지 않고 늘 그 자리에 있었다. 기내에서는 러시아어 방송과 영어방송이 나오는데 러시아어는 모르고 영어는 발음이 이상하고 소음이 심해서 알아 들을 수가 없다. 10여시간을 귀와 눈을 막고 있어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왜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이 해외여행시 항공료가 비싼지 짐작이 간다. 유럽여행상품이 동일한 시기에 수십개가 있는데 대개 어느나라항공을 이용하는지, 그리고 1급호텔인지 2급호텔인지에 따라서 값이 정해진다. 러시아항공,우즈벡항공등 구 소련권항공이 제일 싸고, 유럽각국항공,아시아권항공등이 그 다음이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등 국적기는 제일 비싸다. 여행이 일반화되어 중년이상의 부인들이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는데 장거리여행에 말이 안 통해서 갑갑하니 국적기를 많이 이용하게 되고, 국적기는 비싸도 손님이 많으니 비쌀 수 밖에 없는가 싶다. 러시아항공 기내식은 닭고기 또는 쇠고기요리 1회가 나오는데 승무원이 “치킨 미트” 그래 버리면 그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또 “티 커피” 그러면 홍차나 커피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 이외의 말은 일체 없고 무엇을 물어도 대답하지 못하고 무뚝뚝하게 바라 보기만 한다.
모스코바 공항에 도착한 것은 현지시간 16:30분 약 9시간 비행하였는데도 시간은 4시간밖에 안갔으니 5시간을 번 것이다. 이거 기분이 나쁘지는 않구나.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기분인지 모르겠다. 하여간 모스코바 공항은 경제사정이 나쁜지 어둡고 칙칙한 것이 별로 좋은 인상은 아니었다. 잠시 환승(transit)하는 공항인데도 입국심사가 까다롭다. 심사관은 키가 크고 못생긴 여자인데 한 사람씩 얼굴을 대조하면서 심사대를 통과시켜 놓고 몇 명이 모이면 일어서서 나가는 문을 열어 주어 대합실로 나가게 한다. 몇 십분씩 기다리는 것은 예사인 듯 싶다. 왜 그럴까? 과거 공산국가에서는 일 안하고 시간만 때우면 되니까 늑장을 부린다고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때문일까? 통과여객은 공항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고 몇시간 후면 출국해 버릴 사람들인데 까다롭게 할 이유가 무엇인가. “이라크 사태등 국제 테러가 심한 때이니 통과여객이라도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출국후에도 사고를 치면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 이런 이유가 아닌가 싶다.
대합실은 면세상품들이 여느 나라와 다름없이 꽉꽉 진열되어 있었다. 3시간 반을 기다려 20:20분 런던행 SU247기에 올랐다. 우리는 뒷자리 쪽에 앉게 되었는데 일행중 한 사람이 자리를 잘 못 찾아 앉았다. 조금 있으니 자리 주인이 왔다. 중국인 유학생인 듯 싶은 20대 초반의 남자인데 영어를 유창하게 잘 한다. 중국에는 어학의 천재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과연 그렇겠구나.. 한국 유학생이라면 우선 발음부터가 어색하다.
4시간 남짖 걸려 현지시간 21:30분 런던 히드로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여기서도 3시간을 벌었다. 인천공항 출발에서부터 약 17시간 (비행시간:13시간) 걸린 셈이다.
히드로 공항 입국심사도 약간 거칠었다. 나의 뒤에 선 사람이 심사대쪽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누군가 스프링처럼 튀어 나와서 제지하며 카메라를 뺏어 들고 이리저리 보고는 돌려 주었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는데 내 가방은 나오지 않아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한참만에 낯선 사람이 이 가방을 찾느냐고 하면서 주는 가방을 보니 잠을쇠가 뜯어져 있는 내 가방이 분명했다. 가방을 열어보기 전에 신고부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공항직원에게 물어보니 해당항공사에 이야기 하라고 해서 러시아 항공이 어디 있는지 가방을 끌고 공항1층 2층을 오르내리며 여기 저기 찾는데 보통일이 아니었다. 가이드가 와서 전화번호를 뒤적이더니 어딘가 전화를 하고 신고되었다고 해서 가방을 열어 보니 다행히 잃어 버린 물건은 없었다. 이런 경우 설사 없어진 물건이 무엇이든지간에 항공사가 책임지는 것은 망가진 가방 수리비 정도라고 한다. 여행자 보험에 들어 있지 않으면 모두 허사이다. 또 보험에 들어 있더라도 몇만원정도 보상 밖에는 안 해 준다고 한다. 보상을 받는데 드는 돈과 시간을 따지면 배보다 배꼽이 몇배나 크다. 해외여행의 위험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가급적이면 20kg 이내 핸드캐리어로 하여 자기가 직접 기내에 들고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귀중품이나 주요서류는 절대 맡기지 말것, 짐은 간편하게 최소한으로 하고 그러기 위해서 쇼핑은 자제할 것등을 배웠다.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안에서 현지가이드가 영국과 유럽에 대하여 기후 풍습 생활의 단면등을 간단히 소개하여 주었다. ST.Giles라는 2급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1)런던
10월 4일 5:00시
런던에서 첫밤을 자고 일찍 잠이 깨었다. 어제 기내에서 종일 잤으니 시차적응은 문제가 없다. 밖은 깜깜하지만 산책을 나섰다. 호텔주변을 돌고 사진 몇장을 찍었지만 모두 실패였다.
아침식사는 빵과 콘플레이크,우유정도였다. 처음 며칠간은 갑작스런 식단 변화에 적응하기 위하여 가지고 간 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 먹기로 하였다.
영국은 24만 평방km에 6,018만명(2002년) 1인당 국민소득 23,590달러(1999년)의 나라이다.
첫 관광코스가 버킹검궁전인데 차창에 펼쳐지는 런던의 첫인상은 도시가 잘 정돈되어 있다는 것, 길이 좁다는 것,건물이 고풍스럽다는것이었다.
건물들은 창문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벽면은 적고 온통 창문인데, 채광을 많이 하기 위해서란다. 유럽이 우리와 크게 다른 것이 2가지 있는데 첫째는 항상 구름낀 날이 많고 햇빛이 모자라서 유럽사람들은 햇볕만 보면 옷을 벗고 일광욕을 하러 나온다는 것이며 둘째는 물은 석회 녹은 물이라 정수하지 않으면 먹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첫날에는 끓이면 되는줄 알고 호텔에서 끓여서 수통에 넣고 다녔는데 알고 보니 끓여도 석회는 남아서 몸속에 축적되고 혈관을 막는다고 한다.
거리에는 신호등도 없고, 차선도 없고, 교통경찰도 없다. 2차선 정도의 좁은 길이 2발작만 가면 5거리 6거리로 연결되어 전부 일방통행로로 되어 있고 교차로에서는 자율적으로 적당히 서로 양보해 가며 교행한다. 버스정류장의 덮개도 채광이 되도록 투명프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고, 5층 정도로 높이가 꼭 같은 건물들이 sky line 이 똑 바르게 늘어서 있는데 1층은 업소들이며 2층이상은 주택(아파트)이란다. 출입문과 창문들은 예외없이 아취형으로 장식조각이 되어 있고 창가에는 화분들이 놓여 있다. 대개 최근 건물이 100년, 오래된 것은 600년이라 한다. 한국같이 20년도 안된 건물을 재건축하는 것은 법에도 없고 상상도 할 수없으며, 재건축이란 용어는 아예 없고 신축도 거의 없다고 한다. 수리만 가능하다고 하는데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보고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런던은 면적 1,578 평방km에 718만명(1999년)의 도시이다. 서울 605평방km에 1,028만명(2002년)과 비교해 보면 도시 규모와 여유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여타 산업도시 또는 공업지역은 어떤지 모르지만 런던같이 전통이나 중시하고 고풍을 그대로 보존하기만 하는 정체된 도시라면 영국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까?
버킹검궁전은 1703년에 건축되었고 1837년 빅토리아여왕 즉위이래 현 에리자베스2세 여왕 까지 역대 왕이 살고 있는데 궁전내부는 비공개이고 왕이 있을 때만 정면의 깃발을 올린다고 한다. 담 안을 들여다 보면 근위병들이 직립 부동자세로 서 있는데 교대할 때에는 관광객의 구경거리가 된다. 21세기 첨단 공화국시대에 어떻게 저런 왕국이 가능한지가 궁금하다.
정문앞 광장에는 황금색 빅토리아여왕 기념비가 높이 솟아 있고 남쪽에는 왕실 미술관(Queen's Galley)이 있다.
다음 코스 트라팔가 광장은 1805년 스페인 남쪽 트라팔가해전에서 나폴레옹을 패퇴시킨 Horatio Nelson제독을 기려 1841년에 만들어진 광장이다. 55m높이의 기둥위에 동상이 있는데 광장은 서울 시청앞광장보다 좁은 것 같다.
머지 않은 곳에 웨스터민스터 사원이 있다. 이곳은 13세기 이후 영국왕의 대관식장이고 왕가의 결혼식장이며 왕의 무덤이었다.
영국 의회정치의 본산인 국회의사당은 Westminster Palace라고도 하며 머지 않은 템즈강변에 있다. 28년의 공사 끝에 1867년에 완공되어 상하양원과 높이 102m의 빅토리아타워가 있고, 개원중에는 타워에 국기를 게양한다. 또 높이 98m의 시계탑위에 빅벤(Big Ben)이라는 큰 시계가 명물인데 지름이 약 2.7m 라 한다.
템즈강을 건너 대각선 방향에 London Eye라는 135m 높이의 대형 물레방아같은 바퀴는 25명씩 탈 수 있는 캡슐 32개가 있는 관광용 설치물인데 한바퀴 도는데 30분 걸린다고 한다. (요금:성인 11유로-약 15,400원)
계란을 비틀어 놓은 것 같은 런던시청사도 바로 옆에 있다.
타워브릿지를 건너 식사를 하고 오후에는 세계 3대 박물관의 하나인 대영 박물관(The British Museum)을 관람했다. 짧은 시간에 무엇을 볼 수 있을 것인가?
제일 관심이 가는 그리스유물 전시실에 들렸다. 수 많은 사람들과 몸을 부딪치며 미꾸라지같이 빠져 다녀야 하는데 가이드가 신신 당부하는 여권지키기에 신경을 쓰야 한다. 여권을 소매치기 당하면 관광여행은 끝이다.
영국은 위대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세계 최대의 나라였지만 세계 각국을 휩쓸며 못할 짓을 많이 한 부끄러운 나라이다. 고대 그리스문명의 유산들이 왜 그리스에 있지 않고 이 곳 대영박물관에 다 와 있는가? 영국인들은 대영박물관을 자랑거리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남의 나라 유믈이지 영국의 유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이다.
박물관 한쪽 구석에 주요국가의 전시관이 있는데 한국관도 있다. 20평정도의 면적에 청자정병,달항아리,금귀걸이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초라하였다.
하이드 파크에도 들렸다. 서울의 파고다공원처럼 일찍부터 자유언론이 보장된 곳이라 군중들이 운집해 있고 왁자지껄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 쪽이 아니어서 그런지 한적하고 아름드리 나무가 하늘높이 뻗어 있는 있는 것 밖에는 볼 것이 없다. 어느 왕의 황금동상이 높이 솟아 있고 가이드가 열심히 설명을 하는데 나는 관심이 없다.
한식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파리행 유로스타(EuroStar)를 타기위하여 워털루역으로 갔다. 유로스타는 런던-파리,런던-브랏셀을 연결하는 TGV이다. 런던-파리구간을 최대시속300km로 3시간에 주파하는데 승차감은 우리의 새마을 정도이며 야간이라 창밖을 볼 수도 없고 그리 빠른줄도 모르겠다. 단체2등석 성인요금은 75달러이다. 구간을 연결하는 도버해협의 해저터널은 50km로 1994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파리의 북역(GARE DU NORD)에 도착하여 에펠탑야경을 보면서 시내를 가로질러 예약된 호텔(Mister bed cachan)에 여장을 풀었다.